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6로 본’ LG전자 폰망사

‘혁신은 없다’ 따라가기 급급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LG전자의 휴대폰은 피처폰 시대서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 온 이후 좀처럼 힘을 못쓰고 있다. 초기 스마트폰 라인인 옵티머스는 팬택에 밀려 3위에 밀리는가 하면 이후 출시된 G시리즈는 시장에 별다른 영향력을 보이지 못한 채 명맥을 유지하는 데 그치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지난주 G6가 공개됐다. LG전자의 휴대폰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LG전자는 과거 피처폰 강자였다. 프라다폰, 샤인폰, 초콜릿폰 등 수많은 히트작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피처폰서 스마트폰으로 시대가 바뀌면서 과거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LG전자 스마트폰으로 평가되는 지난 2010년 출시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인 ‘안드로원’이다. TFT LCD 터치 디스플레이와 후면 500만화소 카메라, 쿼티자판으로 준수한 사양으로 시장공략에 나섰으나 업데이트 부분서 잡음을 일으키며 뒷심 부족을 겪었다.

부진의 늪
절치부심

LG전자는 피처폰에 치중한 나머지 변화하는 스마트폰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LG전자는 스마트폰에 집중하기 위해 ‘옵티머스’ 시리즈를 출시했다. 처음 나온 제품은 쿼티자판을 탑재한 ‘옵티머스Q’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경쟁했지만 밀렸다. 이후에도 다양한 옵티머스 시리즈를 출시했으나 삼성전자는 커녕 팬택에도 밀려 국내시장 점유율 3위로 밀려나는 등 체면을 구겼다.


LG전자는 2012년 첫 G시리즈인 ‘옵티머스G’로 분위기를 반전을 꾀했다. 일명 ‘회장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옵티머스G는 최고급 사양과 깔끔한 디자인을 앞세워 마케팅을 전개했다. 가격은 G시리즈 가운데 가장 높게 책정됐지만 결과는 좋았다.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사업 본부의 플러스 성장을 이끈 것이다.

하지만 성공이 지속적이지 못했다. LG전자는 다음해 후면전원·볼륨키를 처음으로 탑재한 ‘G2’를 내놨다. 옵티머스G 후속작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MC사업본부는 그 해 하반기 12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평범한 성능에 플래그십 수준 가격
액정 유리가…약한 내구성도 도마

2014년 5월, 출시한 ‘G3’의 반응은 좋았다. G3는 국내최초 QHD 디스플레이를 탑재된 스마트폰으로 세련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글로벌 판매량 1000만대 돌파했다.

그러나 G3의 인기가 G시리즈의 인기를 이끌지 못했다. 2015년 4월 출시한 G4가 판매량 500만대에 그친 것이다. LG전자로선 예상하지 못한 참패였다. G4는 후면 디자인에 천연가죽을 채용했지만 트랜드를 읽지 못한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판매부진을 겪어야했다.
 

LG전자는 타개책으로 2015년 10월 G시리즈가 아닌 V시리즈를 출시했다. ‘V10’은 ‘조준호폰’으로 불렸다. V10이 조준호 LG전자 MC사업부장의 심혈을 기울인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사장이 ‘중박폰’이라고 할만큼 시장의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지난해 3월 다시 ‘G5’를 내놨다. 시장에 처음 공개됐을 때만해도 세계 최초의 모듈형 조립폰과 스마트폰과 결합할 수 있는 캠플러스·360VR 등 프렌즈 5종이 공개되면서 시장의 눈길을 끌었지만 조 사장조차 실패작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해 2분기 15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V20 역시 시원찮은 실적을 기록하며 LG전자 대규모 적자를 안겼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4670억원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LG전자는 지난달 26일 호르디 클럽(Sant Jordi Club)서 LG G6 공개했다.

단점 극복하고
이번엔 성공?

LG전자 스마트폰의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리는 대목이다. 하지만 G6 공개 이후 LG전자의 주가(지난달 27일 종가 기준)는 오히려 6% 가까이 빠졌다. G6 제품에 대한 실망감에 매물이 쏟아졌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블로그 등에는 G6 제품에 대한 평가와 함께 실망스럽다는 분위기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우선 플래그십에 제품에 맞지 않은 프로세서가 큰 불만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LG전자가 G6에 차용한 프로세서는 스냅드래곤 821이다. 현재 최신 프로세서는 삼성과 퀄컴이 합작으로 만든 스냅드래곤 835다.

스냅드래곤 835는 10NM 핀셋 공정으로 생산돼 이전의 CPU와는 성능, 크기 모두 향상됐다. G6에 스냅드래곤 821이 탑재된 것은 스냅드래곤 835의 초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갤럭시 S8에 스냅드래곤 835를 대거 투입해야 함에 따라 물량 확보에 실패한 것.

두 프로세서간 차이는 어떨까. 다운로드 속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스냅드래곤 835 1Gbps(=1000Mbps)인 반면 스냅드래곤821은 600Mbps 수준에 그친다.

국내 통신사들이 1Gbps 속도를 내기 위한 4밴드 LTE-A 기술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스냅드래곤 821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무리가 아니다. 한달 뒤 스냅드래곤 835를 탑재한 갤럭시S8 출시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G6에 손길이 갈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메모리 역시 플래그십 모델을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지 의문이 남는다. 출시가 임박한 갤럭시S8에 6GB의 메모리가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G6가 4GB를 선택하면서 선택의지를 한풀 꺾어놓는 것.

G6로 반전?
기대와 우려

휴대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플래그십 모델을 찾는 소비자의 경우 핸드폰의 사양이 최신이길 원한다”며 “프로세서나 메모리가 현 최신 모델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모델을 고가를 주고 구입할 소비자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6의 약한 내구성도 소비자들이 꺼릴 요소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LG전자 신작 스마트폰 G6의 전면 액정 유리는 4년 전 갤럭시노트3에 들어간 고릴라글라스3다. 플래그십 모델에 어울리지 않는 사양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노트7에는 고릴라글라스5가 사용됐다.

또한 불안한 사후지원도 G6를 꺼리게 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과거 LG전자는 플래그십 핸드폰에 사후지원에는 무관심한 모습이었다.


실제 LG전자가 2015년에 선보였던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 G4와 V10에 대한 운영체제(OS) 업데이트 중단을 선언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 2일 “G4·V10에 대해 안드로이드 누가(7.0·7.1)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소프트웨어의 안정성과 기기의 성능 유지를 감안한 조치”라고 밝혔다.

LG는 지난 2015년 4월 G4를, 10월에는 V10을 출시했다. 두 제품은 출시 당시에는 안드로이드 롤리팝(5.1)OS를 채택했다. G4는 2015년 11월, V10은 2016년 3월에 마시멜로(6.0)OS로 업데이트가 진행됐다.

LG측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새로운 안드로이드 체제와 호환을 진행한 결과 최적화된 성능 유지가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시된지 2년도 안 된 스마트폰의 업데이트 불가 소식에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LG전자는 업데이트를 다시 해주기로 번복했지만 불신만 자초했다.
 

또 구글의 AI(인공지능) 비서 ‘구글 어시서턴트’의 기능을 탑재하고도 한국어 기능을 지원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 구글의 하드웨어 사업을 이끄는 릭 오스텔로(Rick Osterloh) 수석부사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LG G6에 한국어 버전의 구글 어시스턴트가 언제 제공될지 모르겠다”며 “불행하게도 아직 아무런 대답도 갖고 있지 않다.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현재 영어와 독일어만 지원한다.

프라다폰, 샤인폰…피처폰 히트
스마트폰 시대 들어 ‘비실비실’

LG전자 측도 이와 관련해 마땅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LG전자 김홍주 MC상품기획그룹장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구글 어시스턴트의 한국어 버전은 다른 외국어보다 먼저 지원될 것으로 자신한다”면서도 “시점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욕심 같아서는 올해 안에는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국어 지원이 불투명하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상황.


또한 불안한 사후지원도 G6를 꺼리게 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과거 LG전자는 플래그십 핸드폰에 사후지원에는 무관심한 모습이었다. 실제 LG전자가 2015년에 선보였던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 G4와 V10에 대한 운영체제(OS) 업데이트 중단을 선언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 2일 “G4·V10에 대해 안드로이드 누가(7.0·7.1)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소프트웨어의 안정성과 기기의 성능 유지를 감안한 조치”라고 밝혔다. LG는 지난 2015년 4월 G4를, 10월에는 V10을 출시했다. 두 제품은 출시 당시에는 안드로이드 롤리팝(5.1)OS를 채택했다.

G4는 2015년 11월, V10은 2016년 3월에 마시멜로(6.0)OS로 업데이트가 진행됐다. LG측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새로운 안드로이드 체제와 호환을 진행한 결과 최적화된 성능 유지가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시된지 2년도 안 된 스마트폰의 업데이트 불가 소식에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LG전자는 업데이트를 다시 해주기로 번복했지만 불신만 자초했다.

문제는 갖가지 불안요인이 부각되는데도 출고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LG전자가 공개한 출고가는 89만9800원으로 플래그십 모델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한 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책정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의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7의 경우 지난해 출시 당시 출고가가 83만6000원 수준이었다.

삼성·애플?
“아직 멀었다”

IT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블로거는 “전작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은 스펙(사양)에 비싼 가격까지 소비자의 눈길을 끌만한 요소를 찾기 힘들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잔혹사를 끊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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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