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괴소문 근원지 ‘대나무숲’을 아십니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설화엔 신라 48대 왕인 경문왕의 귀가 길다는 것을 함구 받은 복두장(의관을 만드는 신하)이 참지 못하고 대나무 숲에 들어가 소리친 일화가 나온다. SNS의 ‘대나무숲’도 그렇다. 대나무숲은 비밀을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때 이용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진위 여부를 떠나 무분별한 투고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생겨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대 대나무숲 등 각 대학의 대나무숲은 SNS 페이스북의 인기 페이지다. 재학생의 투고를 익명으로 올려주기에 학생들은 안심하고 글을 투고한다. 페이스북의 대나무숲은 서울대학교 대나무 숲을 선두로 연세대, 고려대에서 페이지가 만들어지며 퍼져나갔다.

대학생이 많아

대나무숲의 강점은 익명투고다. 약자와 피해자가 얼마든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소, 가려진 장소이기에 직장인, 학생을 가리지 않고 인기가 높다. 대나무숲의 인기는 4년여 전부터 시작됐다. 출판, IT, 광고 등 다양한 업종의 대나무숲이 생성돼 토론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은 대학교 내의 대나무숲이 가장 활발하다.

대학 대나무숲의 운영 방식은 익명의 관리자가 투고자들에게서 투고를 받은 뒤 선별해 페이지에 올리는 방식이다. 자체적인 기준을 두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투고는 올라가지 않는다. 기준은 대나무숲 페이지마다 각각 다르다. 투고는 구글 오피스 기능 등을 이용해 받는다. 익명이 보장되기에 관리자들도 투고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페이지의 폭 넓은 주제 수용과 운영의 원활함을 위해 관리자는 다수로 구성된다.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의 경우 7명의 관리자가 운영하고 있다. 관리자가 되는 방법은 구인절차와 같다. 공고가 올라오면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본 뒤 최종적으로 합격한다. 익명보장을 위해 면접까지 온라인으로 진행을 한 뒤, 최종 합격을 하면 서로의 신원을 교환한다. 각 페이지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한다.

대학 대나무숲은 다양한 목소리가 혼재되어 있다. 학교나 사회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은 물론 연애, 취업 상담 등 고민들도 있다. 불만과 고민 배출의 창구가 되는 만큼 주제가 다양하다. 최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한 성 소수자가 메갈리안을 주제로 글을 올렸다. 그는 자신이 메갈리안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메갈리안이 성 소수자용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에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캡쳐해 특정 SNS계정으로 유포했다는 것이다. 이어 자신은 ‘페미니스트’지만 그를 표방하는 메갈리안은 혐오한다는 의견을 적었다. 여성권, 인권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사람들이 할 행동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글에는 투고자에 대한 위로의 말과 메갈리안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다.

무분별한 투고로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페이지에 올려 피해가 생긴 일들도 있다. 관리자들이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고 투고만 본 채 올려서 일어난 일들이라는 비판이 강하다. 일례로 2016년 중앙대학교 어둠의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로 인해 한 남성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다.

그 글에는 경영학과 선배에게 수년 전 성폭행을 당했으며, 그 선배는 지금도 다른 여학생들을 성폭행하고 다닌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현재는 삭제된 글이지만 당시 이 글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글 속의 선배는 진위여부를 떠나 지속적인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계속된 링크와 조회에 타 학교 학생들 및 기존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욕설도 들었다. 그런 성범죄자는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빗발쳤다. 이후 글 속 선배의 신상이 공개되고 말았다. 
 

하지만 곧 글의 내용이 거짓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 속 성폭행 피해 당사자가 진실을 밝히며 사과문을 올린 것이다. 사과문에 따르면 그녀는 글 속 선배를 좋아했으나 짝사랑으로 그쳐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이어 충동적으로 작성한 글에 공감해준 사람들이 성폭행, 강간 등 허구를 가미해 대나무숲에 투고 했다고 한다. 선배의 신상을 욱하는 마음에 유출시켜 일어난 일에 죄송하다는 말도 했다. 이 일로 페이지 관리자 역시 사태를 방지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느낀다며 사과했다.

각 대학 SNS 근거없는 글 수두록
익명글 문제…무분별한 투고 넘쳐


익명성이 상실돼 실질적 피해를 입었기에 피해자는 글 투고자에게 명예훼손죄로 고소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책임을 묻자면 충분한 검토 없이 글을 올린 관리자 역시 피해갈 수 없다는 말도 있었다. 성폭행 무고죄에 대한 말도 있었지만 이는 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SNS에 투고를 했기에 성립이 되지 않는다.

대나무숲의 투고자를 알아내려는 사람들도 있다. 학교나 학과의 내부고발 문제가 올라올 경우가 그렇다. 대나무숲이 익명성을 원칙으로 운영되기에 투고자가 누구인지 관리자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들은 투고자의 신상을 요구하거나 초성을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관리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주제가 한정된 대나무숲은 인기가 떨어진다. 분쟁을 막기 위해 정치, 사회적 이슈 등을 자체적으로 거르는 곳 등 이 그렇다. 그러다보니 어둠의 대나무숲이 늘어나고 있다. 위 사례 역시 어둠의 대나무숲에 투고된 글이었다. 어둠의 대나무숲은 기존 대나무숲보다 허들이 낮다. 말 그대로 어두운 가십거리도 수용을 하는 페이지다.

대나무숲 자체가 SNS의 인기 페이지고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기에 댓글과 좋아요 추천도 많다. 주 대상들이 인터넷 등에 능한 세대여서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링크와 캡쳐본이 퍼진다. 접근 제한도 거의 없다보니 해당 페이지에 접속할 줄만 알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악용 위험성도

법적으로 악용을 제재하는 부분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70조와 44조에 있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2년 이하의 징역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 법률 44조에 따르면 거짓이 아닌 사실이어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된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난무하는 익명 사이트

얼마 전 ‘강남패치’가 도마에 올랐다. 강남패치는 유흥업소 여성의 신상은 물론 연관된 유명 연예인 등 화류계를 폭로하는 SNS페이지다. 운영자는 민감한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글을 올렸다. 그는 ‘훼손될 명예가 있다면 날 고소해라’는 취지의 글을 남기며 신상이 공개된 사람이 삭제요청을 해도 무시하고 오히려 요청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어 ‘한남패치’도 나타났다. 대상은 화류계에 종사하고 있는 남성이거나 사생활이 문란한 남성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 있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의 사진을 찍어 올리는 ‘오메가 패치’도 있다. 패치들을 둘러싼 갈등도 심화됐다. 사실여부를 떠나 기재된 사항에 비판이 이뤄진 것이다. SNS에서 이뤄지는 무차별 고발이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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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잠 겨냥’ 다카이치 안보 밀당

‘원잠 겨냥’ 다카이치 안보 밀당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불과 16일 간격을 두고 중원선을 치르기 위해 중의원을 해산했다. 이를 두고, “입헌민주당·공명당의 정당 연합에 대응하려는 조치”란 평가가 많다. 수면 아래엔 우리나라의 원잠 보유를 강하게 의식한 향후 조치들이 기다리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23일 중의원(하원)을 해산했다. 일본 주요 언론은 ‘한 겨울의 단기 결전 해산’이란 해산 통칭을 지어 붙였다.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는 오는 8일 진행된다. 의회 해산일 이후 불과 16일이 지나 중원선이 진행되는 것도 이례적이다. 한겨울의 단기 결전 1월에 중의원이 해산돼 2월에 중원선이 진행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55년 하토야마 내각 당시 ‘하늘의 소리’ 해산 ▲1990년 가이후 내각 당시 ‘소비세’ 해산 등에 이은 세 번째다. 일본 의회에선 매년 1월엔 매년 4월 시작되는 회계연도 예산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지난 1990년 가이후 도시키 당시 총리가 이끌던 내각은 중의원 해산 이후 예산안 제출 기한인 2월28일까지 예산안을 제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1990년도 예산안은 6월 통과됐다. 다카이치 총리의 중의원 해산 이후 재무성 관계자들도 “3월까지 올해 예산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은 적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성에선 임시 예산안을 편성할 예정이다. 지난달과 이달에 걸쳐 선거운동을 진행해야 하는 후보자들·정당 관계자들에게도 겨울 선거는 극복해야 할 요소들이 많은 선거로 꼽힌다. 홋카이도 등 폭설이 자주 내리는 일본 북부에선 유세 차량 이동이 어렵고, 벽보 게시판 관리가 어렵다. 특히 여당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핵심 지지층인 고령 유권자들의 투표 불참이 이어질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 일본 <지지통신>은 다카이치 총리의 중의원 해산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달 18일 “일본 북동부 아키타현엔 매년 1~2월 인도에 눈이 쌓이고 보행자가 없다”며 “눈부터 치운 후 선거 포스터를 붙여야 하고, 포스터 설치를 할 수 없는 곳도 있을 것”이란 지역 선거 관리 담당자의 발언을 인용했다. 내무성에선 선거관리위원회에 폭설 대응 부서를 설치하면서, 유권자들에게 “가급적 사전 투표를 하라”고 촉구했다. 일각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각종 이권단체 등 자민당·일본유신회가 가진 전통적 조직표의 영향력은 투표율이 낮을수록 강해진다는 것을 노렸다”고 분석한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과 지난해 10월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한 공명당이 지난달 16일 일시적으로 정당 연합 ‘중도개혁연합’을 구성한 것도 중의원 해산에 큰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조기 선거를 치러 중도개혁연합이 일본 정계에 안착할 여유를 주지 않겠다”는 취지의 계산이 있다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와 자민당의 지지율 간 불균형도 중의원 해산 사유 중 하나로 거론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달 26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민당의 지지율은 40%로 확인돼, 13%의 지지율을 기록한 중도개혁연합보다 압도적으로 우위에 있다. 그런데 <요미우리신문>이 같은 날 공개한 다카이치 내각 지지율은 69%로 확인됐다. 자민당의 자체 지지율도 높지만, 더욱 우월한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율을 당에 유입시켜 압도적으로 중의원을 장악·재편성하는 구도를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 사상 세 번째 겨울 선거…노림수는? 지지율 불균형 극복·야권 연합 대응” 해산 전 기준으로 전체 중의원 의석 465석 중 자민당은 196석을 보유했고, 일본유신회는 34석을 보유하는 등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다카이치 총리와 자민당은 ‘3석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의원 의석 27석을 가진 국민민주당과의 협상에 나섰다.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20일 “국민민주당이 정책적으로 수용할 수 없는 요구를 한 것도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결심한 이유”라고 보도했다. 자민당이 중의원 과반을 넘어 310석을 확보해 전체 2/3 이상을 확보하면 참의원(상원)에서 부결시킨 법원을 중의원에서 다시 의결해 통과시킬 수 있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로선 중국의 경제 보복 여파가 본격적으로 미치기 전에 선거를 마무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1월 “대만 유사시 중국이 전함을 사용하는 등 무력을 행사하면, 어떻게 생각하더라도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한 존립 위기 사태가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중국은 희토류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이중 용도 물자 수출 금지 조치 대상에 일본을 포함했다. 기우치 다카히데 노무라 경제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규제가 1년 동안 이어지면, 손실액은 약 2조6000억엔(약 24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달 26일 “대만에 큰일이 생기면, 일본은 대만 내 일본인·미국인을 구하러 가야 하고, 미국과 공동 행동을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선거의 숨은 명분 중 하나로 미국이 우리나라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하 원잠) 보유를 승인한 것이 거론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이를 승인했다. 이는 일본 정계에 큰 충격을 줬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그 이전에 각외 협력 형태의 연정에 합의하면서 “차세대 동력을 활용한 수직발사장치(VLS) 탑재 잠수함 보유를 위해 힘을 모은다”는 문구를 합의문에 포함시켰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승인을 얻기 전에 이미 원잠 도입 추진을 암시한 것이다. 이후 다카이치 총리와 고이즈미 신지로 일본 방위상은 원잠 도입 추진을 공공연하게 언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지난해 11월 참의원에 출석해 “미국·중국이 가진 원잠을 앞으로는 한국·호주도 보유한다”며 “우리가 억지력·대처력을 높이기 위한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도쿄 인근 가나가와현 요코스카에 있는 주일 미군 기지를 방문해 미 해군의 시울프급 원잠을 시찰했다. 다카이치 총리도 지난해 12월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억지력·대응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정책을 검토할 것”이라면서 원잠 도입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큰 충격 후 암시된 명분 다카이치 총리와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원잠 보유를 추진하려면 압도적인 중원선 승리가 필요하다. 일본이 원잠을 도입하려면 ▲평화헌법 제9조 개정 ▲비핵 3원칙 파기 혹은 개정 ▲국내총생산(GDP) 대비 방위비 2% 조기 달성 등을 이뤄야 한다. 평화헌법 제9조는 ‘전력 불보유’ 원칙을 내포하고 있다. 일본이 원잠을 보유하려면 개헌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개헌은 중의원·참의원 모두 2/3 이상 찬성을 얻어 통과한 후 국민투표에서 과반수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자민당·일본유신회가 310석 이상 중의원 의석을 확보해야 참의원 문턱을 밟을 수 있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는 참의원 전체 의석수 248석 중 각각 101석·19석을 보유해 전체 과반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중의원에서 압도적인 의석수를 확보한 후 참의원에서 부족한 46석을 확보하기 위한 이합집산에 나설 가능성을 암시한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미 지난해 10월 취임 직후 국회 연설에서 “내년엔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한 검토를 시작할 것”이라며, “GDP 대비 방위비 2% 달성 시점도 추가경정예산을 합쳐 2026년 3월까지 앞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 정비계획 등 일본의 방위 정책 방향이 담긴 핵심 지침이다. 여기엔 지난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천명한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취지의 비핵 3원칙이 반영돼있다. 일본이 원잠을 보유하려면 비핵 3원칙·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해야 한다. 지난달 11일 <요미우리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이미 3대 안보 문서에 ‘태평양 방위 강화’를 명기할 것을 추진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원잠 보유를 승인하면서 “한국이 보유할 원잠은 미국의 필리 조선소에서 건조할 것”이라며 “미국의 조선업이 곧 크게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발언을 통해 필리 조선소의 기술·인력 부족 문제를 우리나라의 자본·기술력을 이전받아 해결하려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한국의 원잠 건조로 인해 한국 민간 부분의 대미 투자액도 6000억달러(약 854조원)를 넘길 것”이란 기대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원잠 보유 시도를 미국 조선업 부활을 위한 다른 옵션으로 인식하는 태도는 한·일 간 경쟁을 유발할 수 있다. 일본 조선업은 1990년대까지는 세계 1위였지만, 현재는 중국·우리나라에 이은 3위로 인식되고 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해 진행된 미일 관세 협상에서도 조선업 협력을 협상 카드로 제시했다. “일본의 군함 건조 기술력이 여전히 우수하다”는 평가를 토대로 한 카드였다. 자민당·일본유신회가 오는 8일 진행되는 중원선에서 압승하면, 미국에 각종 협상 카드를 제시해 원잠 보유 승인·기술 이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호주의 원잠 보유를 승인한 계기가 지난 2021년 미국·영국·호주 3국이 결성한 AUKUS 군사동맹이었다는 것을 토대로, 일본의 참여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3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4월 “필라 2 첨단 역량 프로젝트와 관련해 일본과의 협력을 고려한다”는 취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예고된 이합집산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치를 당시 난적은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이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1차 투표에서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2차 투표에서 185표(54.3%)를 얻어 156표(45.7%)를 얻은 고이즈미 방위상을 물리쳤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가 이끄는 내각에서 농림수산상이었던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한 계기에 대해선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방위상은 요직으로 분류되지만, 고이즈미 방위상은 총재 선거 라이벌이었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서 자민당 내 강경 보수 성향 ‘보수 방류’의 핵심으로 거론된다. 하지만 고이즈미 방위상은 아버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처럼 자민당 내 개혁 성향 무파벌로 분류된다. 일각에선 “복합적 취지의 임명”이란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 임명을 통해 대외적으로 당내 화합을 과시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후텐마 미군기지 문제 등 각종 현안이 산적한 방위청 특성상 험지에 배치해 자멸을 유도하려는 임명”이란 분석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아베 전 총리 재임 기간에도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환경상에 임명됐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펀쿨섹’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면서 여론의 주목을 받고 큰 실수를 하지 않는 처세를 했다. 그러던 중 미국이 우리나라의 원잠 보유를 승인하면서 다카이치 총리·고이즈미 방위상에겐 공통의 목표가 생겼다. 미국이 일본의 원잠 보유를 승인하면 두 사람 모두 날개를 달 수 있다. 특히 고이즈미 방위상은 일본의 원잠 보유를 추진하면서 “외교·안보 경력이 없다”는 약점을 극복할 절호의 기회를 얻었다. 따라서 자민당이 오는 8일 중원선에서 압승해 다카이치 2차 내각이 출범하면, 고이즈미 방위상은 유임될 가능성이 크단 분석이 나온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외교·안보 경력이 없는 것과 별개로, 그는 영어가 유창해 미국 국제전략연구소 CSIS 연구원으로 1년간 재직하는 등 미국 정계와 인연이 깊단 장점이 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JD 밴스 미국 부통령·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 등과 교류하는 등 “미국의 방위비 증액 압박에 맞설 수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원잠 보유 위한 고이즈미와 ‘기묘한 동거’ 자민당 승리 후 대 한국 대응 나설 가능성 다카이치 총리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내각에 묶어놔야 정치적 행동 반경을 통제할 수 있다. 방위상 임명 직후 ‘정치적 화합’이란 평가를 넘어 고이즈미 방위상의 존재 자체가 내각의 강경 보수 색채를 중화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대외적으로는 고이즈미 방위상이 주도할 원잠 추진 과정도 내각 관방 산하 국가안전보장국(NSS)을 통해 통제·관리할 수 있다. 다카이치 총리·고이즈미 방위상에겐 이번 중원선 압승이 간절할 정치적 이유가 많다. 다카이치 총리는 올해 신년사에서 ‘강한 일본’을 강조했다. 미국으로부터 원잠 보유를 승인받는다면 신년사에서 밝힌 다짐을 현실로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지난달 21일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유사시 자위대가 장기간 전투를 이어갈 수 있도록 군수공장을 국유화한 후 민간기업에 운영을 맡기는 GOCO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가 몰두하는 방위 정책 방향 중 하나는 계전 능력 강화다. 일각에선 “태평양 전쟁과 같은 방식 아니냐”고 비판한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로서는 ‘강한 일본’을 구현할 방법 중 하나로 인식할 수 있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자민당의 승리 이후 유임돼 일본의 원잠 보유를 이끌어내면 ‘일본 원잠 보유 프로젝트’ 설계자·추진자란 위상을 얻는다. 다카이치 총리와 비핵 3원칙 개정을 이끌어낸 장본인이란 지분을 나눌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 등 미국 고위층의 맞상대’란 강력한 이미지를 얻는다. 안보 전문가란 이미지까지 형성되면, 차기 총리 0순위 위상이 더욱 확고해진다. 자민당의 중원선 승리에 이어 일본의 원잠 보유 성공까지 이어지면, 우리나라엔 다양한 과제가 남는다. 원잠 보유국이란 위상을 일본과 나눠야 하고, 동·남해에서 한일 원잠이 은밀하게 수중 패권을 경쟁해야 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수면 아래서 끌어올리기 아울러 다카이치 총리·고이즈미 방위상은 자위대의 활동 범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통해 한반도 주변의 자위대 개입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 자민당·일본유신회가 수면 아래 감춰진 원잠을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 여부는 오는 8일 진행되는 중원선에 달렸다. 과연 일본은 ‘동북아 비핵보유국 중 유일 원잠 보유’란 우리나라의 성과를 하이재킹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