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A호텔 비자금 추문

회삿돈으로 세컨드 관리 ‘간큰 회장님’

[일요시사=김성수 기자]서울 유명호텔인 A호텔이 지저분한 추문에 휩싸였다. 오너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인데, 더 시선을 끄는 부분은 그 이유다. 호텔 측은 직원들 입단속에 나서는 등 사실 여부를 떠나 외부로 샐라 꼭꼭 숨기고 있다. 무슨 내용이기에 이리도 노심초사일까. 그 소문을 따라가봤다.

피트니스센터 회비로 ‘검은돈’ 조성 의혹
후처 헤픈 소비벽 감당…처남이 작업 주도

A호텔은 지난해 피트니스센터의 리노베이션을 추진했다. 거액을 들여 대대적인 리모델링 작업에 나설 계획이었다.

호텔 측은 당시 “피트니스 회원들에게 최상급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면 개보수 및 증개축 공사를 실시한다”며 “다른 특급호텔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의 최고급으로 재탄생할 것”이라고 밝혔다.

‘눈먼 돈’ 챙겨

그러나 이 공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회원들이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리모델링이 연회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이유로 공사를 반대했다. 실제 A호텔은 연회비 인상안을 만지작거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리모델링 기간 동안 다른 센터를 이용해야 하는 등의 불편을 겪어야한다는 점에서 회원들이 반기를 들었다.

회원들이 비상대책위원회까지 꾸려 법적 대응에 나설 기미를 보이자 호텔 측은 한발 물러섰다. 피트니스센터 리모델링 작업을 보류한 것.

A호텔 관계자는 “회원들의 반대로 피트니스센터 리모델링을 일단 연기했다”며 “그렇다고 완전히 중단한 것은 아니다. 회원들의 동의를 얻은 뒤 다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유명 호텔 피트니스센터에서 연회비 인상을 놓고 잡음이 들리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법적 소송을 벌이는 등 호텔과 회원들 간에 심각한 마찰을 빚는 곳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그러나 A호텔의 사례는 좀 다르다. 양측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지저분한 추문이 새어나왔다.

우선 오너의 비자금 조성 의혹이 제기됐다. A호텔 오너가 피트니스센터 자금을 유용해 ‘쌈짓돈’으로 쓰고 있다는 것이다. 연회비로 운영되는 이 피트니스센터의 수익은 연간 수십억원에 이르는데, 이중 일부를 오너가 챙기고 있다는 소문이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떠돌고 있다. 현금으로 결제한 ‘눈먼 돈’을 활용했다고 한다.

한 회원은 “A호텔이 공사를 내세워 연회비를 올리려던 것은 오너의 비자금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의심된다”며 “할인혜택을 주면서 현금결제를 유도하는 것도 비자금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A호텔을 둘러싼 소문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은 비자금 조성 이유다. 오너는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로비용으로 쓴 것도 아니다. 비자금은 다름 아닌 후처의 용돈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요지는 이렇다. A호텔 오너는 전처와 이혼하고 ‘세컨드’였던 여성과 재혼했다. ‘된장녀’에서 재벌가 안방마님 자리를 꿰찬 두 번째 부인은 사치가 심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명품을 사들였고, 차 바꾸기를 밥 먹듯 했다.

아무리 재벌이라고 해도 헤픈 소비벽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란 후문. A호텔 오너도 마찬가지였다. 오너는 사업해서 번 돈으론 더 이상 스폰할 수 없어 가장 만만한(?) 피트니스센터의 자금을 빼돌려 ‘검은 돈’을 조성하기 시작했고, 이도 모자라 공사를 통해 더 큰 돈을 챙기려 했다는 것이다. 이는 그만큼 오너가 후처에 매달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피트니스센터 리모델링과 비자금, 그리고 오너의 후처 문제는 또 다른 비화로 이어진다. 이들 세 가지 추문과 직결되는 B씨에 관한 얘기다.

B씨는 피트니스센터 책임자로, 이번 공사를 추진한 장본인이다. 회원들은 호텔에 B씨의 퇴진을 강력히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호텔은 B씨를 자르지 않는 대신 공사와 연회비 인상 철회로 급한 불을 껐다.

사정기관 내사중

호텔이 당초 계획을 접으면서까지 직원을 보호한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알고 보니 B씨는 오너 후처의 동생이었다. 오너의 처남을 어쩔 수 없었던 호텔의 난감한 입장이 읽힌다. 이를 안 일부 회원들은 B씨가 비자금 조성 작업을 맡았고, 그 내역을 깊숙이 알고 있다고 지목한 상황이다.

A호텔 측은 이런 추문을 일축했다. 일일이 대응할 일고의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호텔 관계자는 “피트니스센터의 리노베이션 추진 과정에서 이런저런 터무니없는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알지만 하나같이 모두 사실이 아니다”라며 “극히 소수의 회원들이 일방적으로 퍼트린 헛소문으로, 허위 사실 유포자들에 대한 법적 대응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A호텔 의혹은 현재 사정기관에서 내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의 횡령과 비자금 조성 부분이 초점. 일단 첩보를 입수한 상태로 혐의를 입증할 만한 정황과 증거 등을 수집하고 있다. A호텔 오너의 비리와 이에 딸린 복잡한 사생활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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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