[재미있는통계]직장인 지갑 얇아지는 5월 ‘공포의 보릿고개’

78% "잔인한 5월, 부담스러워"

[일요시사=이보배 기자] 바야흐로 ‘가정의 달’ 5월이 돌아왔다. 연초에 대다수 직장인들은 5월 달력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 등 ‘빨간날’이 무려 7일이나 포함되어 있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숨을 내쉬는 직장인도 적지 않았다. 각종 기념일이 포진해 있고, 특히 결혼식이 많은 달이기 때문에 금전적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직장인 10명 중 7명은 5월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직장인들의 속내를 알아봤다.


‘빨간날’ 많은 5월, 웃다가도 기념일 생각하면 한숨만 
각종 기념일은 물론 결혼식도 많아 얇아지는 지갑

가정의 달 5월이 월급쟁이 직장인들에게 공포(?)의 달로 인식되고 있다. 각종 기념일은 물론, 결혼식과 행사가 몰려 있어 얇아진 지갑으로 한 달을 보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직장인 10명 중 7명꼴로 5월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온라인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8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7.8%가 기념일이 많은 5월이 부담스럽다고 응답했다. 부담을 느끼는 경우는 기혼자가 81.8%로, 72.9%를 차지한 미혼자보다 다소 높게 조사됐다.

5월 기념일 간 예상 지출비용을 묻자, 평균 30만4000원으로 집계됐다. 응답자의 40.3%는 지난해보다 지출 규모가 늘어날 것 같다고 전망했고, 줄어들 것 같다는 응답은 10%에 불과했다.

공포의 달 5월

5월 기념일을 챙겨보면,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로즈데이, 성년의날 등 그 숫자가 상당하다.

직장인들은 이들 기념일 가운데 가장 많이 챙기는 기념일(복수응답)로 어버이날을 꼽았다. 93.6%가 어버이날을 가장 많이 챙긴다고 답한 것. 이어 어린이날이 23.8%로 2위에 올랐고, 10.7%는 스승의날, 8.1%는 부부의날이라고 답했고, 3.6%는 로즈데이를 선택했다.

직장인 이모(29·여)씨는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어버이날만 챙기면 됐지만 올해부터는 조카들 등쌀에 꼬마들 선물까지 챙겨야 한다"면서 "요즘 아이들 장난감이 어찌나 비싼지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어버이날 선물을 미리 구입해서 이미 택배로 보내놨다"면서 "사회생활이 한해 한해 지날수록 부모님께 더 좋은 것을 사드리고 싶은 마음에 매년 무리를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직장인들에게 어버이날을 챙기는 방식(복수응답)에 대해 묻자, 용돈을 드린다는 답변이 54.9%로 가장 많았다. 37.9%는 외식을 한다고 답했고, 19.8%는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응답했다. 의류, 안마용품 등 선물을 드린다는 15.1%의 의견도 있었다.

고모(31)씨는 "부모님께서는 선물 대신 현금을 바라는 눈치지만 현금을 드리면 자신들을 위해 쓰지 않고, 결국 자식들에게 돌아오더라"면서 "때문에 평소에 부모님께 필요한 게 무엇인지 신경 써서 체크해 뒀다가 선물을 사드리는 편"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날 계획이 있는 직장인(복수응답) 중 47.7%는 선물을 준다를 첫째로 꼽았다. 놀이공원이나 나들이를 간다는 응답은 40.8%로 나타났고, 36.7%는 외식을 한다, 14.9%는 용돈을 준다고 답했다. 집에서 게임이나 놀이를 한다는 의견도 9.8%를 차지했다.
가정주부 강모(33·여)씨는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놀 수 있다는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다. 특별히 멀리 나가지 않아도 만족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5월에는 청첩장 쓰나미가 몰려오는 대표적인 달이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기왕이면 5월의 신부가 되고 싶어 하고, 때문에 5월에 결혼식이 몰리는 것.

심모(33)씨는 "4월부터 청첩장이 몰려들기 시작한다"면서 "평소 연락을 하지 않았던 동창들까지 귀신같이 내 전화번호를 알아내 연락을 해온다"고 말했다.

이어 "경조사는 품앗이라는 말이 있어 무작정 참석을 하지 않기도 신경이 쓰여 어지간하면 참석하는 편이지만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든 적도 많다. 5월이 되면 추가 지출이 늘어 너무 힘들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 시장조사업체의 설문조사 결과 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은 5월 기념일로 인해 다른 달보다 최소 70만원 이상을 더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첩장 쓰나미

시장조사업체 ‘이지서베이’가 직장인 774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1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5월 기념일로 인해 다른 달에 비해 추가로 지출되는 비용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7.1%가 최소 70만원 이상을 꼽았다. 100만원 이상이라는 응답도 10.3%에 달했고, 16.5%는 40만~70만원 이하라고 답했다. 이어 2.8%는 10만~40만원 이하라고 응답했고, 10만원 이하라고 대답한 직장인은 0.8%에 불과했다.

이처럼 지출이 커지는 5월을 가장 안전하게 보내는 방법은 역시 미리미리 준비하는 ‘유비무환형’을 들 수 있다. 기념일을 챙기기 위해 연장근무를 해 야근수당을 따로 챙겨두거나 3월부터 비자금을 조성해 놓는 등 5월을 맞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

직장인 김모(31)씨는 "올해 5월에는 어버이날은 물론 여자친구와의 기념일까지 겹쳐 미리 아르바이트를 해뒀다"면서 "업계 특성상 ‘투잡’이 가능해 인터넷으로 처리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해보니 괜찮은 방법 같다"면서 "내년에도 5월을 앞두고 미리미리 대비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직장인 잡는 5월 보릿고개. 올해 지출 내역을 잘 살펴서 내년부터라도 지갑도 빵빵하고 행복도 빵빵한 가정의 달을 맞이하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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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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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