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꽃’ 검사장 흑역사

돈에 눈멀어…공들인 탑 와르르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법조계에서 검사장은 ‘검찰의 꽃’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단히 명예로운 자리다. 그런데 이른바 잘나가던 전·현직 검사장들이 잇따라 몰락하면서 검찰의 체면은 땅에 떨어졌다. 검찰총장이 직접 철저한 수사를 지시하고 나섰지만 이미 도덕성에 흠집이 난 검찰은 초상집 분위기다.

지난 17일, 검찰 68년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인 진경준(49·사법연수원 21기) 검사장이 구속됐다. 넥슨 주식을 통해 100억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린 진 검사장. 애초 주장과는 달리 본인 돈이 아닌 넥슨 회삿돈으로 주식을 매입한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사건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패닉 빠진 검찰

검찰은 지난 13일 진 검사장의 주식 매입 과정에 연루된 김정주 넥슨 회장을 소환했다. 이 과정에서 진 검사장이 넥슨 측에 먼저 공짜를 요구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 대표가 이 같은 취지의 진술을 했기 때문. 김 대표가 검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며 수사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이로 인한 후폭풍은 거셌다. 수뇌부의 책임론이 불거진 데 이어 사회 각층에서 검찰 개혁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 그리고 학계까지도 “(검찰의) 내부 자정 시스템이 한계에 달한 게 아니냐”며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을 주장하는 모습이다.

‘특수부 검사’로 명성을 떨치던 홍만표 전 검사장의 몰락은 검찰로선 더욱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수백억원의 수임료, 100채가 넘는 오피스텔, 온갖 청탁 의혹에 탈세까지. 숱한 추문은 검찰이 덮을 수준이 아니었다. 홍 전 검사장은 결국 특수부 후배 검사들로부터 구속수사를 받는 처지가 됐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가 구속된 사례는 1993년 이건개 전 대전고검장, 1999년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이 있었다. 당시 대검 중수부는 검찰 고위 간부였던 이건개 대전 고검장을 구속했다. 검찰은 이 전 고검장에 대해 “정덕일씨로부터 5억4000여만원을 받았다”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이 전 고검장은 “뇌물을 받은 게 아니고 투자 소개를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고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고검장이 “슬롯머신 사건이 언급될 때마다 내 이름이 나오는데 나는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 그는 1996년 15대 총선 때 자민련 전국구 후보로 나와 당선됐다. 슬롯머신 사건을 수사했던 홍준표 의원은 이때 YS의 신한국당(한나라당의 전신) 공천을 받고 서울에서 당선돼 이 전 고검장을 국회에서 만나게 된다.

이 전 고검장은 <대통령제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저서 등을 통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적으로 무리한 수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그 뿌리는 제왕적 대통령제”라며 대통령은 외교·안보·국방 분야를 맡고, 일반 행정은 총리에게 맡기는 이원집정부제로의 개헌과 검찰·국세청 등 권력기관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명성 떨치다 한순간에 나락으로
스스로 무너져…국민 불신 자초

1999년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조폐공사 노조의 파업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난 진형구 전 대검 공안부장을 형법상 직권남용,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진 전 공안부장은 3차례에 걸쳐 조폐공사 강희복 전 사장에게 “구조조정에 반발하는 노조의 불법파업을 공권력으로 즉각 제압해 줄 테니 임금삭감안 대신 구조조정을 단행하라”며 옥천·경산 조폐창 조기통폐합 계획을 발표토록 해 노조의 파업을 유도했다.
 

진 전 공안부장은 당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 때 “강 전 사장이 작년 9월 찾아와 자문을 구하기에 ‘임금 때문에 하는 파업은 합법이지만 구조조정 때문이라면 불법’이라는 원칙적인 입장만 얘기했으며 그는 이미 조폐창 통폐합 방침을 정하고 이를 알리는 가정통신문까지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파업유도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진경준 사태를 비롯해 홍만표 전 검사장의 법조비리 사건 연루까지 이러한 일련의 사태가 일어난 원인으로 검찰에게 주어진 무소불위 권력이 지목된다. 대한민국 검찰은 영장청구권·수사권·기소권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여기에 차관급 인사(검사장급)만 50명에 육박하는 등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보다 권한이 큰 곳을 찾기 힘들다.

여기에 상명하복 중심의 조직 문화에 검찰 출신 주요 인사들이 정부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점도 막강한 권한이 유지되는 이유로 꼽힌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졌지만 검찰을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사실상 전무하다 보니 각종 특혜 유혹에 쉽게 노출되고 비위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그 파장도 다른 공무원에 비해 더 클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검찰 개혁과 관련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정치권이다. 진 검사장 구속 당일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검사 출신 금태섭·백혜련·송기헌·조응천 의원은 ‘검찰 개혁 방향과 과제’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들 의원은 “최근 검찰에 대한 국민 불신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제고하고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그동안 논의된 검찰개혁 방안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향후 개혁과제를 선정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두고 유력 정치인들이 검찰 개혁을 앞다퉈 화두로 던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검찰과 법무부는 (진 검사장) 의혹을 외면하고 어떤 의미에서 비호해 왔다”며 “검찰 개혁을 위한 가장 단호한 수단을 취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검찰이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하게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장 출신의 박영관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검찰 개혁은 정계와 멀어질수록 가능하다”며 “대통령의 국정 취지는 (대통령이 임명한) 장관이 반영하고, 검사들의 인사는 법무부 장관 일임 하에 공정한 시스템을 통해 맡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무소불위의 독

법조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검찰 내부의 감찰 기능을 강화하고, 청와대, 법무부, 공직자윤리위원회 등 정부의 인사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진 검사장의 구속 만료 기간이 열흘 정도 남은 만큼 이달 말 수사를 마무리하고 진 검사장을 재판에 넘길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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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