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저축은행 이중 영업 의혹 <추적>

멀쩡한 금융사가 고리사채업 ‘딱 걸렸다’

저축은행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사정기관이 한 저축은행을 예의 주시하고 있어 주목된다. 오너의 비리 정황을 잡고 내사에 나섰다.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 역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안 그래도 ‘저축은행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인 서민들로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사정기관 ‘오너 비리’ 포착…첩보 입수해 내사
차명으로 사설 대부업체 운영 “불법 대출 중개”

저축은행 연쇄 영업정지 사태가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이 대부분 ‘없는’ 서민들이라 더욱 그렇다. 금융당국은 여기까지라고 장담했지만, 그 불똥이 어디까지 튈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피 같은 돈’을 언제 날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비자금 조성 추적

이 와중에 사정기관이 최근 A저축은행 오너의 비리를 포착해 관련 혐의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가 차명으로 대부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에 착수한 것.

사정기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오너는 회사 임원 출신인 자신의 최측근 명의로 사설 대부업체를 차려놓고 대출 중개를 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금융 소외계층을 상대로 사채업을 해 돈을 챙겼다는 것이다.

A저축은행에 찾아온 고객이 신용불량으로 대출이 불가능하면 담당 직원이 오너의 차명 대출업체를 소개해 주는 식으로 영업이 이뤄졌다는 게 사정기관 관계자의 전언이다. 당장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대부업체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저축은행은 은행보다 여신 절차 문턱이 낮지만 신용 등급과 소득, 채무 상황 등의 자체 심사 기준이 있다. 아무리 신용이 엉망이라도 상대적으로 대부업체에선 쉽게 대출할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사정기관은 2009년 1월 연이자 상한선을 60%대에서 40% 이하로 낮추는 이자제한법 개정이 추진되자 오너가 저축은행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해 사설 대부업체를 설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이자제한법 개정 이후 일반 저축은행 이탈 고객들이 대부업체로 몰려 사채업계가 반사 이익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사정기관은 대부업체가 현행 대부업법상 법정 금리상한인 연 44% 이상의 고금리로 돈을 빌려줬는지를 캐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거액의 탈세와 비자금이 조성되지 않았냐는 의혹이다. 그 중 일부를 로비 자금으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또 A저축은행이 대출을 알선하면서 중개수수료를 받았는지도 추적 중이다. 당국의 인가를 받은 대부중개업체가 대부업체에 채무자를 소개해주고 중개수수료를 받는 것은 허용되지만, 비인가이거나 채무자에게서 직접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사실 금융업계와 증권가에선 이미 A저축은행의 사채업 운영설과 비자금 조성설, 정·관계 로비설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A저축은행 측은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다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끊이지 않자 더 이상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진화 작업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사정기관 관계자는 “저축은행을 경영하면서 서민 등골 빼먹는 대부업체까지 운영했다면 도덕적으로나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A저축은행 오너가 대부업체 실소유자인지와 ‘검은돈’을 챙겼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현재로선 A저축은행 비리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아직 내사 단계인 탓이다. 사정기관은 저축은행 연쇄 영업정지 사태를 감안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다. 비리 의혹만으로도 A저축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들의 고객들도 동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비밀리에 내사를 벌이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사정기관들의 동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검찰과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예금보험공사 등은 최근 저축은행 비리를 전담 수사하는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저축은행 오너들의 방만 경영과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어 심각한 수준이란 판단에서다. 특수팀은 대주주나 경영진이 차명 계좌를 통해 돈을 빼돌리는 등의 불법 행위를 수사한다.

검찰과 금융당국의 협공에 국세청, 공정위까지 가세할 태세다. 국세청은 차명, 위장·변칙 거래 등을 이용한 지능적 탈세 혐의자를 정밀 추적하고 있다. 공정위는 서민 경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불공정 거래 행위를 철저히 감시·감독하고 있다.

로비 가능성도

저축은행 비리에 대한 정치권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저축은행 부실 사태와 관련해 “저축은행을 사금고로 여기는 대주주가 문제로, 이들을 막지 못하면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라며 “당국은 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의 불법 행위와 비리를 파헤쳐 횡령·배임과 같은 강력한 혐의를 적용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