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6로 본’ LG전자 폰망사

‘혁신은 없다’ 따라가기 급급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LG전자의 휴대폰은 피처폰 시대서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 온 이후 좀처럼 힘을 못쓰고 있다. 초기 스마트폰 라인인 옵티머스는 팬택에 밀려 3위에 밀리는가 하면 이후 출시된 G시리즈는 시장에 별다른 영향력을 보이지 못한 채 명맥을 유지하는 데 그치는 모습이다. 이 와중에 지난주 G6가 공개됐다. LG전자의 휴대폰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LG전자는 과거 피처폰 강자였다. 프라다폰, 샤인폰, 초콜릿폰 등 수많은 히트작을 선보이며 시장을 선도해 나가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피처폰서 스마트폰으로 시대가 바뀌면서 과거의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LG전자 스마트폰으로 평가되는 지난 2010년 출시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인 ‘안드로원’이다. TFT LCD 터치 디스플레이와 후면 500만화소 카메라, 쿼티자판으로 준수한 사양으로 시장공략에 나섰으나 업데이트 부분서 잡음을 일으키며 뒷심 부족을 겪었다.

부진의 늪
절치부심

LG전자는 피처폰에 치중한 나머지 변화하는 스마트폰의 흐름을 읽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LG전자는 스마트폰에 집중하기 위해 ‘옵티머스’ 시리즈를 출시했다. 처음 나온 제품은 쿼티자판을 탑재한 ‘옵티머스Q’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경쟁했지만 밀렸다. 이후에도 다양한 옵티머스 시리즈를 출시했으나 삼성전자는 커녕 팬택에도 밀려 국내시장 점유율 3위로 밀려나는 등 체면을 구겼다.


LG전자는 2012년 첫 G시리즈인 ‘옵티머스G’로 분위기를 반전을 꾀했다. 일명 ‘회장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옵티머스G는 최고급 사양과 깔끔한 디자인을 앞세워 마케팅을 전개했다. 가격은 G시리즈 가운데 가장 높게 책정됐지만 결과는 좋았다.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사업 본부의 플러스 성장을 이끈 것이다.

하지만 성공이 지속적이지 못했다. LG전자는 다음해 후면전원·볼륨키를 처음으로 탑재한 ‘G2’를 내놨다. 옵티머스G 후속작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실적이 신통치 않았다. MC사업본부는 그 해 하반기 12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평범한 성능에 플래그십 수준 가격
액정 유리가…약한 내구성도 도마

2014년 5월, 출시한 ‘G3’의 반응은 좋았다. G3는 국내최초 QHD 디스플레이를 탑재된 스마트폰으로 세련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며 글로벌 판매량 1000만대 돌파했다.

그러나 G3의 인기가 G시리즈의 인기를 이끌지 못했다. 2015년 4월 출시한 G4가 판매량 500만대에 그친 것이다. LG전자로선 예상하지 못한 참패였다. G4는 후면 디자인에 천연가죽을 채용했지만 트랜드를 읽지 못한 디자인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판매부진을 겪어야했다.
 

LG전자는 타개책으로 2015년 10월 G시리즈가 아닌 V시리즈를 출시했다. ‘V10’은 ‘조준호폰’으로 불렸다. V10이 조준호 LG전자 MC사업부장의 심혈을 기울인 첫 작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사장이 ‘중박폰’이라고 할만큼 시장의 반향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지난해 3월 다시 ‘G5’를 내놨다. 시장에 처음 공개됐을 때만해도 세계 최초의 모듈형 조립폰과 스마트폰과 결합할 수 있는 캠플러스·360VR 등 프렌즈 5종이 공개되면서 시장의 눈길을 끌었지만 조 사장조차 실패작이라고 평가할 정도로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해 2분기 15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출시된 V20 역시 시원찮은 실적을 기록하며 LG전자 대규모 적자를 안겼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4670억원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LG전자는 지난달 26일 호르디 클럽(Sant Jordi Club)서 LG G6 공개했다.

단점 극복하고
이번엔 성공?

LG전자 스마트폰의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리는 대목이다. 하지만 G6 공개 이후 LG전자의 주가(지난달 27일 종가 기준)는 오히려 6% 가까이 빠졌다. G6 제품에 대한 실망감에 매물이 쏟아졌다는 평가가 일각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실제 블로그 등에는 G6 제품에 대한 평가와 함께 실망스럽다는 분위기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다. 우선 플래그십에 제품에 맞지 않은 프로세서가 큰 불만사항으로 꼽히고 있다. LG전자가 G6에 차용한 프로세서는 스냅드래곤 821이다. 현재 최신 프로세서는 삼성과 퀄컴이 합작으로 만든 스냅드래곤 835다.

스냅드래곤 835는 10NM 핀셋 공정으로 생산돼 이전의 CPU와는 성능, 크기 모두 향상됐다. G6에 스냅드래곤 821이 탑재된 것은 스냅드래곤 835의 초도 물량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삼성이 갤럭시 S8에 스냅드래곤 835를 대거 투입해야 함에 따라 물량 확보에 실패한 것.

두 프로세서간 차이는 어떨까. 다운로드 속도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스냅드래곤 835 1Gbps(=1000Mbps)인 반면 스냅드래곤821은 600Mbps 수준에 그친다.

국내 통신사들이 1Gbps 속도를 내기 위한 4밴드 LTE-A 기술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스냅드래곤 821의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무리가 아니다. 한달 뒤 스냅드래곤 835를 탑재한 갤럭시S8 출시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G6에 손길이 갈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메모리 역시 플래그십 모델을 찾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킬지 의문이 남는다. 출시가 임박한 갤럭시S8에 6GB의 메모리가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G6가 4GB를 선택하면서 선택의지를 한풀 꺾어놓는 것.

G6로 반전?
기대와 우려

휴대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플래그십 모델을 찾는 소비자의 경우 핸드폰의 사양이 최신이길 원한다”며 “프로세서나 메모리가 현 최신 모델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모델을 고가를 주고 구입할 소비자가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G6의 약한 내구성도 소비자들이 꺼릴 요소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LG전자 신작 스마트폰 G6의 전면 액정 유리는 4년 전 갤럭시노트3에 들어간 고릴라글라스3다. 플래그십 모델에 어울리지 않는 사양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노트7에는 고릴라글라스5가 사용됐다.

또한 불안한 사후지원도 G6를 꺼리게 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과거 LG전자는 플래그십 핸드폰에 사후지원에는 무관심한 모습이었다.


실제 LG전자가 2015년에 선보였던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 G4와 V10에 대한 운영체제(OS) 업데이트 중단을 선언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 2일 “G4·V10에 대해 안드로이드 누가(7.0·7.1)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소프트웨어의 안정성과 기기의 성능 유지를 감안한 조치”라고 밝혔다.

LG는 지난 2015년 4월 G4를, 10월에는 V10을 출시했다. 두 제품은 출시 당시에는 안드로이드 롤리팝(5.1)OS를 채택했다. G4는 2015년 11월, V10은 2016년 3월에 마시멜로(6.0)OS로 업데이트가 진행됐다.

LG측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새로운 안드로이드 체제와 호환을 진행한 결과 최적화된 성능 유지가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시된지 2년도 안 된 스마트폰의 업데이트 불가 소식에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LG전자는 업데이트를 다시 해주기로 번복했지만 불신만 자초했다.
 

또 구글의 AI(인공지능) 비서 ‘구글 어시서턴트’의 기능을 탑재하고도 한국어 기능을 지원하지 않은 것도 아쉽다. 구글의 하드웨어 사업을 이끄는 릭 오스텔로(Rick Osterloh) 수석부사장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LG G6에 한국어 버전의 구글 어시스턴트가 언제 제공될지 모르겠다”며 “불행하게도 아직 아무런 대답도 갖고 있지 않다.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구글 어시스턴트는 현재 영어와 독일어만 지원한다.

프라다폰, 샤인폰…피처폰 히트
스마트폰 시대 들어 ‘비실비실’

LG전자 측도 이와 관련해 마땅한 해결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 LG전자 김홍주 MC상품기획그룹장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구글 어시스턴트의 한국어 버전은 다른 외국어보다 먼저 지원될 것으로 자신한다”면서도 “시점을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욕심 같아서는 올해 안에는 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국어 지원이 불투명하게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동시에 제기되고 있는 상황.


또한 불안한 사후지원도 G6를 꺼리게 되는 요인으로 분석된다. 과거 LG전자는 플래그십 핸드폰에 사후지원에는 무관심한 모습이었다. 실제 LG전자가 2015년에 선보였던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 G4와 V10에 대한 운영체제(OS) 업데이트 중단을 선언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 2일 “G4·V10에 대해 안드로이드 누가(7.0·7.1) 업데이트를 제공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소프트웨어의 안정성과 기기의 성능 유지를 감안한 조치”라고 밝혔다. LG는 지난 2015년 4월 G4를, 10월에는 V10을 출시했다. 두 제품은 출시 당시에는 안드로이드 롤리팝(5.1)OS를 채택했다.

G4는 2015년 11월, V10은 2016년 3월에 마시멜로(6.0)OS로 업데이트가 진행됐다. LG측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새로운 안드로이드 체제와 호환을 진행한 결과 최적화된 성능 유지가 힘들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시된지 2년도 안 된 스마트폰의 업데이트 불가 소식에 여론이 들끓었다. 결국 LG전자는 업데이트를 다시 해주기로 번복했지만 불신만 자초했다.

문제는 갖가지 불안요인이 부각되는데도 출고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다. LG전자가 공개한 출고가는 89만9800원으로 플래그십 모델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한 채 지나치게 높은 가격이 책정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의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S7의 경우 지난해 출시 당시 출고가가 83만6000원 수준이었다.

삼성·애플?
“아직 멀었다”

IT 전문 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블로거는 “전작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은 스펙(사양)에 비싼 가격까지 소비자의 눈길을 끌만한 요소를 찾기 힘들다. LG전자의 스마트폰 잔혹사를 끊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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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