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35억’ 프리드라이프 수상한 부업

  • 김성수 기자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7.03.20 10:04:32
  • 호수 1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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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조 1등’ 고객돈으로 돈놀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수 기자 = 상조업계 1위 프리드라이프의 수상한 부업이 도마에 올랐다. 특정인의 빚을 변제해주고 이자를 받아온 사실이 포착됐다. 그 돈이 자그마치 135억원이나 된다. 고객들이 믿고 맡긴 돈으로 ‘돈놀이’를 하지 않았나 의심된다.
 

프리드라이프의 이상한 돈거래가 확인됐다. 100억원이 넘는다. 본업인 상조·장례업과 무관한 데다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아 ‘불법’ 여부에 시선이 쏠린다. 고객이 맡긴 회비로 운영되는 만큼 고객돈 유용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단순 부동산 투자?

<일요시사>는 프리드라이프와 A씨가 맺은 부동산담보신탁원부변경계약서(담보신탁용)를 단독 입수했다. 이에 따르면 2015년 8월 A씨는 채무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부동산 소유권을 신탁사에 이전했다. 채권자는 KB저축은행(39억원), OK저축은행(39억원), 스카이저축은행(35억원), NH저축은행(13억원), 안국상호저축은행(26억원), 하나저축은행(13억원) 등이다.

지난해 2월 프리드라이프는 A씨 채무를 변제해주는 조건으로 신탁수익의 우선수익자가 됐다. 프리드라이프가 변제에 쓴 돈은 135억원에 이른다. 회사 측은 “부동산 투자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취득하거나 임대 또는 개발할 목적이었다는 것.

프리드라이프 측은 대출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담당 직원은 “영업으로 대출 행위를 하고 있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해당 부지를 당사의 신사업인 장례식장 부지로 고려해 인수를 검토하던 것”이라며 “당시 부지의 저축은행 대출 만기가 도래해 협의 기간 연장을 위해 직접 대출이 아닌 저축은행이 보유한 신탁우선수익권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특정인 100억대 채무 변제 도대체 왜?
월 6000만원씩 이자 받아…대출 성격?

이 말대로면 단순 부동산 투자로 보일 수 있다. 문제는 ‘이자’다. 프리드라이프는 A씨로부터 연 5.4%의 이자를 받아온 것으로 파악된다. 금액으로 따지면 월 6000여만원이다. 중간 3개월의 경우 해당 부동산 개발을 추진 중인 시행사에서 부담하기도 했다.

시행사 역시 월 6000여만원씩 총 1억8000여만원을 프리드라이프에 대납했다. 당초 1년 단기 만기로 계약했다가 지난달 일부 연장한 점도 대출의 성격이 짙다.

금융권 관계자는 “프리드라이프는 A씨의 땅을 담보로 한 빚을 다 갚아주고 새로운 근저당권 설정자가 된 것”이라며 “간단하게 말하면 A씨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해당 부지의 용도도 부동산 개발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프리드라이프가 1순위 우선수익자로 올라 있는 부지는 서울 성동구 용답동 ○○○-○번지. 대지 2881.8㎡(약 873평)에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이 들어서 있다. 이 지역은 중고차 매매단지로, 자동차 관련 시설들이 빼곡하다.


성동구청에 문의한 결과 해당 토지는 상조·장례업 관련 시설의 신축이 어렵다. 도시계획시설상 자동차 특화 도심재생사업지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프리드라이프 측도 “해당 부지의 장례식장 개발은 인허가 등의 사유로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프리드라이프 사업목적엔 대부업 또는 여신금융업은 포함돼있지 않다. 한국대부금융협회, 여신금융협회 등에 조회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다만 부동산임대 및 개발, 부동산컨설팅·투자 등은 할 수 있다. 사실 프리드라이프의 금융 자회사는 따로 있다.
 

바로 프리드캐피탈대부. 2013년 설립된 이 회사는 대부업, 대부중개업, 여신금융업 등이 주요 사업이다. 박헌준 회장의 장녀 은혜씨와 사위 신융화씨, 차녀 은정씨 등이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회사의 영위 사업과 무관한 곳에 함부로 회삿돈을 운용했다면 이를 결정한 경영진은 업무상 배임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미등록 대부업자는 형사처분의 대상이 된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업무상 배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범죄액수가 5억원 이상이면 가중처벌된다.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프리드라이프는 오너 비리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박 회장은 2010년 상조업계에 ‘검풍’이 거세게 몰아칠 당시 회삿돈 130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1심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2심서 1년6월로 감형됐고, 대법원은 이를 확정했다. 2012년 5월 출소한 박 회장은 조용히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대부·여신업 불가
고객돈 유용 논란도

상조업체는 고객들이 믿고 맡긴 돈으로 운영된다. 프리드라이프의 돈거래가 자칫 고객돈 유용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상조업계 관계자는 “상조업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상황”이라며 “결국 누구 돈이겠냐. 안 그래도 상조업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인 고객돈 유용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어 만약 이 사실이 회원들에게 알려지면 한바탕 시끄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프리드라이프가 제정·시행하고 있는 사내 윤리 규범엔 고객에 대한 책임과 의무가 가장 첫머리에 명시돼 있다.


▲고객의 의견에 항상 귀를 기울인다 ▲고객의 진정한 요구는 항상 옳다고 생각한다 ▲고객을 모든 판단 및 행동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가치를 찾는다 ▲고객의 정당한 요구에 신속 정확하게 응답한다 ▲고객의 재산은 회사재산과 동일하게 보호되어야 한다.

회원들은 알까?

프리드라이프가 135억원을 내준 게 과연 고객들을 먼저 생각한 일일까. 프리드라이프가 밝힌 대로 부동산 투자로 고객돈을 얼마나 불릴지도 지켜볼 일이다.


<kimss@ilyosisa.co.kr>

 

[프리드라이프는?]

프리드라이프는 상조업계 선두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전국 150만명의 업계 최대 누적회원을 보유한 프리드라이프는 대통령국가장, 국무총리사회장 등 국가 주요 대형의전행사에 참여하며 최고의 의전수행 능력을 입증받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상조업 주요정보공개’에서 6년 연속 자산총액 1위, 선수금 1위를 차지했다.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상조서비스 소비자 만족도 비교정보’에서도 종합평가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고객환금의무액과 은행지급보증금 역시 프리드라이프가 1위로 나타났다. 프리드라이프는 2015년 기준 매출 598억원에 영업이익 32억원, 순이익 15억원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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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