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판결] “돈만 주면 대신 감옥 가드리지요”

불법 사행성 게임장 바지사장에 실형 선고

[일요시사=이보배 기자]불법 사행성 게임장 영업에 있어 이른바 바지사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지금까지 불법 사행성 게임장이 적발되면 바지사장보다 실제사장을 색출해 처벌하는데 더욱 주안점을 뒀지만 이번 재판에서는 바지사장에게 벌금이 아닌 실형을 선고해 경종을 울렸다. 불법 게임장은 물론 여러 업계에서 바지사장을 고용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바지사장을 고용한 실제업주는 물론 대신 업주노릇을 하는 바지사장 역시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아, 바지사장에 대해서도 이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마땅하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특히 최근에는 바지사장 중개 카페까지 성행하고 있어 강력한 단속이 필요한 사회문제로 퍼져가는 모양새다. 


진술 번복 바지사장 징역 8월 선고 땅땅땅
실제 업주 대신한 바지사장 처벌, 엄중해야

대전지방법원은 지난달 21일 불법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하고 이를 방조한 혐의로 A씨에게 징역 8월, B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고 밝히고, B씨가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5만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동안 노역장에 유치한다고 덧붙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A시는 대전 중구에 △△게임랜드라는 상호의 사행성 게임장을 운영하는 업주고 B씨는 해당 게임장에서 종업원으로 일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경부터 올해 2월18일까지 사행성 게임장에 바다이야기 게임기 80대를 설치해 놓고 손님들로 하여금 게임기에 현금을 투입해 게임을 하게 했다.

화면 속의 상어, 고래 등 일정한 문양의 그림 조합에 따라 특정한 점수를 획득하면 그 누적점수에 따라 환전전표에 기재한 2점당 1만원의 10% 수수료를 공제한 후 환전해주는 방법으로 A씨는 하루 평균 약 240만원 상당의 매출을 올렸다.

바지사장이 주인 행세

B씨는 올해 2월 해당 게임장에서 A씨에게 일당 6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게임장 출입자를 감시하고, 게임장 내 청소 및 손님 심부름을 함으로써 A씨의 사행행위 영업을 도와주며 이를 방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A씨의 양형에 이유에 대해 이른바 바지사장이 아닌가 하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A씨는 범죄 전력이 전혀 없는 초범으로 이 사건 게임장 업주소러의 범행 내용을 자백하고 있지만, 게임장을 개업한 자금의 출처와 보관방법, 이 사건 게임장 영업의 수익금의 전산과 보관방법 등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또 A씨가 범행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여러 번 번복했다는 주장이다. 

먼저 A씨는 이 사건 게임장에 대한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의 동석자 및 임대차 계약 조건에 대해 진술을 번복했고, 번복한 내용도 임대인의 진술과 부합하지 않았다. 이어 단속 현장에서 환전소 안에 있었던 A씨는 당시 실제업주임을 시인했지만 단속 당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을 때는 자신은 바지사장일 뿐이라고 주장했고, 바로 다음날 다시 자신이 실제업주라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진술을 두 차례나 번복했다.

이에 재판부는 "2009년 5월경까지 충남도청 공무원으로 근무했던 A씨의 경력 등에 비춰보면 A시는 이 사건 게임장의 바지사장이거나 종업원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한데, 실제업주나 공범들을 은닉하기 위해 허위진술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강한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불법 사행성 게임장은 이를 이용하는 국민의 건전한 근로의식을 저해하고, 경제력이 없는 서민들이 게임장에 빠져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며, 게임중독자 및 신용불량자를 양산하고, 각종 탈세, 게임비용 조달을 위한 2차 범죄를 유발하며, 폭력조직의 수입원이 되기도 하는 등 그 사회적 폐해가 심각하다.

재판부는 이 같은 범죄의 중대성을 고려하고 법질서를 경시하는 풍토에 경종을 울린다는 차원에서 범죄전력 여부를 불문하고 자금원인 실제업주에 대한 엄한 처벌이 필요한 만큼, 실제업주를 대신해 처벌받는 바지사장 등에 대해서도 이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결국 재판부는 A씨에 대해 "사건 게임장이 철제문과 CCTV 약 5대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단속을 피해 게임기 80대의 규모로 2달 넘게 운영 됐던 점, 피고인이 공범에 대한 인적사항을 전혀 밝히지 않고 있는 점, 그밖에 이 사건 기록에서 볼 수 있는 양형의 조건이 되는 모든 요소들을 고려해 징역 8월을 선고 한다"고 밝혔다.

바지사장 중개카페 성행

바지사장에 대한 법의 엄중한 심판이 내려진 가운데 최근 바지사장 문제의 심각성을 단번에 드러내는 사회현상이 포착됐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바지사장 중개 카페가 성행하고 있는 것.

현재 국내 유명 포털사이트에만 바지사장 중개 카페가 줄잡아 수십개에 이른다. 바지사장을 원하는 업종은 일반 식당부터 노래방, 유흥업소, 게임장 등 다양하게 존재했고, 바지사장이 되는 조건으로 받는 돈 역시 위험도에 따라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가장 위험도가 낮은 사업자 등록증 대여비는 1년 사용을 기준으로 적게는 30~4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을 호가하고, 가장 위험한 묻지마 바지사장은 평균 3개월 기준으로 1000만원에 거래되고 있었다.

실제 바지사장을 원하는 사람들은 "위험도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면서 "위험부담이 클수록 비용을 더 많이 내야 한다. 용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원하는 업종을 이야기 하면 흥정도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상황에 따라 1~2년 정도는 대신 징역을 갈 수도 있다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한편, 국세청이 세원관리 과정에서 적발한 바지사장 숫자는 2007년 440건에서 2008년 894건, 2009년 1164건, 2010년 1154건으로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다소 감소하긴 했지만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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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