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 1팀] 박호민 기자 = 김영식 천호식품 대표가 코너에 몰렸다. 그의 손가락이 문제였다. 촛불집회를 비하하는 듯한 내용의 게시물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는 사과를 했지만 성난 민심은 수그러들 기미가 없다. 그는 어떤 사람인가. <일요시사>가 정리했다.
“남자한테 좋은데,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는 광고 카피로 자신의 이름을 알린 김영식 천호식품 대표가 구설에 올랐다. 지난 4일, 자신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에 올린 게시물이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그는 누구인가
해당 게시물은 “나라가 걱정됩니다”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김 대표는 해당 글에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걱정이 많이 됩니다”라면서 “촛불시위 데모 등 옛날 이야기 파헤치는 언론 등 왜 이런지 모르겠습니다. 국정이 흔들리면 나라가 위험해집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대규모 집회를 일으키거나 집회에 가담한 자는 모두 폭도”라는 내용이 담긴 영상을 업로드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해당 게시글이 알려지자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전국민적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접근하고 있는 촛불집회를 ‘폭도’로 규정해버린 김 대표를 향한 분노는 당연한 결과로 풀이된다. 분노의 강도는 거셌다.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네티즌을 중심으로 그를 질타하는 게시글이 쏟아졌으며, 급기야 천호식품 불매운동으로 번졌다.
결국 그는 사과해야 했다. 김 대표는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우연히 접하게 된 동영상을 올렸고 내용을 파악하고 제 의도와 다르게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 많아 바로 내렸지만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과 뒤에도 성난 민심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천호식품를 이끌고 있는 김영식 대표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물음에 눈길이 쏠리고 있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업계서 기인으로 통하는 김 대표는 1951년생으로 경남 고성서 태어났다. 1974년 군 제대 후에는 학습지 사업을 시작해 뛰어난 사업수완을 발휘 한 달에 300만원을 벌었다. 그는 더 큰 성공을 위해 냄새가 나지않는 향균신발 깔창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1980년 세계금연의 날을 계기로 금연파이프 사업을 시작했다. 부족한 사업자금을 메우기 위해 군납품용으로 만들어졌다가 불량이 난 볼펜으로 금연파이프를 만들어 팔아 사업을 성공시켰다. 1980년 당시 공무원 월급이 4만원 정도였는데 하루 최대 100만원을 벌만큼 사업이 안정적인 수준에 이른 것이다. 하지만 유흥에 빠진 그는 나락으로 떨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그는 재기를 위해 1984년 저주파 치료기 생산을 시작으로 건강사업을 벌였다. 천호식품의 원년이 된 셈이다. 2년 뒤 그는 왼쪽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한 뒤 치료에 차도가 없던 와중에 달팽이를 먹고 치유가 되자 달팽이 진액 개발에 나섰다.
하지만 판매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서 그는 특유의 사업수완을 발휘한다. KBS를 드나들며 PD들에게 “달팽이 왔다 갑니다”라고 ‘얼굴도장’을 찍으며 자신의 제품을 홍보한 것이다. 결국 그의 제품이 <6시 내고향>에 소개된 이후 성공가도를 달렸다.
집회 비하하는 게시물 올렸다 뭇매
바로 사과했지만 성난 민심 그대로
하지만 무리한 사업확장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1994년 1월 부산서 현금 보유 기준 100명 안에 포함될 정도로 사업이 성장하자 그는 서바이벌 게임 사업, 찜질방 체인 사업, 황토방 체인 사업 등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했다.
결국 그는 1997년 IMF을 맞으면서 무일푼으로 전락하게 된다. 자살까지 생각한 그였지만 ‘한 번 더 잘해보자’라는 마음을 먹고 심기일전했다.
거리 홍보는 물론 식당, 승용차, 낯선 건물 심지어 비행기 안까지도 그는 홍보를 위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상황은 드라마틱한 반전이었다. 1998년 1100만원, 1999년 1월 5억원, 6월 9억6000만원까지 매출이 늘어난 것이다.
1999년 6월에는 ‘사슴한마리’라는 건강식품으로 연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며 거짓말처럼 과거의 명성을 되찾았다. 그는 방송 CF에도 등장해 “남자한테 좋은데, 어떻게 설명할 방법이 없네”라는 광고 카피로 천호식품을 유명 건강식품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는 마케팅의 귀재로 통한다. 그 자신도 마케팅 전문회사 ‘김영식마케팅랩’을 설립할 만큼 마케팅에 자신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2년 전부터 행운을 바라는 마음으로 매주 로또 복권을 200장씩 구매해 만나는 사람마다 복권을 나눠주고 있다. 최근에는 나눠주고 남은 로또 가운데 2등 당첨이 있어 출산지원장려금으로 기부를 해 회사의 이미지를 제고하기도 했다. 출산지원은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복지사업이다.
2007년 그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첫째 아이를 낳으면 100만원, 둘째 아이는 200만원, 셋째를 낳은 직원에게는 일시불로 500만원을 주고 24개월 동안 30만원씩 총 1220만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셋째를 낳는 직원이 많지 않자 대상을 국민으로 넓혔다.
두 번째 아이를 낳고 임신을 하지 않은 상태서 그가 운영하는 인터넷카페 ‘뚝심카페’에 ‘셋째 아이를 낳겠다’고 신청을 한 뒤 세 번째 아이를 낳으면 200만원씩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10억원가량의 출산 장려금이 셋째 아이를 낳은 455개 가정에 전달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소비자에게 천호식품은 사회적인 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각인됐다. 그의 마케팅이 성공을 거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촛불집회 비하 사건으로 천호식품은 큰 위기에 봉착했다. 일각에선 그의 돌출 발언이 마케팅 수단이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김 대표의 의도는 불분명하지만 국민으로부터 불매운동이라는 역풍을 맞으면서 타개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불매운동 확산
재계의 한 관계자는 “CEO가 회사의 이미지를 알리려고 대내외 활동에 적극적인 경우 대부분의 회사 이미지 개선에 도움이 되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회사에 타격을 입히는 경우가 있다”며 “특히 회사의 얼굴을 자청한 김 대표의 경우 촛불집회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불가피하게 됐다”며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성난 민심을 달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donky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자라도 촛불집회 논란
이봉진 자라리테일코리아 사장이 촛불집회 관련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23일 인터넷커뮤니티에 따르면 이봉진 자라리테일코리아 사장은 한 대학교 특강에서 “여러분이 시위 나가 있을 때 참여 안 한 4900만명은 뭔가를 하고 있다. 여러분의 미래는 여러분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불거지자 이 사장은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비하한 것이 아니었다”며 “저 역시 지금의 정치 상황이 매우 부당하고 우리 모두에게 불행한 사태며 정의를 바로 잡기 위한 집회나 국민운동은 정당하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이어 “집회에 참여한 분들이 100만명이지만 나머지 4900만명은 같은 시간대에 각자 자기 위치에서 일하거나 공부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며 “감정이나 분위기에 지나치게 휩쓸리지 말고 학생은 자신의 본업인 공부를 열심히 해야 미래 목표를 잘 설정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고 덧붙였다.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