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정부는 세수가 부족하다며 지난해 담배 값을 2배 가까이 인상했다. 담배를 피우는 서민의 지갑은 더 얇아졌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국산담배가 3분의1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으로 수출된 담배가 한국으로 역수출되는 기이한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한 마디로 세수를 좀 먹고 있다. 이상옥 전 의원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이 현장을 목격하고 개탄을 금치 못했다.
이상옥 전 의원은 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최근 이 전 의원은 사업 때문에 중국을 드나들면서 국산담배가 우리나라 돈으로 1000원에 팔리고 있는 현장을 목격했다.
"중국서 원가보다 저렴"
이 전 의원은 이 같은 현실에 개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담배사업이 민영화가 됐지만, 여전히 국가사업이나 마찬가지다”며 “세수가 부족해 담배 값을 올렸는데, 중국에서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팔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 전 의원이 담배 문제에 관심을 가진 까닭은 무엇일까. 그가 30년 간 담배를 피워온 애연가이며, 1994년에는 양담배추방운동본부를 운용한 이력 때문일 것이다.
이 전 의원은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 판매하는 국산담배를 쳐다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중국에서 판매하는 담배가 ‘짝퉁’이라고 생각해서다. 실제로 해외에서 정교하게 위조된 가짜 담배가 문제가 되고 있기도 하다. 동남아에서 불법으로 생산한 뒤 유명 국내외 담배 브랜드를 붙여 국내에서 유통되는 가짜 담배의 적발 액수만도 지난 3년간 126억원에 달한다.
그는 얼마전 지인들의 권유로 중국에서 KT&G에서 생산하는 에쎄(ESSE) 한 보루를 구입했다. 30년간 에쎄만 피워온 그는 "짝퉁 에쎄와 진짜 에쎄가 맛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서 구매했다”며 “가격도 저렴해서 재미삼아 샀다”고 말했다. 가격은 한 보루에 단돈 1만원으로 한 갑에 1000원 꼴이다.
이 전 의원은 에쎄를 입에 물고 불을 지핀 연후에 깊게 들이마시고 깜짝 놀랐다. 자신이 30년 간 피워온 에쎄와 맛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일요시사>가 이 전 의원이 중국에서 사온 에쎄를 확인한 결과 진품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의원은 “처음에는 북한이나 중국에서 만든 짝퉁 담배인 줄 알았다. 그래서 한 갑에 우리나라 돈으로 1000원이라고 해도 콧방귀도 안 뀌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중국에서 판매하는 담배가 진품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국가 세수의 일익을 담당하는 담배가 중국에서 1000원에 팔리면서 세금을 좀 먹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성토했다.
한국선 4500원에 파는데…
짝퉁? 확인 결과 진품 확인
중국에서 국산담배가 1000원에 팔리고 있다면 이는 국내 면세점에서 파는 것보다 더 저렴한 셈이다. 제주공항 면세점에서 국산담배 한 보루는 2만45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시중에서는 4만5000원에 판매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이 때문에 흡연자들이 해외나 공항에 방문한 지인에게 담배 심부름을 부탁하는 게 일상이다. 그마저도 내국인에게는 1회 1보루, 연간 6회로 면세담배 구매를 제한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은 “예를 들어 한국인 보따리상들이 중국에서 담배 10보루를 사면 10만원”이라며 “한국에서 담배 10보루는 45만원이다. 차익이 무려 35만원이나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들 보따리상들은 이 담배들을 남대문시장이나 도소매점에 시중가보다 싸게 넘긴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국산담배가 싸기 때문에 온라인 판매도 횡횡하고 있다. 현행법상 온라인을 이용한 담배 판매는 불법이지만 이들 사이트 대부분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단속과 제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들 중 일부는 회원제를 통해 외부의 접근을 차단하는 곳도 있으며, 해외사이트에서만 해당 사이트가 검색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이렇다 보니 돈만 떼이고 물건은 받지 못하는 피해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불법인 걸 알면서도 한국보다 배 이상 저렴한 가격에 담배를 구매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해당 사이트를 이용하다 피해를 보는 것이다. 불법 거래 사이트 다수는 계좌이체를 통한 결제만 가능하게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