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판결]바람난 남편, 아내 불임 핑계 이혼 불가

바람은 자기가 피우고 이혼 소송? “난 못해!”

10년 넘도록 결혼생활을 유지하다가 돌연 가출, 아내의 불임수술을 이유로 이혼소송을 청구한 40대 남성에 대해 법원은 그의 청구를 기각했다. 동거로 사실상 결혼생활을 시작하기 이전 아내가 불임수술을 받고도 이를 알리지 않은 사실은 인정할 수 있지만 불임수술로 인해 아내가 영구적으로 출산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것. 또 출산불능은 법률상 이혼사유가 되지 않고, 가출한 이후 남편은 다른 여성과 사귀면서 아내에게 정식 소개시키는 등 다른 여성과의 새출발을 위해 이혼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는 설명이다.

10년 넘게 살던 남편 2009년 돌연 가출, 이혼 요구 
아내 이혼 반대하자 아내 불임수술 핑계 이혼 소송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남이 된다더니 10년 넘는 결혼생활이 무색할 만큼 단번에 돌아서버린 연하 남편과 오매불망 남편만 기다렸던 연상 아내의 이혼소송 뒷이야기가 화제다.

서울가정법원은 10년이 넘도록 결혼생활을 유지하다가 다른 여자가 생기자, 아내의 불임수술을 이유로 이혼소송을 청구한 A(45)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지난 1995년경부터 B(49·여)씨와 동거를 하면서 사실상 부부생활을 유지했다. 늦었지만 2002년 7월에는 정식으로 혼인신고를 마쳤고, 둘 사이에 자녀는 없었다.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A씨와 B씨는 둘 뿐이었지만 화목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지난 2009년 10월 A씨는 갑자기 모습을 감췄다. 아내 B씨도 자연스럽게 별거에 들어갔다. 순식간에 남편에게 버림받은 B씨는 여간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집 나간 남편, 이혼 요구


함께 산지 10년을 넘기고 20년을 바라보는 시점에서 남편이 이런 행동을 보일 것이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이유에서다. 달라진 남편의 태도에 B씨는 불안해지기 시작했고, 불안한 예감은 한 번도 틀리지 않았다. 이번 역시 B씨의 예감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A씨가 집 나간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C(37·여)씨와 사귀고 있다면서 B씨에게 이혼을 요구한 것. B씨 입장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지만 가정을 깨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A씨의 입장은 달랐다. 같은 해 11월14일 C씨를 집까지 데려와 B씨에게 소개하고 거듭 이혼을 요구한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C씨는 A씨에게 "가정으로 돌아오기를 바란다"면서 이혼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결국 A씨는 B씨는 상대로 이혼청구소송을 신청했다.

A씨는 소장을 통해 "B씨는 가정생활에 불성실했고,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에게 부당하게 대우했다"고 말했다. 또 "B씨는 심각한 의부증 증세를 보였고 그로 인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이어 A씨는 "동거하기에 앞서 B씨가 불임수술을 받고도 이를 나에게 숨겨온 행위 등으로 인해 가정이 파탄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먼저 재판부는 가사조사관의 조사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B씨가 A씨와 동거하기 이전에 불임수술을 받았고 동거를 시작할 당시 이를 A씨에게 알리지 않은 사실은 인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혼은 안 됩니다!

하지만 B씨가 불임수술로 인해 영구적으로 출산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을 인정할 자료가 없는 이상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이혼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또 법률상 출산불능은 이혼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더했다.

반면 재판부는 가정파탄의 원인을 오히려 A씨에게서 찾는 듯 했다. A씨가 주장한 사실을 살펴봤을 때 그에 부합하는 증거는 믿기 어려울 뿐더러 또 이를 인정할 충분한 자료도 마땅치 않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오히려 지금까지 A씨와 B씨의 진술을 놓고 봤을 때, A씨와 C씨의 관계로 인해 B씨와의 가정생활, 혼인관계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상황이 자신에게 불리하게 진행되자 A씨의 반박은 또 이어졌다. 이와 관련 A씨는 "B씨 역시 자신과 혼인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만 이혼에 불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지난 2009년 12월1일 B씨는 A씨를 상대로 이혼 및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했다가 같은 달 18일 이를 취하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위 인정사실만으로는 B씨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표면적으로만 이혼에 불응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하기에 충분한 자료도 없다"고 못을 박았다.

결국 재판부는 A씨의 이 사건 이혼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판결했다. 아내의 불임수술을 핑계 삼아 이혼도장을 찍고 새로운 여성과 새로운 인생을 살고자 했던 남성의 바람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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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