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는 검사들 사연

술시중에 실적압박 '검찰 맞아?'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현직 검사가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검사는 죽기 전 직속상관에게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과 검사 직무에 대한 압박감을 토로하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 유서 내용은 큰 파장을 몰고 왔다. 뒤이어 검사가 지인들에게 보낸 메시지까지 공개되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현직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이미 여러 차례 있었다. 그때마다 자살의 이유로 상관의 괴롭힘과 일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의혹이 새어 나왔다. 촉망받던 검사들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지난달 19일 10시5분 서울 남부지검 김모(33) 검사가 서울 목동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채 발견됐다. 이런 상황에 평소 직속상관인 김 부장검사의 폭행과 인격모독에 힘들어했다는 증거자료가 속속 등장했다. 김 검사는 죽기 전 남긴 유서에서 “물건을 팔지 못하는 영업사원들의 심정이 이렇겠지” “병원에 가고 싶은데 병원 갈 시간도 없다” 등의 내용을 남겼다.

죽도록 공부해서…

김 검사는 평소 지인들에게도 직속상관과의 관계에 대한 고충을 여러 번 털어놓았다. 김 검사가 지난 3∼4월 대학 동기들에게 보낸 메시지에는 “스트레스 탓에 어금니가 빠졌다” “술자리 끝났는데 부장이 부른다. 여의도에 있는데 15분 안에 오라고 한다. 택시 타고 가는 길” “15분 지나니 딱 전화 온다. 도착하니 부장은 취해서 강남 XXX동까지 모셔다드리고 있다” “부장이 술 취해서 잘하라고 때린다. 슬프다 사는 게” “욕을 먹어도 웃으면서 버텼더니 오히려 술 마시면서 나한테 당당하다고 욕을 했다”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또한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친구에게 “같이 개업할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김 검사는 실적 압박을 호소하기도 했다. “거의 이틀 밤을 새웠다” “매달 시험을 치는 느낌”이라며 “숫자 몇 개 남았는지로 모든 걸 평가한다”고 말했다.

김 검사는 또 “죽고 싶다” “사는 게 슬프다” “살려줘”와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하며 죽음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보냈다.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지 오늘은 자고 일어났는데 귀에서 피가 엄청 많이 났다. 이불에 다 묻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장래가 촉망했던 김 검사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유서에서 “한 번이라도 편한 마음으로 잠들고 싶다. 스트레스 안 받고 편안하게…”라고 적었다. 이에 김 검사의 아버지인 김모씨는 대검찰청과 청와대에 아들의 죽음과 관련된 탄원서를 제출했다. 형사2부장이던 김모 서울고검 검사를 철저히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김씨는 탄원서에서 “아들이 부장검사의 일상적인 폭언과 비상식적인 인격모독으로 힘들어했다”고 주장했다.

탄원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현직 검사도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등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의정부지검 소속 임은정 검사는 이날 자신의 SNS를 통해 “나도 16년째 검사를 하고 있다 보니 별의별 간부를 다 만났다”며 “스폰서 달고 질펀하게 놀던 간부가 나를 부장에게 꼬리 치다가 뒤통수를 치는 꽃뱀 같은 여검사라고 욕하고 다녀 10여년 전에 마음 고생을 했다”고 술회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검찰의 눈부신 내일이었을 참 좋은 후배의 허무한 죽음에 합당한 문책을 기대한다”고 적었다.
 

일선 검사가 상관의 괴롭힘과 상관에게서 받은 인간적 모멸감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추정되는 사례는 이전에도 있었다. 1993년에는 부산지검에 소속돼 있던 박모(당시 30세) 검사가 목숨을 끊었고, 2011년에는 대전지검에서 근무하던 허모 검사(당시 34세)가 각각 상관과의 관계에서 괴로움을 느끼던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남부지검 소속 자택서 목숨 끊어
단순 스트레스?…이유 두고 논란

“죽고 싶다”…부친 “인격 모독” 탄원

김 검사가 초임 검사로 근무한 서울남부지검은 일이 상대적으로 어렵기로 소문난 곳이다. 여의도 증권가를 관할하는 곳이라서 금융 관련 고소·고발 사건들이 많다. 한 검사는 “남부지검은 업무 강도가 센 편에 속한다. 한 달에 맡는 고소사건만 100건이고, 처리하기 어려운 ‘질긴 사건’이 많다”고 했다. 그는 또 “사건 접수일로부터 3개월이 지나면 컴퓨터 전산 장부에 빨간색으로 표시가 된다. 언제 사건을 처리하느냐고 여기저기서 연락이 올 때 느끼는 압박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선 이런 전근대적 문화가 남아 있는 배경에는 비뚤어진 상명하복 관행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검찰 특유의 상명하복 문화는 범죄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사건 처리 과정에서 상사의 독단적 의견이 반영되는 등의 문제도 많다는 것.

축적된 수사 노하우로 빠르게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조직의 특성상 ‘검사동일체’ 원칙을 무작정 탓할 수는 없지만 업무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영역에까지 뻗친 왜곡된 상명하복 문화는 검찰 안에서 크고 작은 문제를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검찰 안팎에선 지적한다.
 


검찰 간부 중에는 일선 검사들을 ‘지도한다’는 명목 아래 인간적 모멸감을 주는 간부들도 적지 않고, 일선 지검장을 비롯한 검찰 고위 간부들도 이런 행태를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실제 김 검사 사건이 터졌을 때 검찰 고위 간부들은 ‘후배 검사에 대한 선배 검사의 교육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는 식의 반응이 많았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상관의 지시가 아무리 부당할지라도 평검사가 이의를 제기하거나 저항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선배와 후배 검사간의 소통 부재를 지목하는 이들도 있다. 10년차인 한 검사는 “내가 초임이었을 때 새벽에 퇴근하고 나면 바로 위 선배들과 얘기를 하면서 고민을 털어놨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다. 김 검사가 조직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선배로서 미안함이 크다”고 말했다.

왜곡된 상명하복 문화는 검찰 조직을 위기에 빠뜨린다. 법조계의 고질적 전관예우 관행도 이런 그릇된 풍토에서 비롯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상명하복은 행정 업무를 처리할 때 적용되는 것이다. 수사에선 사건 내용을 가장 잘 아는 일선 검사의 견해가 중요하다. 상관이 이를 무시하면 수사가 왜곡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비뚤어진 관행

현재 검찰은 김 검사 자살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대검찰청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유족 측의 탄원서를 2주 전쯤 접수한 뒤 서울남부지검에 내려보내 진상조사를 진행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조사한 뒤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배너

관련기사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