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홈 구지은 '400일 천하' 풀스토리

다 된 밥에 오빠가 숟가락 ‘푹’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구자학 아워홈 회장 일가 중 유일하게 경영에 참여했던 구지은 아워홈 전 부사장. 그는 아워홈 후계 승계 1순위로 거론돼 왔다. 하지만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선임되고 구 전 부사장이 아워홈 경영에서 물러나면서 사실상 후계구도는 역전됐다. 그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구 전 부사장의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린 셈이다.

구지은 전 부사장은 범 LG가에서 유일무이한 여성경영인이다. LG그룹의 창업주이자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아버지인 구인회 회장은 유독 보수적인 윤리관으로 장자승계원칙을 철저히 고수해왔다. 딸들은 경영에 참여시키지 않기로 유명했다. 구 전 부사장은 1남3녀 중 막내이고 더욱이 딸임에도 불구하고 범 LG가의 틀을 완벽히 뒤집은 인물이었다. 그 만큼 구 전 부사장은 실력과 카리스마를 겸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후계자였는데…

구 전 부사장은 서울대 경영학과와 보스턴대 석사 과정을 마치고 삼성인력개발원과 왓슨와이트코리아 수석컨설턴트 등을 거쳤다. 2004년 아워홈 등기이사로 선임되고, 구매물류사업부장으로 입사해 본격적으로 경영수업에 돌입했다. 구 전 부사장은 아워홈의 외식사업을 진두지휘하며 2010년 전무로 승진했다.

구 전 부사장은 형제 중 유일하게 12년간 아워홈 경영에 직접 참여했다. 수완이 좋아 업계에서도 인정을 받았다. 입사 이후 아워홈 매출을 1조3000억원까지 끌어올렸으며, 인천공항 식음료업장 진출, 외식사업 다각화 등 신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능력도 인정받았다.

또 구 전 부사장은 아워홈 지분을 꾸준히 늘리며 형제들과의 지분관계에서도 우위에 서게됐다. 구 회장의 장남인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은 지분 38.56%를 보유한 최대주주지만, 그동안 경영에 일절 참여하지 않았다. 구 회장의 뒤를 이을 후계자로 구 전 부사장이 가장 유력하다는 업계의 관측도 이 때문이었다.


후계 구도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년 전이다. 지난해 그가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기존 임원진과의 갈등설이 돌았다. 아워홈 사장들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잇달아 교체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아워홈 사장이었던 이승우씨가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이씨는 2010년 3월 아워홈 기획담당 상무로 영입돼 그해 9월 사장이 됐다. 2013년 연임한 이씨가 임기를 2년 남겨 놓은 상태에서 그만둔 것이다.
 

이씨 자리에 CJ제일제당 부사장이었던 김태준씨가 영입됐다. 하지만 김씨는 재계에서 비운의 CEO로 남게됐다. 김씨는 사장 선임 4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자리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아워홈은 지난해에만 2명의 사장을 갈아치운 셈이다.

뿐만 아니라 외식사업부의 한 임원도 영입 1년 만에 사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새 대표이사에 급식사업부 수장을 담당했던 이종상 상무가 선임되면서 구 전 부사장 체제 구축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업계에선 “두 사람은 일신상의 사유가 아닌 회사에서 압박해 사직한 것”으로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사실상 문책성, 경질성 인사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같은 맥락에서 오너일가와의 불화설에 무게가 실렸다.

또 사내 안팎에선 외부인사 영입과 사업구조 개편 과정에서 구 전 부사장과 원로 경영진과의 불화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이에 보다 못한 구 회장이 직접 나서 지난해 7월 구 전 부사장을 보직해임했다. 구 회장은 이러한 인사조치 뒤, 공석인 대표자리에 이씨를 복귀시켰다.

‘막내린 공주시대’ 결국 장남 카드 꺼내
회장 결단…1년만에 뒤바뀐 후계구도


이런 인사조치에 대해 뚜렷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결국 구 회장이 막내딸 구 부사장과 원로 임원들의 계속된 갈등을 더이상 두고 보지 못해 직접 경질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실제로 구 전 부사장은 해임 뒤 개인 SNS에 “외부는 인정, 내부는 모략, 변화의 거부는 회사를 망가뜨리고 썩게 만든다”는 내부 갈등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또한, 구 전 부사장이 지난 2004년부터 진두진휘하던 아워홈 외식사업부가 외형에 비해 이렇다 할 대박 브랜드를 내놓지 못하는 등 부진을 보이자 회사의 경영 안정화를 위해 이러한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도 있다.
 

아워홈의 후계구도 공식이 깨진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 것도 이때부터였다. 구 전 부사장은 올해 1월 구매식재사업본부장으로 복귀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존 임원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는 내부갈등설에 또다시 휩싸였다. 사내에서도 구 전 부사장이 작년 7월 보직해임 때문에 보복성 조치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렸다.

아워홈 측에서는 이 같은 소문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대응했지만 공교롭게도 후계구도는 급변했다. 구 전 부사장은 경영에 복귀한 지 2개월 여 만에 등기이사에서 물러났다. 결국 아워홈을 떠나 관계사인 캘리스코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구 전 부사장의 아워홈 복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시각이 많았다. 사실상 후계구도에서 밀려났다는 게 중론이다.

구본성 아워홈 부회장은 이 시점에 등장한다. 지난 3월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됐다. 이후 구 부회장은 이사회를 통해 등기이사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아워홈과 관련된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은 없었던 구 부회장이 아워홈의 경영에 첫발을 내딛는 행보였다.

지난 20일 구 부회장은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된 이후 3개월 만에 대표이사 자리까지 꿰찼다. 구 부회장은 지분 38.56%를 보유한 아워홈의 최대주주여서 구 회장의 뒤를 잇는 최종 승계구도가 확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구 부회장은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이후 헬렌 커티스와 체이스맨해튼은행, LG전자, 삼성물산 등에서 근무했으며 동경 법정대 객원 연구원과 삼성경제연구소 임원을 역임했다.

구 부회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경영관련 업무를 해온 만큼 당장 아워홈을 직접 경영해도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그 동안 범 LG가는 기본적으로 장자 승계 원칙을 고수했기 때문에 꾸준히 구 부회장이 구 회장의 뒤를 이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아워홈 관계자는 “최대주주의 책임경영 참여 차원에서 구본성 대표를 선임한 것”이라며 “사업구조의 선진화와 글로벌 경쟁력 강화 등 질적 성장을 이루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구 전 부사장의 아워홈 시대는 끝났다. 지난해 그가 아워홈 부사장으로 선임되고 회사에서 물러나기까지 약 2년 동안 아워홈은 내홍에 시달렸다.

부친에 찍혔나?

지난 6개월새 수장만 3차례나 바뀌고, 실세였던 구 전 부사장의 보직해임과 복귀, 계열사 전출이 반복되는 등 아워홈이 사실상 2년여간 경영공백 상태였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로인해 매출 정체와 임직원의 동요가 뒤따랐다. 구 회장이 꺼내든 장남 카드로 아워홈의 위기를 타계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min1330@ilyosisa.co.kr>


 


[아워홈 상황은?]

아워홈의 매출 그래프는 2011년부터 5년째 멈춰있다. 지난해 아워홈의 매출액은 1조3547억원으로, 2011년 1조2361억을 기록하며 1조원을 돌파한 후 거의 제자리걸음이다. 2013년 삼성웰스토리는 매출 1조2040억원으로 아워홈을 넘어섰고 지난해 1조6623억원으로 성장했다. 현대그린푸드도 2011년 아워홈을 따라잡은 후 현재 2조1127억원으로 몸집이 커졌다. 업계에서는 구지은 전 부사장이 있는 동안 ‘아워홈의 잃어버린 2년’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