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A그룹 ‘향냄새’ 나는 사연

회장님 멀쩡한데… 대놓고 장례 예행연습

A그룹이 분주하다. 태스크 포스 팀까지 구성해 아무도 모르게 뭔가를 꾸미고 있다. 그룹 컨트롤 타워를 중심으로 극히 일부가 비밀리에 움직이고 있어 내부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A그룹이 극비리로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뭘까. 그 파일을 꺼내봤다.

총수 사망 대비 만반의 준비…로드맵 마련
장례 절차·방식 논의 “다른 대기업 학습”


A그룹 컨트롤 타워가 분주한 이유는 사업 때문이 아니다. 그렇다고 큰 사고가 터진 것도 아니다. 바로 총수 사망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장례 로드맵’.

 A그룹은 컨트롤 타워를 중심으로 극히 일부의 팀원을 모아 태스크 포스 팀을 구성했다. 이들은 겉으론 철저한 보안을 유지하면서 총수의 장례 전반에 대해 시나리오별로 대비책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A그룹 내부에서 은밀하게 총수의 장례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총수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서가 아니라 고령인 탓에 미리 준비해 나쁠 게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시나리오별 대책 세워

재계 등에 따르면 A그룹은 우선 부고 내용을 준비했다.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낼 보도자료와 신문 지면에 실릴 안내문을 작성한 것. 가족 등 친인척은 물론 지인들과 각계각층 인사들에게 알릴 부고장도 마련했다.

또 총수의 상태가 갑자기 악화되는 비상 상황 시 연락을 취해야 되는 ‘비상 연락망’을 구축했다. 임종을 지켜야 하는 가족들이 1순위, 그룹 계열사 주요 경영진이 2순위, 장례 일을 맡을 실무진이 3순위에 올라있다는 후문이다. 장례 절차와 방식도 이미 숙의됐다.

이 부분은 가족들의 의중이 중요한 만큼 오너일가의 결제를 받아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일단 회사장이나 가족장으로 치른다는 원칙을 세웠으나 한국 경제사에 기여한 총수의 공로를 감안해 사회장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장은 정부의 허가가 필요하고 총수가 공직을 맡은 적이 없어 어렵다. 대신 사회장은 특별한 법률적 근거는 없으나 국가 발전에 현저한 공훈을 남김으로써 국민의 존경을 받는 인사가 타계했을 때 고인이 생전에 종사했던 분야의 관련단체가 중심이 돼 각계 인사를 망라한 장의위원회를 구성한 후 치르는 장례의식이다.

장례위원회 리스트도 뽑아 놨다. 그룹 최고위층으로 구성했는데, 장례위원장은 외부인사가 맡는다고 한다. 평소 총수와 친분이 있던 거물급 정치인이 맡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밖에 빈소, 장지, 비용, 계열사별 역할 분담 등의 문제에 대해 논의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빈소의 경우 병원보다 자택에서 지내는 방안이 유력하다. 총수가 반평생을 보냈던 집에서 마지막 가는 길을 편안히 모시겠다는 가족들의 뜻이 반영됐다고 한다.

특히 A그룹은 다른 대기업들의 사례를 학습했다. 단 한 번도 오너 일가의 장례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선대의 장례를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성대하게 잘 치른 삼성그룹, 현대그룹, 한진그룹, 두산그룹 등이 그 모델이다. A그룹은 이를 토대로 ‘장례 예행연습’까지 했다고 한다.


한 호사가는 “A그룹 장례 전담 임원이 총수의 유고에 대비하기 위해 매일같이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다”며 “장례의 큰 틀을 마련한 가운데 나머지는 장례위원회의 협의를 통해 추후 결정될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A그룹의 때 아닌 장례 로드맵은 툭하면 터지는 총수의 건강 이상설과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총수는 최근 위중설이 나돌았으나 사실무근인 것으로 드러났다. 과거에도 수차례에 걸쳐 중태에 빠졌다는 소문이 확산됐지만, 그때마다 해프닝으로 끝났다. 일각에선 총수의 신변에 문제가 생겨 장례 로드맵이 짜인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부고·비상망 짜놔

A그룹 측은 장례 로드맵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총수의 건강 이상설 역시 “소문에 불과하다”며 펄쩍 뛰었다. 그룹 관계자는 “총수의 나이가 많아 건강과 관련해 이런저런 말들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장례 로드맵은 처음 듣는다”며 “내부에 사실 여부를 알아봤지만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총수는 예전과 같이 경영 현안을 직접 챙기고 있다”며 “그만큼 아직까지 건재하다는 것으로, 건강 이상설은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괜한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게 멀쩡히 살아있는 총수를 모시는 입장에선 장례 로드맵이 사실이든 아니든 외부에 이런 내용이 퍼지고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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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