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21> 3·22 부동산대책 허실

툭하면 주택정책…부자만 신났다


한 달 간격으로 부동산 정책이 나오고 있어 많은 혼선을 주고 있다. 이번 3·22 부동산 대책은 3월 말로 DTI 규제가 다시 부활된다는 점에서 나온 정책이다. DTI를 부활하는 대신에 취득세 완화 등 세금 감면 쪽으로 가닥을 잡은 셈이다.

‘DTI 완화 종료’거래위축 최소화 주안점
금융건전성+주택시장 살리기 ‘정책조합’

‘주택거래 활성화 방안’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예정대로 종료시키는 데 따른 거래 위축을 최소화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즉 가계부채 증가를 막기 위해 대출 규제를 정상화하는 대신 취득세를 낮춰 거래 비용을 줄이고,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 민간 부문의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금융건전성을 높이면서, 동시에 차갑게 식은 주택시장도 함께 살리는 ‘정책조합(policy mix)’을 선택한 셈이다.

‘금리인상, 유가상승…’
여전히 매매심리 위축

정부는 DTI 규제를 작년 ‘8·29 대책 이전’수준으로 조정했다. 부동산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DTI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정작 DTI를 풀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 활성화에 큰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8·29 대책 이후 신규 주택담보대출은 50조원가량 늘었다. 그러나 순수하게 DTI 자율 적용을 받아서 늘어난 대출액은 7000억원으로 전체 담보대출 증가액의 1.4%에 불과했다. 따라서 DTI 규제 대신 주택 거래세, 즉 취득세(2011년부터 취·등록세 통합)를 더 낮췄다. 취득세를 낮추면 주택 수요자에게 실질 혜택이 돌아가 수요를 촉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취득세는 지방세로 지방자치단체에 중요한 세원이다. 때문에 지방자치단체의 적지 않은 반발도 예상된다.

3·22 부동산 대책에 따라 아파트 분양 전매 제한도 폐지된다. 이번 대책 중에서 가장 파괴력 있는 대목은 ‘분양가 상한제 일부 폐지’다. 강남3구 투기지역을 제외하고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재개발, 재건축단지와 뉴타운 지구 등도 대부분 민간택지에 포함된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의외로 폭발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 상한제와 함께 연동해 운영되는 분양권 전매 제한 제도가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현재 수도권 과밀억제권역의 민간택지에서 공급하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주택은 일정 기간(1∼3년) 분양권을 팔지 못하는 전매 제한을 받고 있다. 민간택지의 경우 상한제가 폐지되면 계약과 동시에 전매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더불어 재당첨금지조항도 자동 폐지돼 당첨 후에도 또다시 청약이 가능해진다. 분양가 상한제가 폐지되면 재개발과 재건축 아파트의 일반분양분 분양가 역시 다소 오를 전망이다. 분양가를 높이면 수익성이 좋아지는 만큼 이들 사업 활성화와 함께 공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택시장이 살아날지 여부다. 정부가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 상한제 폐지, 취득세 감면과 같은 비중 있는 규제 완화책을 내놓았지만, 주택시장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 실시 여부가 여전히 불확실한 데다 DTI 규제의 부활이 금리 인상, 유가 상승 등 국내외 여러 악재와 맞물려 매매심리를 위축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3·22 부동산 대책’에서 서울 강남3구 등 투기지역을 제외한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의 분양가 상한제를 없애겠다고 했다. 상한제가 없어지면 건설사가 분양가를 주변 아파트 시세 또는 그 이상으로 높게 책정할 수 있어 주변 집값까지 끌어올릴 수도 있다. 결국 상한제 폐지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를 부추겨 주택경기가 살아날 수 있다. 그동안 사업성 부족 등으로 진척이 없었던 재개발·재건축 단지와 뉴타운지구 등 대부분의 민간택지 사업이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부산을 중심으로 최근 ‘청약 열풍’이 부는 지방 분양시장의 경우 아파트 공급 증가와 함께 분양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경기도 과천시, 서울 강동구 등 재건축단지와 서울 용산·성동구 등지의 재개발 사업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는 이외로 차분하다. 국내외 경제 여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DTI 규제가 부각되다 보니 투자자들이 상한제 폐지를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취득세 감면도 (DTI 규제 부활로) 자금력이 있는 수요자에게만 해당돼서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미분양 해소 악영향”
지자체 ‘세원 비상’

앞으로 서울에 신규 공급되는 아파트 대부분이 재개발·재건축 물량이라는 점에서 조합이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가능성도 크다. 당초 이달로 예정됐던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사업의 일반분양 일정이 늦춰진 것도 분양가를 높이려는 조합과 이를 낮추려는 건설사 간의 이견 때문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분양가에 웃돈이 붙을 정도로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는 지방에서 분양가 상승이 우려된다”며 “공공택지에 짓는 수도권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는 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4월부터 DTI 환원으로 서울 강남3구 투기지역을 제외한 서울 지역에서 ‘총소득에서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차지하는 비율’은 50%, 인천·경기는 60%를 적용받게 된다. 투기지역인 강남 3구에선 현행처럼 DTI 비율 40%가 그대로 적용된다.

취득세 50%로 낮춰 ‘거래 비용↓’
분양가 상한제 폐지 ‘주택 공급↑’

정부는 DTI를 환원하되 실수요 주택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비거치식’대출에 대해서는 규제를 사실상 완화해 주기로 했다. 기존 DTI 규제에선 분할상환은 5%P, 고정금리/분할상환은 10%P DTI 비율을 확대해주는 가산항목이 있었다.

정부는 여기에 비거치식을 추가로 우대해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엔 10%P까지, 비거치식 고정금리/분할상환 대출엔 15%P까지 DTI 비율을 확대해 주기로 했다. 예를 들어 연소득 5000만원인 사람이 서울 목동에서 주택을 구입하면서 비거치식 고정금리/분할상환(만기 20년, 금리 연 6% 기준) 방식으로 돈을 빌리면 DTI 비율 65%가 적용돼 3억8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된다. 변동금리 일시상환 대출을 받을 때 (DTI 비율 50% 적용, 대출가능액 2억9000만원)보다 9000만원이 더 많다.

또 연봉 1억원인 사람이 투기지역 이외의 서울지역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비거치식 고정금리/분할상환 방식으로 대출을 받으면 변동금리 일시상환 방식보다 3억원 더 많은 8억8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이 같은 우대조치는 이달 중 금융회사 내규를 개정해 4월 이후 신규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부터 적용된다.

정부는 DTI 환원과 비거치식 대출에 대한 우대조치를 통해 상환 능력을 벗어난 과도한 대출을 억제하고 건전한 대출 관행을 정착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별도로 적용되기 때문에 DTI를 기준으로 한 대출 한도가 늘어나더라도 LTV 한도를 초과하는 금액을 빌릴 수는 없다. 정부는 아울러 저소득층의 주택담보대출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DTI 면제 대상인 소액대출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확대하는 조치는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DTI 규제 정상화에 맞춰 취득세(취득세와 등록세가 올해부터 주택 취득세로 통합) 부담을 절반으로 낮춰주기로 했다. 고가주택 취득세 부담이 커 거래가 끊기는 부작용이 심각했다는 비판을 받아들인 것이다. 작년 말과 올해 초 사이에 취득세 부담이 수천만원씩 늘어나면서 거래가 끊겨 ‘주택거래 활성화’라는 부동산 세제 기본 방향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았다.

정부는 지방세인 취득세 세율 감면에 따른 지방세수 부족분에 대해서는 전액 재원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구체적인 지원 기준과 규모에 대해서는 추후 기획재정부 행정안전부 등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에서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다. 참고로 주택 취득세는 전체 취득세의 7.7%가량을 차지하고 있으며 지난해 서울에서만 5000억원 정도가 걷혔다.

10억원 아파트 사면
2300만원 내면 된다

집을 살 때 내는 세금(거래세)은 거래가격이 9억원 이하인 1주택자는 거래가액의 2%, 9억원 초과 1주택자나 다주택자(2주택 이상)는 4%를 각각 세금으로 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지방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고가주택 보유자와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4%로 인상했다. 이로 인해 주택거래가 부진해지자 정부는 취득세 부담을 올해 1년간 한시적으로 절반씩 줄여주기로 했다.

당정은 9억원 이하 주택은 1%, 9억원 초과 및 다주택자는 2%의 세율을 적용하기로 했다.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 심의를 거쳐 시행할 예정이다. 대책이 발표된 다음 날인 3월23일부터 또는 개정안 발효일부터 낮춰진 세율을 적용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 있는 10억원짜리 중대형(전용 85㎡ 초과) 아파트를 구입했을 때 지금은 취득세로 4600만원(지방교육·농특세 포함)을 내야 했다. 하지만 올해 말까지는 이 금액의 절반인 2300만원만 내면 된다.

1주택자이든 다주택자이든 똑같다. 만약 5억원짜리 아파트를 구입했다면 다주택자는 세금이 현행 2300만원에서 1150만원으로, 1주택자는 1350만원에서 675만원으로 각각 줄어들게 된다. 이때 1주택자는 본인 명의의 주택이 1채인 경우(1인 1주택)를 뜻한다. 1세대를 구성하는 가족이 여러 채의 주택을 보유한 경우라도 신규 주택 매입으로 본인 명의의 주택이 1채라면 올해 말까지는 취득세율 1%를 적용받게 된다.

집을 새로 사 본인 명의의 주택이 2주택 이상이 될 경우에는 2%의 세율이 적용된다. 9억원 이하 주택가액을 산정할 때는 신고가격(실거래가)을 기준으로 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신고가격이 9억원 이하라도 국토부 장관이 고시하는 개별주택가격이나 시장·군수가 산정한 개별 및 공동주택 시가표준액이 9억원을 초과하면 2%의 세율이 적용된다. 취득세 납부기한은 주택취득 후 30일 안에 등기하면 등기 때 납부세금의 50%를 선납하고 나머지는 취득 후 60일 안에만 내면 된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상가114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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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