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타깃 오리온그룹 3대 의혹 막전막후

위기의 부부오너…코너몰린 담철곤 벼랑끝선 이화경


검찰 그룹 본사·계열사 압수수색 ‘수사 급물살’
오너일가 비자금 추적…내사 끝내고 본격 ‘털기’



검찰이 갈고 간 칼을 뽑아들었다. 한 기업, 한 기업씩 베고 있는 검찰의 예리한 칼날이 재계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면서 한화, 태광, C&에 이은 ‘다음 타깃’에 시선이 쏠렸다. 재계는 숨을 죽였다. 바짝 엎드렸다. 사정의 칼끝이 언제 어디로 향할지 몰라서다. ‘어디가 네 번째 제물이 될까….’폭풍전야의 고요도 잠시, 드디어 그 실체가 드러났다. 바로 오리온그룹이었다.

[검찰 추정 비자금 조성 경위]
▲BW 싸게 매입…지분 팔아 시세차익?
▲땅 헐값 매각…돈세탁 후 다시 받아?
▲갤러리 동원…고가 미술품 빼돌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는 지난 22일 서울 용산구 문배동 오리온그룹 본사와 계열사 사무실 8∼9곳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뒤지는 것은 부부인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사장의 비자금이다. 담 회장은 출국금지된 상태. 오리온그룹 측은 “비자금 조성은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고 있지만, 이미 사정라인은 가동된 형국이다.

지난해 8월 오리온그룹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인 국세청의 수사 의뢰를 받은 검찰은 기초적인 자료 검토 등 내사를 마친 뒤 본격적인 ‘털기’에 나섰다. 검찰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한 편법 지분 확대 ▲청담동 마크힐스 부지 헐값 매매 ▲미술품 거래로 돈세탁 등 세 가지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 모두 ‘오리온 비자금’통로로 활용됐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의혹1}
“얼마나 남겼나?”
10년 전 BW 논란

검찰은 담 회장과 그의 부인 이 사장 등 오너일가가 BW(발행회사의 주식을 우선 매입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 사채) 발행을 통해 편법으로 지분을 확대한 것으로 보고 있다. BW를 저가에 매입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것이다.

오리온그룹은 10년째 BW 논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 논란이 불거진 것은 2000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리온그룹 계열사였던 온미디어는 7년 만기로 140억원 규모의 BW를 발행했다. 당시 발행된 신주인수권(warrant·워런트)은 주당 2만5000원(액면가 5000원)씩 온미디어 주식 56만주를 인수할 수 있는 규모였다.

담 회장은 이중 58.9%인 약 33만주의 신주인수권을 2억원 가량에 사들였고, 2005년 6월 16만5000주(총 41억원)의 권리를 행사해 온미디어 지분을 1.4%로 늘렸다. 온미디어는 이듬해 7월 상장됐는데, 공모가는 액면가 5000원짜리 구주 1주에 5만2000원으로 결정됐다.

상장에 따른 주가 상승을 감안하면 담 회장은 불과 1년 만에 엄청난 시세차익을 본 셈이 됐다. 여기에 담 회장은 지난해 6월 온미디어를 CJ그룹에 매각하면서 보유 주식을 주당 7만9200원으로 총 130억원 가량에 매각해 9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남겼다. 5년 만에 200%가 넘는 수익을 올린 것이다.

검찰은 조만간 오리온그룹 임직원과 BW 발행에 관여한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담 회장이 BW 발행으로 지분을 늘리고 시세차익을 거두는 과정에서 회사와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는지를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오리온그룹 측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담 회장은) BW를 시세에 따라 적절한 가격으로 구입했다”며 “시세차익을 통한 비자금 조성 의혹은 이미 금감원과 국세청 조사 등을 통해 대부분 해명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오리온그룹은 앞서 오리온(구 동양제과) BW와 관련해서도 논란이 된 바 있다. 오리온은 1999년 5월 1500만달러 규모(74만4437주)의 분리형(채권·워런트 분리) 해외사모 BW를 발행했다. 그러나 담 회장 일가가 외국인에게 배정된 신주인수권을, 그것도 싼값에 매입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경제개혁연대는 2008년 대기업들의 부당주식거래 의심 사례를 발표하면서 “오리온 BW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행된 것인데 담 회장 일가가 BW 행사 가능 주식의 72.3%를 취득했다”며 “지배주주가 지분을 확대하려는 목적으로 BW를 발행한 불공정 거래를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또 “담 회장과 이 사장은 2004년 4월 신주인수권 행사로 오리온 지분 7.59%를 늘렸다”며 “행사가격은 주당 2만4000원으로 발행 당시 주가 3만원보다 저렴할 뿐더러 행사 당시 주가는 최저 6만1800원에서 최고 7만9500원 수준이었다”고 꼬집었다.

오리온그룹 측은 오리온 BW에 대해서도 “당국의 신고와 허가, 외부 회계 감사를 받는 등 적법한 조치·절차를 거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혹2}
“왜 싸게 넘겼나?”
청담동 땅 미스터리

검찰은 BW 의혹과 함께 부동산 헐값 매매 의혹도 캐고 있다. 오리온그룹이 계열 건설사인 메가마크 소유의 부동산을 시행사에 헐값에 매각하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메가마크는 지난해 3월 청담동 마크힐스를 완공했다. 19가구 규모의 건물 2개동으로 이뤄진 마크힐스는 분양가만 40억∼70억원에 달하는 초호화 빌라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혼한 임창욱 대상그룹 회장의 장녀 임세령씨가 펜트하우스층을 매입했다가 계약을 해지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었다.

하지만 불법시공 의혹이 제기된데 이어 담 회장의 비자금 조성설이 흘러나왔다. 오리온그룹은 2006년 7월 물류창고 부지로 쓰던 청담동 땅 두 필지(1755.7㎡·약 530평)를 각각 시행사인 A사와 B사에 매각했다. 오리온그룹 부지 외에 주변 개인 소유의 땅을 확보한 A사와 B사는 공동시행을 맡아 대형빌라 건축 사업을 추진했고, 시공권을 메가마크에 넘겼다.

문제는 땅값이다. 오리온그룹은 창고부지를 A사에 115억원에, B사엔 45억원에 매각했다. 총 매각금액은 160억원 정도로, 3.3㎡당 약 3000만원씩에 판 셈이다. 검찰은 오리온그룹이 부지를 매각할 때 인근 부지의 시세보다 훨씬 낮은 가격에 매각하고 차액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고 보고 있다. 이 지역 부동산 시세는 3.3㎡당 5000만원을 웃돌았다는 게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 실제 당시 인근 땅은 3.3㎡당 보통 4000만∼5000만원대에서 많게는 6000만원에 거래됐었다.

주변 땅값 시세가 이같은 수준으로 형성돼 있던 점을 감안하면 오리온그룹이 헐값에 부지를 판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3.3㎡당 1000만원씩 싸게 팔았다고 가정하면 차익은 53억원이 발생한다. 2000만원으로 계산하면 106억원, 3000만원의 경우 159억원의 차이가 난다.

공시지가도 마찬가지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오리온그룹 부지의 공시지가는 2006년 1월 기준으로 3.3㎡당 2217만원이다. 마크힐스 시행사가 3.3㎡당 3800만원에 매입한 인근 땅의 경우 공시지가가 3.3㎡당 1673만원이었다. 오리온그룹 부지 실거래가가 공시지가의 1.4배에 불과한 반면 다른 부지는 2.3배에 이른다는 결론이다.

검찰 관계자는 “(오리온그룹이) 청담동 금싸라기 땅을 엄청나게 싸게 넘겼다고 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비자금을 챙겼다면 당연히 문제가 되고, 아무런 조건 없이 싸게 넘겼다면 배임 혐의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시행사 A사와 B사도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둘 다 오리온그룹과 연관성이 의심된다. A사는 오리온그룹 부지를 매입한 날 사실상 새로 생긴 회사다. 토지를 매입한 당일 사명을 교체하고 사업목적을 바꿨다. B사는 오리온그룹과 인연이 있는 회사다. 지분을 갖고 있는 특수관계인의 친인척이 흑석동 마크힐스 시행사 대표다. 이 대표는 이 사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그룹 측은 청담동 부동산 매매에 대해 정상 거래였다고 해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당시 토지 매각은 정상적인 절차대로 이뤄졌다”며 “절대로 싸게 팔지 않았다. 시세에 맞는 가격에 넘겼다”고 부인했다.

{의혹3}
“갤러리 동원됐나?”
수상한 미술품 거래

검찰은 오리온그룹 비자금이 미술품 거래를 통해 세탁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검찰은 이번에 국내 유명 화랑인 서미갤러리도 압수수색했다.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집까지 뒤져 미술품 거래내역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홍 대표를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과 홍 대표는 평소 친분이 두터운 관계다. 검찰은 둘 사이에 모종의 거래를 의심하고 있다. 오리온그룹이 청담동 부지로 마련한 돈이 서미갤러리와 그림 거래를 하는 형태로 흘러들어간 정황을 파악해 경위를 확인 중이다.

검찰에 따르면 오리온그룹 청담동 부지를 사들인 A사는 한달 뒤 서미갤러리에 40억원을 입금했다. 이 40억원이 미스터리다. 오리온그룹이 헐값에 땅을 판 것처럼 다운계약서를 작성하는 수법으로 40억원을 빼돌려 서미갤러리를 통해 세탁하지 않았냐는 의혹이다.

A사가 미술품 구입 명목으로 서미갤러리에 돈을 지급했고, 이 돈이 다시 오리온그룹 오너일가에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경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서미갤러리는 오리온그룹의 비자금 창구인 셈이다.

서미갤러리는 최근 그림로비 의혹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부하를 시켜 최욱경 화백의 그림 ‘학동마을’을 구입한 곳이다. 2008년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 수사 당시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 ‘행복한 눈물’의 국내 유통경로로 지목되기도 했다.

오리온그룹 측은 그룹이나 오너일가와 전혀 무관한 거래라고 일축했다. 회사 관계자는 “서미갤러리와 미술품을 거래한 것은 시행사지 그룹이나 오너일가가 아니다”라며 “돈 거래도 일체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추적하는 또 다른 미술관은 H갤러리다. 오리온그룹이 H갤러리를 통해 60억원 상당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 중이다.

오리온에 포장용기를 납품하는 I사는 2005년 3월 55억원에 H갤러리를 설립했다. H갤러리는 서미갤러리에서 80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사들인 뒤 이중 20억원어치만 되팔았다. 60억원 상당의 미술품이 H갤러리에 남아 있어야 하지만, H갤러리는 2008년 폐업하면서 청산소득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60억원이 오리온그룹 비자금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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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