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특집> ‘숨은 명소’ 7대 캠핑장 탐방

날씨 좋고 풍경 좋고 “당장 떠나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본격적인 봄나들이 철이 다가오면서 캠핑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맞춰 캠핑 마니아들을 설레게 하는 특색 있는 캠핑장들도 속속 선보이고 있는 상황. <일요시사>에서는 봄기운이 완연한 4월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7곳의 이색 캠핑명소를 소개한다.

곡성 청소년야영장은 고달면 가정리에 있다. 원래는 오곡초등학교 예성분교가 있던 곳으로, 1946년 개교해 1995년 폐교했다. 폐교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2005년 청소년야영장으로 새 단장을 했다. 야영장이 위치한 곳은 섬진강 물길이 바로 보이는 곳.

이 물길을 사이에 두고 건너편에는 17번 국도와 철길이 나란히 달리고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섬진강, 길, 철로가 10km 넘는 구간을 함께 흘러간다. S라인 물길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철길의 모습은 ‘빨리’만을 외치는 요즘의 직선 철로와는 사뭇 다른 풍경.

[곡성 열차테마]

유홍준 교수는 책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이 길을 우리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철길 중 하나로 꼽았다. 옛 곡성역에서 가정역까지는 하루 다섯 번 증기기관차가 왕복으로 운행된다. 사실 옛 곡성역은 1999년 기능을 잃었다.

전라선이 직선화되면서 새로운 곡성역이 생겼기 때문. 하지만 옛 곡성역은 ‘열차’를 테마로 한 ‘섬진강 기차마을’로 변신해 관광객을 모으고 있다. 실제로 야영장에 앉아있으면 강 건너에서 ‘뚜우∼’하며 증기기관차 기적 소리가 울려 퍼진다.


사람들은 아련하게 들리는 이 소리에 시간 여행을 떠난 듯 착각에 빠져든다. 야영장에 텐트를 내려놓고 ‘섬진강’과 ‘열차’를 테마로 즐길 거리를 찾아 나선다. 곡성 청소년야영장의 장점은 텐트를 가져오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40여 동의 텐트 중 10여 동은 섬진강 둔덕에 있고, 바로 옆에는 개수대와 전기 시설이 마련돼 있다. 나머지 30여 동은 청소년야영장 본관 옆 운동장에 설치돼 있는데 이곳은 그늘이 드리워져 한여름에 시원하게 야영을 즐길 수 있다.

오토캠핑객은 섬진강 바로 앞 잔디밭에 텐트를 칠 수 있다. 수해로 인해 잔디와 일부 시설이 유실됐지만, 따로 구획이 나뉘지 않아 텐트와 그늘막을 자유자재로 칠 수 있다. 단 래프팅 체험을 이곳에서 하기 때문에 낮에는 조금 시끄러울 수 있다는 게 단점.

조용하게 자연을 만끽하고 싶다면 야영장에서 자전거길을 타고 두계마을 쪽으로 1㎞ 가면 청소년야영장에서 관리하는 야영사이트가 있다. 청소년야영장에서 관리하는 부지인데 잔디와 들꽃이 보송보송하게 자라나 있으며 이곳에선 조용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양평 중미산 천문대]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중미산 자연휴양림 캠핑장은 초보 캠핑족이 첫 캠핑으로 도전하기 좋다. 그 이유도 간단하다. 적당히 불편하고 적당히 한적하다. 이곳에는 총 56개의 캠핑 데크가 있고 산림청이 운영하는 38개의 휴양림 가운데 올해부터 예약제 캠핑장을 시범 운영하는 6곳 중 한 곳이다. 예약하고 와야 하며 초보들이 도전하기에 좋다.

본격적인 나들이 철…사람 몰리는 야영장
승마체험부터 번지점프까지 다양한 체험


계곡을 따라 십여 개의 캠핑 사이트가 드문드문 들어서서 숲에 둘러싸인 느낌이 일품이다. 화장실, 샤워실, 식수대도 갖췄지만, 매점이나 전기가 없는 것은 아쉽다. 그래도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떼워가며 지내는 게 캠핑인지라 초보들이 도전하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또 가족 단위 소규모 캠핑족이 대부분이라 여유롭다. 차를 바로 옆에 두는 오토캠핑, 등산 중에 동그란 알파인 텐트를 치고 즐기는 산악캠핑, 넓고 고른 땅에 집처럼 크고 넉넉한 텐트를 치고 즐기는 캠핑 등 종류도 다양하다.

10여 개의 오토캠핑 사이트를 제외하면 중미산 캠핑장은 산악캠핑에 가깝다. 캠핑 사이트도 산기슭을 그대로 살려가며 꾸며졌다. 다만 앞뒤 사이트의 간격이 좁아서 밤에는 옆 텐트에서 코를 고는 소리도 들리지만, 풀벌레 소리나 시냇물 소리에 묻혀버린다.

자연휴양림이라 주변 환경이 좋고 숲 산책로는 가볍게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숲 체험코스 1.2km, 태교의 숲길 600m, 등산로 6.4km가 있다. 또한, 숲 해설사가 친절한 설명도 해주니 아이들과 함께 둘러보기 좋다. 등산로는 40분 정도면 정상에 오를 수 있는데, 정상에서는 남한강, 북한강은 물론 서울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오리엔티어링 프로그램도 있다. 지도와 나침반을 이용해 길을 찾아가는 게임인데 이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 덕택에 아이들도 즐거워한다. 주변에는 대형 리조트도 있고 천문대도 있으니 미리미리 알아두면 둘러볼 곳이 많다.

[동해 망상해변]

7번 국도를 타고 강원도 바다로 떠나보자. ‘망상해변’은 여행객의 로망이다. 약 2km에 달하는 모래사장 앞으로 넘실대는 쪽빛 바다에 먼저 마음을 빼앗기고 소나무 숲 사이로 유유히 모습을 드러내는 캠핑카를 보면 ‘망상’에 대한 열망은 커져 간다. 캠핑카에 누워 파도 소리에 잠드는 것.

영화에서만 보는 장면이 아니다. 망상오토캠핑리조트에서는 직접 ‘캠핑카’ 이색 휴양을 체험할 수 있다. ‘망상’은 원래 너른 들판이라는 뜻으로 마상평(馬上坪)이라 불렸다.

조선 시대에 망상(望祥)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상서로움을 바라다’, 즉 ‘좋은 일을 꿈꾼다’는 의미를 갖게 됐는데, ‘망상’은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시인인 정철이 지은 시 제목이기도 하다. 강원도 관찰사 직책을 수행하던 정철은 삼척에서 ‘소복’이라는 관기와 사랑에 빠지는데, 나중에 소복을 다시 찾았을 때 그녀는 다른 유생의 첩이 돼 있었다.

옛 삼척을 뜻하는 ‘진주길’을 밟으며 정철은 애달픈 마음을 시로 남겼는데, 그 시가 망상해변의 이름이 됐다. 망상캠핑장의 강점은 바로 망상해변이다.
 

캠핑장 바로 앞에 있는 옥빛 바다는 맑고 투명하다. 여름에는 해양스포츠와 물놀이를 즐기기 좋아 많은 인파가 몰린다. 굳이 ‘여름’이 아니어도 망상의 즐거움은 많다. 여름에만 야영을 허용하는 해수욕장과는 달리 망상캠핑장은 365일 문을 연다. 망상에 거점을 두고 주변 관광지 탐방에 나서는 것도 동해 캠핑의 또 다른 재미.

천곡동굴, 무릉계곡, 묵호항, 추암촛대바위, 끝자리 3·8일에 서는 북평5일장 등은 동해 삼척 여행의 주요 테마다. 또 고성∼속초∼강릉∼동해∼삼척까지 7번 국도를 따라 강원도 바다 여행도 추천한다. 크고 작은 항구와 이름 모를 해수욕장을 지나다 마음이 끌리는 곳에 차를 세우다보면 ‘망상해변’보다 더 아름다운 ‘나만의 해변’을 발견할 지 모를 일이다.


[안성 승마목장]

말이 뛰어놀던 목장이 캠핑장으로 변신했다. 드넓고 푸른 잔디밭에 텐트를 치는 일은 상상만으로도 특별하다. 목장을 지키던 울타리는 아이들의 골대가 되고, 마굿간은 취사장으로 바뀌었다. 말에게 먹이를 주며 말과 친해진 아이들은 말처럼 건강하게 캠핑장을 누빈다.

이색 캠핑의 1번지로 떠오르는 안성승마오토캠핑장 덕분에 주말이 기다려진다. 서울에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안성승마오토캠핑장은 캠핑과 승마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안성시 일죽면 은석사거리에서 캠핑장으로 들어서면 승마장과 캠핑장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은 승마장인 하노바승마클럽이고, 왼쪽은 캠핑장이다. 캠핑장으로 들어서면 넓은 초원과 하얀 울타리가 정겨운 목장 분위기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획일적으로 사이트가 배치된 캠핑장과 달리 광활한 자연을 맘껏 누릴 수 있는 자유을 선사한다. 울타리 한편에 텐트 치기를 마치고 나면 목장 주인이 된 듯한 기분이 든다.

교관이 말을 타고 캠핑장에 나타나면 저마다 놀이에 빠져 있던 아이들이 삽시간에 말 주위로 몰려든다. 말이 몸무게를 견딜 만큼 작은 아이들은 교관과 함께 말에 올라보는 행운도 누릴 수 있다.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은 토요일 오후 2시30분. 잔디 운동장을 쉴 새 없이 뛰어다니며 놀아도 아이들은 말을 만나는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정식 자격증을 가진 교관이 이끄는 말을 직접 타볼 수 있다.

트랙을 돌 때마다 다른 속도와 방법을 지도해주기 때문에 승마 재미에 쉽게 빠져든다. 말의 이름도 불러보고, 내려서 말 볼에 뽀뽀까지 하고 난 아이는 말과 친구가 된다. 토요일 오후 2시30분에 진행되는 마방 체험과 승마 체험 말고도 일요일 오전이면 훈련하는 선수들의 마장 기술과 승마하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안성승마오토캠핑장은 원래 말 휴양소였다. 튼튼해 보이는 말들은 약해서 피부염에 걸리기도 하고, 발톱을 다치기도 한다. 체중에 비해 약한 발목은 염증으로 고생한다.

이곳은 1997년부터 2006년까지 그런 말들을 치료하던 곳이었다. 폐장 후 한적한 잔디밭에서 승마장 체험객들과 지인들이 캠핑을 즐기게 됐고, 점점 입소문을 타며 2011년 9월에 정식으로 캠핑장 문을 열게 됐다.

[임진강 번지점프]

임진강번지점프캠핑장은 캠퍼들 사이에 색다른 캠핑 명소로 떠오르는 중이다. 거기에는 임진강을 배경으로 즐기는 짜릿한 모험 레포츠가 한몫한다. 낮에는 국내 최고 높이의 번지점프대에서 용기를 시험하고, 스릴 만점의 라인 드라이브로 임진강을 가로지른다. 사륜바이크(ATV)로 산길과 강변을 마음껏 달리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사위에 어둠이 내리면 숲 속 캠핑장에 삼삼오오 둘러앉아 자연 속에서 평화로운 휴식을 취한다. 캠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설은 임진강 절벽을 끼고 세워진 번지점프대다. 거대한 규모의 철 구조물이 우뚝 솟아 있어서다. 번지점프대는 높이가 수면에서부터 73m로 국내에서 가장 높다.

용기가 있다고 모든 사람이 번지점프에 도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학생(15세) 이하와 50세 이상, 체중 125kg 이상, 신장 130cm 이하인 경우 점프에 제한을 받는다. 고소공포증이나 심혈관 질환 등 신체적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내·자녀들이 더 좋아하네∼”
진짜 마니아들의 백패킹 성지는?

번지점프가 수직하강을 하는 것이라면 라인 드라이브는 수평하강을 하는 공중 레포츠다. 라인 드라이브란 양편에 지주대를 설치하고 그사이를 튼튼한 와이어로 연결한 뒤 트롤리라는 도구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하는 스포츠다. 별도의 전기 장치 없이 무동력으로 하늘을 나는 듯 활강하는 쾌감이 있어 번지점프만큼이나 인기가 많다. 연천과 파주의 경계를 이루는 임진강을 가로질러 쇠줄이 연결된 구간은 300m.

점프하는 순간부터 착륙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40초. 최고 시속 100km로 빠르게 활강한다. 임진강에 어둠이 내리면 모험 레포츠는 막을 내리고 자연 속에서 캠핑을 하며 달콤한 휴식을 즐길 차례다.

캠핑 사이트는 모두 140여 동. 너른 터에 여러 개의 텐트가 옹기종기 모여 캠핑을 할 수 있는 오토캠핑장(120여동)과 나만의 쉼터를 보장받을 수 있는 숲 속 야영장(20여동) 중 원하는 장소를 선택해 자연과 하나 되는 시간을 가지면 된다.

[마포 난지]

난지캠핑장은 지난 2002년에 문을 열었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캠핑이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게 2005년 즈음이니 난지캠핑장은 캠핑장의 맏형쯤 된다. 한강을 바라보며 도심에서 즐기는 여유로운 캠핑, 난지캠핑장으로 떠나보자.

토요일 오전이면 난지캠핑장 입구는 인산인해를 이룬다. 모두 캠핑장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다. 캠핑장 입장은 11시부터 가능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만들어지는 건 선착순으로 이용할 수 있는 피크닉장 때문이다.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피크닉장은 이름처럼 야영에 대한 부담 없이 한나절 편히 쉬었다 올 수 있는 공간. 피크닉장은 이동 통로를 제외한 모든 공간에 그늘막이나 돗자리를 펼칠 수 있다. 여유로운 공간이지만 그래도 명당은 있다.

바로 평상이나 나무테이블이 설치된 곳이 그것. 나무테이블과 평상은 별도의 추가 비용 없이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다. 그래서 입장 후에는 무엇보다 자리를 먼저 잡는 게 중요하다. 난지캠핑장에는 피크닉장 외에 숙영지도 마련돼 있다.

난지캠핑장 숙영지는 자가 텐트를 이용하는 구역, 대여 텐트로 이뤄진 구역, 그늘막 텐트로 구성된 구역, 단체를 위한 구역으로 나뉜다. 난지캠핑장의 장점 중 하나는 캠핑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품을 대여해준다는 점이다.
 

그늘막은 물론 테이블, 의자, 바비큐 그릴, 휴대용 가스레인지 그리고 아이스박스와 랜턴까지. 특히 바비큐 그릴은 1∼3인용에서 11∼20인용까지 각기 다른 4가지 종류를 갖추고 있다. 숯이나 부탄가스 같은 소모품은 매점에서 구입할 수 있다. 매점에서 각종 고기류와 채소 등도 판매하기 때문에 별다른 준비 없이 와도 하루 이틀 머물기에 부족함이 없다.

[백패킹 성지 함허동천]

오토캠핑이 각광을 받는 요즘 ‘불편함’을 자처하는 이들도 있다. 훌훌 털어버린 일상을 가방에 넣은 채 혼자 나만의 캠핑장으로 떠나는 사람들. 바로 ‘백패킹족’이다. 야영생활에 필요한 장비를 갖추고 떠나는 등짐여행인 백패킹(backp acking)은 등산과 트레킹을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장비를 가방 하나에 의지해야 하다 보니 쉽게 발이 떨어지지 않는데, “백패킹을 처음 한다면 이곳을 찾아라”라며 백패킹족들이 입을 모으는 곳이 있다. 바로 강화군 마니산 자락에 위치한 ‘함허동천 야영장’이다.

주차장에서부터 손수레, 일명 ‘리어카’가 눈에 띈다. 주차장부터 등산로 입구까지 100여미터. 무거운 오토캠핑 장비를 준비한 캠핑객은 여간 난처한 게 아니다. 한 번에 짐을 싣지 못하면 손수레로 오가기를 몇 차례. 텐트를 치기도 전에 이마엔 구슬땀이 맺힌다.

함허동천 야영장은 산 아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매표소까지 손수레로 짐을 날라야 한다. 매표소에서 산 위 1km까지 야영장 4곳이 펼쳐진다. 매표소 바로 앞에 위치한 제1야영장에는 오토캠핑객이 주로 묵는다.

계곡 길을 따라 발길을 옮기면 차례로 야영장이 나타난다. 4개 야영장에 모두 80개의 평상이 설치돼 있지만, 평지에 텐트를 설치하는 사람도 많다.

한여름이면 200동이 넘는 텐트가 함허동천 야영장을 물들인다. 함허동천(涵虛洞天)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에 잠겨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함허’는 조선 전기의 승려 기화(己和)의 당호다.

마니산 계곡에서 수도를 하던 기화가 마니산에 정수사를 중수한 사실은 익히 알려진 이야기. 계곡 너럭바위에 기화가 직접 새긴 ‘함허동천(涵虛洞天)’ 글자는 지금도 찾아볼 수 있다. 함허천 야영장은 1988년 7월 처음 문을 열었다.

암반과 나무가 적절히 어우러진 마니산 자락이 아늑한 캠핑장을 선사한다. 야영장 곳곳에는 취사장을 비롯해 족구장, 놀이마당 등이 갖춰져 있어, 야유회 장소로 함허동천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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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