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 회사들 불법전용 백태

허가 따로 운영 따로 ‘법 따윈 필요 없어’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시멘트 관련 사업을 하려면 공장 부지가 필요하다. 따라서 토지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이다. 그런데 일부 유명 시멘트 업체들이 불법전용을 했다. 고의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들 업체들은 불법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관련 당국에 적발돼도 벌금조차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 버티고 보자는 식의 '배짱'이 아닌가 의심되는 대목이다.

시멘트 관련 업체는 회사를 운영하려면 대규모 공장 부지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 법령을 확인하고 땅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아세아시멘트, 삼표, 아세아레미콘, 한일시멘트 등 국내 대형 시멘트 업체들은 땅을 허가받은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했다.

[아세아시멘트]
국유지 무단사용

아세아시멘트는 1965년 시멘트 사업을 시작한 이래 지난 반세기 동안 시멘트, 레미콘, 드라이몰탈 등 건설의 필수 기초자재 생산으로 분야를 확대했다. 지난해 아세아시멘트가 올린 매출은 4482억원, 영업이익은 580억원에 이르는 중견기업이다.

이훈범 아세아시멘트 사장은 “인간과 환경, 가치를 소중히 여기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이끄는 아세아시멘트는 사회적 책임을 져버렸다. 아세아시멘트의 토지를 용도에 맞지 않게 바꿔 사용하다 적발된 것. 해명 과정에선 국유지를 무단으로 사용한 정황도 드러났다.

문제가 된 토지는 경기도 용인시 남사면 북리 25-2. 해당 토지의 면적은 3696㎡(1118평)이다. 등기사항전부증명서에 따르면 이 땅은 아세아시멘트가 2010년 12월 9억원에 매입해 사용하고 있다. 이 땅의 지목(용도)은 ‘논’이다.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결과 해당 토지의 일부는 공장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농지법34조’에도 어긋난다. 농지법34조에 따르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하는 대상은 건축물의 건축, 토지의 형질 변경 시 개발행위 허가를 받도록 명시한 ‘국계법56조’에도 저촉될 개연성이 있다.

문제가 된 땅은 행정당국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용인시 관계자는 “북리 25-2번지에 대해 용지 불법전용 사항으로 현장확인을 한 결과 불법사항이 확인돼 지난달 말까지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회사 측도 “행정당국으로부터 원상복구 명령을 받고 이행했다”고 했다.

그러나 이 땅은 원상복구 뒤에 다시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어떻게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한 것일까. 사측 관계자는 “회사 앞 국유지를 주차장으로 이용했지만 2개월 전부터 도로가 들어서면서 불가피하게 25-2번지를 주차장으로 이용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행정처분 이후 주차장으로 이용된 부분을 지목에 맞게 되돌려 놓은 뒤 행정처분을 종결했다”며 “이후 주차할 곳이 마땅히 없어 지목변경 행정처분 절차를 진행과 동시에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경우는 행정절차상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공장 부지 맘대로 활용 부지기수
별다른 제재 없어 솜방망이 논란

문제는 해명 과정서 사측 관계자가 “토지 이용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구지(국유지)를 점하는 경우가 있다”며 “행정당국도 이를 알고 있지만 자투리땅이라 그냥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는 부분이다. 사실상 행정당국이 불법을 용인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용인시 측은 “행정 여건상 불법전용 발견이 어려운 점은 있지만 이를 알고도 묵인하는 경우는 없다. 아세아시멘트 측 해명에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삼표기초소재]
목장용지 주차장으로

12개의 계열사, 2600명의 임직원을 거느린 시멘트업계의 큰 형님 삼표그룹도 불법전용을 한 사실이 드러나 체면을 구겼다. 삼표그룹은 2006년부터 9년동안 1위 자리를 차지하던 유진기업을 제치고 레미콘업계 1위로 올라서는 등 활발히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도 기분좋게 마무리했다. 매출액(연결기준)은 1조1176억원을 시현하며 전년(8899억원) 대비 2277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영향이다. 삼표는 동양시멘트를 인수하면서 몸집을 불렸다. 특히 수직계열화를 이루면서 리딩기업으로 거듭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불법전용 사실은 ‘옥의 티’로 남게 됐다. 삼표그룹은 지목이 목장용지인 땅을 주차장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문제가 된 지역은 삼표그룹의 기초소재FA 공장이 있는 보령시다. 해당 필지는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 영보리 305-17번지로 총 304㎡ 규모다.

삼표그룹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등 이른바 국계법 56조를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농지법34조’를 어긴 의혹도 제기됐다. 관계 당국도 이 사실을 인지하고 ‘원상복구’ 행정처분을 내렸다.

보령시 관계자는 “삼표그룹 측이 토지형질 변경상 포장행위를 했다. 해당 필지의 불법사실이 확인돼 삼표그룹 측에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고 삼표 측이 내용을 이행해 실사 확인 후 행정처분 절차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차장으로 얼마나 이용했는지는 파악이 제대로 되지 않아 벌금 처분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삼표그룹 측은 불법전용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부지를 주차장으로 얼마나 이용했는지 끝내 밝히지 않았다. 문제는 다른 사례와는 달리 해당 필지의 일부를 공장부지와 함께 주차장으로 포장해 고의성을 드러냈다는 점이다. 이는 ‘걸리면 그만’이라는 태도로 읽힐 수 있다.

실제 삼표그룹 측이 행정 당국의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행정당국의 조치는 경찰에 고발하는 방법뿐이라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삼표는 사회적 기업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여 기업의 사회적인 의무를 등한시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삼표의 성수동 레미콘 공장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별다른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삼표가 레미콘 공장을 통해 폐수를 중랑천에 무단 방출한 현장이 적발되면서 성동구청으로부터 조업정지 10일의 행정처분을 받기도 했다. 삼표그룹은 1977년부터 성수동 1가에 2만8873㎡ 규모의 레미콘 공장을 가동해왔다.

하지만 교통 체증, 소음, 환경 오염 등으로 인해 주민들의 부지 이전 요구가 거센 상황이다. 그러나 삼표측은 이전 요구를 구체적인 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에 문제가 되고 있는 레미콘 공장은 4곳인데 2곳이 삼표 공장에 달할만큼 행정 당국과 힘싸움을 벌이고 있는 등 사회적 기업의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일시멘트]
임야를 공장으로

‘미래와 환경, 그리고 사람이 함께하는 기업을 꿈꾸는 한일시멘트’도 부지를 불법전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일시멘트는 전국적으로 시멘트 생산공장인 단양공장을 비롯해 28개의 레미탈, 레미콘, 슬래그시멘트 공장과 유통기지를 거느리고 있다.

매출은 지난해 말 연결 기준으로 1조3773억원(별도 1조436억원)을 기록할 만큼 준수한 실적을 자랑한다.

한일시멘트를 바라보는 사회적인 인식도 후하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주관하는 ‘경제정의기업상’을 여섯 차례나 수상하고 2003년 발명의 날에는 ‘금탑산업 훈장’, 2005년에는 ‘제31회 국가품질경영대회’ 소비자만족상 수상(대통령상)하는 등 국내 각종 기관과 단체로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존경받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적발돼도 단순 벌금만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특히 2004년부터 13년 연속 시멘트 산업부문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에 선정되면서 시멘트 업계의 귀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한일 시멘트는 해당 부지를 불법전용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러야 했다.


문제가 된 땅은 인천광역시 서구 원창동 산 32-1(임야, 3297㎡)/ 산 33-4(임야, 1183㎡)/ 산32-3(임야, 227㎡)/ 산31-3(임야, 511㎡)/ 산31-2(임야 362㎡) 등 총 5필지다. 지목은 모두 임야이지만 공장을 세우는 등 공업용지로 이용한 사실이 적발된 것이다.

임야는 산림 및 원야를 이루고 있는 수림지·죽림지·모래땅 등의 토지를 의미하는데 이를 다른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산지관리법제 14조에 따른 산지전용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한 국계법 56조에 저촉 의혹도 동시에 제기됐다. 행정당국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고 행정처분에 착수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1995년 이전부터 해당 임야 내 물건적치 및 포장해 불법산지전용을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들 부지에 대해 정식으로 산지전용허가를 득해 사용할 수 있도록 우선 계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이 같은 사실과 관련해 행정 절차상의 단순 착오라고 선을 그었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문제가 된 토지에 대해 “일반공업지역으로 용도가 지정돼있으며, 이는 법에 의거 국가가 지정한 용도이므로 그 지목이 무엇이든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장신축의 경우 “준공과 동시에 준공서류에 의거 공장 내의 부지는 모두 허가관청서 공장용지로 변경해야 한다”며 “다만, 변경되지 않았을 시 토지 주인이 변경신청을 해야 하나 변경하지 않는다고 해도 별다른 불이익이 없어 그대로 방치했다”고 해명했다.

한일시멘트는 해당 부지와 관련된 오류를 행정절차를 통해 바로 잡겠다는 생각이다.

[아세아레미콘]
농지법 위반 확인

‘인간과 환경을 생각하는 것’을 모토로 설립된 아세아레미콘도 불법전용 문제서 자유롭지 못하다. 아세아레미콘은 2002년 설립됐다. 사업영역은 일반레미콘, 고강도콘크리트, 특수콘크리트 등이다. 매출규모는 313억원으로 전년(304억원)보다 약 10억원가량 증가했다.

사업이 성장해 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불법전용의 그림자가 드리웠다. 아세아레미콘의 공장은 세종시와 아산시 두 곳에 있다. 문제가 된 공장은 아산공장이다. 정확한 위치는 충청남도 아산시 음봉면 송촌리 316-15번지. 면적은 989㎡ 규모다.

이 곳의 지목은 ‘밭’이다. 그러나 밭이 들어설 자리에 아세아레미콘 측은 건축자재를 적치하는 등 사실상 밭과는 상관없는 땅으로 이용하고 있었다. 농지법 34조 위반이 의심되는 부분이다. 또 국계법 56조 위반 가능성도 동시에 제기될 수 있다.

감독 당국은 이 같은 불법 사실을 확인하고 행정처분을 내렸다. 아산시 관계자는 “농지법 위반행위가 확인된 316-15번지에 대해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고 말했다.

아세아레미콘 관계자는 “시 당국서 실사를 나와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짐에 따라 해당부지를 원상복구를 했다”면서도 “최근 근무자들이 이곳이 밭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공장에 사용되는 자재를 적치한 것”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즉 현장 근무자가 토지의 지목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임의적으로 지목과는 다르게 이용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해당 필지의 일부는 애초에 공장 부지와 함께 경계선이 그어져 있어 이 같은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애당초 밭으로 이용될 수 없도록 조성된 땅인 셈인데, 회사 측에서 의도를 가지고 땅을 불법전용 한 것으로 의심이 되는 대목이다. 결과적으로 아세아레미콘 역시 벌금 처분 없이 원상복구 명령을 이행하는 정도로 행정처분은 마무리됐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지역경제 살리기와 기업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행정당국이 기업을의 불법을 묵인하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더욱 더 촘촘한 감시와 강력한 처벌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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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