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실태 충격보고<1>

인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존재다. 가족과 함께 밥을 먹을 때도 돈벌이를 위해 직장 생활을 할 때도 타인과 살을 맞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이를 거스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라 불리는 이들은 일체의 사회생활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몇 년이고 은둔생활을 하고 있다. ‘히키코모리’라는 이름으로 일본사회에 등장한 이들은 몇 년 뒤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수가 존재한다는 것이 알려져 충격을 줬다. 이들은 각종 범죄를 저지르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을 맞기도 해 한 개인이나 가정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하기엔 심각성이 크다. 우울한 한국의 한 단면을 차지하고 있는 은둔형 외톨이를 집중 분석했다.

유명인의 자살이 잇따르고 일반인들의 자살도 덩달아 늘어나면서 ‘자살 위험군’에 속한 이들에게 우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이들이나 사업에 실패해 빚더미에 앉거나 알콜중독자나 약물중독자 등 심신이 쇠약해진 사람 등이 그들이다.
이들과 함께 가족이나 이웃들의 걱정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들은 ‘은둔형 외톨이’다. 바깥세상과 단절된 채 홀로 오랜 시간을 지냈다는 점에서 ‘혹시 저 사람도?’ 라는 주위 사람들의 걱정을 낳고 있는 것.

일본의 ‘히키코모리’ 현해탄 넘어 한국에도

우울한 세태 속에서 더 큰 걱정거리로 떠오르는 은둔형 외톨이들. 이들은 말 그대로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은둔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학교나 직장 등 사람들과 부대끼는 장소에 참석하는 것은 극도로 자제한다. 세상과의 유일한 소통경로는 인터넷이 전부다. 이 부류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은둔형 외톨이라는 명칭까지 생겨난 배경에는 일본의 ‘히키코모리’가 있다.

히키코모리는 일본 사회의 오래된 병폐현상으로 이들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온 것도 수십년이 지나고 있다. 일본 NHK 복지네트워크의 조사에 의하면 일본 내에 거주하는 은둔형 외톨이의 수는 무려 1백60만명. 이들의 수는 대도시로 갈수록 많아져 도쿄의 경우 인구 1천2백80만명 중 히키코모리로 추정되는 청년층이 2만5천명으로 조사됐다.

일본사회에 히키코모리가 등장한 것은 1970년대. 당시 입시에 시달리던 학생들이 무단결석을 일삼고 낮에는 집안에 있다가 밤이 되면 외출하는 현상이 생겼다. 대부분의 학자들은 이를 두고 일부 불량청소년들의 단순한 등교거부 쯤으로 해석했다.

그러다 90년대 중반부터는 학생들이 밤에 거리로 나와 행인을 폭행, 살인하는 등 점차 과격한 행동을 보였는데 비슷한 시기, 은둔하는 성인들도 나타나면서 히키코모리는 사회문제로 비화했다. 그러다 일본경제가 침체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할 무렵, 일자리를 잃거나 취업전선에서 낙방한 젊은이들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사회생활을 거부한 채 아예 집안으로 잠적하면서 지금의 히키코모리들이 양산된 것.

바다 건너 남의 나라에만 있는 줄 알았던 히키코모리가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다는 것이 밝혀진 것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특히 각종 시사고발 프로그램에서 은둔형 외톨이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면서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들 프로그램에서는 방에 틀어박혀 가족들과 식사조차도 하지 않는 이들의 실생활을 방영해 은둔형 외톨이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환기시켰다.

그렇다면 어떤 원인들이 은둔형 외톨이를 만들어내는 걸까. 전문가들은 핵가족화와 이혼율 증가로 인한 가족의 해체, 인터넷과 같은 정보통신의 발달로 단절된 가족이나 친구 간의 대화, 그리고 경제난으로 인한 불안감, 취업난, 실직 등과 같은 사회적 문제를 은둔형 외톨이의 수를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또 치열한 입시경쟁과 학교 폭력 등도 원인 중의 하나. 내성적인 성격이나 대인기피증, 사회공포증, 우울증 등의 개인적인 문제도 원인이 된다.

문제는 본격적으로 사회생활에 발을 들이지 않은 10대 청소년 가운데 은둔형 외톨이가 차지하는 비율이 크다는 것. 지난 2005년 청소년위원회가 조사해 발표한 결과는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학교에 가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컴퓨터만 상대하며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는 등 사회 부적응 현상을 보일 위험이 높은 ‘은둔형 외톨이 위험군’ 고교생 수가 4만3천여 명에 달한다는 것.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에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한 이들은 학업을 포기하고 취업의욕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인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또 은둔형 외톨이들이 늘면서 이들의 강력범죄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자신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 못해 ‘묻지마 살인’등의 범행을 저지르는 사건도 종종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에서는 히키코모리 범죄가 열도를 발칵 뒤집은 사건도 심심찮게 발생했다. 그 중 하나는 지난 3월23일 도쿄 인근 이바라키현 쓰치우라시역 대로에서 발생한 사건. 히키코모리 증상을 보이던 가나가와(24·무직)씨가 행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둘러 1명이 숨지고 7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건이다.

가나가와는 범행을 저지른 뒤 경찰에 스스로 전화를 걸어 “나 잡아봐라”라고 말한 뒤 이틀 뒤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경찰에서 “7~8명을 죽이고 싶었다”고 진술했다고 전해졌다. 문제는 그가 별다른 죄책감이 없었다는 것.

또 경찰조사결과 4일 전인 3월19일에도 동네에 사는 70대 노인을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이에 대해 “처음엔 동생을 죽이려 했지만 집에 없어 그만뒀다. 누군가를 죽이려 내가 다녔던 초등학교에 갔지만 때마침 졸업식이 진행되고 있어 포기했고, 학교에서 나와 길을 걷다 누군가 보여 살해했다”고 증언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쌓인 분노 타인에게 표출 강력 범죄로 이어지기도

조사 결과 가나가와는 계속된 취업실패로 방안에서 틀어박혀 지내던 전형적인 히키코모리 증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주로 폭력적인 인터넷게임을 하며 수년간 바깥세상과 담을 쌓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같은 히키코모리들의 강력범죄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3월에는 은둔형 외톨이의 특성을 보이는 한 중년 남성이 살인을 저지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주인공은 40세의 임모씨.

내성적인 성격의 임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줄곧 방안에 틀어박혀 살다시피 했다. 특별한 직업도 없었고, 결혼도 하지 않아 노부모와 함께 살던 임씨가 가졌던 유일한 취미는 인터넷. 그는 하루종일 방안에서 지내며 인터넷서핑을 하고 만화 등을 다운받아 보며 시간을 보냈다. 심지어 식사도 혼자 방안에서 하며 방에서 발을 떼지 않았던 임씨는 전형적인 은둔형 외톨이의 습성을 띄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5년 전 자살을 시도하는 등 심각한 우울증을 겪기도 했다.

이처럼 혼자만의 세상에 갇혀 사는 아들을 보다 못한 아버지 임모(88)씨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출판업체에 아들을 나오게 했다.

거의 처음으로 해보다시피 한 사회생활에서 임씨는 그리 잘 적응하지 못했다. 특히 업무상 자신과 함께 할 일이 많았던 영업부장 권모(58)씨와 종종 갈등을 빚기도 했다. 임씨는 함께 일하던 직원들의 신발을 감추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했고 결국 2개월여를 일하다 회사를 그만두고 말았다.
 
또 다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간 임씨가 집밖으로 나온 것은 지난 3월. 임씨는 신문지로 싼 흉기를 주머니에 넣은 채 한때 일했던 아버지의 회사로 갔다. 평소 불만을 품고 있었던 권씨를 살해하기 위해서였다. 그곳에서 권씨를 발견한 임씨는 이날 오후 12시30분 경 권씨의 목을 수차례 찔러 살해한 뒤 도주했다.

이같은 살인사건의 신고를 받은 성북경찰서는 임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임씨의 행방을 쫓았다. 범행현장에 그가 가지고 다니던 신문지로 만든 칼집이 떨어져 있었고 그가 드나들던 인터넷 커뮤니티에 “(권씨를) 죽이고 싶다”는 글이 남겨진 점 등에 착안한 것.

그러나 경찰이 임씨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유는 임씨가 사회생활을 하지 않고 은둔생활을 하던 사람이었던 탓. 임씨는 휴대전화도 사용하지 않았고 은행거래도 하지 않아 흔적을 남기지 않았고 그런 임씨의 행적을 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또 친구나 직장동료 등 지인들도 없어 그의 동선을 찾는 것도 어려웠다.

결국 성북경찰서는 임씨에 대해 살인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수배를 내렸다. 그리고 며칠 뒤 임씨의 방안에서 유서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성북경찰서는 임씨가 쓴 “산에 가서 죽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본 뒤 자살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집 근처 야산을 수색했다. 그리고 임씨는 며칠 뒤 주검으로 발견됐다. 성북구 돈암동 북악산 등산로 아래에서 임씨가 나무에 목을 매고 숨져 있는 것을 등산객이 보고 신고한 것. 임씨가 입은 옷에는 범행에 사용됐던 흉기가 나왔고 권씨를 살해한 현장에서 채취한 지문이 임씨의 것과 동일해 임씨의 범행임이 확실해지는 순간이었다.

끝내 자살로 마감하기도…응어리 풀 장치 마련해야

그런가 하면 지난 8월에는 5년 동안 홀로 방안에 지내던 20대가 지나가던 행인을 아무 이유 없이 살해한 사건이 벌어졌다.

전문대를 다니다 피해망상성 정신분열증으로 학교를 그만둔 김모(25)씨가 범죄자가 된 것은 8월15일 오후 4시경이었다. 김씨는 서울 홍제동 모 초등학교 정문 앞을 지나던 오모(41)씨를 흉기로 한 차례 찔렀고 오씨는 오른쪽 목 부위 출혈이 심해 그 자리에서 숨졌다.

대낮에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김씨가 경찰에서 말한 범행 동기는 단지 ‘누군가를 죽이고 싶어서’라는 것.

범행을 저지르기 전 김씨는 무려 5년여 동안 방안에서만 지냈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는 애인이나 친구를 사귀지 않는 등 대인관계가 없었고 휴대전화도 없었고 인터넷도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세상과 담을 쌓고 살던 김씨는 자신의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으로 무고한 시민을 죽이는 것을 택했다. 김씨는 가방에 흉기를 넣고 다니며 범행대상을 물색해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오랜 은둔형 외톨이 생활 끝에 목숨을 끊는 사건도 종종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취업에 번번히 실패하고 7년여 동안 은둔형 외톨이로 지낸 20대 여성이 목숨을 끊었다. 이 여성은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인터넷 등으로 시간을 보냈고 우울증 증세를 보이다 가족들이 없는 틈을 타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일부 은둔형 외톨이들은 자신과 타인을 해치는 행각을 벌이기도 해 심각한 사회문제를 예고하고 있다.

정신의학 전문가는 “모든 은둔형 외톨이들이 잠재적인 범죄자라거나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존재는 아니다. 그러나 타인과의 의사소통도, 스트레스나 분노를 표출할 통로도 마땅치 않은 은둔형 외톨이들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이들에 비해 충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라며 “이들을 당장 사회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 힘들다면 마음 속에 담고 있는 분노를 터트릴 수 있는 장치라도 마련해 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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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