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조선 왕조와 현대 정치 그림자

수렴청정 정치와 보이지 않는 민주주의의 권력

조선은 왕의 나라였고, 현대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다. 혈통과 신분의 권력은 선거와 헌법으로 대체됐지만,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다. 조선에는 수렴청정이 있었고, 오늘날에는 제도 밖에서 흐름을 조율하는 보이지 않는 권력이 존재한다.

수렴청정은 왕이 어리거나 통치가 어려울 때 왕비나 대비가 전면에 나서지 않고 정사를 대신 듣고 판단하던 정치 방식이다. 그 대표적 인물이 세조의 부인이자 예종의 어머니, 성종의 할머니였던 정희왕후다. 그는 왕이 아니었지만, 왕조의 방향을 결정한 인물이었다.

막후 권력
정희왕후

현대 정치에서도 선출되지 않은 영향력은 권력의 경계를 미리 그린다. 왕은 사라졌지만, 왕을 설계하는 기술은 남아 있다. 필자는 지난 토요일 남양주 광릉에 있는 정희왕후의 능을 찾았다. 이 칼럼은 조선과 현대를 나란히 놓고, 왜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는지를 살펴보려는 시도다.

조선의 권력은 ‘얼굴 없는 손’에서 움직였다= 조선 정치에서 왕은 절대적 존재처럼 기록되지만, 실제 권력은 왕을 둘러싼 여러 세력의 균형 속에서 작동했다. 대비와 외척, 대신과 공신 세력은 서로를 견제하며 왕권의 방향을 조정했다. 이 구조의 가장 깊숙한 지점에 정희왕후가 있었다.

정희왕후는 단종을 제거하고 남편 수양대군을 왕으로 만든 후 세조 체제를 관리한 핵심 조정자였다. 단종의 폐위와 죽음은 개인의 비극이었지만, 당시 조선 사회에서는 왕조 안정을 위한 선택으로 정당화됐다. 그녀는 직접 칼을 들지 않았지만, 칼이 어디로 향할지를 알고 있었다.

이 같은 권력의 작동 방식은 예외적 경우가 아니었다. 조선은 정통성의 균열을 무력만으로 봉합하지 않았다. 대신 다음 세대를 준비하는 조율자를 통해 체제의 연속성을 관리했다. 그 결과 조선의 권력은 왕의 발언보다 설계자의 판단에서 더 깊게 움직였다.

현대 민주주의도 설계자를 필요로 한다= 흔히 현대의 민주주의는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국민의 선택은 언제나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 누가 후보가 될 수 있는지, 어떤 정책이 논의될 수 있는지는 선거 이전에 이미 정리된다. 투표는 선택의 순간이지만, 선택지 자체는 사전에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혈통과 신분의 권력
선거·헌법으로 대체

이 과정에서 현대판 ‘정희왕후형 권력’이 등장한다. 이들은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거나 공식 직책을 갖지 않은 경우도 많다. 그러나 공천 구조, 정치권 내부 네트워크, 여론 형성 과정과 집권 이후의 판단에 이르기까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들의 개입은 드러나지 않지만, 정치의 흐름을 바꾸기에는 충분하다.

물론 이들이 결정을 직접 내리지는 않는다. 대신 무엇이 가능한 선택이고, 무엇이 배제될 선택인지를 미리 정한다. 왕이 바뀌어도 설계자가 남아 있었던 조선처럼, 민주주의에서도 제도가 바뀐다고 해서 설계자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얼굴은 교체되지만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다.

조선의 단종, 현대의 정치적 퇴장= 조선에서 단종은 정치적 희생의 상징이다. 그는 무능하거나 중대한 실책을 저질러서 제거된 인물이 아니었다. 체제 안정에 불리하다는 이유만으로 배제됐다. 조선 사회는 한 개인의 생명과 도덕성보다 왕조의 지속과 권력의 안정을 우선시했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더 이상 최고 권력을 죽이지 않는다. 정치적 제거는 다른 방식으로 반복된다. 사법 리스크, 언론 보도, 핵심 배제, 내부 고립 등을 통해 권력은 서서히 무대에서 밀려난다. 생명은 보호되지만, 정치적 생존은 조용히 끊어진다.

얼굴만 바뀌고
구조는 그대로

방식만 달라졌을 뿐 구조는 유사하다. 차기 권력 구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된 지도자는 결국 배제된다. 정희왕후형 권력은 직접 나서지 않고, 그 과정이 불가피하고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이도록 환경을 조성한다. 책임은 제도와 당사자가 떠안고, 설계자는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세조·예종, 강한 권력과 공백의 정치= 세조는 조선에서 가장 강력한 통치자 중 한 명이었다. 그는 군사력과 행정력을 장악하며 왕권을 비약적으로 강화했다. 그러나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즉위했다는 태생적 한계는 그의 권력을 끊임없이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 불안을 관리하기 위해 필요했던 존재가 정희왕후였다. 그녀는 세조의 통치를 정당화하고, 권력이 다음 세대로 무리 없이 이어지도록 조율했다. 강한 권력일수록 이를 완충하고 관리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필요했고, 정희왕후는 그 역할을 정확히 수행했다.

현대 정치에서도 이 공식은 반복된다. 대통령 권력이 강해질수록, 그 권력을 안정시키는 보이지 않는 권력의 중요성은 오히려 커진다. 강한 얼굴은 체제의 중심이 되지만, 동시에 또 다른 조정자를 불러낸다.

세조 사후 즉위한 예종은 재위 14개월 만에 요절했다. 이 짧은 통치는 강한 권력이 설계만으로는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 공백의 시간은 정희왕후로 하여금 수렴청정을 통해 권력의 단절을 관리하고, 성종 체제로 넘어가기 위한 완충 장치를 준비하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폭력성과
비정통성

성종과 정상화의 정치= 성종은 조선에서 이상적인 군주로 평가받는다. 그는 제도를 정비하고 유교 정치의 틀을 완성했다. 그러나 그의 개혁은 무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었다. 이미 정교하게 구성된 구조 위에서 진행됐고, 그 틀을 근본적으로 벗어나지는 않았다.

정희왕후는 손자인 성종을 통해 세조정권의 폭력성과 비정통성을 점진적으로 희석시켰다. 왕조는 성종의 통치를 거치며 다시 정상 국가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성종의 정치는 단절이 아니라, 연속 위에서 이뤄진 관리된 전환이었다.

오늘날 민주주의에서도 급진적 변화보다 안정적 개혁을 선택할 때, 설계자의 영향력은 가장 강해진다. 성종의 시대는 정희왕후의 정치가 제도 속으로 스며들며, 보이지 않는 권력과 조용히 분리된 시기였다.

국민과 유권자는 왜 설계자를 묵인하나= 정희왕후형 권력이 유지되는 이유는 권력자 개인의 욕망 때문만은 아니다. 조선 사회의 다수 역시 혼란보다 안정을 원했다. 급격한 변화는 불안과 공포를 동반했고, 그 대가를 먼저 치르는 것은 언제나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현대 사회에서도 국민은 불확실성보다 예측 가능성을 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정치가 혼란스러울수록 보이지 않는 조정자에 대한 기대는 커진다. 안정은 늘 가장 설득력 있는 명분이 되어 민주주의의 이상보다 앞서기도 한다.

왕비 및 대비 수렴청정
보이지 않는 민주주의 권력

이 권력은 위에서 일방적으로 강요되는 것이 아니다. 아래에서 묵인되고, 때로는 기대 속에서 유지된다. 정희왕후형 권력은 시민의 피로와 불안 위에서 조용히 자라나며 스스로를 필요악으로 정당화한다.

왜 제도는 이 권력을 통제하지 못하는가

민주주의 제도는 절차와 결과를 감시한다. 선거의 공정성이나 법 위반 여부는 따지지만, 의제가 형성되는 과정에는 거의 개입하지 않는다. 권력이 공식 무대에 오르기 전의 준비 단계는 제도의 시야 밖에 놓여 있다.

정희왕후형 권력은 바로 이 사각지대에서 작동한다. 이들은 결정 이전의 환경을 설계하며,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 위치에 머문다. 영향력은 크지만 책임의 주체로 지목되지는 않는다.

조선이 정희왕후의 판단을 공식 기록에서 최소화했듯, 현대 민주주의 역시 이 권력을 기록하지 않는다. 기록되지 않는 권력은 감시되지 않고, 감시되지 않는 권력은 통제되지 않는다. 이것이 민주주의가 반복해서 마주치는 구조적 한계다.

정희왕후는 인물 아닌 구조

정희왕후는 역사 속 인물이지만, 정희왕후형 권력은 구조로 살아남았다. 이는 특정 개인의 야심 문제가 아니라, 체제가 흔들릴 때마다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정치적 메커니즘이다.

민주주의는 왕을 제거했고 수렴청정이라는 제도도 폐기했다. 그러나 권력을 설계하는 기술까지 제거하지는 못했다. 제도가 정교해질수록 권력은 더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이동했고, 통치는 투명해진 듯 보이지만 실제 권력의 흐름은 오히려 복잡해졌다.

이재명
곁에는?

그래서 질문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온다. 우리는 정말 스스로 통치하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가 짜놓은 판 위에서 제한된 선택을 반복하고 있을 뿐인가. 민주주의는 왕을 없앴지만, 왕을 설계하는 자리는 끝내 비워두지 못했다.

정희왕후는 지금도 구조로 살아 있다. 아직 이재명 대통령 곁에는 그와 같은 권력이 뚜렷이 보이지 않아 다행이다. 그러나 어떤 정권이든 실패의 징후가 나타나는 순간, 설계자는 다시 호출된다. 그들은 앞으로 나서지 않는다. 대신 책임이 발생하지 않는 위치에서 정권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조정한다. 

<skkim596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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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