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먹는’ 애완동물 천태만상

반려동물도 흙수저냐 금수저냐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1인 가구의 증가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축이 아닌 가족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은 ‘펫팸족’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반려동물에게 비싼 사료를 제공하고 장례를 치러주기도 한다. 하지만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격은 펫팸족들의 주머니를 탈탈 털어간다.

‘펫팸족’은 반려동물을 뜻하는 펫(pet)과 가족을 의미하는 패밀리(Family)가 합쳐진 말로 ‘반려동물을 진짜 가족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한국펫산업협회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따르면, 한국의 펫 비즈니스 시장 전체 규모는 최대 5조원대에 달한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은 1인 가구 증가와 노년 인구가 늘면서 매년 15∼20%씩 성장해왔다. 지난 9일, 농협경제연구소는 ‘애완동물 관련 시장 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반려동물시장 규모가 지난해 1조8000억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2020년에는 6조원 규모로 3배 이상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펫시장 5조원

반려동물업계 관계자는 “1인 가구서 반려동물을 키울 때 아이를 키우는 것 같은 수준으로 애정을 쏟고 있다”며 “자녀에게 투자하듯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소비자들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향후에도 반려동물 시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정식으로 장례를 치러주길 원해 반려동물 장묘업체가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장례비용은 동물 크기에 따라 20만∼100만원 상당이다. 기본적인 화장시설에 운구비, 유골 단지 및 관, 염습 여부, 납골당 안치 여부 등에 따라 추가 요금이 붙는다. 고급 강아지 수의(壽衣)는 100만원이 넘기도 한다.

유골을 응집시켜 반지, 목걸이 등의 악세서리인 ‘반려석’을 만들어 평생 소지하는 사람들도 많다.

한 반려동물 장례업체 관계자는 “반려동물이 죽으면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배출하는 방법도 있지만 키운 정 때문에 제대로 화장을 해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반려석 제작도 평균 30만원 이상에 달하지만 또 다른 형태로 평생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에 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반려동물의 장례 수요가 늘면서 화장을 대행하는 불법업체들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에 따르면, 전국의 동물 장묘업 등록업체는 17곳으로 수요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업계에선 불법 동물 장묘업체가 1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각에선 규제가 과도하고 허가 절차가 까다로워 시설 설치가 힘들고 불법으로 고발당해도 실질적인 제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농림부는 지난 1월 동물 장묘업의 등록과 운영이 용이하도록 시설사업장 개설 시 폐기물시설 ‘설치승인서’를 제출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했다. 그동안 반려동물의 사체는 폐기물관리법상 폐기물로 분류돼 동물 장묘시설이 폐기물처리시설 기준을 따라야 했지만 폐기물이 아닌 만큼 동물보호법을 적용한다는 의미다.

반려 가구당 월평균 13만5632원 지출
업체들 경쟁 치열…고급 바람 부채질

동물 화장이 일반 소각시설로 분류돼 2년 주기로 점검하던 다이옥신 검사를 제외하는 등 검사항목도 합리적으로 조정했다. 정기검사 주기도 완화됐다. 그동안 3개월마다 검사를 했지만 앞으로는 6개월마다 검사한다.

농림부 관계자는 “그동안 반려동물을 폐기물로 처리하는 것에 대해 반감이 많았다. 규제를 완화했으니 동물 장묘업 시설의 설치가 용이해지고 운영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펫팸족들은 공통적으로 가장 많은 돈이 나가는 동물 병원비에 대해 입을 모았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지난달 강원도 춘천서 열린 강원펫페스티벌에서 “개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치료비가 70만원이나 나와 깜짝 놀랐다”고 말하기도 했다.
 

직장인 김모(30)씨는 “4개월 된 개가 아파 서울 반포동의 한 동물병원서 엑스레이 촬영 등이 포함된 진료를 받았는데 14만원을 청구하기에 항의했더니 8만원으로 깎아줬다”며 “부르는 게 값이라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반려동물 보험이 도입돼 있지만 유명무실하다. 보장범위가 질병 상해에 국한된 데다 보험이 적용되는 동물병원도 적어 가입률이 0.01%에 불과하다.

외국에선 병원비는 물론 도난 및 실종, 돌봄 비용 등까지 보장해주고 있다. 일본에선 반려동물의 5% 이상이 보험에 가입돼있다. 새누리당이 지난 총선서 민간 동물보험 활성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실질적인 논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반려동물 펫사료 시장은 매년 가격이 비싼 고급 제품의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다. 여기에 국내업체들이 프리미엄 제품으로 시장 경쟁을 나서면서 펫푸드 시장의 고급화 바람을 부채질 중이다. 업계는 국내 펫푸드시장이 오는 2020년 6000억원으로 지난 2012년(3200억원)의 2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려동물의 사료는 원료의 품질과 가격수준에 따라 오가닉, 홀리스틱, 슈퍼 프리미엄, 프리미엄, 일반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프리미엄 제품인 오가닉, 홀리스틱, 슈퍼 프리미엄 등 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펫푸드는 곡류와 단백질 위주였지만 최근 들어서는 각종 영양성분을 함유한 고급사료나 간식 제품으로 고급화, 세분화되고 있다”면서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펫팸족이 늘어나면서 프리미엄 제품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펫팸족의 심리를 악용한 상술로 반려인들의 비용부담을 증가시키고 더 나아가 계층화 등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반려 가구의 반려동물에 대한 지출액은 지난해 기준 가구당 월평균 13만5632원이며 이 가운데 40.3%인 5만4793원이 사료비와 간식비 등 먹거리 비용이다.

좋은 것을 잘 먹이고 싶은 ‘부모 마음’이 반려동물에게도 이어지면서 이를 악용한 ‘상혼’도 극성을 부린다. 더구나 반려인들 사이에 펫푸드 비용지출 규모에 따른 사회 계층화현상도 발생한다. 일반 사료를 먹이는 반려인을 나쁜 반려인으로 취급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펫사료업계 관계자는 “반려인의 사정에 따라 반려동물 사료를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일부에선 무조건 비싼 사료만 먹여야 한다는 분위기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체계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 보니 같은 제품인데도 유통채널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인 점도 문제다.

치솟는 사룟값

한국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서울, 부산 등 6개 도시지역 대형마트 및 동물병원 등의 온·오프라인을 대상으로 34개 품목의 판매가격을 비교·분석한 결과 가격 편차가 50% 이상 차이 나는 품목은 10개, 30% 이상 차이 나는 품목은 11개로 나타났다.

가격 차이는 최대 108.6%까지 났고, 31개 품목은 대형마트 업체 간 보다 온라인몰 간의 가격 차이가 더 컸다.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반려동물 사료에 대한 올바른 정보가 제공돼 소비자가 가격과 품질을 비교해 주체적으로 사료를 선택하는 소비행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