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사상최악 전산장애 최원병 리더십 ‘흔들’

고객들은 “내돈 내놔” 회장님은 “직원들 때문”

농협의 뒷목이 뻐근하다. 최근 벌어진 전산장애 사태에 연신 머리를 조아려서다. 이번 사고로 농협의 모든 금융업무가 마비됐다. 사고 발생한 지 며칠이 지나도록 복구도 이뤄지지 않았다. 덕분에 3000만 고객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사상 최악의 전산장애’라고 명명하는 데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농협이 이번 사고의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다보니 내부자 연관설, 해킹설 등 온갖 억측과 의혹이 양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총부리는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의 미간에 정조준 됐다. 다급한 최 회장은 부랴부랴 위기수습용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세인들의 눈초리는 한층 싸늘해졌다. 싸늘하다 못해 얼음장 같다.


정상화 차일피일…정확한 사고 원인조차 밝혀내지 못해
전산망 관리체계 총체적 부실 적나라하게 드러나

농협에 전산장애가 처음 일어난 것은 지난 12일 오후 5시10분이다. 현금자동인출기(ATM) 서비스를 비롯해 인터넷뱅킹, 폰뱅킹 등이 모두 중단됐다. 3000만에 달하는 고객들은 말 못할 불편에 시달려야 했다.

본격적인 문제는 사고 발생 이튿날인 지난 13일 발생했다. 전체 창구거래가 먹통이 된 것. 모든 은행업무가 마비된 셈이었다. 농협은 창구 입출금 거래를 오전 10시까지 복구하기로 했으나 약속한 시간이 훌쩍 지나서도 정상화시키지 못했다. 고객들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농협 각 지점에는 고객들의 항의와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3000만 고객들 발만 동동 굴러


사흘째인 14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농협은 ATM, 인터넷 뱅킹 등 일부 기능을 복구했다고 했지만 정상 작동하지 않았다. 사고 직후 농협은 “12일 저녁까지 복구하겠다”고 호언했으나, 이후 13일 오전, 14일 낮 등으로 시한을 미뤘다. 하지만 사고 나흘째인 15일까지도 신용카드 및 체크카드를 이용한 현금인출 등 일부 서비스는 여전히 정상 가동되고 있지 않다.

이번 사태로 고객들은 금융거래에 큰 차질을 빚어야 했다. 일부 고객은 “농협이 제대로 복구하지 않고 거짓 해명을 낸다”고 비판했다.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전산으로 처리하는 은행권에서 과부하 등에 따른 전산 장애는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지난해 말 강추위에 서버가 동파된 씨티은행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두세 시간 내 복구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농협은 복구는 물론 원인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권은 물론 전산업계에서도 복구가 늦어진 이유와 사고의 배경을 두고 온갖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농협의 전산장애는 중계서버의 운영체제(OS)가 손상돼 벌어진 일이다. 중계서버는 은행 지점에서 보낸 입출금 등의 기록을 메인 원장 데이터베이스(DB)와 백업용 원장 DB에 보내주는 역할을 한다. 이곳의 운영체제가 손상돼 먹통이 되자 모든 전산망이 마비됐다는 게 농협의 설명이다.

농협 중계서버는 수십개의 개별 서버로 구성돼 있다. 한두 개 서버에 문제가 생겨도 나머지 서버들이 잘 작동하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이 모든 서버의 운영체제가 일제히 손상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내부자 혹은 협력사 직원이 고의 또는 실수로 사고를 일으켰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전산업계 관계자는 “아무 일도 안 했는데 한꺼번에 모든 서버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실수든 고의든 무언가 잘못된 프로그램을 설치하거나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 12일 오후 5시쯤 농협 IT본부 분사에 파견된 한국IBM 직원의 노트북에서 IBM 중계서버에 대한 파일 삭제 명령이 내려진 사실이 드러났다. 농협은 이것이 장애를 일으킨 직접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농협의 전산시스템은 IBM과 HP 등 여러 제조사 서버를 사용하고 있지만 IBM 서버 100여대에서만 실행파일이 삭제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의 직원은 “누군가에 의해 노트북을 통해 파일 삭제 명령이 내려졌을 뿐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해명에도 해당 직원을 향한 의심의 눈초리는 여전했다. 이 직원이 의혹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로워 질 수 있었던 건 농협 서버에 접근한 사람이 최고관리자권한(Root)을 취득해 주 서버와 백업서버(재해복구서버)까지 파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내부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 아직 실수인지 고의인지는 파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최고관리자 권한을 취득하고 백업서버까지 파괴한 점으로 미뤄 고의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킹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내부직원 또는 협력사 직원의 실수라고 보기엔 장애의 범위와 피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전산전문가들은 “복수의 시스템에 대해 파일삭제 명령이 내려지고 DR 데이터마저 훼손된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고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의도적 해킹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고객 신용 거래내역 손실돼

농협 역시 해킹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내부자의 PC를 통해 파일 삭제와 서버 파괴 시도가 이뤄졌지만 PC 소유자가 직접 시도한 것인지 외부에서 접근한 해커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밝혀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번 사태를 두고 일각에선 “아무리 협력업체인 한국IBM이 자사 서버에 대한 유지보수를 전담한다 하더라도 전체 전산시스템을 교란하는 파일삭제 명령이 아무런 제지 없이 자유롭게 내려졌다는 것은 그만큼 농협의 IT보안체계가 허술하다는 뜻”이라며 강한 질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가운데 농협의 전산망 관리 체계가 ‘부실덩어리’였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지난 14일 열린 전산장애사태 사과 기자회견에 참가한 농협 관계자들의 입을 통해서다. 이들의 증언은 ‘최고의 은행’을 자부해왔던 농협의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리고도 남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농협은 지난 2004년부터 전산업무의 상당부분을 협력업체에 의존해왔다. 경영효율화라는 명목에서였다. 사고가 발생한 양재동 농협IT본부분사에도 협력업체 직원 1~2명이 농협직원들과 상주하며 전산시스템을 모니터링 해왔다.

문제는 협력업체 직원들은 노트북 PC를 통해 전산시스템을 감시했고, 얼마든지 외부로 이를 반출할 수 있었다는 데 있다. 농협은 노트북PC를 반출입할 경우 정해진 보안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했다. 협력업체 직원들이 보안각서에 서명한 사실도 강조했다. 하지만 외부로 반출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해킹이나 바이러스 오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사람을 믿었다는 게 농협 측의 항변이다. 기술적 문제보다 사람에 대한 관리가 더 큰 금융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농협은 이날 업무를 재개할 때 노트북PC에 대한 보안점검을 실시했는지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문제의 노트북PC가 개인의 것인지, 농협에서 제공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내부자 연관설, 해킹설 등 온갖 억측과 의혹 양산
최 회장, “직원들 말만 믿었다 당했다”며 책임전가


다만 “협력사 직원이 모니터링 할 때 필요한 것을 볼 수 있도록 허가 등록된 PC로 직원들이 보관하고 있다”고 답했다. 개인소유일 가능성에 무게를 실리는 말이다. 문제의 노트북 PC가 외부 인터넷과 연결됐을 가능성에 대해선 “내부만 볼 수 있다”고 답했다. 외부인터넷망과 접속돼 해킹이 이뤄졌을 개연성은 없다는 것이다.

노트북 PC에서 시스템 파일 삭제 명령이 떨어져 사고가 발생했을 당시 문제의 노트북 PC를 누가 보고 있었고, 어떤 상태에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만큼 관리가 소홀했다는 말이다. 하나의 노트북 PC로 320개 서버를 연결해 모니터링 할 수 있도록 한 관리체계 역시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총부리는 농협을 이끌고 있는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돌아갔다. 전산 시스템 관리에 소홀했다는 문책의 화살이 쏟아졌다. 리더십을 의심하는 목소리도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최원병 회장 사건 은폐 의혹도

이에 최 회장은 부랴부랴 사태 수습에 나섰다. 최 회장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에 대한 사과를 “나도 사고 관련 보고를 바로 못 받았다. 곧 복구될 거란 직원들 말만 믿었다가 당했다”며 직원에게 호통을 치는 것으로 대신했다.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오히려 직원에게 책임을 전가한다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최 회장에 따르면 뒤늦게 사고 사실을 전해 듣고 담당 직원에 전화를 걸었다. 최 회장은 “직원으로부터 ‘오늘 밤을 새워서라도 내일 시스템 문제없이 해결하겠다’는 말을 듣고 그렇게 알고 있었다”고 궁색한 변명을 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전산장애 사태에 손을 놓고 있었단 얘기나 다름없다. 사방에서 싸늘한 시선이 꽂혔다.

또 최 회장은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 회장은 “고객정보와 금융거래 원장은 모두 정상이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확인결과, 신용거래 내역이 손실된 것으로 드러났다.

농협은 현재 카드거래 내역과 원장의 거래내역이 맞지 않아 수작업으로 확인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즉, 농협 서버에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의 거래 내역이 손실돼 수작업으로 기록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다. 농협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거래를 재개하지 못하는 것도 이런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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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