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11

2011년 부동산시장 “그리 밝지 않다”

매년 이 맘때가 되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부동산 뉴스는 한해 이슈를 살펴보고 내년 시장 전망에 대해서 분석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분석이 정확하게 맞아 떨어진다면 금상첨화지만 부동산 시장은 워낙 경기에 민감하고 정책이나 국제정세 등 외부요인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경향이 많아 항상 변수가 존재한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하지만 일년을 뒤돌아보고 내년 부동산 시장을 전망해보는 것도 시장을 보는 시각을 넓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2010년 전체적으로 고전 “당장 개선 불투명”
올해도 어려울 듯…매수심리 회복 시간 필요

2010년 부동산시장은 연초의 예상과는 달리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가장 큰 시장인 주택시장은 매수심리 실종에 따른 거래량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분양 시장은 일부 인기지역을 제외하고는 미분양이 속출 분양가가 하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8·29 대책’효과?
시장 반응 “글쎄”

경기에 민감한 오피스 시장도 전반적인 부동산경기 침체 및 신규 공급물량 증가에 따른 부담감으로 고전했다. 전통적인 인기상품인 토지시장은 상반기까지는 소폭 상승세를 보이다 하반기 이후 하락세로 돌아선 후 개선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나마 수익형부동산인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은 선전하는 양상을 보였다.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데다 1∼2가구 수요가 급증하면서 당분간은 꾸준한 인기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2010년 초 재건축시장은 전년 11월 이후 저점이라는 바닥심리와 강남 주요 단지의 사업추진 실적에 따라 하락 폭이 큰 단지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2월 들어 약세로 돌아섰다.

단기급등에 따른 가격 부담감과 실물경기 침체 여파속에 시세보다 저렴한 보금자리주택의 지속 공급계획이 계속되면서 하락세로 반전됐다. 4월 들어 서울 및 수도권 지역 매매가 변동률은 -2.15%로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매수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됐다. 하반기 들어 7월초 기준금리 인상과 부동산 거래활성화 대책발표의 잠정 연기, 여름 비수기 여파 등으로 하락세가 지속됐다.

8월 들어 주택거래활성화를 위한 ‘8·29 대책’이 발표됐으나 시장의 반응은 미미한 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전세가격 상승은 매수심리를 자극해 급매물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지며 가격 하락폭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2010년 상반기 오피스시장은 실물경기의 침체에 따른 공실율 증가의 영향으로 약세로 출발했다. 하반기 들어 대형빌딩들 중심으로 임대료가 소폭 상승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 부동산경기침체 및 신축 빌딩 공급증가로 공실에 대한 부담이 증가했다.

1월 대비 10월의 환산임대료는 소폭 상승했고, 서울지역의 공실률은 1월 대비 0.5% 하락해 10월 기준 3.6%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도심권역의 경우 0.9% 하락했고, 여의도 권역은 전국에서 가장 낮은 2.2% 수준의 공실률을 보이고 있다. 2010년 오피스 매매건은 총 36건, 2조2490억원, 550.882㎡(166.641평) 규모가 거래됐다.

토지시장의 경우 상반기까지 지가변동률의 상승폭은 적었으나 그래도 꾸준히 상승했다. 그러나 7월 들어 보합세를 보이다 8월 들어 0.01% 소폭 하향세를 보이더니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서울 및 수도권 주택시장의 침체가 토지시장의 전반적인 하락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토지시장은 투자심리 위축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서울 및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의 경우 투자가의 수요가 없는 상황에서 지역별로 대규모 시설이 투입되는 개발사업지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상승 모멘텀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2010년 부동산시장은 침체의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연말을 맞았다. 새해가 돼도 부동산시장은 거래활성화 및 가격상승을 본격적으로 논하기에는 성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0년 11월 현재 매수심리는 대전, 부산, 울산지역 등 지방을 중심으로 다소 개선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서울 강북, 강남, 인천지역은 전월 대비 다소 위축된 가운데 수도권의 매수심리는 전국 평균을 크게 하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품별 시장 전망]
아파트, 중소형 인기
재개발, 변동률 미미
재건축, 가격등락 반복
토지, 지가상승 기대
오피스, 침체국면 예고
수익형, 지속적 각광


또한 경제지표상으로 현재의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 변동치와 향후 경기동향을 전망해주는 선행지수 전년동월비가 지난 8월 이후 3개월 동안 하락하고 있어 경기회복 기대감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계속되는 미국의 경기침체와 아일랜드를 비롯한 서유럽의 재정위기, 중국의 긴축정책 여파에 따른 국내 경기위축 등 대내외적으로 불안한 경제여건도 신묘년 부동산시장의 회복에 부정적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감소한 주택 착공량으로 인해 2011년 이후부터는 입주물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연간 아파트 입주물량은 18만8000가구로 예상된다. 이는 2010년 입주예상 물량 30만가구 보다 37% 감소한 숫자이며, 최근 10년간 평균입주물량인 31만4000가구 보다는 40%나 감소한 것이다.

정부가 추산하는 연간주택 소요량 43만 가구와 비교할 때도 턱없이 부족한 수량이다. 게다가 금융당국은 민간이 부동산개발사업을 추진할 경우 사업자금의 20%이상 자기자본이 있어야 PF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어 공급감소 현상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시장전망에 대한 여러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내년 하반기 이후에는 주택입주물량 감소에 더해 풍부한 유동성, 저금리 기조의 유지, 대두되는 바닥론의 현실화 등에 따라 주택가격의 안정화 및 상승기미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1년 부동산 상품별 시장 전망은 다음과 같다.

부정적 요인 불구
후반기 상승 기미

아파트 = 2011년 주택시장은 전세가 급등과 수도권 입주 물량감소로 인해 전세수요가 매수세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 매매가 대비 전세비율이 높은 지역을 위주로 아파트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소평형이 지속적인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 수요보다는 실수요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방보다는 인구비중이 높고 경제력이 유지되는 수도권지역이 상대적인 우위를 유지할 것이고 정책금리 상승은 투자 활성화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아파트가격 급등을 제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재개발 = 재개발 시장 특성상 아파트와 달리 입지와 대지지분이 정형화돼 있지 않다는 특징이 있다. 현재처럼 부동산 거래 활성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는 지분 가격의 상승과 하락에 있어 변동률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선호지역 및 사업속도에 따른 가격차별화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관리제도의 도입으로 재개발과 관련해 투명한 정보제공으로 조합원이 사업비와 분담금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조합설립동의를 하는 등 ‘묻지마’재개발 추진 가능성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2010년 10월1일부터 서울지역의 재개발 등 도시재정비구역의 시공자 선정 시점이 ‘조합설립 인가 후’에서 ‘사업시행 인가 후’로 늦춰졌다는 점과 약자 보호를 위한 동절기 강제 철거 금지 등으로 과거 최소 3년에서 최대 10년 넘게 걸렸던 재개발 사업 소요기간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2011년 3월 국토해양부의 도시재정비사업에 대한 실태조사 용역이 완료되면 재개발 사업성이 없는 구역은 재개발 구역 해제 또는 축소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개발의 경우 일반 아파트 가격 시장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지속적인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으로 일반 아파트에 대한 민간 수요 축소가 지속된다면 2011년도에도 재개발 사업 지연 또는 취소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재개발 속도에 따라 국지적인 가격 차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재개발 사업이 지연되더라도 선호도가 높은 한강변, 도심의 경우 가격하락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 =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전세금 상승, 급매물 소진, 거래량 증가, 미분양 감소 및 지방 시장 강세 등 각종 부동산 관련 지수가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세로 전환되면서 전반적인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과 가격 안정세로 바닥론이 대두되고 있다. 재건축 시장도 11월 들어 4주간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며 호가 상승이 견인되고 있고, 제한적이기는 하나 강남권 위주로 연초 전 고점 수준의 거래가 성사되는 등 투자심리가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따라서 2011년 재건축 시장은 현재의 가격 안정세를 유지하면서 단지별 개발 호재에 따른 가격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인 상승세는 내년 상반기 이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토지 = 토지시장의 하락세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소폭의 하락률이 유지되고 있어 하락 여부를 단정하기는 어렵다. 서울·수도권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토지시장 전반의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 지방의 경우 국지적이기는 하지만 상승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전체적인 토지시장 지표의 균형을 맞추고 있는 상황이다.

2011년 토지시장은 서울·수도권의 전세시장 급등과 주택공급물량 증가 압력에 따른 지가상승을 기대할 수 있겠다. 또한 지방의 경우 주요 대형 프로젝트들의 개발 가시화로 해당 주변지역의 지속적인 지가상승 기조를 기대할 수 있다.

토지는 부동산 분야 전반의 지가를 종합하는 상품이다. 따라서 고유 토지분야(전·답·임야 등)외 주택, 오피스, 상가 등의 지가 변동에 따라 추세를 달리할 수 있다. 2010년은 지방 주도의 국책 성격의 프로젝트가 지가 변동을 주도했다. 그러나 2011년의 경우 서울·수도권의 도심재생사업 본격 시행여부에 따른 지가 변동 영향을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피스 = 2011년 오피스시장은 공급측면에서 살펴보면 약 112만㎡ 규모의 신규 오피스빌딩의 공급이 예정되어 있어 오피스시장의 침체국면을 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도심권역 및 여의도권역은 대규모 신규 오피스빌딩의 공급이 예정돼 있어 침체분위기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수요측면을 살펴보면 경제성장세에 따른 오피스 수요 증가 및 대기업들의 업무여건 개선으로 인한 1인당 사용면적 확대 등으로 과잉공급에 따른 급격한 침체는 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피스 수요를 주도하는 서비스업(금융, 보험업 등)의 경우 경제성장에 따른 투자 반응속도가 빠르므로 급격한 침체를 막는 데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주요 오피스권역 내 대규모 오피스빌딩은 잠재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으나, 중소형 빌딩들은 수요창출의 한계로 어려움을 겪는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기존 대형빌딩들의 공실률은 소폭 상승이 예상된다. 환산임대료는 공실에 대한 신규 임대차계약시 임대기준가 이하로의 계약진행 및 대폭적인 Rent free 제공 등으로 실질임대료를 낮추겠지만 기존 임차인과의 계약조건 중 자동인상 조항이 적용되면서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오피스 매매시장은 전체적으로 유동성 증가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로 잠재 투자자들의 본격적인 시장진입이 예상되나, 운영수익률이 매수자들의 요구수익률 이상인 특정지역의 우량빌딩에 한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이 또한 기준금리의 인상여부나 인상폭에 따라 잠재 투자자들의 향방은 유동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 침체의 기조
당분간 이어질 듯”

수익형부동산 = 올해 아파트 등 주택의 공급량은 줄었지만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은 어느 해보다 인기를 끈 한 해였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아파트에 대한 시세차익 기대가 불투명해지면서 월세수익을 얻을 수 있는 수익형 부동산으로 수요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의 인기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입주량 감소로 전셋값이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금리 또한 인상 가능성이 높다. 매달 월세형식으로 임대료를 받기 때문에 은퇴 후 노후를 준비하는 40대 이상 수요자들에게 지속적으로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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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이재명 덮치는 문재인 그림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통령선거는 전 정부의 공과를 통째로 평가받는 시험이다. 여당 후보는 전 정부의 공이 크면 후광을 입고, 반대로 과가 많으면 핸디캡을 안고 시험장에 들어서는 셈이다. 이번 대선 정국은 대통령 탄핵으로부터 시작됐다. 야당은 5년 만에 정권을 교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정권 창출에 성공한 대통령은 집권 1~2년 차에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한다. 3~4년 차에 이르면 정부 안팎서 누수가 발생한다. 빠르면 이 시기에 레임덕이 시작된다. 임기 마지막 해에는 정권 재창출을 위해 몸을 사려야 한다. 지지율에 따라 차기 대선에 끼치는 입김도 달라진다. 5년 단임제 이후 대체로 나타나던 대통령의 모습이다. 주기설 깬 집값 폭등 국회의원 선거나 지방선거가 중간 평가의 성격을 띤다면 대선은 최종 시험에 가깝다. 모든 정당의 목표가 정권 창출인 만큼 대선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행정부 수장을 넘어 국가원수로서 대통령이 갖는 권한이 그만큼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결과로 대통령직선제가 도입됐다. 국민 모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대통령을 ‘직접’ 뽑을 수 있도록 헌법이 개정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가 정착된 이후 정권교체는 10년 주기로 이뤄졌다. 보수 진영의 노태우·김영삼정부에 이어 진보 진영의 김대중·노무현정부가 들어섰다. 이후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보수 진영이 다시 정권을 잡았다.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물러난 뒤 진보 진영의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재수 끝에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던 ‘10년 주기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등장으로 깨졌다. 5년 만의 정권교체가 진보 진영에 안긴 충격은 컸다. 문 전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퇴임 전까지 40% 안팎을 오르내렸다. 지지율 10~20%대를 오가며 레임덕에 시달렸던 과거 대통령 때와는 다른 양상이었다. 그럼에도 진보 진영은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다. 득표율 차이는 1%도 되지 않았다. 지난 대선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졌다. 대선 전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여준 윤 전 대통령이 이 후보를 넉넉하게 앞선다는 결과와 비교해서는 선전이었지만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패배였다. 게다가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선출직 출마 경험이 단 한 번도 없는 ‘초보 정치인’이었다. 대선 패배, 서울이 결정적 역할 부동산 가격이 낙선에 영향 줘 민주당에서는 대선 패배의 원인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했다. 이 과정서 레이더망에 걸려든 게 ‘부동산’ 문제였다. 정확하게는 문재인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정부에서는 20번이 넘는 부동산 대책이 쏟아졌다. 정부 발표가 나올 때마다 부동산시장은 널뛰었다. 실제 윤 전 대통령 승리의 쐐기를 박은 서울 표심이 부동산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개표 직후 제기됐다. 지난 대선은 말 그대로 양 진영을 ‘쥐어짠’ 선거였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 지역서 총결집했다. 당락을 가른 건 서울서의 격차였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31만여표를 앞섰다. 전체 표 차이인 24만표보다 많다. 윤 전 대통령은 마포·용산·성동 등 이른바 ‘마용성’으로 불리는 지역과 광진·강동·양천 등 아파트가 밀집돼있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은 지역서 이겼다. 구별로 따지면 25개 구 중 14곳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더 많은 표를 몰아줬다. 21대 총선 때 민주당이 4곳을 빼고 21개 구를 이긴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선방이었다. 노원·도봉·강북 등 ‘노도강’으로 불리는 지역서도 윤 전 대통령은 선전했다. 이 지역은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곳이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가 밀집돼있다. 승부 자체는 이 후보가 이겼지만 표 차가 근소했다. 총선 때 20% 가까이 차이 났던 게 대선에서는 1% 안팎으로 줄었다. 부동산 문제에 따른 민심이반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완전한 실패 최악의 실정 같은 해 8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발간한 <제20대 대통령선거 분석> 자료에도 부동산이 가른 표심이 언급돼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유권자가 관심을 가진 의제는 경제 회복과 주거 안정 등 부동산 정책이었다. 대선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서 조사한 대선 주요 의제 관련 설문서도 경제 회복(32%), 부동산 문제 해결(32%)이 첫손에 꼽혔다. 40~50대보다 30대서 부동산 문제에 관한 관심이 컸다. 그러면서 이 후보가 과거 민주당 후보에 비해 수도권 득표가 낮았다며 부동산 가격 상승과 관련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민주화 이후 모든 대선서 민주당 계열 후보가 국민의힘 계열 후보에게 서울서 패한 적은 2007년밖에 없었다”며 “수도권은 인구가 집중된 탓에 득표율 차이가 작더라도 득표 차는 매우 크게 나타난다. 그만큼 선거 승패에 수도권 표심의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부동산 이슈와 득표율의 상관관계를 보기 위해 동 단위로 서울 지역의 아파트 가격을 살폈다. 아파트 가격 변동에 따른 득표율을 본 것이다. 분석 결과 2021년 아파트 가격과 2020~2021년 가격 변동이 윤 전 대통령, 이 후보의 득표율과 상관성이 높았다. 가격 변동보다는 가격 자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아파트 평(3.3㎡)당 평균 가격이 높은 지역일수록, 아파트 가격 증가폭이 큰 지역일수록 윤 전 대통령의 득표율이 이 후보보다 높았다. 또 재산세 부담이 증가한 지역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많았다. 재산세가 늘었다는 건 그만큼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뜻이다. 지지율도 무용지물 민주당서 지목한 패배 원인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은 대선 패배 1년 뒤인 2023년 8월 녹서(Green Paper, 정책을 제안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 과정을 담은 대화록)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를 발간했다. 민주당 을지키는민생실천위원회(을지로위원회) 출범 10주년을 맞아 발표한 일종의 대선 패배 ‘반성문’이었다. 민주당은 해당 보고서에서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집값 상승을 잡지 못했다”고 짚었다. 문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보수와 진보 양 진영서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그 원인을 일관성 부족에서 찾은 것이다. 그러면서 “노무현정부 부동산 정책도 부족한 것이 많았지만 선거 대패와 당내 비난에도 철학과 원칙을 버리지 않은 점은 높게 평가된다”며 “문정부는 세제 개편 이후에도 집값이 계속 상승하면서 비판에 직면하자 전반적인 세제를 완화하는 정반대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문정부는 부동산, 즉 집이 투자가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 데 정책 방향을 맞췄다. 당연히 투기 수요를 때려잡는 데 모든 역량이 집중됐다. 부동산으로 재산을 불리려는 세력이 많아지면서 집값이 왜곡되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문정부는 세금 부과, 대출 규제 등으로 돈줄을 조였다. 2017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 규제 강화 등의 정책이 시행됐고 2018년에는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규제 지역서 새집을 사려 할 경우 주택담보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했다. 서울 25개 구, 분당·과천·하남·세종 등이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규제가 심해질수록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었다. 부동산이 ‘우상향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시중에 풀린 돈이 몰리고 또 몰렸다. 저가의 낡은 집 여러 채보다 고가의 좋은 집 한 채를 사자는 ‘똘똘한 한 채’ 이론도 생겨났다. ‘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른다’는 말이 돌면서 부동산 심리를 크게 자극한 것이다. 당시 ‘영끌족’ 지금은 곡소리 통계 조작으로 검찰 수사까지 부동산을 움직이는 건 ‘심리’라는 말이 있듯 너도나도 집을 사는 데 혈안이 되면서 집값이 요동쳤다. 집값이 오르는데도 수요가 있으니 계속 상승하는 구조였다. 이 과정서 ‘벼락 거지’ 등의 말이 생겨났다. 부동산 등 자산 가치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상황을 일컫는 표현이다.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어느 정부든 출범하자마자 제일 먼저 손대는 게 부동산 정책일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의 ‘집’ 사랑은 남다른 데가 있다. 문정부 역시 임기 내내 ‘집값 잡기’에 몰두했다. 하지만 끝내 실패했다. 몇몇 전문가는 문정부의 가장 큰 패착으로 부동산 정책을 꼽을 정도다. 그 여파가 대선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후폭풍이다. 문정부 당시 ‘갭투자(전세 끼고 매수)’ 방식으로 집을 마련한 이들이 현재 파산 지경에 이르고 있다. 폭탄 돌리기를 하다가 더 버티지 못하고 폭발한 것이다. ‘영끌족’의 몰락이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집을 산 사람은 높아진 금리를 견디지 못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문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펴면서 통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정책을 주도했던 대통령 비서실장, 국토교통부 장관 등은 감사원의 의뢰로 전부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이들은 정부 정책을 뒷받침하는 통계를 만들어내라고 통계청, 한국부동산원 등을 압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문정부가 통계를 조작한 횟수는 102회에 달한다. 2018년 1월부터 2021년 10월까지 일어난 일이다. 청와대와 국토교통부는 한국부동산원에 주택 가격 변동률을 하향 조정하도록 하거나 부동산 대책이 효과가 있는 것처럼 통계 수치 조정을 지시했다. 민주당은 ‘전 정권에 대한 탄압’이라면서 반발 중이다. 이번에도 이슈 될까? 이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재건축·재개발을 활성화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공약도 비슷하다. 후보별로 차이가 미미해 이번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가 생각보다 대망론에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정부의 정책 후폭풍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만큼 또다시 문정부에 이 후보가 발목을 잡히는 형국이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