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앞둔' 2016 프로야구 관전포인트

‘야구의 계절’ 페넌트레이스 스타트!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오는 4월부터 장장 6개월간의 전쟁이 시작된다. 야구팬들의 심장은 벌써부터 뛰고 있다. <일요시사>가 올해 한국프로야구의 관전포인트를 짚어봤다.

오는 4월1일 2016년 프로야구 개막전을 앞두고 분주하다. 리그 개막에 앞서 최종 점검에 들어선 구단들의 막바지 작업이 한창이다. 올해 한국프로야구의 관전 포인트는 새로운 구장·떠오르는 스타·트레이드·신인·감독·용병·부상 및 복귀 선수·순위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신축 구장들]

삼성과 넥센은 기존 홈구장을 떠나 새로운 구장에서 홈 팬들을 맞이한다. 목동구장과 작별한 넥센은 한국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에서 새 시즌을 치르고, 삼성도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로 안방을 옮긴다.

고척돔구장과 대구구장 모두 개막전으로 프로야구 첫 공식 경기를 치른다. 고척돔구장은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 중앙 담장까지 거리는 122m로, 잠실구장보다 3m 가깝지만 목동구장보다 4m 멀다. 원래 2만석으로 설계했으나 관객 편의를 위해 1만8000석으로 축소했다.

대구구장은 지하 2층, 지상 5층 규모로 2만4000석, 최대 수용 인원은 2만9000명이다. 특히 대구구장은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홈 구장 시티즌스뱅크 파크를 본떠 8각형 구조로 만들어진 게 특징. 좌중간과 우중간 펜스가 곡선이 아니라 직선이다. 다른 구장에 비해 넓은 관람석과 탁 트인 시야로 편안한 경기관람을 돕는다는 평가다.


[뉴페이스 누구?]

한국프로야구를 이끌 신인 선수들도 눈길을 끈다. 각 구단은 개막을 목전에 두고서는 ‘탐나는 새내기’를 데려오는데 분주하다.

한화의 새내기 김재영(23)이 3경기 연속 무실점 쾌투로 데뷔 첫해 선발진 진입 기대를 부풀렸다. 공식 경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 9일 넥센 히어로즈전(5이닝 3피안타 5볼넷 4탈삼진)에서 안정적인 투구를 선보였던 김재영은 15일 LG 트윈스전(3이닝 무피안타 2볼넷 3탈삼진)에 이어 롯데 타선마저 차례로 잠재웠다.

12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한화 신인 투수로는 유일하게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했고, 김성근 감독이 본진 귀국 후에도 오키나와 잔류군에 김재영을 포함할 정도로 관심을 두고 있는 기대주다.

이재율(23)은 소리 없이 강한 스타일. 2016년 신인드래프 2차 4라운드(전체 33순위)에서 NC가 선택했다. 타율은 2할5푼(16타수 4안타)으로 높지 않지만, 도루가 6개나 된다. 지난 8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첫 도루를 기록한 이후 KIA 타이거즈전에서 2개와 1개를 추가했다. 이어 지난 22일 한화전에서도 2차례 베이스를 훔쳤다. 2도루를 기록한 것이 두 경기나 될 정도로 한 번 탄력이 붙으면 연거푸 도루를 성공시키는 스타일이다.

[트레이드 성과]

삼성과 넥센이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1:1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삼성 채태인(34)과 넥센 김대우(29)가 시즌 첫 트레이드의 주인공이 됐다. 내야수 채태인과 우완 사이드암 투수 김대우를 맞바꾸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번 트레이드의 무게는 채태인에게 쏠린다. 정교함과 장타력을 갖춘 주전 1루수와 불펜 투수의 트레이드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은 미래를, 넥센은 현재를 선택함으로 나름 양구단의 실리는 챙겼다는 평가다. 또 삼성은 김대우를 통해 임창용이 이탈하면서 구멍이 뚫린 불펜을 보강하고, 넥센은 박병호가 빠져나간 1루수 거포 자리를 메워 전력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

야구팬 마음은 그라운드에 ‘흥분 100배’
6개월 전쟁 시작…막바지 최종점검 한창

김대우는 지난해 47경기에서 6승 3패 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4.94를 기록했다. 뛰어난 성적은 아니지만, 언더핸드라는 드문 투구폼에 28살로 아직 성장 가능성이 크다.

채태인은 당장 박병호의 빈자리를 메울 적임자로 9시즌 동안 3할이 넘는 정교함에 홈런도 81개를 기록할 정도로 파워도 갖췄다. LG에서 넥센으로 와 최고의 자리에 오른 박병호와 서건창, 한화에서 와 선발로 자리 잡은 양훈 등 유독 성공 스토리가 많은 넥센. 채태인이 넥센의 다음 영웅으로 자리할 수 있을지 올 시즌 개막을 기다리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부상 복귀자들]

지난 시즌 부상에서 돌아온 선수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한화의 투수 이태양(26)이 1년 만에 실전 복귀에 임박했다. 이태양은 지난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팀의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⅓이닝 3피안타(1피홈런) 3실점(비자책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4월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이후 약 1년 만에 오른 마운드였다. 이태양은 그동안 실전 복귀 준비를 위해 박차를 가했다. 지난 10일 대전 두산 전을 앞두고 45개의 공을 던지며 라이브 피칭을 소화하며 복귀 임박을 알렸다.
 

삼성의 좌완 투수 차우찬은 시범경기에서 무실점 완벽투로 화려한 복귀를 알렸다. 지난 19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시범경기에서 5이닝 2피안타 3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을 기록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5km까지 나왔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포크볼·커브를 점검하며 정규시즌을 준비를 위한 첫 번째 등판을 무사히 마쳤다. 차우찬은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 도중 가래톳 부상을 당해 평가전 및 시범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각 구단에 합류한 예비역들의 활용 여부가 관심을 모은다.

[돌아온 예비역]

프로야구는 각 구단에 합류한 예비역들의 활약도 기대된다. 전력 보강은 FA, 외국인 선수가 다가 아니다. 2년 가까운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예비역들 또한 쏠쏠한 전력이 될 수 있다.

가장 기대를 모으는 팀은 한화와 롯데다. ‘예비역’의 양과 질에서 다른 팀보다 앞서는 모양새다. 곧바로 1군 엔트리에 포함될만한 선수들이 많다.


한화는 지난 시즌 막판 1군에서 기용했던 김용주와 하주석을 새 시즌에는 풀가동할 수 있다. 좌완 김용주는 선발 한 자리를 꿰차거나 중간 계투로 쏠쏠히 활용이 가능하고, 하주석은 상무에서 일취월장한 타격능력을 바탕으로 내야 주전 경쟁에 나선다.

롯데는 예비역 카드로 투수력을 한층 보강할 수 있다. 고원준과 진명호가 동시에 돌아온다. 고원준은 입대 전 선발 요원으로 가능성을 인정받았던 투수다. 올 FA 시장에서 손승락과 윤길현을 잡아 불펜을 보강한 롯데는 선발에서는 고원준의 활약에 기대를 건다.

린드블럼과 레일리 등 외국인 '원투펀치'가 강력하기 때문에 국내선발 두 명만 제 역할을 해줘도 안정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구축할 수 있다. 진명호 역시 쓰임새가 요긴하다. 192cm 93kg의 단단한 체구로 입대 전에도 1군에서 61경기에 등판했던 진명호는 강속구를 바탕으로 불펜에서 활약이 기대된다.

[용병들 활약은?]

올해 10개 구단은 13명의 새 외국인 선수를 데려와 전력을 강화했다. 한화와 LG는 각각 투수 1명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대형 외국인 선수의 KBO리그행이 많아지고 있다. KIA는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뉴욕 양키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등에서 뛰었던 우완 헥터 노에시와 170만달러에 사인을 했다. 이는 한화 에스밀 로저스(190만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미리 알고 보면 재밌다”
제도 변화·볼거리 가득


평균 시속 150㎞의 빠른 직구에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노에시가 KBO리그에서 어느 정도의 활약을 보여줄 수 있을지 눈길을 끈다.

여기에 현역 메이저리그 타자로 관심을 모으는 윌린 로사리오(한화)의 방망이도 귀추가 주목된다. 130만달러를 받고 한화에 입단한 로사리오는 빅리그에서 5시즌 통산 71홈런을 때려냈던 거포다.

[특급 FA 선수들]

박석민(30)은 지난 시즌 뒤 FA 역대 최고액인 4년간 최대 96억원에 삼성에서 NC로 옮겼다. 정우람(30)은 SK에서 한화로 옮기며 4년간 84억원으로 불펜 투수 최고 기록을 세웠다. 유한준(35)은 넥센을 나와 kt 유니폼을 입으며 4년간 총액 60억원을 받기로 했다. 마무리 요원 손승락(34) 역시 넥센에서 롯데로 이적하면서 같은 돈을 받았다. 김태균(34)은 한화에 잔류했는데도 4년간 84억원의 ‘대박’을 터뜨렸다.
 

거액의 FA 계약이 속출했기에 이들이 ‘몸값’을 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손승락은 1승을 거두며 평균자책점 0.00이지만, 수비 실책이 겹쳐 비자책 2실점 하며 블론세이브를 범하고 얻은 구원승이라 내용은 좋지 못했다. 4년간 38억원을 받는 윤길현(33·롯데)은 평균자책점이 11.57이다.

[신생팀 성적은?]

지난해 1군 무대에 데뷔한 신생팀 kt는 52승 1무 91패(승률 0.364)로 최하위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 시범경기에선 7게임에서 3승1무3패로 공동 5위를 달리고 있다. kt는 올 시즌을 앞두고 단 54경기에서 홈런 12방을 날린 강타자 댄 블랙을 포기하고 용병 투수 3명 체제를 꾸리는 승부수로 2016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역대 프로야구 신생 구단으로 2년 차에 급성장을 이뤄냈던 건 NC뿐. 2013년 7위에서 2014년 3위, 지난해엔 정규 리그 2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1986년 최하위(7위)로 등장한 빙그레(현 한화)는 이듬해 6위에 그쳤고, 1991년 6위로 데뷔한 쌍방울은 이듬해 8위로 순위가 더 내려갔다.

[800만 관중 넘나]

프로야구가 사상 최초로 800만 관중을 넘을지도 기대된다. 지난해 프로야구 정규 리그에는 736만530명이 야구장을 찾았다. 2012년(715만6157명)에 이어 두 번째로 7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10개 구단 체제가 시작돼 팀당 144경기로 늘어나면서 내심 목표로 삼았던 800만 명에는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목표 달성 실패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발목을 잡은 탓이 컸다. 올해는 새로운 야구장도 2개나 탄생했기에 관중 증가를 기대해볼 수 있다.

[5대 룰 변화]

올 시즌 KBO 리그는 무엇보다 공정하고 정정당당한 리그 확립을 위해 ‘클린베이스볼’실현에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단일 경기사용구 도입 ▲심판 합의판정 확대 ▲홈플레이트 충돌 방지 등 공정한 리그 운영을 위한 다양한 변화가 준비돼 있다.

2016년부터는 10개 구단 모두 같은 공인구로 경기를 치른다. 지난해까지 구단들은 KBO로부터 공인받은 복수의 회사 제품을 임의로 선택해 사용했는데, 올해부터는 리그의 통일성과 공정 스포츠를 실현하기 위해 KBO가 지정한 단 한 개 회사의 제품만 사용하게 된 것이다.

홈플레이트는 득점 또는 수비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나는 구역으로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가 가장 높은 위치이기도 하다. KBO는 이에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홈플레이트 충돌 방지 규정을 신설하고 올 시즌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오심을 최소화하고 공정한 승부를 위해 2014년 후반기부터 시행된 심판 합의판정 제도가 올해부터 확대된다. 합의판정 대상은 홈런 타구를 비롯해 외야타구의 페어-파울, 포스·태그 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야수의 포구, 몸에 맞는 공 등 기존 5가지 항목에 타자의 파울-헛스윙, 홈플레이트 충돌 등 2가지 항목이 추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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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범죄 신흥시장 라오스는 지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라오스가 동남아의 마지막 프런티어이자 신흥 투자처로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이면에는 국제 범죄자들의 주요 거점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있다. 수력발전과 광물, 인프라 개발을 앞세운 투자시장이 활발하게 성장하는 반면, 불법 콜센터를 중심으로 한 사이버 범죄 산업도 동시에 팽창하기 때문이다. 합법과 불법, 투자와 범죄가 교차하는 이 구조는 라오스를 단순한 ‘개발도상국’이 아니라, 국제 금융·사이버 범죄의 회색지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최근까지 라오스에서 발생한 보이스피싱 범죄는 과거 한국이나 중국에서 인식해 온 단순 전화 사기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대거 이동 범죄 온상 라오스 스스로도 더 이상 ‘내륙 봉쇄국’이 아니라 ‘육상 연결국’을 자임하며 철도와 도로, 에너지, 도시 인프라를 국가 도약의 기반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밝은 전면 뒤에는 국제 범죄도시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함께 드리워지고 있다. 투자시장과 범죄 산업이 동시에 팽창하는 이중 구조다. 라오스에서 발생하는 보이스피싱과 온라인 투자사기는 전화와 메신저, SNS를 결합한 다층적 구조가 정착됐다. 가짜 투자 플랫폼과 암호화폐, 외환(FX) 거래를 미끼로 한 고도화된 금융사기가 핵심 수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들 범죄는 국경 지대와 특별경제구역을 거점으로 운영된다. 미얀마·태국과 맞닿은 북부지역 경제특구 일대는 외국 자본과 외국 인력이 밀집한 구조를 악용하기 쉬운 환경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겉으로는 카지노나 리조트, 개발사업사무소로 위장하지만, 내부에서는 각국 언어를 담당하는 인력이 분업 형태로 사기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발송한다. 최근에는 캄보디아 내 대규모 범죄조직들이 현지 단속을 피해 라오스 등 인접국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정황도 잇따라 포착되고 있다. 지난 10월19일 양기대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라오스에 체류 중인 한국인 민간봉사단체 관계자는 국제 통화에서 “라오스 정부 고위 인사들에게 캄보디아 범죄조직의 라오스 이동 가능성을 물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들었다”고 전했다. 교민사회에서는 태국발 마약 범죄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캄보디아발 범죄조직까지 유입되면 감당이 어렵다며, 한국 정부가 후임 대사를 조속히 임명하고 경찰·영사 인력을 보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 범죄들이 ‘라오스 현지 범죄’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피해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은 물론 동남아 전역, 유럽과 북미까지 확산돼있다. 라오스는 범죄가 실행되는 물리적 공간일 뿐, 자금은 국제 금융망과 가상자산을 통해 순식간에 국경을 넘는다. 캄 ‘프린스그룹’ 라 ‘킹스 로만스’ 해외투자 뒤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짜 투자 수익 인증 화면과 조작된 거래 내역을 제시해 신뢰를 쌓고, 일정 금액 이상이 입금되면 추가 투자나 긴급 송금을 요구한 뒤 출금을 차단하는 전형적인 수법을 반복한다. 일부 사례에서는 실제 존재하는 라오스 광산 개발, 에너지 프로젝트, 부동산 사업을 사기 시나리오에 끼워 넣어 ‘현지 실물 투자’처럼 포장하기도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범죄 구조가 인신매매와 강제노동과 결합돼있다는 점이다. 고수익 IT·마케팅 일자리를 제안받고 라오스로 입국한 외국인들이 여권을 압수당한 채 콜센터에 감금돼 사기를 강요받는 사례가 국제 언론과 인권단체 보고서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났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폭행과 협박이 뒤따르고, 탈출을 시도하면 몸값을 요구받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는 단순 금융사기를 넘어 국제적 인권 범죄이자 조직범죄로 분류되는 이유다.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일대에 밀집했던 대형 범죄단지가 해체되며 조직이 점조직 형태로 흩어지고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현지 단속 이후 웬치로 불리는 범죄단지 상당수가 텅 비었고, 이들 조직원 상당수가 라오스와 태국, 미얀마 접경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은 과거 세계적인 마약 생산지였지만, 최근에는 다국적 피싱 사기의 온상지로 탈바꿈했다. 울창한 산림 지역에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장비를 설치해 전 세계를 상대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라오스 북부 보케오 지역에는 ‘범죄단지’를 넘어선 ‘범죄마을’도 존재한다. 중국 카지노 그룹 킹스 로만스가 99년간 임차해 카지노와 호텔을 운영하는 이 지역은 사실상 외부 접근이 차단된 치외법권에 가깝다. 불법도박과 마약 밀매, 스캠 사기, 암호화폐 자금세탁이 복합적으로 이뤄진다는 의혹이 제기돼왔고, 미국은 이미 2018년부터 킹스 로만스를 초국가범죄 기업으로 지정해 제재하고 있다. 캄보디아에 프린스그룹이 있다면, 라오스에는 킹스 로만스가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국경 넘는 나쁜 놈들 마약 범죄 역시 라오스의 또 다른 어두운 단면이다. 최근 라오스 공항에서 마약을 소지한 채 출국을 시도하다 적발되는 한국인이 급증했다. 비엔티안과 지방 공항에서 잇따라 체포된 사례들은 대부분 헤로인과 케타민, 필로폰 등 대량의 마약을 포함하고 있다. 라오스 형법은 마약 범죄에 극히 강경하다. 일정 기준을 초과하면 사형이나 무기징역까지 선고될 수 있고, 미수나 공범 역시 동일하게 처벌된다. 실제로 2019~2020년 비엔티안 공항에서 필로폰을 소지하다 적발된 한국인 2명은 현재까지도 장기 복역 중이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이 “타인으로부터 물건을 위탁받지 말라”고 반복적으로 경고하는 배경이다. 라오스 정부 역시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불법 콜센터 단속과 외국인 범죄자 검거, 장비 압수와 추방 조치를 공개적으로 발표하며 국제사회의 시선을 의식하는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단속이 강화될수록 범죄조직이 인접 국가로 이동하는 ‘풍선효과’는 반복되고 있다. 구조적 취약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범죄의 위치만 바뀔 뿐 산업 자체는 유지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범죄 환경은 라오스 투자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에도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다. 라오스는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 요소를 갖춘 국가다. 수력발전과 광물, 재생에너지, 일부 농업·임산물 가공 분야는 실질적인 기회를 제공한다.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 계약 집행의 불확실성, 외환 규제와 금융 접근성 문제는 오래된 리스크다. 여기에 사이버 범죄가 결합되면서 정상 프로젝트와 사기성 프로젝트의 경계는 더욱 흐려지고 있다. ‘정부 승인’ ‘양허권 보유’ ‘현지 고위 인맥’ 같은 표현이 반복적으로 등장하지만, 공식 검증 없이는 실체를 가늠하기 어렵다. 동남아 마지막 남은 블루오션 라오스의 개발 모델 역시 기회와 위험이 교차한다. 인프라를 외부 차관과 ODA로 먼저 구축하고 성장을 통해 상환하는 구조는 철도와 도로, 병원, 상수도 같은 가시적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 부채는 GDP(국내총생산) 대비 60% 후반으로 추정되고, 낍(KIP)화 약세는 상환 부담을 키우고 있다. 빚으로 지은 인프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자산이 아니라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는 경고다. 현장에서는 인프라가 완공돼도 운영 시스템과 인력, 수요가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다만, 한국 정부는 ‘메콩강 내륙국’으로 외교적 지평을 넓히기 위한 포석으로 라오스를 지목했다. 해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제 개발 속도가 더딘 메콩강 유역 내륙국 시장을 선점해 경제협력의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판단도 깔려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올해 마지막 정상회담 대상국으로 라오스를 선택한 이유다. 이 대통령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했다. 이날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라오스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위해 방한한 것은 12년 만이다. 라오스는 대표적인 메콩강 유역의 내륙 국가로 꼽힌다. 인도차이나반도의 젖줄인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윈난성과 미얀마, 태국, 라오스,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남중국해로 흐른다. 한국은 중국과 미국에 이어 '3대 교역국'으로 꼽히는 베트남을 비롯해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세안의 해양국과 활발한 경제·문화·인적 교류를 해온 반면 라오스와 미얀마, 캄보디아 등 메콩강 유역 내륙국과 비교적 교류가 적었다. 조원득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연구센터장은 “(한국의) 경제협력이나 투자는 베트남 등에 집중됐고 동남아의 내륙 국가에 대한 실질적인 투자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최근 몇 년간 (한국이) 한미일 외교에 집중하다 보니 (내륙국에 대한) 정치·외교적인 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범죄로 얼룩 이면엔 ‘기회의 땅’ 무궁무진 천연 광물과 수력발전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메콩강 유역 국가들은 베트남처럼 경제적으로 한 단계 높은 층위를 차지하는 국가들과 아닌 국가들로 구분돼있다”며 “메콩강 지역 개발의 최대 수혜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국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얀마는 군부독재라는 문제가 있고 캄보디아는 온라인 ‘스캠’(사기)으로 대표되는 치안 문제가 있다”며 “한국이 메콩 지역 개발을 위해 손잡고 일할 수 있는 국가는 현재로선 라오스”라고 했다. 이 대통령이 해양국들뿐 아니라 내륙국들과 교류·협력 등을 통해 아세안에서 영향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아세안의 GDP 규모는 약 3조8000억달러(약 5590조원)로 국가로 치면 세계 5위 수준이다. 인구 규모는 6억7000만명으로 세계 3위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불확실성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강’을 넘어 아세안 등 신흥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약 6개월 만에 G7(주요 7개국), 유엔(UN·국제연합)총회,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해 상생과 연대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유무역 질서 및 다자주의 회복에 힘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통룬 주석과의 확대회담에서 “라오스가 통룬 주석의 리더십 하에 내륙 국가라는 지리적 한계를 새로운 기회로 바꿔 역내 교통·물류의 요충지로 발전한다는 국가 목표를 성공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과정에서 한국이 든든한 파트너로서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양국 간 호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협력관계를 더욱 확대·발전시켜서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성과를 함께 만들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익 보장? 의심부터 결국 라오스의 투자시장과 보이스피싱 범죄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다. 제도적 공백과 국경 지대의 느슨한 관리, 외국 자본과 인력 유입이 만들어낸 회색지대라는 동일한 토양에서 자라난 두 개의 얼굴이다. 라오스는 여전히 기회의 땅일 수 있다. 그러나 그 기회는 이제 철저한 검증과 리스크 관리 없이는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 됐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는 투자 제안일수록, ‘이미 현지에서 잘 돌아가고 있다’는 말일수록 냉정하게 의심해야 하는 이유다. 라오스 투자시장의 성장과 국제 범죄 산업의 확산은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같은 구조가 낳은, 서로 다른 두 개의 결과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