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시멘트 관련 사업을 하려면 공장 부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토지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이다. 그런데 일부 유명 시멘트 업체들이 불법전용을 했다. 고의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불법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관련 당국에 적발돼도 벌금조차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버티고 보자는 식의 '배짱'이 아닌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시멘트 관련 업체는 회사를 운영하려면 대규모 공장 부지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법령을 확인하고 땅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아세아시멘트, 삼표, 아세아레미콘, 한일시멘트 등 국내 대형 시멘트 업체들은 땅을 허가받은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했다.
[아세아시멘트]
국유지 무단사용
아세아시멘트는 1965년 시멘트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난 반세기 동안 시멘트, 레미콘, 드라이몰탈 등 건설의 필수 기초자재 생산으로 분야를 확대했다. 지난해 아세아시멘트가 올린 매출은 4482억원, 영업이익은 580억원에 이르는 중견기업이다.
이훈범 아세아시멘트 사장은 “인간과 환경,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이끄는 아세아시멘트는 사회적 책임을 져버렸다. 아세아시멘트의 토지를 용도에 맞지 않게 바꿔 사용하다 적발된 것. 해명 과정에선 국유지를 무단으로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문제가 된 토지는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 북리 25-2. 해당 토지의 면적은 3696㎡(1118평)이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이 땅은 아세아시멘트가 2010년 12월 9억원에 매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 땅의 지목(용도)은 ‘논’이다.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결과 해당 토지의 일부는 공장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농지법34조’에도 어긋난다. 농지법34조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하는 대상은 건축물의 건축, 토지의 형질 변경 시 개발행위 허가를 받도록 명시한 ‘국계법56조’에도 저촉될 개연성이 있다.
문제가 된 땅은 행정당국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용인시 관계자는 “북리 25-2번지에 대해 용지 불법전용 사항으로 현장확인을 한 결과 불법사항이 확인돼 지난달 말까지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회사 측도 “행정당국으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고 이행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땅은 원상복구 뒤에 다시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어떻게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일까. 사측 관계자는 “회사 앞 국유지를 주차장으로 이용했지만 2개월 전부터 도로가 들어서면서 불가피하게 25-2번지를 주차장으로 이용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행정처분 이후 주차장으로 이용된 부분을 지목에 맞게 되돌려 놓은 뒤 행정처분을 종결했다”며 “이후 주차할 곳이 마땅히 없어 지목변경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과 동시에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는 행정절차상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공장 부지 맘대로 활용 부지기수
별다른 제재 없어 솜방망이 논란
문제는 해명 과정서 사측 관계자가 “토지 이용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구지(국유지)를 점하는 경우가 있다”며 “행정당국도 이를 알고 있지만 자투리땅이라 그냥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는 부분이다. 사실상 행정당국이 불법을 용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용인시 측은 “행정 여건상 불법전용 발견이 어려운 점은 있지만 이를 알고도 묵인하는 경우는 없다. 아세아시멘트 측 해명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삼표기초소재]
목장용지 주차장으로
12개의 계열사, 2600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시멘트업계의 큰 형님 삼표그룹도 불법전용을 한 사실이 드러나 체면을 구겼다. 삼표그룹은 2006년부터 9년동안 1위 자리를 차지하던 유진기업을 제치고 레미콘업계 1위로 올라서는 등 활발히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도 기분좋게 마무리했다. 매출액(연결기준)은 1조1176억원을 시현하며 전년(8899억원) 대비 2277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영향이다. 삼표는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특히 수직계열화를 이루면서 리딩기업으로 거듭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불법전용 사실은 ‘옥의 티’로 남게 됐다. 삼표그룹은 지목이 목장용지인 땅을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문제가 된 지역은 삼표그룹의 기초소재FA 공장이 있는 보령시다. 해당 필지는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영보리 305-17번지로 총 304㎡ 규모다.
삼표그룹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이른바 국계법 56조를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농지법34조’를 어긴 의혹도 제기됐다. 관계 당국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원상복구’ 행정처분을 내렸다.
보령시 관계자는 “삼표그룹 측이 토지형질 변경상 포장행위를 했다. 해당 필지의 불법사실이 확인돼 삼표그룹 측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고 삼표 측이 내용을 이행해 실사 확인 후 행정처분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차장으로 얼마나 이용했는지는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벌금 처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삼표그룹 측은 불법전용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부지를 주차장으로 얼마나 이용했는지 끝내 밝히지 않았다. 문제는 다른 사례와는 달리 해당 필지의 일부를 공장부지와 함께 주차장으로 포장해 고의성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는 ‘걸리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읽힐 수 있다.
실제 삼표그룹 측이 행정 당국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행정당국의 조치는 경찰에 고발하는 방법뿐이라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삼표는 사회적 기업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 기업의 사회적인 의무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삼표의 성수동 레미콘 공장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별다른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삼표가 레미콘 공장을 통해 폐수를 중랑천에 무단 방출한 현장이 적발되면서 성동구청으로부터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삼표그룹은 1977년부터 성수동 1가에 2만8873㎡ 규모의 레미콘 공장을 가동해왔다.
하지만 교통 체증, 소음, 환경 오염 등으로 인해 주민들의 부지 이전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그러나 삼표측은 이전 요구를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에 문제가 되고 있는 레미콘 공장은 4곳인데 2곳이 삼표 공장에 달할만큼 행정 당국과 힘싸움을 벌이고 있는 등 사회적 기업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시멘트]
임야를 공장으로
‘미래와 환경, 그리고 사람이 함께하는 기업을 꿈꾸는 한일시멘트’도 부지를 불법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일시멘트는 전국적으로 시멘트 생산공장인 단양공장을 비롯해 28개의 레미탈, 레미콘, 슬래그시멘트 공장과 유통기지를 거느리고 있다.
매출은 지난해 말 연결 기준으로 1조3773억원(별도 1조436억원)을 기록할 만큼 준수한 실적을 자랑한다.
한일시멘트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인식도 후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주관하는 ‘경제정의기업상’을 여섯 차례나 수상하고 2003년 발명의 날에는 ‘금탑산업 훈장’, 2005년에는 ‘제31회 국가품질경영대회’ 소비자만족상 수상(대통령상)하는 등 국내 각종 기관과 단체로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적발돼도 단순 벌금만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특히 2004년부터 13년 연속 시멘트 산업부문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선정되면서 시멘트 업계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일 시멘트는 해당 부지를 불법전용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러야 했다.
문제가 된 땅은 인천광역시 서구 원창동 산 32-1(임야, 3297㎡)/ 산 33-4(임야, 1183㎡)/ 산32-3(임야, 227㎡)/ 산31-3(임야, 511㎡)/ 산31-2(임야 362㎡) 등 총 5필지다. 지목은 모두 임야이지만 공장을 세우는 등 공업용지로 이용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임야는 산림 및 원야를 이루고 있는 수림지·죽림지·모래땅 등의 토지를 의미하는데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산지관리법제 14조에 따른 산지전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국계법 56조에 저촉 의혹도 동시에 제기됐다. 행정당국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행정처분에 착수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1995년 이전부터 해당 임야 내 물건적치 및 포장해 불법산지전용을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들 부지에 대해 정식으로 산지전용허가를 득해 사용할 수 있도록 우선 계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이 같은 사실과 관련해 행정 절차상의 단순 착오라고 선을 그었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문제가 된 토지에 대해 “일반공업지역으로 용도가 지정돼있으며, 이는 법에 의거 국가가 지정한 용도이므로 그 지목이 무엇이든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장신축의 경우 “준공과 동시에 준공서류에 의거 공장 내의 부지는 모두 허가관청서 공장용지로 변경해야 한다”며 “다만, 변경되지 않았을 시 토지 주인이 변경신청을 해야 하나 변경하지 않는다고 해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어 그대로 방치했다”고 해명했다.
한일시멘트는 해당 부지와 관련된 오류를 행정절차를 통해 바로 잡겠다는 생각이다.
[아세아레미콘]
농지법 위반 확인
‘인간과 환경을 생각하는 것’을 모토로 설립된 아세아레미콘도 불법전용 문제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세아레미콘은 2002년 설립됐다. 사업영역은 일반레미콘, 고강도콘크리트, 특수콘크리트 등이다. 매출규모는 313억원으로 전년(304억원)보다 약 10억원가량 증가했다.
사업이 성장해 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불법전용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세아레미콘의 공장은 세종시와 아산시 두 곳에 있다. 문제가 된 공장은 아산공장이다. 정확한 위치는 충청남도 아산시 음봉면 송촌리 316-15번지. 면적은 989㎡ 규모다.
이 곳의 지목은 ‘밭’이다. 그러나 밭이 들어설 자리에 아세아레미콘 측은 건축자재를 적치하는 등 사실상 밭과는 상관없는 땅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농지법 34조 위반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또 국계법 56조 위반 가능성도 동시에 제기될 수 있다.
감독 당국은 이 같은 불법 사실을 확인하고 행정처분을 내렸다. 아산시 관계자는 “농지법 위반행위가 확인된 316-15번지에 대해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아세아레미콘 관계자는 “시 당국서 실사를 나와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짐에 따라 해당부지를 원상복구를 했다”면서도 “최근 근무자들이 이곳이 밭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공장에 사용되는 자재를 적치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즉 현장 근무자가 토지의 지목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임의적으로 지목과는 다르게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당 필지의 일부는 애초에 공장 부지와 함께 경계선이 그어져 있어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애당초 밭으로 이용될 수 없도록 조성된 땅인 셈인데, 회사 측에서 의도를 가지고 땅을 불법전용 한 것으로 의심이 되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아세아레미콘 역시 벌금 처분 없이 원상복구 명령을 이행하는 정도로 행정처분은 마무리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역경제 살리기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행정당국이 기업을의 불법을 묵인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더욱 더 촘촘한 감시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