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정부는 왜 쿠팡을 적으로 만들고 있는가

외국 자본 유치와 관리가 충돌한 정책의 현장

“쿠팡이 있어 먹고사는 셀러와 운송사, 기사와 창고 인력, 그리고 소비자는 분명히 존재하는데, 지금 정부는 그 사람들은 보지 않고 여론만 붙잡고 외국 자본 하나를 본보기처럼 두들기고 있다.”

쿠팡 배송 업무를 수행하는 KD물류 C 대표의 이 말은 오늘 한국이 외국 자본을 대하는 방식이 정책이 아니라 감정과 정치로 흘러가고 있음을 정확히 찌른다. 현장은 생존과 기회를 말하는데, 국정은 분위기만 바라본다. 이 간극이 지금의 쿠팡 논란을 키우고 있다.

몇 년 전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에 약 10조원 규모의 투자를 발표했을 때, 한국 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국내에 투자해야 할 돈이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비판이 여론을 지배했고, 일자리 유출과 국부 유출이라는 말이 손쉽게 동원됐다. 그 논리는 단순했지만 정치적으로는 매우 강력했다. 해외 투자는 곧 애국의 반대말처럼 취급됐다.

그러나 시간은 그 판단이 틀렸음을 증명했다. 미국의 IRA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현지 생산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조건이 됐다. 공장을 짓지 않으면 보조금에서 배제되고, 시장에서 밀려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현대차의 투자는 탈한국이 아니라 탈락을 피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지금은 이 판단이 상식이 됐다.

이제 같은 질문이 쿠팡 앞에 놓여 있다. 외국으로 나가는 자본에는 그렇게 예민했던 사회가, 왜 외국에서 들어오는 자본에는 이토록 공격적인가. 나가는 돈에는 도덕을 요구하면서, 들어오는 돈에는 의심부터 들이대는 태도는 일관되지 않다. 정책은 자본의 국적이 아니라 그 자본이 만들어낸 효과로 평가돼야 한다. 그 기준이 지금 흔들리고 있다.

쿠팡이 한국에 투입한 누적 자금은 약 6~7조원 수준이다. 이 자금은 물류센터와 자동화 설비, 전국 배송망 구축에 집중됐다. 중요한 사실은 이 돈이 한국에서 벌어 해외로 빠져나간 자본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부분은 해외 투자자와 미국 자본시장에서 조달됐다.


여기에 더해 쿠팡은 향후 추가로 최대 9조원에 이르는 중장기 투자 계획을 여러 차례 언급해 왔다. 실제 집행 규모와 시점은 유동적이지만, 한국 시장을 단기 수익 회수 대상으로만 보지 않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쿠팡은 성장 초기부터 적자 구조였고, 글로벌 자본이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했다. 그 돈이 한국의 인프라와 고용으로 전환됐다. 뉴욕증시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 역시 같은 흐름이었다. 해외에서 끌어온 돈을 한국 땅에 깔아놓은 구조였다. 이것은 국부 유출이 아니라 국부 유입에서 출발한 모델이다.

그 결과는 수치로 분명히 드러났다. 쿠팡의 연 매출은 40조원대를 넘었고, 월간 이용자는 3000만명을 웃돈다. 수십만명의 셀러가 쿠팡을 통해 판로를 확보했고, 다수는 소규모 자영업자다. 오프라인 유통망을 갖지 못한 영세 사업자에게 쿠팡은 사실상 유일한 전국 유통 창구였다. 이는 단순한 플랫폼 성장이 아니라 중소 상인의 생존 방식 변화다.

물류 측면에서 쿠팡이 만든 변화도 크다. 전국 200곳이 넘는 물류센터는 단순 창고가 아니라 지역 고용의 거점이 됐다. 직·간접 고용 인력은 8만명을 넘어섰고, 배송 기사와 운송사, 협력 인력까지 포함하면 그 효과는 더 넓다.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쿠팡 물류센터는 드물게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인프라로 기능해 왔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변화는 분명하다. 로켓배송과 새벽 배송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생활리듬 자체를 바꿨고, 가격 경쟁은 실질적인 체감 물가를 낮췄다. 이는 정부가 수조원을 들여도 쉽게 만들기 어려운 효과다. 외국 자본이 들어와 한국 사회에 남긴 실물적 성과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변화는 더 직접적이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쿠팡 물량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든 중소 운송사와 기사들이 적지 않다. 물론 갈등과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도와 계약, 표준의 문제지 기업 자체를 적으로 설정해 해결할 사안은 아니다. 지금은 이 구분이 의도적으로 흐려지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쿠팡이 구조적 문제에서 자유로운 기업이라는 뜻은 아니다. 쿠팡을 둘러싼 논란에는 감정과 정치 이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실질적 쟁점들이 존재한다. 노동, 시장, 소비자, 그리고 정책 관계에서 드러나는 문제들은 분명하며, 이 부분을 외면한 채 쿠팡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결코 공정하지 않다.


물류센터와 배송 현장은 속도·물량 중심 구조로 신체적 부담이 크고, 직접 고용 확대에도 계약직·위탁·용역이 혼재돼 고강도 노동과 책임 주체 논란이 이어져 왔다. 로켓배송과 무료 배송 기반의 가격·속도 경쟁은 소비자 편익을 키운 반면, 중소 셀러와 경쟁 플랫폼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플랫폼 의존 심화로 수수료·노출 정책 변화에 취약해지고, 자체상품(PB)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구조적 문제는 분명하다. 할인과 무료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 패턴은 가격 왜곡과 선택권 축소로 이어질 수 있고, 추천 알고리즘과 노출 구조의 불투명성도 지적된다.

한편 쿠팡은 국내 고용과 투자 효과에도 지배·수익구조를 이유로 정치·여론의 표적이 되기 쉬운 반면, 외국 자본을 유치하면서 운영 단계에서는 엄격한 규제를 적용하는 정책의 일관성 부족은 형평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요약하면, 쿠팡의 문제는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초고속·초대형 플랫폼의 등장 속도를 기존 제도와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데 구조적 한계가 있다. 이 간극을 메우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지, 특정 기업을 정치적 상징물로 만들어 응징하는 것이 해법일 수는 없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드러난 점은 ‘위법 여부’가 아니라 ‘압박의 방식’이다. 최근 불거진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문제는 결코 가볍게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수천만명의 정보가 노출됐다면, 그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과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 이 점에서 쿠팡 역시 예외일 수 없고, 잘못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의 강도보다 정부 대응의 범위와 방식이다. 대통령실의 긴급회의, 국세청의 대규모 특별 세무조사, 검찰의 압수수색, 국회의 다중 상임위 청문회까지 이어지는 흐름은 하나의 사건에 대한 행정·사법적 점검을 넘어선다. 마치 한 기업을 상대로 정부가 가용한 모든 수단을 순차적으로 동원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정보 보호는 기업의 기본 책무지만, 법적 책임과 사회적 낙인은 구분돼야 한다. 특정 사안을 계기로 기업 전체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그동안 축적된 반감과 정치적 요구를 한꺼번에 투사하는 방식은 정의라기보다 정치적 응징에 가깝다. 규제는 정확해야 하고, 처벌은 비례해야 하며,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 지금은 이 세 가지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

쿠팡의 독주가 문제라면 해법은 명확하다. 다른 플랫폼 기업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자본 유입과 산업 환경을 설계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규제와 정서의 벽이 경쟁자를 막고, 이미 들어온 외국 자본만 표적이 된다. 경쟁 없는 규제는 산업도 소비자도 보호하지 못한다.

정부는 ‘외국 자본이 한국에 들어와 투자하면 결국 이렇게 취급된다는 신호를 줄 것인가, 아니면 명확한 규칙과 일관된 기준으로 관리하겠다는 신호를 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답해야 한다. 전자를 택한다면 제 2의 쿠팡은 없다. 자본은 기억하고, 시장은 더 빠르게 떠난다.

문제는 쿠팡 이후를 설계하지 못하는 것이다. 외국 자본을 부르지도 못하고, 들어온 자본을 관리하지도 못하는 사회에서 산업은 자라지 않는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쿠팡을 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정책 능력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것이 진짜 국익이며, 피할 수 없는 정부의 책임이다.

정부와 여당은 KD물류 C 대표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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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