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기의 시사펀치> 사법개혁이라는 이름의 착각

특별재판부가 아닌, 판결 구조 바꾸는 개혁이어야

요즘 사법개혁 논의의 중심에는 ‘특별재판부 설치’가 있다. 특정 사건과 정치적 사안에 대응해 전담 재판부를 만들자는 요구가 반복되지만, 사건이 터지면 재판부를 바꾸고 여론이 흔들리면 제도를 덧붙일 뿐, 판결의 질이 왜 흔들리는지에 대한 질문은 빠져 있다.

특별재판부는 공정성을 강화하는 수단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사법부를 정치의 전면으로 끌어내는 구조이기도 하다. 누가 그 재판부에 들어가느냐, 왜 그 사건이 특별 취급을 받느냐는 논쟁이 판결 전부터 시작된다. 사법부는 판결로 말해야 하지만, 구조 설계부터 의심받는 순간 판결의 권위는 약해진다.

진짜 사법개혁은 재판부의 이름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판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바꾸는 것이다. 법 조문 숙련보다 사건 작동에 대한 깊은 이해가 판결의 질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제도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한, 사법개혁은 반복해서 제자리로 돌아온다.

특별재판부가 개혁처럼 보이는 이유

특별재판부 논의는 늘 정의감에서 출발한다. 기존 사법 시스템으로는 공정한 판단이 어렵다는 불신이 쌓일 때, 정치권과 여론은 별도의 장치를 요구한다. 물론 그 요구는 설득력이 있다. 기존 재판부가 부족하다면, 더 강한 재판부를 만들자는 논리다. 위기 상황에서 가장 손쉬운 해법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전가한다. 판결의 질이 흔들리는 원인을 제도 밖에서 찾기 때문이다. 판사가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문제를 재판부 명칭과 구성 변경으로 덮으려 한다. 이는 증상을 치료하지 않고 간판만 바꾸는 처방이다. 구조는 그대로 둔 채 책임만 이동시킨다.


특별재판부가 늘어날수록 사법부는 더 정치적으로 보인다. 어떤 사건이 특별한지에 대한 판단 자체가 정치가 되기 때문이다. 사법부의 독립은 구조에서 나오지, 특별함에서 나오지 않는다. 특별함은 오히려 의심을 키운다. 그 순간 재판은 판결 전에 이미 구성 논쟁부터 심판대에 오른다.

판결은 법이 아닌 현실을 번역하는 작업

판결은 법 조문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행위가 아니다. 현실에서 벌어진 복잡한 사실을 법의 언어로 옮기는 번역 작업이다. 이 번역이 실패하면, 판결은 합법일 수는 있어도 납득되지는 않는다. 시민이 판결에 분노하는 지점은 대개 이 지점이다. 판결문이 길어질수록 이해는 멀어지고, 불신은 깊어진다.

현대 사회의 분쟁은 단순하지 않다. 기술, 조직, 시스템, 이해관계가 중첩돼 하나의 사건 안에 공존한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판사는 서류의 일부만 보고 판단하게 된다. 그 결과 판결은 형식적으로는 완결돼 보이지만, 현실과는 어긋난다. 시민은 판결에서 현실의 온도를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판결의 질은 법 지식의 양이 아니라, 구조 이해의 깊이에서 갈린다. 법리는 마지막 단계고, 그 이전의 해석이 판결의 방향을 결정한다. 사실을 어떻게 해석했는지가 결론을 좌우하며, 이 해석 능력은 시험 점수가 아니라 사고의 훈련에서 길러진다. 사법의 전문성은 여기에 있다.

쿠팡과 플랫폼 사건이 던진 질문

쿠팡과 같은 플랫폼 사건은 전통적인 법 분류로 설명되지 않는다. 민사인지, 노동인지, 공정거래인지, 행정인지가 한 사건 안에 섞여 있다. 계약서만 보면 중개자고, 현장을 보면 지배자다. 이 간극을 이해하지 못하면 판결은 필연적으로 한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틀의 선택이 곧 결론이 된다.


플랫폼의 핵심은 구조다.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책임이 어떻게 분산되는지, 위험이 어디로 이전되는지를 읽어야 한다. 이를 모르면 판사는 가장 정제된 문서,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에 끌려간다. 구조를 읽지 못한 판결은 언제나 말이 많은 쪽이 이긴다. 침묵하는 구조는 패소하고, 포장된 논리가 승소한다.

그래서 플랫폼 판결은 늘 논란이 된다. 법리가 틀려서가 아니라, 사건을 이해하지 못한 흔적이 판결문 곳곳에 남기 때문이다. 시민은 판결문에서 결론보다도 "이 재판부가 이 세계를 이해하고 있는가"를 먼저 읽는다. 그 판단은 빠르다. 판결의 설득력은 선고 순간 이전에 이미 결정된다.

산업병 판결서 반복되는 오판의 구조

산업병과 산재 판결은 구조 이해의 중요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준다. 산업병은 단일 원인으로 발생하지 않는다. 누적, 확률, 환경, 조직이 동시에 작용한다. 이를 개인의 질병 이력이나 단기 인과관계로 환원하면 판결은 왜곡된다. 구조는 사라지고 개인만 남는다. 책임은 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노동자에게 집중된다.

그럼에도 많은 판결은 “직접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문장으로 끝난다. 이는 법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문제다. 산업병은 애초에 그렇게 입증되지 않는 구조를 가진다. 이 사실을 외면한 판결은 반복해서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판결은 안전보다 증명을 요구하고, 증명은 늘 개인에게 불리하다.

판사가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감정 결과에 종속되거나 보수적 판단으로 도망친다. 그 결과 정의는 서류 속에서 사라진다. 피해자는 패소하고, 시스템은 유지되며, 위험은 다음 노동자에게 이전된다. 판결은 끝났지만 문제는 남는다. 사법은 종료됐지만, 산업 현장은 그대로다.

판사는 산업이 아니라 사건 구조에 특화돼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산업별 판사’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이는 또 다른 위험을 낳는다. 특정 산업에 오래 노출된 판사는 무의식적으로 그 산업의 논리를 정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전문화가 아니라 동화의 위험이다. 판결은 독립을 잃고 관행을 닮아간다.

그래서 필요한 특화는 산업이 아니라 사건 구조다. 시스템 사고형 사건, 고난도 인과관계 사건, 기술 판단이 개입되는 사건 등 유형별 전문성이 필요하다. 이는 판사의 중립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판결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이다. 구조를 아는 판사는 주장보다 작동 원리를 본다. 보이는 쪽이 아니라 작동하는 쪽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판사는 업계를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라, 구조를 해부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이해관계자의 주장 뒤에 숨은 작동 원리를 읽어내는 능력이 사법 전문성의 핵심이다. 이것이 사법 전문화의 올바른 방향이다. 판결은 설명이 아니라 해부여야 한다.

로스쿨과 경력 논쟁의 허점

로스쿨 제도는 판사의 경험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경험이 곧 판단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변호사 경력이 길수록 사건을 의뢰인 중심으로 보는 습관이 굳어질 수 있다. 재판은 그 습관을 내려놓는 자리다. 익숙한 시선은 공정한 판단의 장애가 되기도 한다.


재판은 변론의 연장이 아니다. 양쪽 주장을 동일한 거리에서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오히려 선입견이 적은 신입 판사가 구조를 더 정직하게 읽는 경우도 적지 않다. 경험은 방향이 맞을 때 힘이 된다. 방향 없는 경험은 판단을 왜곡한다.

문제는 경력의 유무가 아니라, 그 경험이 어떤 사고방식으로 축적됐느냐다. 이 점을 무시한 채 경력만 강조하는 사법개혁은 방향을 잃기 쉽다. 경력은 조건이지, 보증수표는 아니다. 판결의 질은 이력서가 아니라 사고 방식에서 나온다.

전문성 부재가 재판 지연을 만든다

최근 재판 지연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사건은 접수됐지만, 첫 변론까지 시간이 걸리고, 쟁점 정리만으로도 수개월이 소요된다. 흔히 인력 부족이나 사건 폭증이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그 이면에는 또 하나의 구조적 문제가 있다. 판사가 사건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플랫폼, 산업병, 기술·금융 사건처럼 구조가 복잡한 사건일수록 이 현상은 두드러진다. 판사는 관련 산업과 시스템을 처음부터 공부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감정과 자료 제출이 반복된다. 쟁점은 늘어나고, 변론은 길어지며, 재판은 자연스럽게 지연된다. 전문성이 부족한 재판은 신중해지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잃고 늘어진다.

결국 재판 지연은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의 문제다. 사건 구조에 대한 기본적 축적이 없는 상태에서는 판결을 미룰 수밖에 없다. 그래서 구조 전문화는 판결의 질만 높이는 장치가 아니다. 재판을 제때 끝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도 하다. 판사가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법은, 정의뿐 아니라 시간에서도 시민을 배반한다.


의사는 분야를 나누는데, 판사는 왜 구조를 나누지 않는가

의료 현장에서 의사는 결코 하나의 직군으로 취급되지 않는다. 내과, 외과, 소아과, 심장, 신경, 응급의학 등 분야는 세분화돼있고, 환자는 자신의 증상과 구조에 맞는 의사를 만난다. 이는 능력 차별이 아니라 판단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시스템이다. 의료는 오진의 대가를 알기에 전문화를 선택했다.

물론 판사와 의사는 역할이 다르다. 의사는 치료까지 책임지지만, 판사는 판결로 역할이 끝난다. 그러나 둘 다 판정을 내린다는 점에서는 같다. 의사는 생명을 다루고, 판사는 죄를 다룬다. 무게의 차이가 아니라 종류의 차이다. 판정의 오류가 남기는 상처는 어느 쪽도 가볍지 않다.

사법부는 여전히 모든 사건을 같은 방식으로 판단하려 한다. 이는 의료에서는 이미 포기한 발상이다. 판사를 산업별로 고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최소한 사건의 구조에 따라 판단 역량이 축적되는 설계는 필요하다. 의료가 전문화로 신뢰를 쌓아왔듯, 사법도 구조 전문화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사법만이 예외일 이유는 없다.

판사 직능 개편이 사법개혁의 핵심

진짜 사법개혁은 판사 직능을 다시 설계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판사를 하나의 동질적 집단으로 관리하는 방식은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사건 구조별 역량 축적이 가능한 인사와 교육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것이 판결의 질을 끌어올린다. 제도는 판사의 성장을 설계해야 한다.

플랫폼 사건을 반복적으로 다루는 판사, 산업병 사건에서 인과관계 판단에 강한 판사, 기술 감정을 검증할 수 있는 판사가 자연스럽게 형성돼야 한다. 이는 특권이 아니라 역할 분담이다. 재판부 단위의 경험 축적이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 경험의 누적이 우연이 아니라 설계가 돼야 한다.

특별재판부는 일회성 처방이지만, 직능 개편은 판결의 체질을 바꾼다. 개혁의 무게중심은 여기에 있어야 한다.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정치의 개입은 계속된다. 정치는 빈 구조를 파고든다. 사법이 스스로 설계하지 않으면, 설계자는 언제나 바깥에서 들어온다.

사법개혁의 기준을 다시 세워야

사법부가 신뢰를 잃는 순간은 판결이 틀렸을 때가 아니다. 이 재판부는 이 사건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퍼질 때다. 법적 논리는 시민을 설득하지 못하고, 판결은 권위를 잃는다.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복구가 어렵다. 판결은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

그래서 사법개혁의 기준은 단순해야 한다. 판결이 현실을 제대로 번역하고 있는가, 구조를 이해한 흔적이 남아 있는가, 책임을 개인에게만 떠넘기고 있지는 않은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개혁은 실패다. 절차의 공정성만으로는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것은 개혁이 아니다. 판사가 구조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이 개혁이다. 그것이 쿠팡 이후의 플랫폼 사회, 산업병이 일상이 된 시대에 사법부가 선택해야 할 유일한 길이다. 이 기준이 서지 않는 한, 사법개혁 논쟁은 계속 제자리걸음을 할 것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