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덕 극치 LIG건설 부도사태 후폭풍

두 얼굴 구씨일가 잘나갈 땐 금둥이 어려울 땐 업둥이

LIG그룹 오너들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였다. 계열사인 LIG건설의 부도를 두고 ‘버렸다’는 비판이 거세다. 잘 나갈 땐 옆에 끼고 으스대다 좀 삐거덕거리자 망설이지 않고 등을 돌렸다.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란 지적이다. 그룹이란 든든한 ‘울타리’를 믿고 돈을 꿔준 금융권과 아파트 계약자만 바보가 됐다. 이 사태를 책임져야 할 오너들은 말짱하기만 하다.

LIG건설 기업회생 신청…대주주 도덕성 논란
투자자 엄청난 손실 나 몰라라 ‘꼬리 자르기’


아파트 브랜드 ‘리가(LIGA)’로 잘 알려진 LIG건설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따르면 시공능력순위 47위(2010년 기준)인 LIG건설은 지난달 21일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단돈 100억원 들여 
3200억 회사‘꿀꺽’

이를 두고 LIG 오너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세간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투자자 등에게 엄청난 손실을 안겨주고 LIG건설을 ‘꼬리 자르기’식으로 버렸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LIG건설 최대주주는 지분 59.16%를 소유한 TAS(티에이에스)다. 나머지는 외국계 투자회사인 넥스젠 캐피탈(16.22%)과 한국증권금융(14.15%) 등이 보유하고 있다.

TAS는 LIG그룹 계열사의 손해사정 서비스와 콜센터 대행업체로 설립됐으나 LIG건설 인수 이후 건설의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다. 이 회사는 LIG일가 2세인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과 그의 동생인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 구 부사장 아들인 창모·영모군 등이 대주주다. 각각 14.31%씩 보유한 이들 4명의 총 지분율은 57.24%다.

구본상 부회장은 구자원 LIG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미국 터프츠대학을 나와 1996년 LG그룹에 입사해 현재 그룹 지주회사인 LIG홀딩스와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 대표이사, LIG손해보험 비상무이사 등을 겸직하고 있다.

구자원 회장과 그의 차남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은 LIG건설 경영에 참여했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사촌인 구자원 회장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LIG손해보험, LIG홀딩스 회장직과 함께 LIG건설 비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있다.

구본엽 부사장은 LIG건설 상근 등기임원에 등재, 사실상 회사 업무를 총괄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2003년 LIG엔설팅에 입사해 2007년부터 LIG건설 부사장을 맡고 있다. 창모·영모군은 올해 9세로 아직 미성년자다. 이들 형제는 2005년 3세 때 TAS 지분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씨일가가 TAS를 통해 LIG건설을 설립한 것은 5년 전이다. TAS는 2006년 건영을 인수해 LIG건영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9년 한보건설을 인수해 LIG건영과 합병하면서 지금의 LIG건설이 됐다.

그러나 설립 과정부터 석연치 않다. 대규모 레버리지(차입)로 건영과 한보건설을 차례로 인수한 것. TAS의 자본금은 1억11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인수가격이 2870억원인 건영을 인수했다. 한보건설은 302억원에 인수했다. 구씨일가가 남의 돈으로 두 회사를 인수했다는 얘기다. 우리은행과 국민은행, 넥스젠캐피탈 등에서 4000여억원을 빌렸다. LIG손해보험 주식과 일부 부동산, LIG건설 주식 등이 담보로 제공됐다.

구씨일가가 동원한 돈은 100억원뿐이다. 결국 단돈 100억원을 들여 3200억원짜리 두 건설사를 ‘꿀꺽’한 셈이다. 인수 이후에도 본인들 자금은 별로 투입하지 않았다. 주로 금융권 돈을 빌려 사업을 꾸렸다.

당장은 문제가 없었다. 건영과 한보건설의 축적된 건설 노하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범LG가의 지원도 등에 업었다.

2006년 418억원이었던 매출은 2009년 2793억원으로 6배 이상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248억원, -687억원으로 적자였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각각 18억원, 3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이 결과 시공능력순위가 100위권 밖에서 2009년 66위를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 47위로 점프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LIG가 건설업에 뛰어들은 2007∼2009년은 건설경기가 활황일 때라 재미가 좋았다”며 “2009년 후반부터 상황이 나빠져 주택경기 침체로 경영이 어려워지자 LIG는 재빨리 ‘꼬리 자르기’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실제 구씨일가는 건설시장에 암운이 드리운 지 2년도 채 안 돼 ‘만세’를 불렀다. 회생 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투자도 더 이상 없었다. 그저 돈 꾸기에 급급했다.

LIG건설은 장기적인 건설경기 침체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에서 총 1000억원가량의 신용대출을 받았고,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에서 8766억원 규모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일으켰다. 이렇게 쌓인 차입 규모가 1조원에 육박한다. 여기에 미분양과 사업 지연이 누적되면서 경영난을 겪다 이번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

찬바람 불자 ‘가위질’
회생·투자 의지 ‘NO’

LIG건설 측은 “기존 사업장과 신규 사업장 모두 자금회수가 안 돼 유동성위기에 직면했다”며 “운영자금을 지속적으로 조달해야 하는데 상황이 녹록치 않아 그룹에서 기업회생절차 결정을 내렸다”고 전했다.

LIG건설 부도 사태는 LIG그룹으로 불똥이 튀었다. 우선 LIG그룹의 ‘꼬리 자르기’에 대해 비판이 거세다. LIG그룹은 LIG건설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그룹 전체에 타격을 우려해 ‘가위’를 들었다. LIG건설의 재무 지원을 거부한 것.

통상적으로 부도 위기에 처한 기업은 채권단과 협의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먼저 추진하고, 실패하면 법원으로 간다. 반면 LIG건설은 그룹이 외면하자 곧바로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더욱이 채권단과 협의도 없이 법정관리 신청을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LIG건설은 부도 직전 기업어음(CP)을 발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주주들이 법정관리를 알고도 투자자들을 속였다는 것이다. LIG건설은 지난 1월부터 3월10일까지 600억∼7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지난달 21일 법정관리를 신청하기 전인 10일엔 42억원의 CP를 발행했다.

올해 LIG건설이 발행한 CP잔액은 1800억원 상당이다. 우리투자증권은 1290억원 규모로 CP를 가장 많이 중계했다. 신한금융투자는 100억여원, 솔로몬투자증권은 30억여원, 하나대투증권은 10억여원 등이다.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 600여명, 그 금액이 580억원에 달한다. CP는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상품이다.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담보가 없는 CP 보유자는 순위에서 밀려 원금을 모두 잃을 수 있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LIG건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대주주인 구씨일가는 LIG건설에 출자한 범위 내에서만 금전적 책임을 지면된다”며 “LIG그룹도 LIG건설과 지분 관계가 직간접적으로 없어 사실상 계열사가 아니어서 부담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LIG그룹과 ‘로열패밀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재나 보유한 계열사 지분 등을 내놓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거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자동차 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신의 삼성생명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적이 있다. LIG그룹과 사촌기업인 LG그룹도 LG카드 사태 때 LG투자증권(현 우리투자증권)을 우리금융에 매각하기도 했다. 효성그룹의 경우 최근 부도 위기에 처한 진흥기업을 그룹 차원에서 지원해 살린 바 있다.

남의 돈으로 인수해 사업
1조 빚 떠넘기고 ‘줄행랑’
‘알면서?’ 부도 10일전 어음 발행
‘책임져!’ 그룹 전체 전방위 압박

LIG건설에 돈을 꿔준 시중은행들은 LIG그룹의 무책임한 법정관리 신청에 당혹스런 표정이다. LIG건설에 일반대출을 해준 은행은 우리은행(370억원), 신한은행(208억원), 하나은행(152억원) 등이다. 이 가운데 신한은행은 일반대출 외에도 PF대출 지급보증이 2035억원에 달해 가장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된다.

은행들은 “LIG건설이 아닌 LIG그룹을 보고 대출을 결정했는데 LIG그룹이 계열 건설사의 자금난을 외면하고 금융권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LIG그룹에 제재를 가할 태세다.

CP 투자자들은 연일 서울 역삼동 LIG 사옥 앞에서 LIG그룹과 오너일가를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대주주가 워크아웃 10일 전에 그런 사실을 모른 채 CP를 팔았다는 것은 부도덕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LIG그룹과 그 일가는 건설 지원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CP 발행을 주관한 우리투자증권 등 증권사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측은 “LIG건설 경영진과 책임 있는 대주주가 법적, 도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까지 가세해 잔뜩 벼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LIG건설 사태가 확산되자 LIG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에 대한 종합검사에 착수키로 했다. LIG그룹은 LIG건설사 외에 LIG손해보험, LIG넥스원, LIG투자증권 등을 주력 계열사로 두고 있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에서 LIG손해보험 등 LIG 계열사의 LIG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물론 계열사간 부당거래 여부 등 전방위적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LIG건설은 지난달 31일 사과문을 냈다. 그러나 대주주 책임 문제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믿고 투자했는데…
이제와서 시치미”

회사 측은 “유동성 위기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고,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해 국민 여러분과 채권자, 협력업체, 분양고객께 심려를 끼쳐 사과 드린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저축은행 구조조정 여파로 금융권이 차입금과 CP에 대한 만기연장을 제한하고 조기회수 압박도 심해 운영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사업장 대부분이 부동산 경기 침체로 투입된 자금이 적기에 회수되지 못했고, 시행사의 지급 보증과 공사대여금이 증가하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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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