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아파트 경비원들 하소연 들어보니…

주민이 주인, 동대표는 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아파트 경비의 삶은 고달프다. 주민들의 각종 민원도 해결해야 하고 밤새 경비도 서야 한다. 그 외의 업무들도 산더미다. 아파트 출입자에 대한 감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최근 조명되는 주민들의 갑질도 감내해야만 한다. 주민들이 바라보는 시선도 신경 쓰인다. 눈 밖에 나는 순간 일자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경비는 제2의 인생을 위해 직장에서 퇴직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직종 중 하나다. 근무자들이 나이 지긋한 사람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래가 충분히 보장이 되지 않은 퇴직자들이 선택하는 수단인 셈이다. 하지만 아파트 경비의 고용 환경은 불안하기만 하다. 아파트에서 직접 고용하는 일은 흔하지 않고 대부분 위탁업체를 통해 고용된다.

고용 불안에 한숨

아파트 경비들의 고용안전성은 제각각 다르다. 현업 종사자들은 고용안전성을 고려할 경우 직접고용이 가장 좋다고 한다. 아파트가 계속 존속하고 경비가 주민들과 마찰이 없는 이상 계속해서 근무를 할 수 있어 정규직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아파트에서 직접 고용하는 것은 가뭄에 콩 나듯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파트에서 직접 고용하는 경우는 주민들이 경비에게 신경 쓸 것들이 많아져 안하려고 한다”며 대부분의 아파트에서 위탁업체를 이용한다고 했다.

현재 A씨는 위탁업체를 통해 근무를 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아파트 경비원들도 마찬가지다. 동작구의 한 아파트에서 직접 고용된 아파트 경비를 만날 수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다며 입을 다물었다.


아파트 경비들의 고용환경 파악을 위해 경비원 B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여기서 일한지 얼마나 되었냐는 말에 “8년이 좀 넘었다”고 했다. 고용문제에 대한 질문을 하니 그는 업체서 경비교육도 하고 한 번 쓴 사람을 되도록 오래 있게 하려는 편이라고 했다. 고용문제와 관련해 업체보다는 동대표의 영향이 크다는 말도 꺼냈다.
 

그는 “동대표들이 업체에 연락해 아파트 경비에 대한 불만을 말하면 잘릴 수도 있다”고 주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속내를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하던 한 아파트 경비원은 “파리목숨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주민들의 갑질도 갑질이지만 위탁업체의 갑질이 더욱 심하다고 했다.

주민에서 업체로 업체에서 경비원으로 내려오는 내리갑질이라는 것이다. 위탁업체에서 뭐라고 하는 데 반발이라도 하면 그 순간 "다른 곳을 알아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고 한다. 심지어 대충 돈만 받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근무수행 능력 여부를 파악하지도 않은 채 아무나 배치해 곤란하게 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서초구에서 근무하고 있는 C씨는 지금은 처우가 많이 좋아졌지만 보수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업체도 있다고 했다. 위탁비용은 아파트 거주민들이 조금씩 걷어서 액수가 크지 않다고 한다. 그는 업체가 “작거나 돈이 적게 들어오는 아파트를 관리하는 업체에선 경비들의 휴식시간을 늘려 그만큼 보수를 줄인다”고 했다. 줄어든 만큼 자신들이 가져가는 보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정확한 현황 파악을 위해 각 업체마다 연락을 했지만 모두 바쁘다며 대답을 피했다.

근무환경 파악도 필요했다. 조사 결과 각 아파트 출입문마다 2명의 경비원들이 24시간 맞교대로 근무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대부분 24시간 중 식사시간을 포함한 6시간을 휴식시간으로 보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들은 심야 4시간을 수면시간으로 활용했다. 수면은 경비실에서 간이침대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였다.

입주자들·고용업체의 갑질
꾹 참고 하루종일 굽실굽실
푹푹 찌는 데 에어컨도 없어

아파트 경비들의 업무는 굉장히 포괄적이었다. 대형 아파트가 아닌 중소형 아파트일수록 업무량은 많았다. 광진구의 현업 종사자는 이 문제에 관해 “정해진 기준이 없어서 그렇다”고 일축했다. 모든 민원에 대응할 수 있는 만능이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중소형 아파트에서 근무하는 경비의 경우 경비업무는 기본으로 제초, 쓰레기 분리수거, 택배 관리, 원예 등의 업무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어떤 업무가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경비원들은 쓰레기 분리수거를 꼽았다. 아파트 주민들이 경비원들을 믿고 제대로 분리수거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하나하나 뜯어서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 것이 고역이라고 했다. 이 중 일부는 대형아파트의 경우 큰 위탁업체가 관리를 맡아 경비업무만 보면 된다는 말을 꺼냈다. 업체에서 부서를 나눠 청소든, 경비든 각자 업무만 하게 한다는 것이다. 확인차 대형 아파트의 경비들을 찾아가 물으니 두 곳에서 그렇다는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경비들이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경비실의 경우 건물이 지어진 시기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외견과 구조는 아파트마다 달랐는데, 신축 아파트일수록 경비실 내부가 오래된 경비실에 비해 넓었다. 경비실이 넓은 곳일수록 한쪽에 수면실이 마련되어 있어 간이침대가 필요하지 않았다. 지어진 시기에 따라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것은 온수의 유무였다. 일부 오래된 아파트 경비실에는 온수가 나오지 않았다.

찜통더위가 일찍 찾아오다 보니 냉방시설도 확인했다. 많은 아파트 경비들은 더위를 선풍기와 부채로 이겨내고 있었다. 일부 아파트 경비원들은 간이형, 벽걸이형 에어컨을 통해 더위를 피하기도 했다. 겨울에는 난방을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소형 난로를 배치하거나 선풍기형 난로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실내 환기의 경우 창문 하나로 환기가 잘 안 된다며 출입문까지 열어 둬야 원활하게 환기가 된다고 한다.

작을수록 업무량↑

아파트 경비원들은 갑질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런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나와 상처주는 것들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자신들을 이웃처럼 대해주는 이들도 있어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일부 20∼30대 청년들이 손으로 오라고 시늉을 하며 아파트 주민인 내 말을 안 듣느냐는 식의 행동을 할 때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이들은 역지사지의 입장으로 “서로 존중했으면 좋겠다”며 희망사항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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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