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샘표일가 복잡한 가족사

경영권 분쟁…알고 보니 집안싸움?

65년 전통의 ‘간장 명가’ 샘표식품은 내부적으로 바람 잘 날 없다. 끊이지 않는 경영권 분쟁 탓이다. 최대주주인 오너일가는 수년째 2대주주 공격에 시달리고 있다. 지분 차이가 별로 없어 ‘지휘봉’이 아슬아슬하다. 이는 단순히 지분 싸움이 아니다. 이면에 그럴만한 사연이 있다.

샘표식품 경영권은 불안하다. 2대주주의 견제 때문이다. 벌써 5년째다. 2006년 지분이 쪼개진 이래 줄곧 그랬다. 특히 3월 주총시즌엔 더하다. 표 대결이 벌어지는가 하면 소장이 왔다 갔다 하는 ‘이전투구’ 양상이 극에 달한다. 때론 고성이 오가는 촌극도 빚어진다.

이번 주총 때도 마찬가지였다. 샘표식품은 지난달 22일 경기도 이천 샘표공장에서 열린 주총에서 검사인 선임 문제를 두고 2대주주인 우리투자증권의 사모투자전문회사(PEF) 마르스1호와 첨예하게 부딪혔다. 마르스1호 측은 2010년 영업실적 승인과 이사 선임, 이사보수 한도 결정 등에 대해 대부분 반대 의견을 내놨다. 앞서 마르스1호는 샘표식품 경영진을 상대로 위법행위 유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싸움을 걸었다.  

33.4% : 32.98%

표 대결 결과는 샘표식품의 승. 그렇지만 샘표식품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당장 이겼다고 해도 마르스1호의 ‘딴죽’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마르스1호가 내년 2월 정관상 해산일을 앞두고 공격의 고삐를 더욱 당길 것이란 예상도 있다.

5년째 사모펀드 마르스1호와 ‘불편한 동거’ 
툭하면 이전투구…배다른 ‘형제의 난’ 발단


우호지분 확보에 실패하면서 번번이 무릎을 꿇은 마르스1호도 주총 직후 “구체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현재 진행 중인 소송 외에 몇 개의 소송을 더 제기할 계획”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샘표식품은 “마르스1호가 근거 없는 의혹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타협 없이 대응할 것”이라고 맞섰다.

샘표식품에 바람 잘 날 없는 이유가 뭘까. 마르스1호는 왜 샘표식품을 노리는 것일까. 두 가지 의문은 샘표일가의 가족사를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풀린다.

샘표식품은 1946년 고 박규회 창업주가 서울 충무로 지역에 터를 닦아 장류 전문업체로 출발했다. 1959년 서울 창동에 제2공장을 건설하면서 본격적으로 국내 장류 업계의 선두주자로 부상했다.

문제는 박 창업주가 배다른 자식들을 뒀다는 것이다. 박승복 회장과 박승재 전 사장(2006년 10월 작고)이다. 이복형제는 1976년 박 창업주가 별세한 뒤에도 별 탈 없이 샘표식품을 공동 경영했다.

이복형제들 건재?

하지만 박 회장이 1997년 4월 박 전 사장을 해임하는 동시에 대표이사직을 아들인 박진선 사장에게 넘겨주자 박 전 사장 측이 반발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다. 이복형제간 싸움은 일진일퇴의 물밑 지분 경쟁에서 치열한 법정공방으로 비화됐고, 결국 이듬해 8월 주총에서 박 회장 부자가 승기를 잡아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한동안 잠잠했던 경영권 분쟁은 호시탐탐 샘표식품을 노리며 박 회장 일가와 반목을 거듭해오던 박 전 사장 측이 샘표식품 지분을 마르스1호에 넘기면서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박 전 사장 측을 비롯한 ‘박승복 반대파’15명은 2006년 9월 샘표식품 지분 24.1%를 우리투자증권이 설립한 마르스1호에 매도했다. 이중 박승혁·승우·승호씨 등 박 전 사장의 동복형제 일가 9명의 지분은 약 16%가 모두 포함됐다.

마르스1호에 돈을 댄 투자자들의 실체를 두고 설이 분분했다. 일각에선 박 회장 부자에 밀린 이복형제 일가가 마르스1호와 이면계약을 맺어 경영권 회복을 시도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우리투자증권 측은 “이면계약은 없다”고 일축했지만, 펀드의 풍부한 자금을 빌어 상황을 역전시키겠다는 박 전 사장 측의 ‘적대적 M&A’노림수란 시각이 적지 않았다.

마르스1호는 당초 “추가 지분확보나 경영권에 참여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지만, 이듬해 미국현지법인 미스터김치(현 샘표푸드서비스)에 대한 투자의혹 제기를 신호탄으로 서서히 본색을 드러냈다. 게다가 지속적으로 지분 매집에 나서 적대적 M&A 시도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마르스1호는 32.98%(마르스아이엔에스1호유한회사 지분 3.01% 포함)의 샘표식품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진선 사장의 개인 지분은 16.46%. 여기에 그 일가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33.4%가 된다.

양측의 지분차이가 불과 0.42%밖에 안 되는 셈이다. 샘표식품은 “풀무원홀딩스(5.01%) 등 박 사장의 우호지분이 50%를 상회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지만, 단순 비교상 불안할 수밖에 없는 지분구조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샘표식품 경영권 분쟁은 집안싸움이 시초가 됐다”며 “박 회장의 이복형제들이 사모펀드와 관계가 없다 해도 지분을 넘긴 것만으로도 이복형제간 또 다른 분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샘표식품은 그동안 마르스1호의 공격을 모두 막아냈다. 주총 표 대결 전적은 4전4승. 마르스1호는 숱한 의혹과 소송 등을 제기했지만 단 한번도 ‘샘표 철옹성’을 뚫지 못했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는 샘표식품에 언제 ‘평화’가 찾아올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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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