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갖 괴소문 근원지 ‘대나무숲’을 아십니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설화엔 신라 48대 왕인 경문왕의 귀가 길다는 것을 함구 받은 복두장(의관을 만드는 신하)이 참지 못하고 대나무 숲에 들어가 소리친 일화가 나온다. SNS의 ‘대나무숲’도 그렇다. 대나무숲은 비밀을 말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을 때 이용하라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진위 여부를 떠나 무분별한 투고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생겨 문제가 되고 있다.

서울대 대나무숲 등 각 대학의 대나무숲은 SNS 페이스북의 인기 페이지다. 재학생의 투고를 익명으로 올려주기에 학생들은 안심하고 글을 투고한다. 페이스북의 대나무숲은 서울대학교 대나무 숲을 선두로 연세대, 고려대에서 페이지가 만들어지며 퍼져나갔다.

대학생이 많아

대나무숲의 강점은 익명투고다. 약자와 피해자가 얼마든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소, 가려진 장소이기에 직장인, 학생을 가리지 않고 인기가 높다. 대나무숲의 인기는 4년여 전부터 시작됐다. 출판, IT, 광고 등 다양한 업종의 대나무숲이 생성돼 토론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은 대학교 내의 대나무숲이 가장 활발하다.

대학 대나무숲의 운영 방식은 익명의 관리자가 투고자들에게서 투고를 받은 뒤 선별해 페이지에 올리는 방식이다. 자체적인 기준을 두고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투고는 올라가지 않는다. 기준은 대나무숲 페이지마다 각각 다르다. 투고는 구글 오피스 기능 등을 이용해 받는다. 익명이 보장되기에 관리자들도 투고자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페이지의 폭 넓은 주제 수용과 운영의 원활함을 위해 관리자는 다수로 구성된다.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의 경우 7명의 관리자가 운영하고 있다. 관리자가 되는 방법은 구인절차와 같다. 공고가 올라오면 지원을 하고 면접을 본 뒤 최종적으로 합격한다. 익명보장을 위해 면접까지 온라인으로 진행을 한 뒤, 최종 합격을 하면 서로의 신원을 교환한다. 각 페이지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이 이런 방식으로 진행한다.

대학 대나무숲은 다양한 목소리가 혼재되어 있다. 학교나 사회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은 물론 연애, 취업 상담 등 고민들도 있다. 불만과 고민 배출의 창구가 되는 만큼 주제가 다양하다. 최근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에 한 성 소수자가 메갈리안을 주제로 글을 올렸다. 그는 자신이 메갈리안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메갈리안이 성 소수자용 핸드폰 어플리케이션에 있는 사람들의 사진을 캡쳐해 특정 SNS계정으로 유포했다는 것이다. 이어 자신은 ‘페미니스트’지만 그를 표방하는 메갈리안은 혐오한다는 의견을 적었다. 여성권, 인권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사람들이 할 행동이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해당 글에는 투고자에 대한 위로의 말과 메갈리안에 대한 의견교환이 있었다.

무분별한 투고로 확인을 제대로 하지 않고 페이지에 올려 피해가 생긴 일들도 있다. 관리자들이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고 투고만 본 채 올려서 일어난 일들이라는 비판이 강하다. 일례로 2016년 중앙대학교 어둠의 대나무숲에 올라온 글로 인해 한 남성이 피해를 입은 사례가 있다.

그 글에는 경영학과 선배에게 수년 전 성폭행을 당했으며, 그 선배는 지금도 다른 여학생들을 성폭행하고 다닌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현재는 삭제된 글이지만 당시 이 글의 파장은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글 속의 선배는 진위여부를 떠나 지속적인 비난을 받았다. 심지어 계속된 링크와 조회에 타 학교 학생들 및 기존 페이스북 이용자들의 욕설도 들었다. 그런 성범죄자는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빗발쳤다. 이후 글 속 선배의 신상이 공개되고 말았다. 
 

하지만 곧 글의 내용이 거짓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글 속 성폭행 피해 당사자가 진실을 밝히며 사과문을 올린 것이다. 사과문에 따르면 그녀는 글 속 선배를 좋아했으나 짝사랑으로 그쳐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이어 충동적으로 작성한 글에 공감해준 사람들이 성폭행, 강간 등 허구를 가미해 대나무숲에 투고 했다고 한다. 선배의 신상을 욱하는 마음에 유출시켜 일어난 일에 죄송하다는 말도 했다. 이 일로 페이지 관리자 역시 사태를 방지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느낀다며 사과했다.

각 대학 SNS 근거없는 글 수두록
익명글 문제…무분별한 투고 넘쳐


익명성이 상실돼 실질적 피해를 입었기에 피해자는 글 투고자에게 명예훼손죄로 고소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책임을 묻자면 충분한 검토 없이 글을 올린 관리자 역시 피해갈 수 없다는 말도 있었다. 성폭행 무고죄에 대한 말도 있었지만 이는 신고를 한 것이 아니라 SNS에 투고를 했기에 성립이 되지 않는다.

대나무숲의 투고자를 알아내려는 사람들도 있다. 학교나 학과의 내부고발 문제가 올라올 경우가 그렇다. 대나무숲이 익명성을 원칙으로 운영되기에 투고자가 누구인지 관리자도 알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계자들은 투고자의 신상을 요구하거나 초성을 알려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있다. 
 

관리 기준이 지나치게 엄격해 주제가 한정된 대나무숲은 인기가 떨어진다. 분쟁을 막기 위해 정치, 사회적 이슈 등을 자체적으로 거르는 곳 등 이 그렇다. 그러다보니 어둠의 대나무숲이 늘어나고 있다. 위 사례 역시 어둠의 대나무숲에 투고된 글이었다. 어둠의 대나무숲은 기존 대나무숲보다 허들이 낮다. 말 그대로 어두운 가십거리도 수용을 하는 페이지다.

대나무숲 자체가 SNS의 인기 페이지고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기에 댓글과 좋아요 추천도 많다. 주 대상들이 인터넷 등에 능한 세대여서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링크와 캡쳐본이 퍼진다. 접근 제한도 거의 없다보니 해당 페이지에 접속할 줄만 알면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악용 위험성도

법적으로 악용을 제재하는 부분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70조와 44조에 있다.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2년 이하의 징역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 법률 44조에 따르면 거짓이 아닌 사실이어도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게 된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난무하는 익명 사이트

얼마 전 ‘강남패치’가 도마에 올랐다. 강남패치는 유흥업소 여성의 신상은 물론 연관된 유명 연예인 등 화류계를 폭로하는 SNS페이지다. 운영자는 민감한 문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글을 올렸다. 그는 ‘훼손될 명예가 있다면 날 고소해라’는 취지의 글을 남기며 신상이 공개된 사람이 삭제요청을 해도 무시하고 오히려 요청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어 ‘한남패치’도 나타났다. 대상은 화류계에 종사하고 있는 남성이거나 사생활이 문란한 남성이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 있는 임산부 배려석에 앉은 남성의 사진을 찍어 올리는 ‘오메가 패치’도 있다. 패치들을 둘러싼 갈등도 심화됐다. 사실여부를 떠나 기재된 사항에 비판이 이뤄진 것이다. SNS에서 이뤄지는 무차별 고발이 갈등을 조장하고 있는 셈이다. <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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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