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발칙한 그녀 손예진

눈물의 여왕에서 유부녀 전선을 거쳐 소매치기까지, 배우 손예진은 늘 모든 것을 보여줄 듯하면서 많은 것을 감췄다. 은근하지도 도발적이지도 않으면서 경계선에 놓여있는 그녀의 매력에 대중은 항상 강력하게 반응했다. 오는 23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감독 정윤수)는 손예진의 이런 매력에 온전히 기댄 영화이다. 아내가 다른 남자와 또 한 번 결혼한다는 발칙한 상상력을 스크린에 옮기기에 사랑스러운 여인 손예진이 필요했다. 양다리가 아닌 두 남편을 두는 여인. 자칫 남자들에게 뭇매를 맞을 수 있는 여인을 연기한 손예진을 만났다.

“남자들에게 뭇매 맞을 각오했지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의 원작은 제2회 세계문학상에 당선됐던 동명소설로 출판됐을 당시 사회적으로 제법 이슈가 되었다. 남편을 사랑하면서 또 다른 남자와 결혼한 여주인공의 대담한 사랑은 여성독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며 인기를 끌었다. 화제의 소설 <아내가 결혼했다>가 영화로 제작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과연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고 해도 포기할 수 없는 매력의 소유자 인아 역을 누가 맡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그리고 영화 기획이 본격화되면서 당장 충무로 여기저기서 손예진의 이름이 가장 먼저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손예진을 적극 추천한 이유는 가지각색. 하지만 단 한 줄로 요약하면 ‘매력이 넘치는 정상급 스타면서 변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일한 다작 배우’였다.

‘스포트라이트’ 흥행부진 ‘섭섭’
“처음에 많은 사람들이 저를 추천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과연 이게 칭찬인지 욕인지 헷갈렸어요.(웃음) 주위에서도 ‘네가 감당할 수 있겠냐? 너무 발칙한 역할이다’며 만류를 많이 했어요.”
비운의 청순가련한 여인부터 게걸스럽고 보이시한 매력의 캐릭터까지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다양한 인물을 소화한 손예진이지만, 영화의 파격적인 설정으로 인해 “처음으로 완벽한 이해 없이 연기한 것 같다”며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보통 촬영에 들어가지 전 인물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몰입하는 타입인데 이번 영화는 이해하기 어려운 설정이어서 애먹었죠. 결혼하고 나서 새로운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까지는 인정할 수 있는데 결혼까지 하겠다는 심리는 이해할 수 없었어요.”
드라마 <연애시대>,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외출> 그리고 <아내가 결혼했다>까지 손예진은 모두 결혼한 유부녀 역할이었다. 공교롭게도 손예진이 결혼한 역은 호평과 흥행이 뒤따랐다.
“몰랐어요.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하다보니까 그렇게 됐어요. 그럼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결혼을 두 번했고 거기다 남편도 두 명이니까 두 배 이상으로 흥행하겠어요. 벌써부터 기대돼요.”(웃음)

두 명의 남편 둔 통통 튀는 애교녀 열연
영화 촬영하며 결혼 생활에 대한 고민도

2008년 상반기, 손예진은 또랑또랑한 말투와 눈빛으로 마이크를 들고 카메라 앞에 섰었다. 방송국 보도국 안에서 고군분투하는 기자들의 하루하루를 리얼하게 담아낸다는 점에서 초반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던 드라마 <스포트라이트>. 하지만 드라마가 종영될 때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아 손예진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PD의 데뷔작, 촬영 중 드라마 작가 교체, 흔히 말하는 쪽 대본의 날림, 하루도 마음 편할 수 없었던 빠듯한 촬영 강행군….
“드라마가 결과적으로 부진해 서운했어요. 솔직히 안타까운 마음도 물론 있었죠. 감독님이 연출이 처음이라 딜레마도 있었고 작가도 바뀌면서 흐름이 많이 바뀐 것 같아요. 하지만 들리는 소문들과 달리 촬영 현장 분위기는 전혀 나쁘지 않았어요. 정말 좋았어요. 배우, 스태프들 잠 못 자가면서 일해도 너나 할 것 없이 웃으면서 서로에게 힘을 주면서 촬영을 끝냈어요. 만약 그런 호흡까지 없었다면 드라마 나오기가 힘들었겠죠.”

재벌 2세와 열애 “NO”
그는 <아내가 결혼했다>를 찍으면서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아졌다.
“결혼을 하겠다는 것보다 결혼 생활에 대한 고민이 절실해졌어요. 과연 결혼이란 무엇일까. 환상이 있었다면 그 환상에 대한 고민도 해요. 아직도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어요.”
손예진은 특별한 스캔들은 없었으면서도 재벌가 자제와 사귄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았다. 요즘에는 파파라치가 쫓고 있다는 소문도 들리고 있다.
“관심 없어요. 아마도 연예인들이 화려하고 ‘그런 사람들과 만나지 않을까’라는 일반적인 생각이 있어서 그러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 번도 그런 분들과는 만난 적이 없어요. 오히려 세상에 책임이 많은 분들과는 못 사귈 것 같아요.”
그가 사랑을 한다면 지금까지 영화와 드라마에서 보여준 수많은 사랑 중 어떤 사랑을 할지 궁금해진다. 손예진이 생각하는 ‘미래의 남자’는 어떤 남자일까.
“매번 때때로 달라지는 것 같아요. 뭐라고 단정 짓기 어려운데 어떤 때는 친구처럼 나를 이해해줬으면 좋겠어요. 연기자다 보니 생각도 복잡하고, 감성적이잖아요. 아무 이유 없이 슬픈데 남자친구가 문득 전화해 줬으면 하는 생각. 굳이 설명 안 해도 새벽 3시쯤 뒤척이고 있는데 전화를 해 ‘뭐해’라고 물어준다면 누구라도 넘어갈 것 같아요.”

글 유병철 기자·사진 송원제 기자 /ybc@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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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