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 불가 ‘기생 회사’에 막 퍼준다

[연속기획]‘일감 몰빵’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 (1)영풍그룹-영풍개발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줘 ‘곳간’을 채워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기업일수록 심하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부 대물림’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편집자 주>

재계 순위 41위(공기업 제외)인 영풍그룹은 주력사인 영풍과 고려아연을 양대 주축으로 모두 24개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영풍개발’에 일감을 몰아줘 지배주주의 안정된 부를 축적시키고 있다. 영풍개발은 실적이 대부분 ‘안방’에서 나왔다. 계열사들의 물량을 받는 방식으로 오너일가의 ‘주머니’를 채우고 있다.

‘주머니’ 채우기

1989년 3월 설립된 영풍개발은 건설관리 및 건물관리용역제공을 주요영업으로 하는 건물관리 업체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주주는 영풍문고로 3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1993년부터 영풍개발 이사를 맡고 있는 장형진 영풍그룹 회장의 두 아들 세준·세환씨와 딸 혜선씨는 각각 11%씩 갖고 있다. 오너일가가 1/3을 소유한 회사인 것이다. 나머지는 선대 때부터 동반자 관계였던 고려아연 일가가 나눠 쥐고 있다.

㈜영풍→영풍문고→영풍개발→㈜영풍’으로 이어지는 순환 출자구조를 보면 영풍개발에 미치는 오너일가의 영향력이 더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영풍문고는 ㈜영풍(34%)을 비롯해 장 회장(18.5%), 세준씨(11%), 세환씨(1.5%), 혜선씨(1%) 등이 주요주주다. ㈜영풍은 세준씨(16.89%)가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영풍개발(14.17%), 세환씨(11.15%), 장 회장(1.13%), 혜선씨(0.52%) 등의 순이다.

영풍개발의 규모는 그리 크지 않다. 자본금 5000만원에 직원이 3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적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영풍개발은 지난해 132억9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직원 1명당 4억4300만원을 번 것이다. 영업이익은 16억4000만원, 순이익은 18억6000만원을 기록했다.

영풍개발은 이를 토대로 지난해 주당 3만원씩을 배당금으로 지급했다. 장 회장의 자녀들이 영풍개발 순이익의 상당부분을 챙긴 셈이다. 세준·세환·혜선씨는 지난해뿐만 아니라 2001년부터 매년 주당 3만원의 배당을 받아왔다.

순이익이 많든 적든 배당금은 같았다. 영풍개발은 2001년 11억7000만원, 2002년 6억4000만원, 2003년 5억9000만원, 2004년 4억5000만원, 2005년 41억6000만원, 2006년 5억2000만원, 2007년 15억5000만원, 2008년 11억원1000만원, 2009년 15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계열사 건물관리 도맡아 연 100억대 매출
오너 자녀들 주요주주…98%가 ‘안방실적’

재무구조도 안정적이다. 총자산 2249억4000만원, 총부채 485억2000만원으로 부채율이 약 22%밖에 안 된다. 대기업 부채율이 평균 200% 안팎이란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양호한 수준이다. 영풍개발은 2007년 주당 가치가 가장 높은 비상장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재계전문 사이트 <재벌닷컴>의 분석 결과 영풍개발 주당가치는 300만원이 넘게 평가돼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그룹 계열사들을 제치고 1위에 올랐었다.

문제는 거의 모든 매출이 계열사에서 밀어준 물량이란 사실이다. 영풍개발은 지난해 매출 132억9000만원 가운데 ▲㈜영풍 128억4000만원 ▲영풍문고 1억7000만원 ▲인터플렉스 2000만원 ▲테라닉스 300만원 등 총 130억4000만원을 관계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비율로 따지면 98%가 넘는다. 그룹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이다. 2009년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영풍(118억2000만원), 영풍문고(4억2000만원) 등을 등에 업고 매출 124억8000만원 중 98%에 이르는 122억4000만원이 계열사에서 나왔다.

영풍개발의 ‘식구’ 의존도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매년 늘고 있는 매출을 감안하면 오히려 더 ‘기대는’ 양상이다.

영풍개발이 ㈜영풍, 영풍문고, 코리아써키트, 인터플렉스, 테라닉스, 영풍전자, 시그네틱스 등과 거래한 관계사 매출 비중은 ▲2004년 97%(총매출 111억9000만원-관계사 거래 108억9000만원) ▲2005년 98%(114억3000만원-111억6000만원) ▲2006년 99%(116억7000만원-116억4000만원) ▲2007년 98%(117억9000만원-115억7000만원) ▲2008년 98%(123억8000만원-121억5000만원)로 나타났다. 그전에도 관계사 매출 비중은 97∼99% 수준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97∼99% 밀어줘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영풍그룹 계열사들이 영풍개발에 건물관리를 맡기는 식으로 물량을 몰아줘 지배주주에게 안정된 부를 지원한 거래로 볼 수 있다”며 “영풍개발은 매년 총매출의 거의 100%에 가까운 금액을 계열사들과의 거래에서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풍개발의 지원성 거래는 도무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배짱 거래를 계속하고 있어 아예 계열사 물량을 받으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게 아닌지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영풍 계열사는?>

영풍그룹은 ㈜영풍과 고려아연을 모회사로 모두 24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아연제련업과 인쇄회로기판제조업 등이 주 사업분야다. 총 자산규모는 5조7900억원 정도로 공기업을 제외한 국내 재계 순위 41위다. 2009년 매출 5조1297억원, 순이익 6471억원을 기록했다. 다음은 영풍그룹 계열사 현황이다.

㈜영풍, 고려아연, 알란텀, 엑스메텍, 영풍문고, 인터플렉스, 케이지인터내셔날, 코리아써키트, 클린코리아, 테라닉스, 고려중장비, 서린상사, 서린정보기술, 서린투자개발, 세원텍스타일, 시그네틱스, 영풍개발, 영풍전자, 영풍정밀, 유미개발, 케이지엔지니어링, 코리아니켈, 케이지그린텍, 케이지인바이로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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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