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수사 키맨' 이인원 자살 파문

“2인자가 모두 떠안고 떠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수 기자 = 롯데그룹 2인자가 자살했다. 검찰 소환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그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일까. 롯데 수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건 지난 26일 7시10분께.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문호리 북한강변서 운동 중이던 주민이 시신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 당시 이미 이 부회장은 숨진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떻게 죽었나?]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이 부회장은 전날 밤이나 이날 새벽 양평 현장으로 와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 발견 당시 산책로 가로수에 넥타이와 스카프로 줄을 만들어 목을 맸으나, 줄이 끊어져 바닥에 누운 상태였다.

경찰은 “변사자는 롯데그룹 부회장의 명함, 신분증을 소지하고 있으나 정확한 신원확인을 위해 지문을 채취했다”고 말했다. 롯데 측은 “(신 부회장은) 운동을 하러 가겠다며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누구?]


한국외국어대 일본어과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1973년 롯데호텔에 입사해 1987년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후 백화점 상품매입본부 전무와 영업본부장 등을 거쳐 1997년 롯데쇼핑 대표에 올랐다. 당시 그는 50세였다.

롯데쇼핑에 근무하는 10년 동안 유통업계 부동의 1위 자리에 올려놓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007년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호위부대로 불리는 정책본부 부본부장을 맡았다. 2011년 롯데그룹서 ‘비 오너 일가’ 중에선 처음으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오너와 관계는?]

43년간 롯데에 몸담은 이 부회장은 신 회장의 측근 중에서도 최측근이다. 신 회장의 ‘입과 귀’ 노릇을 해왔다. 신 회장의 눈빛만 봐도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복심’으로 꼽힌다. 원래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좌해 ‘상왕의 남자’로 통했다. 그러다 2007년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에 오르며 신 회장의 신임을 얻기 시작했다.

소환 2시간 앞두고 숨진채 발견
엄청 공들였는데…수사 어디로?

지난해 신 총괄회장이 지시한 해임 지시서, 이른바 ‘살생부’ 명단에 신동빈-황각규와 함께 이름이 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신동빈의 남자’란 방증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신동주-신동빈 형제간 경영권 분쟁서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 시선을 끌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신 회장에 대해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마인드로 무장된 유능하고 검증된 분, 지금까지 롯데그룹의 성장과정에서 검증되고 고락을 함께 하며 임직원의 신뢰를 쌓은 분”이라고 추켜세웠다. 반면 신동주에 대해선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으로 인해 야기된 작금의 사태는 그룹의 미래와 발전에 어떠한 도움도 될 수 없다”고 무시했다.
 


롯데그룹은 오너간 경영권 분쟁서 파생된 검찰 수사로 어수선한 분위기다. 핵심 임원들이 검찰을 들락날락하는 상황.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구속됐고, 검날은 신 총괄회장을 향하고 있다. 신 총괄회장과 사실혼 관계인 서미경씨도 소환이 임박했다.

세간의 시선은 신 회장에 쏠리고 있다. 그동안 그룹 수사에서 총수가 빠진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 회장의 구속 여부가 이번 롯데 수사의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극단적 선택 왜?]

법조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그룹을 털어 총수가 ‘골인’되지 않은 사례가 없다. 검찰은 어떻게 해서든 칼날을 신 회장에게 들이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마지막 단계가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였다. 이 부회장은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었다. 롯데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지난 26일 오전 9시30분 이 부회장을 횡령·배임 등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었다.

핵심 연결고리 끊겼다
신 회장은? 차질 불가피

특히 신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에 대해 캐물을 예정이었지만, 검찰 소환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검찰 수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감과 부담감 때문에 자살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힘을 받고 있다.

[앞으로 수사는?] 

이 부회장의 자살이 앞으로 검찰 수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대체적으로 수사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중앙지검 특수4부와 첨단범죄수사1부가 뭉친 롯데수사팀(조재빈·손영배 부장검사)은 탈세, 비자금 조성, 부정환급 소송 사기, 롯데홈쇼핑 재승인 로비 혐의 등을 수사 중이다. 그중에서도 롯데건설에서 500억원대 비자금이 조성된 사실을 확인하고 집중 추적하는 상황이었다.
 

앞서 검찰은 롯데 핵심 임원들을 연일 소환한데 이어 황각규 정책본부 운영실장을 불러 이 부회장이 죽은 새벽까지 20시간 넘게 조사했다. 이어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신 회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었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총대를 멘 셈이란 의견도 나온다. 비자금 조성 등 비리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온 이 부회장이 윗선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니냐는 것. 실제 신 회장으로까지 수사가 뻗어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모든 책임을 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총대 멨나?]

같은 맥락에서 이 부회장의 자살로 롯데 수사는 사실상 끝났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신 회장 수사로 이어지는 핵심 키맨이었다. 신 회장 구속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민들 시선으로 총수 구속 실패는 전체적인 수사 실패로 비춰져 검찰로선 갑갑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kimss@ilyosisa.co.kr>

 

[이인원 유서 내용은?]

롯데 수사 키맨이었던 이인원 부회장의 유서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A4용지 4매 분량의 자필 유서를 남겼다.

지금까지 확인된 유서엔 “롯데 비자금은 없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확인된다. 또 “신동빈 회장은 훌륭한 사람”이라며 끝까지 조직과 신 회장에 대한 충성심을 보였다. 가족에겐 “그동안 앓고 있던 지병을 간병하느라 고생 많았다. 힘들었을 텐데 먼저 가서 미안하다”고 썼다.


다만 검찰 수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내용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수사 일정을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