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27)화려한 퇴원

풀어진 경계심, 치명적인 실수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당연히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보상해주어야겠지. 그 부분은 내 심도 있게 생각해보도록 하겠네.”

“말하게.”

“각하, 이런 말씀드려서 어떨지 모르겠으나 지난 윤대중 납치사건 이후로 일본의 좌익과 조총련 측에서 각하를 악감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합니다. 심지어 암살까지….”

“단지 그 사람들뿐만 아니야. 지금 그 사건 이후 모든 게 꼬여 있어. 이병선 이 사람이 진짜 쓸데없는 일을 해가지고.”

박 대통령이 말하다 말고 혀를 찼다.

“그래서 나를 암살이라도 하겠다는 말인가!”

암살이란 소리에 가슴이 뜨끔했는지 박 실장이 가볍게 신음을 내뱉었다.

“각하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제 입장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경호에 임해야 합니다. 각하를 위하는 일이 이 나라와 민족을 살리는 길임을 제가 모르지는 않습니다.”


“그야 우리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외교관들 특히 그 부인들 입장에서 납득이 가겠는가.”

“여하튼 일본 쪽 참가자들만 예외적으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그런데 말이야.”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박 대통령이 잠시 말을 멈추고 담배를 꺼내 물었다. 박 실장이 급히 라이터를 켜 불을 붙였다.

“각하, 말씀 주십시오.”

“임자가 방금 말했었지 않은가. 일본의 좌익과 조총련에서 나를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고.”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아예 나를 암살하라 하면 어떤가.”

“각하, 진정하십시오.”


“아니야, 지금 일본과 한국 관계를 보면 그렇게 해서라도 일이 풀어졌으면 하는 바람이야. 경제 차관은 물론이고 이놈들이 그 사건 때문에 거들먹거리는 꼴을 보고 있자면 밸이 뒤틀려, 밸이.”

“설령 그렇더라도 그런 말씀은 추호도 하지 말아 주십시오.”

박 실장의 말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그건 그렇다 하고 안사람 이야기는 너무 신경 쓰지 말도록 하게.”

“아닙니다, 각하. 제가 살펴보아도 분명하게 심했던 부분이 있습니다. 특히 외교사절 부인들께서 직접 여사께 언급했던 내용인지라 그에 상응하는 조처를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야 여사께서도 면이 서실 게 아니겠습니까.”

“그 일은 임자가 알아서 하게. 그리고 이만 가서 일보게나. 경제부처 장관들이 보고 차 왔다니 그리 하도록 하세.”

박 실장이 고개 숙여 인사하고 황급히 집무실을 빠져나와 경호실장실에 들렀다. 그곳에서 정보부장과 통화를 나누고 이강철 경호과장을 호출하여 집무실을 나섰다.

“타게.”

차가 다가오자 머뭇거리는 이 과장을 독려하여 뒷좌석에 나란히 앉았다.

“각하를 뵙고 오셨다 들었습니다만.”

차가 출발하자 이 과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박 실장이 즉답을 피하고 창을 통해 밖을 바라보았다.

“남산으로 가게.”

기사에게 짤막하게 지시한 박 실장이 이 과장의 손을 잡았다.

“이 과장, 자네 앞으로 다른 일을 해주었으면 하네.”

“무슨 말씀이신지요. 각하께서 무슨 말씀이 있으셨습니까?”

“지난 삼일절 행사에 경호를 너무 심하게 해서 육 여사께서 주한 외교사절 부인들로부터 항의 받은 모양이야.”

일본 좌익과 조총련의 위협
'김일성을 자극하라' 대반격

“저라도 항의했겠습니다. 조금 심했지요.”

이 과장이 슬그머니 미소를 보였다.

“그래서 그 책임을 물어 자네를 보직해임 하려 하네. 그러니 그리 알고 따로 내 일을 도와주도록 하게.”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이 가만히 박 실장의 입을 바라보았다.

“영부인의 말씀은 차치하고 지금 비밀리에 진행 중인 일이 있는데 자네가 그 일을 맡아주어야겠네.”

“저야 실장님 사람인데 이거 저거 가릴 이유 없습니다.”

“그래, 암 그래야지. 구체적인 사항은 다시 이야기 하도록 하세.”

박 실장과 이 과장이 소소한 일로 대화를 나누는 중에 차가 남산 중앙정보부 건물에 접근했다.

“신 부장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나올 테니 예서 기다리고 있게.”

박 실장이 이 과장과 수행원을 부속실에 남겨두고 홀로 부장실로 들어섰다. 이미 전화를 받은 신 부장이 혼자 있다 자리에서 일어나 박 실장을 맞이했다.

“실장께서 무슨 일로 이곳까지 이리 급하게 납시었습니까?”

신 부장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런 신 부장의 손을 잡아끌어 좌석에 앉았다.

“혹여 각하께 말씀 드리셨소?”

“밑도 끝도 없이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가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일 말이오.”

신 부장이 답에 앞서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박 실장의 얼굴을 주시했다.

“각하 암살 시도를 언급하시는 겁니까?”


“바로 그 일이오.”

“그게 왜 우리 일입니까, 실장님 일이지요.”

“여하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혹시 각하께 귀띔을 주었습니까?”

“죄송하지만 저는 그 일 자체를 모릅니다. 그런데 왜 그러세요.”

박 실장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방금 전 박 대통령과 나누었던 대화 내용을 설명했다.

“각하께서 얼마나 답답하시면 그런 생각까지 하셨겠습니까.”

“그러게 말이오. 비록 일은 진행 중에 있지만 이병선 그 사람을 생각하면….”

박 실장이 기어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여하튼 지금 박 실장께 제가 선물 하나 드리려 합니다.”

박 실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본의 좌익과 조총련의 분노를 그리고 결국 김일성을 자극할 수 있는 사건을 조사 중에 있고 조만간 발표할 예정입니다.”

“간첩사건입니까?”


“물론 주는 간첩사건입니다만 그 건과는 별도로 그야말로 일본의 좌익들의 분노를 살 만한 일을 추진 중에 있으니 두고 보십시오.”

박 실장이 그 의미를 헤아렸다는 듯이 슬그머니 미소를 보냈다.

“그동안 고생 많았네.”

문석원이 퇴원 수속을 마치고 병원을 나서자 이호룡이 차를 대기시키고 기다리고 있었다.

“부장님이 어인 일이십니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인지 석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호룡의 주위를 살펴보았다.

“자네 퇴원한다고 중앙위원께서 위로의 장을 마련하였네. 그러니 어서 차에 오르자고.”

“위원님이요!”

호룡이 미소만 보일 뿐 대답하지 않자 석원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차 뒷좌석에 자리 잡았다.

“지금 심정은 어떤가?”

“글쎄요, 예전에 부장님이 말씀하셨듯이 정신적으로 상당히 단련되었다고 해야 할까요, 뭐 그렇습니다.”

“유익했다니 고마운 일이네.”

석원이 침착하게 답을 잇자 호룡이 석원의 어깨를 쓸었다. 순간 석원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자네 한 달 동안 많이 변한 듯하네.”

“그동안 많은 생각했습니다. 병실에서 다른 환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사람 사는 게 무언지 또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결론은 뭐든가?”

“당연한 거 아닌가요. 인간이라면 당연히 이름을 남겨야 한다는 거지요.”

“그래,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자네는 자네의 이름을 영원히 영웅의 반열로 남길 수 있으니 그 얼마나 영광된 일이겠는가.” 

“그저 부장님께 고마울 따름입니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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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