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타깃 오리온그룹 3대 의혹 막전막후

위기의 부부오너…코너몰린 담철곤 벼랑끝선 이화경


검찰 그룹 본사·계열사 압수수색 ‘수사 급물살’
오너일가 비자금 추적…내사 끝내고 본격 ‘털기’



검찰이 갈고 간 칼을 뽑아들었다. 한 기업, 한 기업씩 베고 있는 검찰의 예리한 칼날이 재계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한화, 태광, C&에 이은 ‘다음 타깃’에 시선이 쏠렸다. 재계는 숨을 죽였다. 바짝 엎드렸다. 사정의 칼끝이 언제 어디로 향할지 몰라서다. ‘어디가 네 번째 제물이 될까….’폭풍전야의 고요도 잠시, 드디어 그 실체가 드러났다. 바로 오리온그룹이었다.

[검찰 추정 비자금 조성 경위]
▲BW 싸게 매입…지분 팔아 시세차익?
▲땅 헐값 매각…돈세탁 후 다시 받아?
▲갤러리 동원…고가 미술품 빼돌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문배동 오리온그룹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 8∼9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뒤지는 것은 부부인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사장의 비자금이다. 담 회장은 출국금지된 상태. 오리온그룹 측은 “비자금 조성은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고 있지만, 이미 사정라인은 가동된 형국이다.

지난해 8월 오리온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국세청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기초적인 자료 검토 등 내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털기’에 나섰다. 검찰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한 편법 지분 확대 ▲청담동 마크힐스 부지 헐값 매매 ▲미술품 거래로 돈세탁 등 세 가지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모두 ‘오리온 비자금’통로로 활용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의혹1}
“얼마나 남겼나?”
10년 전 BW 논란

검찰은 담 회장과 그의 부인 이 사장 등 오너일가가 BW(발행회사의 주식을 우선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 발행을 통해 편법으로 지분을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BW를 저가에 매입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오리온그룹은 10년째 BW 논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논란이 불거진 것은 2000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리온그룹 계열사였던 온미디어는 7년 만기로 14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당시 발행된 신주인수권(warrant·워런트)은 주당 2만5000원(액면가 5000원)씩 온미디어 주식 56만주를 인수할 수 있는 규모였다.

담 회장은 이중 58.9%인 약 33만주의 신주인수권을 2억원 가량에 사들였고, 2005년 6월 16만5000주(총 41억원)의 권리를 행사해 온미디어 지분을 1.4%로 늘렸다. 온미디어는 이듬해 7월 상장됐는데, 공모가는 액면가 5000원짜리 구주 1주에 5만2000원으로 결정됐다.

상장에 따른 주가 상승을 감안하면 담 회장은 불과 1년 만에 엄청난 시세차익을 본 셈이 됐다. 여기에 담 회장은 지난해 6월 온미디어를 CJ그룹에 매각하면서 보유 주식을 주당 7만9200원으로 총 130억원 가량에 매각해 9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남겼다. 5년 만에 200%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것이다.

검찰은 조만간 오리온그룹 임직원과 BW 발행에 관여한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담 회장이 BW 발행으로 지분을 늘리고 시세차익을 거두는 과정에서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오리온그룹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담 회장은) BW를 시세에 따라 적절한 가격으로 구입했다”며 “시세차익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은 이미 금감원과 국세청 조사 등을 통해 대부분 해명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오리온그룹은 앞서 오리온(구 동양제과) BW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오리온은 1999년 5월 1500만달러 규모(74만4437주)의 분리형(채권·워런트 분리) 해외사모 BW를 발행했다. 그러나 담 회장 일가가 외국인에게 배정된 신주인수권을, 그것도 싼값에 매입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경제개혁연대는 2008년 대기업들의 부당주식거래 의심 사례를 발표하면서 “오리온 BW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행된 것인데 담 회장 일가가 BW 행사 가능 주식의 72.3%를 취득했다”며 “지배주주가 지분을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BW를 발행한 불공정 거래를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또 “담 회장과 이 사장은 2004년 4월 신주인수권 행사로 오리온 지분 7.59%를 늘렸다”며 “행사가격은 주당 2만4000원으로 발행 당시 주가 3만원보다 저렴할 뿐더러 행사 당시 주가는 최저 6만1800원에서 최고 7만9500원 수준이었다”고 꼬집었다.

오리온그룹 측은 오리온 BW에 대해서도 “당국의 신고와 허가, 외부 회계 감사를 받는 등 적법한 조치·절차를 거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혹2}
“왜 싸게 넘겼나?”
청담동 땅 미스터리

검찰은 BW 의혹과 함께 부동산 헐값 매매 의혹도 캐고 있다. 오리온그룹이 계열 건설사인 메가마크 소유의 부동산을 시행사에 헐값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메가마크는 지난해 3월 청담동 마크힐스를 완공했다. 19가구 규모의 건물 2개동으로 이뤄진 마크힐스는 분양가만 40억∼70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빌라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혼한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장녀 임세령씨가 펜트하우스층을 매입했다가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불법시공 의혹이 제기된데 이어 담 회장의 비자금 조성설이 흘러나왔다. 오리온그룹은 2006년 7월 물류창고 부지로 쓰던 청담동 땅 두 필지(1755.7㎡·약 530평)를 각각 시행사인 A사와 B사에 매각했다. 오리온그룹 부지 외에 주변 개인 소유의 땅을 확보한 A사와 B사는 공동시행을 맡아 대형빌라 건축 사업을 추진했고, 시공권을 메가마크에 넘겼다.

문제는 땅값이다. 오리온그룹은 창고부지를 A사에 115억원에, B사엔 45억원에 매각했다. 총 매각금액은 160억원 정도로, 3.3㎡당 약 3000만원씩에 판 셈이다. 검찰은 오리온그룹이 부지를 매각할 때 인근 부지의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각하고 차액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보고 있다. 이 지역 부동산 시세는 3.3㎡당 5000만원을 웃돌았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 실제 당시 인근 땅은 3.3㎡당 보통 4000만∼5000만원대에서 많게는 6000만원에 거래됐었다.

주변 땅값 시세가 이같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던 점을 감안하면 오리온그룹이 헐값에 부지를 판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3.3㎡당 1000만원씩 싸게 팔았다고 가정하면 차익은 53억원이 발생한다. 2000만원으로 계산하면 106억원, 3000만원의 경우 159억원의 차이가 난다.

공시지가도 마찬가지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오리온그룹 부지의 공시지가는 2006년 1월 기준으로 3.3㎡당 2217만원이다. 마크힐스 시행사가 3.3㎡당 3800만원에 매입한 인근 땅의 경우 공시지가가 3.3㎡당 1673만원이었다. 오리온그룹 부지 실거래가가 공시지가의 1.4배에 불과한 반면 다른 부지는 2.3배에 이른다는 결론이다.

검찰 관계자는 “(오리온그룹이) 청담동 금싸라기 땅을 엄청나게 싸게 넘겼다고 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비자금을 챙겼다면 당연히 문제가 되고, 아무런 조건 없이 싸게 넘겼다면 배임 혐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시행사 A사와 B사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둘 다 오리온그룹과 연관성이 의심된다. A사는 오리온그룹 부지를 매입한 날 사실상 새로 생긴 회사다. 토지를 매입한 당일 사명을 교체하고 사업목적을 바꿨다. B사는 오리온그룹과 인연이 있는 회사다. 지분을 갖고 있는 특수관계인의 친인척이 흑석동 마크힐스 시행사 대표다. 이 대표는 이 사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그룹 측은 청담동 부동산 매매에 대해 정상 거래였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토지 매각은 정상적인 절차대로 이뤄졌다”며 “절대로 싸게 팔지 않았다. 시세에 맞는 가격에 넘겼다”고 부인했다.

{의혹3}
“갤러리 동원됐나?”
수상한 미술품 거래

검찰은 오리온그룹 비자금이 미술품 거래를 통해 세탁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이번에 국내 유명 화랑인 서미갤러리도 압수수색했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집까지 뒤져 미술품 거래내역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홍 대표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과 홍 대표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관계다. 검찰은 둘 사이에 모종의 거래를 의심하고 있다. 오리온그룹이 청담동 부지로 마련한 돈이 서미갤러리와 그림 거래를 하는 형태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파악해 경위를 확인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오리온그룹 청담동 부지를 사들인 A사는 한달 뒤 서미갤러리에 40억원을 입금했다. 이 40억원이 미스터리다. 오리온그룹이 헐값에 땅을 판 것처럼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40억원을 빼돌려 서미갤러리를 통해 세탁하지 않았냐는 의혹이다.

A사가 미술품 구입 명목으로 서미갤러리에 돈을 지급했고, 이 돈이 다시 오리온그룹 오너일가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경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서미갤러리는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창구인 셈이다.

서미갤러리는 최근 그림로비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부하를 시켜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구입한 곳이다. 2008년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 수사 당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행복한 눈물’의 국내 유통경로로 지목되기도 했다.

오리온그룹 측은 그룹이나 오너일가와 전혀 무관한 거래라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서미갤러리와 미술품을 거래한 것은 시행사지 그룹이나 오너일가가 아니다”라며 “돈 거래도 일체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추적하는 또 다른 미술관은 H갤러리다. 오리온그룹이 H갤러리를 통해 6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오리온에 포장용기를 납품하는 I사는 2005년 3월 55억원에 H갤러리를 설립했다. H갤러리는 서미갤러리에서 80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사들인 뒤 이중 20억원어치만 되팔았다. 60억원 상당의 미술품이 H갤러리에 남아 있어야 하지만, H갤러리는 2008년 폐업하면서 청산소득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60억원이 오리온그룹 비자금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