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38 )이별

쌓여가는 의심, 다가오는 거사일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그 놈이 그래도 그런 재주가 있네.”

석원이 허탈하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그렇고 배고프지.”

“응, 맛있는 거 사줘.”

아무 거리낌 없이 말하는 기미코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미처 제대로 살피지 못했는데 눈동자가 불빛에 흐릿하게 반짝이고 있었다.

얼굴을 기미코에게 가까이 가져갔다.

미세하게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무슨 일 있는 거야?”

“무슨 일은, 그저 당신과 이번 여행 함께하지 못한다고 하니 나도 모르게 그냥….”

“그냥 뭐?”

“자꾸 이별이란 말이 생각나더라고.”


석원이 손을 뻗어 기미코의 볼을 어루만졌다.

“왜 그런 생각하는 거야?”

“나도 몰라. 그냥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볼을 만지던 손으로 기미코의 손을 잡았다.

“일어나자.”

석원의 주문에 마치 기미코가 자석에 이끌리듯 움직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자 석원의 마음이 더욱 아려오는지 그윽한 눈길로 기미코를 바라보았다.

“어디로 갈까?”

다방을 나서자 기미코가 팔짱을 꼈다.

“당신 마음대로 해. 오늘 밤은 당신이 하자는 대로 할게.”

석원이 걸음을 멈추고 기미코를 바라보았다.

기미코가 혹시 자신의 일정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순간적인 생각이 일어났다.


그를 살피며 호룡을 떠올렸다. 호룡이 말했을 턱이 없었다.

“왜?”

“오늘 따라 내 사랑이 왜 이럴까 싶은 생각이 들어서.”

석원이 팔짱껴 있는 팔을 빼내 기미코의 어깨를 감쌌다.

“그러게, 내가 생각해도 이상하네.”

“기미코!”


기미코가 답하지 않고 바라보았다.

“우리 보금자리로 갈까, 날도 그런데 음식 좀 장만해서.”

기미코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바라보자 석원의 마음이 갑자기 급해지기 시작했다.

서둘러서 간단하게 장을 보고 택시를 잡아탔다.

기사에게 바다 가까이 가달라는 주문을 넣고 자신에게 기우는 기미코를 가슴에 안았다.

가만히 기울어져 온 기미코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가져갔다.

비릿한 바다 냄새가 밀려오는 듯했다.

“비자가 발급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기미코를 만나기 위해 나왔다 들렀습니다.”

석원이 기미코를 만나기 전 조총련 오사카지부로 호룡을 찾아갔었다.

“축하하네 석원 동지!”

호룡이 들어서는 석원을 과장되게 몸을 부풀려 반갑게 맞이했다.

이어 그의 안내로 자리하자 호룡이 대뜸 봉투부터 건넸다.

“이건….”

내용물이야 빤한 거지만 밑도 끝도 없이 내미는 바람에 석원이 잠시 주저했다.

“이 시점에 자네에게 돈이 필요할 듯하여 윗선에 이야기해서 섭섭지 않게 받아내었네. 한번 살펴보게.”

거들먹거리는 호룡의 모습을 주시하다 이내 봉투를 집어 들고 내용물을 확인했다.

이전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금액이 들어 있었다.

그를 살피며 석원이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호룡을 주시했다.

“이 사람아, 거사를 준비하려면 경비가 수월치 않게 들어가지 않겠는가. 비행기 티켓 값이며 남조선 체류 비용 그리고 자네 가족의 생계비 등 말일세.”

“그게 아니라….”

“그러면?”

호룡에 대한 의심…불안한 출국준비
석원, 과연 민족의 영웅될 수 있나?

“마치 제가 비자 발급받은 사실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는 듯해서 그럽니다.”

호룡이 답하지 않고 순간적이지만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석원의 어깨가 잠시 움찔거렸다.

“석원 군, 아니 석원 동지. 우리 정보망을 아직도 우습게 보는 건가!”

호룡의 은근한 협박성 말에 석원이 한껏 움츠러들었다.

그를 살피던 호룡이 자리에서 일어나 석원에게 가까이 다가가 양 어깨를 잡고 일으켜 세웠다.

“우리의 치밀한 정보력이 자네와 함께 할 터이니 자네의 성공은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다는 의미일세, 알아 듣겠는가!”

호룡의 액션에 석원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호룡이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자리에 앉았다.

“기미코 양은 비자 신청을 하지 않았다더군.”

“아무래도 고타로 때문에.”

“그러한 사실도 알고 있네, 다만….”

“부장님, 말씀하세요.”

“자네 두 사람을 보면 참으로 아름답게 보인다 이 말이네. 비록 자네 고집으로 인연이 맺어지지 못했으나 그로 인해 더 깊은 인연을 나누고 있지 않은가.”

석원이 기미코를 생각하며 지그시 눈을 감았다.

“그래서 말인데.”

순간 석원이 눈을 떴다.

“이번 일이 성공하고 나면 말일세.”

호룡이 잠시 뜸을 들였다.

“이 일이 마무리되고 나면 자네는 우리 민족의 영웅이 될 터이니 한번 이참에 기미코 양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나.”

“어떻게….”

“공식적으로 자네 아내로 받아들이라는 말일세.”

“그게 어찌….”

“이 사람아, 영웅호색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를 떠나서 영웅이라면 시시콜콜 국적에 연연해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석원의 머리에 영웅호색이라는 말이 깊게 각인되고 있었다.

“그건 그렇고 남조선 입국 일정과 숙소를 정하도록 하자고.”

호룡이 정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벽에 붙어있는 달력 가까이 다가가 8월 15일을 지목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부장님이 정해 주십시오.”

“남조선 내의 분위기를 살핀다 감안하면 한 열흘 정도 전에 입국하는 게 좋겠지. 그리고 출국은….”

호룡이 잠시 말을 멈추고 석원을 주시했다. 순간 석원의 얼굴로 어두운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

“일이 성공한다고 하면 아니 실패한다 해도 일본인이란 사실이 밝혀지면 조만간 일본으로 돌아오게 될 터이니…. 그건 당시의 상황을 보아가며 정하도록 하자고.”

호룡의 확신에 찬 어투에 석원의 얼굴에서 불안감이 사라지고 있었다.

“숙소는 어디로 정해야 할까요?”

“그야 영웅에 걸맞은 호텔에 투숙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남조선에서 가장 화려한 호텔에 머물도록 하세.”

이어 호룡이 자신의 책상으로 다가가 전화기를 들었다.

이어 석원의 아니 고타로의 한국행 비행기 그리고 호텔과 관련 진지한 표정으로 통화했다.

“그것 참 이상하지.”

목적지에 도착한 석원이 앉아 있는 상태서 기미코를 가슴으로 안고 함께 바다를 바라보았다.

석원의 시선에 기미코의 머리 뒤 부분과 바닷물이 교차되고 있었다.

“왜?”

기미코가 고개를 돌려 석원의 입에 자신의 입을 마주 대며 입을 열었다.

“이곳에만 오면 이상하리만치 포근하단 말이야. 그래서 잠시 그 사유를 생각해보았어.”

“그 사유가 뭔데?”

“물론 우리 고향에 있는 바다란 점도 한몫하고 있었지만 결국은 기미코가 곁에 있어주어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석원이 기미코의 허리를 감싼 양팔을 조금 위로 이동했다.

마치 그를 도와주기라도 하듯 기미코가 자세를 낮추며 석원의 손을 밀어 올렸다.

석원의 손에 아담하기 이를 데 없는 기미코의 가슴이 가득 들어찼다.

“난조 상 생각만 그런 게 아니야. 나 역시 가끔 그런 생각하고는 했거든.”

“그런 생각이라니?”

기미코가 답하지 않자 석원이 자신의 손에 살짝 힘을 주었다.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말이지?”
 

<다음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