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김영란법 이후…수렁에 빠진 대한민국 ③삭막살벌 사회상 백태

고마워도 모른 척 감사해도 아닌 척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김영란법이 시행되고 해가 바뀌었다. 처음 시행될 때 우려했던 것들은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온정이 사라졌고 서로 눈치만 보는 삭막한 분위기가 사회 곳곳서 연출된다. <일요시사>에서 그 삭막한 사회상이 만들어낸 사례들을 되짚어봤다.

경찰에게 감사의 인사로 떡을 선물한 민원인의 사례가 김영란법 ‘집행 1호’가 됐다. 최근 춘천경찰서의 A경찰관은 4만5000원짜리 떡 한 박스를 배달받았는데, 이 떡을 바로 돌려보낸 뒤 청문감사실에 자진신고했던 것.

떡을 보낸 시민 B씨는 “자신의 고소 사건을 맡은 경찰관에게 개인 사정을 고려해 조사 시간을 조정해 준 것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떡 선물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해당 선물이 직무 연관성이 있는 수사관에게 떡을 보내 김영란법 위반으로 판단해 사건을 법원에 넘겼다.

음료수도 NO!

수원지검 형사부 소속 수사관 C씨는 자신의 사무실 책상에 4000원 상당의 테이크아웃 커피 2잔이 올려져 있던 것을 발견, 청탁방지 담당관에 자진 신고했다. 이 커피는 C씨에게 조사를 받은 한 사건 피해자 D씨가 조사를 끝낸 뒤 놓고 간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조사에서 D씨는 통상적인 고마움의 표시로 커피를 놓고 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과태료 대상이긴 하지만 사회적 사규상 처벌해야 할 대상인지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서도 경찰관에게 1만원을 건네려던 7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박모(73)씨는 폭행혐의로 영등포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은 뒤 “친절하게 조사해줘 고맙다”며 담당 경찰관에게 1만원을 건넸다. 해당 경찰관은 곧바로 돈을 돌려줬지만 박씨는 몰래 사무실 바닥에 돈을 떨어뜨리고 갔다.

뒤늦게 이를 발견한 경찰관은 경찰서 내부망인 ‘클린선물신고센터'에 신고한 뒤 이날 오전 박씨의 집을 찾아가 돈을 돌려줬다. 경찰은 조사를 거쳐 박씨가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찰관에게 몰래 돈을 준 것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봤다.

전북 고창군의 한 초등학교 교사 E(38·여)씨는 최근 방과 후 학교를 방문한 F(77) 할머니를 되돌려 보낸 뒤 미안함에 한참이나 교실을 떠날 수 없었다. 조손가정이 많은 시골 특성상 손주를 가르쳐준 보답으로 약간의 농작물을 가져오는 할머니, 할아버지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예전엔 마지못해 받았지만 이날은 김영란법 때문에 F할머니가 보자기에 싸온 늙은 호박 한 개를 한사코 사양했다. E씨는 “법에 걸리니 큰일난다. 대신 아이는 제가 더 잘 챙기겠다”고 말했지만 “호박이 무슨 뇌물도 아닌데…”라며 서운해하며 쓸쓸히 돌아선 F할머니의 뒷모습에 괜스레 마음이 무거웠다고 했다.
 

옥천군 군북면의 한 할아버지(85)는 지병인 고혈압과 당뇨 상태를 체크하고 한 달 동안 먹을 약을 받기 위해 매월 한 차례 옆 마을에 있는 보건지소를 찾는다. 그곳에 갈 때마다 자신을 반겨주는 직원들이 고맙고 언제나 챙겨주는 게 마음에 걸려 이달 초 약을 받으러 가면서 1만원짜리 비타민 음료를 샀다.

손녀뻘 되는 직원들을 위해 감사의 선물로 음료 상자를 전해주려다 직원들이 김영란법을 문제 삼아 한사코 받기를 거절하는 바람에 승강이 끝에 하는 수 없이 가져갔던 음료를 다시 들고 나왔다.

소정의 선물도 잇달아 신고
시골 인심마저 법으로 심판


그는 할아버지뻘 되는 촌로의 순수한 성의까지 받아주지 않는 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는 “그동안 보건지소에서 건넨 음료만 해도 내가 들고 간 것보다 많다”며 “좋은 취지는 이해하지만 시골 늙은이의 고마운 마음을 전할 수 없게 하는 건 너무한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옥천군의 한 면사무소에선 이장단 회의 뒤 이장과 면사무소 직원들이 따로 식사하는 낯선 풍경이 펼쳐졌다. 이 지역 이장들은 한 달에 한 번꼴로 면사무소에 모여 회의를 한다. 군정 현안을 설명 듣고 건의사항 등을 내놓는 자리인데, 당연히 면장 등 공무원이 배석하고, 회의 뒤에는 자연스럽게 식사자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 면의 이장단협의회장은 “회의가 끝나면 으레 국밥이나 칼국수 한 그릇 하는 자리가 마련되는데, 면 직원들이 부담스러워하는 것 같아 식사는 우리끼리 했다”며 “평소 호형호제하는 사이인데도 갑자기 삭막해진 분위기가 적응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환자나 보호자가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의료진에게 선물하는 음료수나 과일 등도 점차 사라지는 추세다. 의료계에 따르면 김영란법 시행 이후 그동안 ‘정’으로 생각하고 오가던 소정의 선물 등이 차츰 없어지는 분위기다. 제약회사들과 의사들의 만남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특히 대형 제약회사들은 영업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
 

공립 대학병원에 재직하고 있는 직원들은 공무원에 준하는 적용을 받게 되고 사립 대학병원에 재직하는 직원들은 교직원에 준하는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 입원 병동의 모습도 바뀌고 있다.

지역의 한 종합병원에는 정을 담은 사소한 선물이나 다과 등을 의료진에게 건네지 말 것을 당부하는 게시물이 붙었고, 환자나 보호자의 성화에 선물을 받더라도 총무부 등에 신고하는 분위기다. 

울산대병원은 최근 각 병동 게시판에 환자에게 받는 음식물은 무조건 받아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고지했다. 하지만 이를 잘 모르고 빵 등을 건네는 노인 환자들을 설득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일부는 자신의 성의를 무시한다며 역정을 내기도 한다.

한 간호사는 “음식물을 받지 않으면 무안해 하는 환자들 때문에 난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똑같은 간호 업무인데 일반병원은 예외로 인정해주고 대학병원만 법 적용을 받는 등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전했다.

표현할 길 없다

시민들은 사회가 삭막해지는 것을 우려했다. 평소 자연스럽게 이뤄지던 발언조차도 자칫 오해받을 수 있으므로 경계심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계 출신 인사는 “우리 고유의 미풍양속인 ‘나눔의 미덕’마저 모두 범죄시하는 이런 법이 인간관계를 갈기갈기 찢어놓고 있다”고 우려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