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8대 대선’ 선관위 부정개표 의혹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3.20 15:33:35
  • 호수 1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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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하지만 그가 당선됐던 18대 대선 부정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누군가는 말한다. “대한민국은 선거 후진국”이라고. 투표는 국민이 하지만 ‘개표’는 그들만의 성역이 된지 오래기 때문이다. 그들은 부정을 지적하면 변명으로 일관했다. <일요시사>는 일각에서 ‘연어현상’이라 명한 18대 대선의 개표 부정 시스템을 추적해봤다.
 

투표함을 열기 전에 개표방송이 나올 수 있을까. 논리적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이 같은 현상이 지난 18대 대선(2012년)서 발생했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에선 ‘투표함 개함(개표)전에 개표방송 된 것’을 ‘연어현상’이라 명했다. 

드러난 허점

지난 대선서 '공표시각보다 개표결과 보고시각이 앞선' 사례는 전국적으로 839건에 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선관위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줄곧 ‘투표표지분류기 제어용 컴퓨터의 시간 오류’라는 간단하면서도 무책임한 변명으로 일관했다.

국민들은 ‘시간 오류’라는 변명을 의심했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다. 허점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점이 드러난 곳이 있다. 바로 의정부시 ‘녹양동제1투표구’다. 녹양동제1투표구 개표결과(언론사 공개 자료)는 2012년 오후 8시05분에 최초 공개됐다. 중앙선관위가 언론사 및 포털사에 제공한 자료에는 박근혜 후보 1366표, 문재인 후보 1204표 등 모두 2583표로 집계됐다. 이는 아직 투표함이 열리기 전에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면 투표함이 열린 뒤 숫자는 어떻게 됐을까. 녹양동제1투표구 개표상황표를 보면 오후 9시16분에 투표지가 최초로 분류됐고 종료시간은 오후 9시31분이다. 개표상황표에 나온 결과는 박근혜 후보 1333표, 문재인 후보 1204표 등 모두 2550표다.

1시간11분 전에 언론사에 공개한 자료보다 박근혜 후보가 33표 덜 득표한 것으로 나온 것이다. 놀라운 점은 이를 선관위 직원이 아닌 개표참관인 오모씨가 발견했다는 것이다. 만약 당시 오씨가 두 숫자의 차이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박근혜 후보는 33표 많은 상태로 대선을 마쳤을지도 모른다. 이에 한 선거전문가는 “이것을 발견한 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오씨가 차이를 발견 뒤 상황은 의정부시 개표록 ‘특기사항’에 기재됐다. 오후 10시 이후, 차이가 나는 33표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재검(재분류)을 실시했다. 그 결과 투표용지교부수(2550표)와 투표수(2550표)는 일치했고 박근혜 후보는 1333표, 문재인 후보는 1204표를 확정했다. 이후 10시54분에 언론사에 공개된 2차 분류 결과보고에 박근혜 후보의 표는 33표 줄어들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8시5분에 중앙선관위가 언론에 제공한 기록(개표방송)에 의문이 남는다. 분명히 8시05분에는 2583표(투표수)가 기록으로 남았고 그 자료를 근거로 오씨가 이의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8시5분 미스터리…과연 진실은?
정확한 증거 없이 말로만 주장

<일요시사> 취재결과 이에 대한 당시 의정부선관위 직원들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시간 오류다” 등 변명으로 일관했다. 다만 당시 사무국장을 맡은 이씨는 개표록에 기재된 사실과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 그는 언론사에 개표결과가 공개된 시간인 8시05분 시점 이전에 투표지분류기를 돌렸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한대로 8시5분 결과를 나오게 한 개표상황표가 존재한다면 그의 주장은 단번에 입증될 것이다. 하지만 8시5분 결과에 대한 개표상황표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사무국장은 “9시16분에 제대로 나왔기 때문에 이전 개표상황표는 폐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한 선거전문가는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개표상황표를 없애 오히려 의혹을 자초한 것으로 자기모순"이라고 말했다.

개표상황표는 보고용PC서 최종 입력되는 과정에서 바로 팩스를 통해 상급선관위(경기도 선관위)에 보낸다. 즉, 사무국장이 8시5분 개표상황표를 폐기했더라도 상급선관위가 팩스로 보낸 개표상황표를 가지고 있다면 8시5분 전에 투표지분류기를 돌렸다는 것이 확인되는 셈이다. 확인결과 상급선관위도 개표상황표를 갖고 있지 않았다.

아울러 개표장서 이의 제기한 것을 촬영한 비디오 영상도 없었다. 사무국장 이씨의 주장에 대한 근거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중간에 누군가 있었다?

또 만약 사무국장이 주장하는 대로 8시5분 전에 개표가 진행됐다면 9시16분에 최종적으로 돌려 사태를 마무리한 것으로, 개표록에 기록된 10시서 11시 사이에 사태수습 기록은 모두 허위사실이 된다. 개표참관인 오씨가 처음 개표에 이상을 발견한 시간은 10시경이고 그 이후에 확인을 위해 녹양동제1투표구에 대해 재검을 했다는 것은 이미 개표록에 기재된 내용이기 때문이다.

사무국장의 주장에 한 선거전문가는 “전 사무국장이 본인과 관리계장 그리고 선관위원들이 확인, 서명한 개표록의 내용을 부정하는 것은 자가당착으로 개표의 공정, 투명한 관리를 부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사무국장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공문서인 개표록의 내용을 부정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개표록의 기재내용이 사실과 다름이 없음을 확인하고 서명 또는 날인한’ 위원장 및 7명 위원의 행위를 뒤집는 것이다.

이 밖에 9시16분에 돌린 개표상황표에 수정 흔적도 9시16분이 처음 투표지분류기를 돌렸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기존 투표용지교부수 2560(표)에 검은 펜으로 두 줄을 긋고 아래에 2550(표)가 기재됐다. 이는 개표록에 기재된 바와 같이 10시 이후에 재검을 하고 일치되게 개표상황표가 출력되자 투표용지교부수와 투표수를 맞추기 위해 수정한 것이다.

이에 사무국장은 9시16분에 투표지분류기를 가동한 것이 두 번째라는 주장을 펴며 “다시 돌릴 때 투표용지교부수를 2560(표)으로 두고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의정부선관위는 재검을 하기 전에 이미 잔여매수 10매가 미계산된 것을 확인했다.

이에 선거전문가는 “투표록상에는 수정을 한 뒤였기 때문에 두 번째 돌렸을 때 투표용지교부수를 2550(표)으로 입력하지 않고 2560(표)으로 두고 돌렸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사무국장이 8시5분 전에 돌렸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 억지 주장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재검을 하기 위해서는 선관위원들이 회의를 거치고 개표장 내 방송을 통해 알리게 돼있다. 만약 사무국장의 주장처럼 9시16분이 두 번째 돌린 것이라면 많은 목격자와 증인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무국장은 이에 대해 근거를 제시하는 답변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2차 분류 결과 보고가 10시54분까지 갈 필요도 없다.

시간별로 보니…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당시 의정부선관위 사무국장의 주장이 거짓이라면 8시5분에 자료는 누가 올렸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이에 선관위는 지금까지 ‘시간 오류’를 이유로 피해갔다. 한 선거전문가는 “개표과정서 누군가(개인 혹은 조직) 중간에 개입 하지 않았다면 벌어질 수 없는 일”이라며 “선관위는 이에 대해 명확한 해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19대 대선’ 바뀌는 것

<일요시사>는 지령 1101호 <선관위 ‘수상한 무상원조’ 내막>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지난 17대 대선에선 투표구별로 개표결과가 올라갔지만, 18대 대선에서는 오히려 후퇴해 구별로 누적표만 적시돼 선관위가 개표 부정의혹을 자초한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지난 15일 선관위는 ‘완벽한 투·개표관리와 정책선거로 국민통합 이룰 것’이란 보도자료를 냈다. 선관위는 ‘선거일에는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실시간 공개하는 개표결과를 종전 구·시·군단위서 투표구별 단위로 세분화해 개표소에서 작성한 개표상황표와 홈페이지의 개표결과를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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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