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전남개발공사와 미래에셋컨소시엄이 특혜 논란에 휘말렸다. 미래에셋컨소시엄이 섬에 해양관광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 섬의 다리 건설 비용 대부분을 전남개발공사가 충당하면서부터다. 일각에선 박현주 미래에셋 그룹 회장과 이낙연 전라남도 도지사의 관계를 주목하는 분위기. 둘 모두 파벌형성으로 언론에 한동안 오르내렸던 ‘광주제일고등학교’ 선후배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컨소시엄이 전남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에 최대 1조2000억원 규모를 투자해 호텔과 워터파크 등을 갖춘 아시아 최고 리조트 건설을 추진했다. 전남도는 지난 9일, 도청서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과 이낙연 전남도지사, 주철현 여수시장, 권오봉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청장, 양지문 전남개발공사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여수 경도해양관광단지 투자협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광주일고 인맥
하지만 미래에셋컨소시엄 측에서 수백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 연륙교 건설을 전남도에 요구한 내용이 관철되면서 특혜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미래에셋컨소시엄은 경도 외자유치를 위한 제안 입찰을 통해 경도 골프앤리조트 시설과 부지를 3423억원에 일괄 매입키로 했다. 또 앞으로 5년간 75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호텔, 빌라, 요트마리나, 워터파크, 해상케이블카 등을 갖춘 명품 복합리조트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총 1조원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다.
문제는 7500억원 추가 투자와 관련 경도 연륙교 건설에 전남도가 대부분의 자금을 댔다는 점이다. 전남도는 경도가 경제자유구역에 편입되면 국비 50%와 도비·여수시비·미래에셋컨소시엄 자부담을 통해 연륙교를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륙교는 돌산과 편도 2차선, 길이 1.9㎞ 규모로 예산은 620억원가량이 들어갈 것으로 추정돼 특혜제공이라는 논란이 불거졌다.
섬에 육지를 연결하는 교량이 놓이면 섬 지역의 토지 가격이 폭등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에서 전남도가 굳이 나랏돈을 들여 연륙교를 경도에 세울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전남도민을 위해 써야할 예산을 민간사업자 기반시설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현재 경도는 도선 2대를 통해 육지와 섬을 잇고 있는 상황이다.
대기업 사업에 세금을?…뒷말 무성
박현주 회장-이낙연 지사 관계 주목
미래에셋 측은 특혜 시비가 불거지자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입찰 전 사업 타당성 구상 단계에서 기존처럼 배로 왕복하는 방식으로는 관광객을 수용할 수 없고 시설 건설도 어렵다고 보고 연륙교 건설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다.
이에 따라 연륙교 건설 지원이 있으면 입찰에 참여하겠다는 내용을 제안서에 반영했으며 매각자인 전남개발공사에서 이를 수용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설명이다.
미래에셋의 해명에도 연륙교 특혜시비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않는 양상이다. 일각에선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이낙연 전라남도 도지사의 관계에 주목하고 있다. 박 회장과 이 지사 모두 광주의 명문고로 꼽히는 ‘광주제일고등학교’ 출신이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1977년 광주일고를 졸업했으며, 이 지사는 1970년 졸업했다. 둘 사이는 7년이라는 시간 차가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 그럼에도 광주서 갖는 광주일고의 영향력 때문에 특혜시비에 박 회장과 이 지사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광주일고의 영향력은 광주 지역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일고 출신으로는 박 회장, 이 지사를 비롯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김황식 전 국무총리, 김장수 주중대사, 이용훈 전 대법원장 등이 있다.
그야말로 정·재·계를 아우르는 인맥의 산실로 통한다. 김대중정부 당시에는 최대 파벌을 형성해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다. 특히 MB정부 때 상당한 득세를 하면서 광주민들 사이에 호불호가 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 지역의 한 소식통은 “광주일고의 경우 출신 선후배끼리 밀어주고 끌어준다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연륙교 특혜 시비와 관련 박 회장과 이 지사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고 있는 점이 이 때문이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광주일고에 졸업생이 엄청나게 많은데 일각의 소문은 사실과 동떨어져 있다”며 “연륙교와 관련해 전남도로부터 어떤 특혜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밀고 당기기?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간 거래서 친분이 이용되는 경우가 있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면서도 “나랏돈이 들어가는 사업에는 특혜시비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상식인데 미래에셋·전남도 사이에 특혜논란이 부각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셈 빠른 미래에셋
미래에셋은 셈이 빠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이 손해보는 장사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2015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을 되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던 시기 주 채권단이었던 미래에셋이 1조원이 넘는 매각가를 제시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일각에선 미래에셋이 지나치게 높은 인수가를 제시한 것 아니냐는 말이 시장에 나왔다. 박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광주제일고 선후배 관계였기 때문이다. 당시 광주일고 선배였던 박 회장은 당시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해진다. 결과적으로 7200억원에 매매가가 형성돼 거래를 마쳤지만 둘간 사이에 수많은 말을 남겼다.
미래에셋은 기업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사회적 거부감이 드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미래에셋생명이 기업 오너 2세를 위한 특혜성 프로그램을 운영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김영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래에셋생명이 기업 오너들의 2세, 금수저만을 위한 지나친 특혜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2013년도부터 기업 오너들의 2세만을 대상으로 한 ‘차세대 CEO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특히 미래에셋생명의 차세대 CEO 프로그램은 기업 오너의 2세에 한해 중국 상해로의 무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면서 비난여론이 고조됐다. 미래에셋생명은 자사의 신입 사원 및 신입 보험 설계사 교육 시 VIP 특혜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교육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서민들이 낸 보험금이 금수저들에게 쓰이고 있다”며 “미래에셋생명은 차세대 CEO 프로그램 외 넥스트 리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금수저들을 위한 기회 제공에만 과도하게 힘을 쏟고 있다”고 지적했다.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