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비자금 미스터리 <추적>

순항 중인 ‘박찬구호’ 돛대 꺾이나

이제 갓 돛대를 달고 순항 중인 ‘박찬구호’가 거친 풍랑을 만났다. 검찰의 ‘사정 폭풍’이 금호석유화학을 덮친 것. 금호석유화학은 물론 업계에선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적잖은 뒷말이 나오고 있는 금호석유화학 비자금 의혹. 세간의 관심은 ‘누가 찔렀을까’에 쏠리고 있다.

본사·협력업체 압수수색 “회계장부 등 확보”
수사 배경 관심…“누가 왜 찔렀나” 의문 증폭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지난 1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금호석유화학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수사관 20여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이날 2∼3곳의 금호석유화학 협력업체도 압수수색했다.

박찬구 회장은 출국금지 된 상태. 검찰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회사 임원과 협력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를 통해 박 회장 소환시기를 조율할 계획이다.

검찰이 뒤지는 것은 비자금이다. 비자금 규모는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로 추정된다. 검찰은 “현재 수사 초기 단계라 비자금 규모, 조성 방법 등을 자세히 밝히긴 어렵다”고 밝혔다.

수십억∼수백억원대
‘검은돈’ 실체 추적


금호석유화학은 발칵 뒤집혔다. 회사 관계자는 “(박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은 사실과 다를 것”이라며 “검찰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면서 사실 관계를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이날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세계합성고무생산자협회’연차 총회 행사장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비자금 조성 의혹에 대해) 아무 것도 모른다. 검찰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세간의 관심은 검찰 수사 배경에 모아지고 있다. 검찰에 ‘누가 찔렀을까’하는 의문이다. 검찰은 금호석유화학 비자금 조성과 관련한 첩보를 입수, 기초적인 자료 검토 등 내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내부 제보자의 귀띔이 있지 않았겠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공익적 제보보다는 개인적 감정 등 제보자가 원한을 갚으려는 사적 동기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비자금 수사는 대부분 불만을 품은 사람들이 관련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면서 시작된다”며 “금호석유화학 수사도 비자금 조성 내용을 깊숙이 아는 내부자가 흘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6월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맺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박 회장은 광폭 행보를 보이며 경영정상화에 ‘올인’해왔다. 그는 “직원들이 열심히 해 준 결과 회사 주가가 많이 올랐고 앞으로도 올라갈 가능성이 보인다”며 “이르면 올해, 늦어도 내년까지는 자율협약을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 결과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사상 최대인 363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괄목할 만한 실적을 거뒀다. 지난 1분기에도 영업이익(연결 기준)이 28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0% 급증한 깜짝 실적을 내놓았다. 2분기 실적 전망치도 좋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해고된 고위 임원이 앙심을 품고 검찰에 비자금 첩보를 제공했을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재계는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무더기 정리해고가 잇따르고 있다. 오너와 전·현직 고위 임원들의 비리 의혹부터 회사 경영에 관한 의혹까지 각종 폭로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부당해고자모임 한 간부는 “쫓겨나는 마당에 무슨 짓을 못하겠냐. 죽으면 혼자 죽겠냐. 그럴 수 있다면 나름 대책을 세우기 마련”이라고 전했다.

실제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대기업들은 하나같이 내부 고발로 진땀을 흘렸다. 최근 들어 ‘검풍’이 휘몰아친 곳은 한화그룹, 태광그룹, C&그룹 등이다. 이들 기업은 모두 내부자 제보가 결정적으로 검찰을 움직이게 하는 계기가 됐다.

한화그룹의 비자금 의혹 수사는 금융계열사의 퇴직 직원의 제보에서 비롯됐다. 2005년 퇴직한 이 직원은 지난 6월 금융감독원에 차명계좌 등 증거와 함께 “한화그룹이 비자금을 조성해 관리하고 있다”고 제보했다. 태광그룹도 결정적인 제보에 의해 수사가 시작됐다. 태광그룹 수사가 단기간에 그룹의 심장부를 겨냥한 것은 내부 고발자가 건네준 구체적인 자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C&그룹 수사는 오너를 수년간 가까이서 보좌한 수행비서와 오너와 불화를 겪었던 전·현직 임원들의 제보가 큰 역할을 했다. 앞서 2003년 SK그룹 분식회계와 2006년 현대차그룹 비자금 조성, 2007년 삼성그룹 특검 역시 내부 인사들의 제보로 시작됐다.

잘나가다 ‘삐거덕’
결정적 제보 가능성

검찰의 금호석유화학 수사가 협력업체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검찰은 금호석유화학 본사와 함께 협력업체도 뒤졌다. 검찰은 박 회장이 지인과 친인척 등이 운영하는 협력업체와 거래를 맺으면서 납품단가 등을 부풀려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의 지인 이모 대표의 G사, 지인 김모 대표의 S사, 작은처남 위모 대표의 J사 등이 검찰의 타깃이다. 검찰은 이들 회사가 박 회장의 비자금 조성 창구 역할을 했는지 집중 수사하고 있다.

협력업체들은 금호석유화학에 물건을 납품하고 있는데도 다른 업체가 공급한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허위 작성해 단가를 부풀리는 수법을 동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다른 업체에서 싸게 구입한 물건을 금호석유화학에 비싸게 파는 수법으로 돈을 빼돌린 의혹도 있다.

‘원한’ 내부 고위임원 제보?
‘왕따’ 협력업체 정보 제공?
‘앙심’ 금호가 갈등 분풀이?

상황이 이쯤 되자 비자금 조성에 개입했거나 알고 있는 협력사의 제보가 있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이 구조조정과 경영권을 공고히 하는 과정에서 금호석유화학에게 팽 당한 협력업체가 홧김에 민감한 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검찰이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혐의가 있는 협력업체들을 딱 꼽아 압수수색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금호석유화학 측도 ‘물 먹은’협력업체들을 의심하고 있다. 박 회장은 이번 검찰 수사와 관련해 “죄지은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협력업체나 다른 사람들의 의도적인 음해가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또 음해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도 내비쳤다.

검찰은 박 회장 일가가 경영권 확보를 위해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력업체들을 통해 조성된 비자금이 박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매입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수사 배경으로 금호일가의 이상기류를 배제할 수 없다. 금호일가는 2009년 ‘형제의 난’이후 냉전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그룹에서 계열분리 수순을 밟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사고’가 터지지 않았냐는 관측이다. 형제간 분쟁에서 이번 비자금 의혹이 불거졌다는 의견도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형 박삼구 회장과 동생 박찬구 회장의 해묵은 갈등이 이번 수사의 원인이 되지 않았겠냐”며 “만약 그렇다면 금호가 ‘형제의 난’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도적인 음해”
또 형제의 난?


박삼구-박찬구 형제가 처음 충돌한 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찬구 회장은 향후 자금난을 걱정해 인수를 반대했지만 박삼구 회장이 이를 무시하고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찬구 회장의 예상대로 그룹은 대우건설을 삼킨 대가로 유동성 위기에 몰렸고, 박삼구 회장의 책임론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형제간 불신의 싹이 자랐다. 형에게 불만을 품은 박찬구 회장은 돌연 그룹 경영권을 노린 ‘쿠데타’를 일으켰다. 2009년 6월부터 아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부장과 함께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꾸준히 매입해 당초 10.01%에서 18.47%로 늘렸다. 이게 화근이 됐다.

‘10.01%’는 금호가 형제들이 동일하게 보유해온 이른바 ‘황금 지분율’이다. 뒤늦게 박삼구 회장 부자도 금호석유화학 지분(11.77%)을 사들였지만 역부족이었다. 동생에게 뒤통수를 맞은 박삼구 회장은 결국 ‘동반 퇴진’이란 초강수를 뒀다. 박삼구 회장은 명예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2009년 7월 다른 친인척들의 지분을 동원해 박찬구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직을 박탈했다.

이후 검찰 주변에선 양측이 상대방의 치부를 드러낼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X파일’을 수집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해 두 형제가 경영에 복귀하고 박찬구 회장이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늘리는 등 금호석유화학의 계열분리가 속도를 내자 검찰에 X파일이 접수됐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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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