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집창촌 폐쇄 반발 시위 속 영등포를 가다

"레드존 안에서 제도적 성매매 하겠다"

이른바 ‘성전(性戰)’이 또 발발했다. 서울 영등포 집창촌 업소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이 집창촌 철거에 따른 대안 마련을 촉구하며 본격적인 시위를 시작한 것. 지난달 영등포경찰서가 업주들에게 단속방침을 통보한 뒤, 이달 1일부터 성매매를 집중 단속하고 있는 것에 대한 전면 도전이다. 이들은 지난 12일을 시작으로 4월에만 벌써 3차례나 반발 시위를 진행했고, 앞으로 시위의 규모와 방식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전국 각지의 집창촌에서 비슷한 시위가 진행됐지만 이번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한터전국연합회(전국집창촌운영자모임)와 전국성노동자연대가 똘똘 뭉칠 조짐이 감지되고 있는 이유에서다. 집창촌 폐쇄 이전에 성노동자들의 생존권과 인권에도 관심을 갖고 대안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8년 장안대첩에 이은 2차 성전의 승전보는 과연 어느 쪽에서 울리게 될까. 지난 20일 전운이 감도는 영등포 집창촌을 직접 찾았다.


영등포 집창촌 폐쇄 위한 집중 단속 개시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 생존권 달라 반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의 성매매 단속은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이뤘다. 하지만 반짝에 불과했다. 어느날 갑자기 어느 지역을 특정지어 집중 단속을 벌였고, 당분간 잠잠하다가 다시 또 어느 지역에 불을 붙였다.

일괄성 없는 단속에 단속칼을 맞은 일부 업주와 성노동자들은 자살을 선택하기도 했고, 일부는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성매매를 하기도 했다. 그러는 사이 국내에는 온갖 퇴폐적인 유사성행위업소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결국 성매매 업소는 더욱 늘어났다는 얘기다.
한터전국연합회(전국집창촌운영자모임)와 성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매매특별법의 역효과로 수많은 퇴폐업소가 생겨났고, 결국 집창촌만 단속의 집중포화로 무너지게 됐으며, 같은 법을 같은 기준으로 적용하지 않는 이상한 정부와 공권력으로 인해 성매매근절은 커녕 더욱 음성적으로 번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대안 없는 폐쇄 말도 안돼
"생존권 보장하라"

취재기자가 영등포 집창촌을 찾은 지난 20일. 이날 영등포지역 성매매 여성들은 집창촌 철거에 따른 대안을 제시하라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한터전국연합회 영등포지부 소속 성매매여성 수십여명은 이날 오후 서울 영등포구 당산동 1가에 위치한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 사무실 앞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들은 대안없이 폐쇄하겠다는 전여옥 의원 사퇴하라 생존권을 보장하라 ‘내년 4월 총선 두고 보자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함께 구호를 외쳤다.

전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집창촌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각종 매체의 보도와 지난 선거 당시 지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면서 성노동자들에 대해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터전국연합회 강현준(58) 사무국장에 따르면 전 의원은 성노동자들의 만남요청도 번번이 묵살했다. 지역구 사무실의 문이 잠겨 있어 국회 의원회관으로도 찾아가봤지만 여직원 한명이 나와 "저는 잘 모르는 일"이라는 말만 남기고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는 것.

이와 관련 강 사무국장은 "전 의원은 누가 지역주민인지 잘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영등포에 수십년간 거주하며 집창촌이라도 꾸려 터전을 구성한 것은 집창촌 업소 업주와 아가씨들이지 타임스퀘어 사장과 직원들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강 사무국장이 이 같이 말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타임스퀘어가 들어서기 전부터 그 자리에는 집창촌이 이미 형성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타임스퀘어 측은 영업 시작 이후 유동인구가 더욱 많아지자 그 제서야 집창촌이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지역 이미지에 타격을 준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강 사무국장은 "이것이야 말로 굴러들어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것 아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커튼에 가려진 홍등
오늘의 ‘영등포 집창촌’

실제 그곳에 가보니 첨단 쇼핑몰인 타임스퀘어와 집창촌은 불편한 동거를 하고 있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는 국내 최대규모의 복합쇼핑몰로 유명하다. 바로 그 남쪽 출구에 다닥다닥 붙어 커다란 창문 사이로 분홍빛을 쉴 새 없이 발산하는 집창촌이 자리잡고 있는 것.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타임스퀘어 측은 남쪽 출입구 한편에 ‘고객 및 직원들의 통행을 금지합니다. 생태공원 쪽으로 우회해 주십시오’라는 팻말을 세웠다. 인도에는 작은 초소까지 마련돼 직원 1명이 상시 대기하며 사람들의 통행을 막고 있다.

혹시 실수로 집창촌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어린 학생들과 여성들의 발걸음을 애초에 차단시키려는 것. 바로 옆의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직원들을 배치해 집창촌 쪽으로의 유입을 통제했다.

하지만 이는 타임스퀘어와 신세계백화점이 내놓은 자구책일 뿐,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유히 이곳을 지나는 어린 학생들도 간혹 눈에 띄었다. 그나마 지난 20일은 성노동자들의 시위집회로 오후 8시 정도까지 영업을 시작한 업소가 없었다. 아마 이날은 대부분의 업소가 영업을 하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등포 집창촌은 과거에 비해 규모가 작아진 것도 사실이다. 80여개 업소가 줄줄이 붙어 성업하던 과거와는 달리 현재는 20곳 정도만 실제 문을 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것.

돌고 도는 보여주는 단속 “지겹다 지겨워”
합법화 원하지도 않아…“레드존만 지키자”


1950년대 헌병대와 육군 보급부대가 영등포역 앞에 자리 잡으면서 형성된 영등포 집창촌은 2004년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급격히 쇠락했지만 일부 업소들은 끝까지 버티며 홍등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업주들은 "사실상 성매매 영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문을 열고는 있지만 수시로 단속에 나서는 경찰차량과 통행을 막는 타임스퀘어 직원들 때문에 마음을 먹고 왔던 남성들도 민망함에 돌아서곤 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재개발 시행에 따른 보상비를 기대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만은 아니었다.

업주들은 어차피 업소의 세입자다. 땅도 건물도 자신의 것이 아니라는 것. 때문에 업주들이 챙길 수 있는 보상비는 이주보상비 뿐이라는 설명이다. 자신들은 이주보상비라도 받아 나간다 치지만 성노동자들은 갑자기 여기서 나가게 되면 돈 한 푼 없이 거리로 내몰리게 된다는 것.

"재개발도 좋고 보상도 좋지만 어차피 그건 돈 있는 땅주인, 건물주인의 이야기일 뿐 우리와는 상관도 없는데 보상금과 결부지어 알박기를 하고 있는 것처럼 언론에 호도되는 것이 기가 막히다." 강 사무국장의 말이다.

‘두더지 잡기’식 단속
문제 지적해서 뭐하나 

이어 강 사무국장은 "용산의 경우가 지금 영등포의 앞날로 보면 딱 맞겠다"면서 "용산은 과거 150개가 넘었던 업소 중 현재 10개 업소가 남아 근근이 영업을 하고 있다. 재개발을 앞두고 10개 업소가 영업을 하는 것을 두고 외부에서는 돈을 더 받으려고 저러고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업소 업주들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다"고 말했다.

집창촌을 둘러싸고 있는 상권 상인들 중 일부가 동의하지 않아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일 뿐 집창촌 업주들이 보상금 극대화를 노리고 나가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영등포 집창촌 업주들과 강 사무국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는 40여분의 시간에도 경찰차는 몇 번이나 기자가 앉아있는 업소 앞을 지나갔다. 단속을 하는 것인지 보호를 하려는 것인지 헷갈리는 경찰차의 움직임에 취재기자가 고개를 꺄우뚱 거리자 한 업주가 낌새를 알아채고 말을 보탰다.

"경찰이 영업은 하게 한다. 그리고 남자손님이 가게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면 5~10분 뒤 급습해 현장을 덮친다. 그게 바로 단속이다. 백날 백차타고 돌아다녀봐야 동시에 10개 업소에 손님이 들어갔다 치자, 그 중 경찰 눈에 현장을 들킨 업소만 단속이 되는 것이다."
‘두더지 잡기’식 단속이 따로 없다. ‘두더지는 시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주들 역시 보여도 안 보이는 척 알아도 모르는 척 경찰의 단속에 적당히 ‘잡혀줘야’ 벌금이라도 물고 그나마 다시 영업을 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영등포 집창촌을 뒤로 하고 나올 무렵 강 사무국장은 향후 여의도 국회 인근에서 전국 성매매 여성 3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는 물론, 국회와 청와대 청원 등 대규모 시위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영등포 집창촌을 빠져나오는 그길 분홍빛 조명이 유독 시리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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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