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두 안주인 동병상련 스토리

문지방 넘자마자 똥 밟았다

재벌가 두 안주인이 컴백했다. 둘 다 대형 사건에 얽혀 비슷한 시기에 물러났던 미술관장직을 다시 꿰찼다. 꽤 긴 시간 두문불출했으니 이제 그럴 만하다. 그런데 어째 다들 불편한 표정이다. 민망해설까. 아니다. 사모님들의 복귀 타이밍이 정말이지 기가 막히다.


‘닮은꼴 두문불출’ 홍라희·박문순 미술관장 복귀
‘기막힌 타이밍’ 컴백 동시에 연루사건 다시 회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부인 홍라희씨가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으로 복귀했다. 삼성미술관 리움은 “홍 관장이 지난 16일자로 관장직에 복귀했다”며 “홍 관장은 같은 날 열린 리움의 기획전인 ‘코리안 랩소디’전 개막행사에 관장 자격으로 참석했다”고 밝혔다.

서미 때문에…

이어 “일본대지진 참사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고 공식행사 없이 조용히 복귀했다”며 “퇴임이후 미술계, 문화계 발전차원에서 복귀요청이 많았고 오랫동안 고민하다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홍씨의 컴백은 2년9개월 만이다. 홍씨는 2008년 6월 삼성그룹의 비자금 조성과 경영권 불법승계 등으로 벌어진 특검 당시 이 회장의 경영 퇴진과 함께 리움 관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리움은 관장직을 공석으로 놔둔 채 홍씨의 동생인 홍라영 총괄부관장 체제로 운영돼 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때부터 홍씨의 거취에 시선이 쏠렸다. 미술계엔 ‘홍씨가 곧 복귀할 것’이란 말이 파다했지만, 1년이 지나서야 대형 전시에 맞춰 조용히 복귀했다.

미술계는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침체된 국내 미술계와 화랑가에 활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그 이유다. 홍씨는 미술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국내 아트파워 1위를 지켜왔다. 공교롭게도 홍씨가 관장직에서 물러난 뒤부터 미술시장은 인기 작가들의 작품값 하락과 ‘큰손’들의 작품 구입 중단 등으로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그러나 일각에선 홍씨의 복귀를 두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타이밍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삼성 비자금 사태’ 때 연루됐던 서미갤러리가 최근 오리온그룹 비자금 사건에 휘말려 또 다시 회자되고 있는 탓이다. 홍씨 입장에선 반가울리 없는 소식이다.

검찰은 지난 22일 ‘오리온 비자금’을 털기 위해 서울 용산구 문배동 오리온그룹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 8∼9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오리온그룹 오너일가가 ‘검은돈’을 조성, 미술관을 통해 돈세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 역할을 서미갤러리가 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오너일가와 서미갤러리간 모종의 거래를 의심하고 있다.

서미갤러리는 삼성특검 당시 비자금으로 삼성을 대신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행복한 눈물’을 해외 경매를 통해 샀다는 의혹을 받았다. 최근엔 그림로비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부하를 시켜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구입한 곳으로 지목돼 진땀을 흘리고 있다.

미술관장직을 다시 꿰찬 재벌가 안주인은 또 있다. 바로 박문순씨다.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부인 박씨는 지난 1일 성곡미술관장으로 복귀했다. 성곡미술관은 그전까지 김 전 회장의 누나인 김인숙 전 국민대 교수가 관장을 맡아왔다. 미술계에선 박씨의 복귀 역시 작품 구입과 미술 투자 등으로 이어져 미술시장의 새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박씨의 컴백은 3년3개월 만이다. 2007년 11월 ‘신정아 사건’에 휘말려 관장직에서 물러났었다. 신정아씨의 학력위조 의혹으로 불거진 이 사건은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성곡미술관으로 불똥이 튀었다. 박씨의 미술관 공금횡령이 드러난 것. 박씨는 2009년 1월 성곡미술관 전시회 후원금 등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및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받았다. 이후 두문불출하다 이번에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박씨도 불편한 표정이다. ‘신정아 악몽’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신씨는 지난 22일 자전 에세이 <4001>을 출간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박씨가 복귀한지 한달도 안돼서다.

신씨는 책에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스캔들, 정운찬 전 총리의 부적절한 행위 등의 이야기를 과감하게 담았다. 이 책은 출간 하루 만에 초판 5만부가 모두 출고되는 등 대박이 났다. 신씨가 돈방석에 앉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정아 때문에…

법원은 지난 23일 신씨가 성곡미술관 재직 때 횡령한 것으로 확정판결이 난 부분에 대해 성곡미술관에 1억2975만원을 돌려주라는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지만, 박씨는 반가울리 없다. 신씨가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면서 들추고 싶지 않은 자신의 과거사가 다시 거론되는 바람에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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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