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덮친 ‘광고 상납’ 파문

기업 홍보비 돌려준 광고계 큰 손

[일요시사 취재1팀] 신승훈 기자 = 광고홍보업체 J사가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KT&G 직원에게 일부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KT&G와 광고대행사 간 비리가 수면위로 떠오른 가운데 앞으로 검찰의 수사가 재계 전체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회사 자금을 빼돌려 3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외국계 광고대행사 J사 김모 대표와 전 대표 박모씨 등 3명을 구속했다. 이밖에 국내 광고대행사 A사 대표 권 모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했고 J사에서 1억원대의 금품 향응을 제공받은 KT&G 브랜드실 팀장 김모씨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의 소명이 있고, 증거인멸·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전날 5명의 구속영장을 모두 발부했다.

위장계열사 동원

J사는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기업으로 대형 광고주를 보유해 국내 광고업계 큰손으로 불린다. 구속된 김모 대표는 1994년 광고업계로 뛰어들어 2004년 J사에 입사했다. 2013년 J사 코리아 메니징 디렉터로 선임된 김 대표는 이번에 함께 구속된 박 전 대표의 후임으로 J사 코리아를 이끌었다.

J사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김 대표는 한국인삼공사, KT&G, 신한은행, 신한증권과 같은 대형 광고주를 주로 관리해왔다. 검찰은 KT&G와 KGC인삼공사 및 대형 광고주가 J사에 지불한 총 100억원대의 광고홍보비 가운데 30억원 가량이 수차례 위장 계열사로 입금된 뒤 대부분 현금으로 인출된 사실을 확인해 혐의 입증에 가속도를 붙였다.

이번 KT&G 파문이 일면서 다른 광고주들도 검찰의 불똥이 튈까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검찰은 30억원과 관련해 거래를 알선한 수수료 명목의 돈을 실질적으로 A사 권모 대표가 KT&G 고위 관계자에게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J사 전 대표 등에게서 확보했다.


김 대표는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해외 자동차 회사인 F사를 속이고 광고비를 부풀려 청구해 10여억원을 타낸 사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뒷돈을 받고 이런 사실을 눈감아준 정황을 포착하기 위해 F사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업체 선정과정에서 J사의 갑질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 대표와 광고홍보업체 L사의 A대표는 온라인 미디어렙 업체로 선정되는 데 힘써 주는 대가로 광고용역 하청업체로부터 수억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6일 광고기획사가 KT&G와 계약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잡고 관련 업체를 압수수색 했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이 된 곳은 광고기획사 J사를 비롯해 10여 곳으로 알려진다. J사와 KT&G의 관계는 2011년부터 J사가 KT&G의 포괄적 개념의 마케팅 용역사업을 따내면서 시작된다. KT&G는 통합 광고솔루션부터 기획안 개발, 미디어 홍보, 소매 제품 디자인 등을 포함한 수십억 원에 달하는 계약을 J사와 체결했고 100억원에 달하는 광고비가 오고갔다.

비자금 조성해 의뢰사 직원에 전달
다른 대형광고주로 불똥 튈라 촉각

일각에서는 이번 검찰의 칼끝이 KT&G를 향하고 있다는 평가다. 검찰은 지난해 7월부터 5개월간 KT&G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민영진 전 KT&G사장과 전·현직 임직원과 협력업체 대표 등 18명을 재판에 넘겼다. 민 전 사장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협력업체와 회사 내부 관계자, 해외 담배 유통상 등으로부터 총 1억7900여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 1월 구속 기소됐다.

민 전 사장의 변호인은 지난달 25일 열린 첫 공판준비기일에서 “인사청탁이나 사장 취임 축하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며 “뇌물을 공여했다는 부분도 역시 부인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시계를 받은 것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민 전 사장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부끄럽게 살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해왔다”며 “너무나 억울한 심경”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민 전 사장을 기소하면서 약 5개월간 진행된 KT&G 비리 수사를 사실상 마무리 했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검찰이 지난달 16일 KT&G와 관련된 광고기획사를 압수수색하면서 다시 KT&G 관련 비리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시 검찰이 KT&G 본사 소속 마케팅 브랜드실 김모 팀장의 사무실을 수색하고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김 팀장이 소환되면서 J사와 2011년부터 거래를 할 당시 현 KT&G 백복인 사장이 마케팅 부서 총괄 책임자인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직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백 사장의 연루설부터 시작해 최측근설까지 불거졌다.

백 사장은 지난해 9월 부사장시절 KT&G의 남대문 부지 개발사업 용업 업체에 과도한 용역비를 지급했는지 여부에 대해 검찰에 조사를 받았다. 또 검찰은 백 사장이 2013년 5월 경찰청의 KT&G 비리 수사 당시 핵심 증인이었던 B용역업체 강모 사장을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했다.
 

아울러 2010년 KT&G가 청주시에 연초 제조창 부지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리 사건에 백 사장이 연루돼 있는지 확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KT&G 관계자는 “백 사장은 청주 부지 매각에 전혀 관여한 바 없고 범인도피 혐의도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이라며 “사장 후보 선임 과정에서 자질과 도덕성을 충분히 검증했다”고 밝힌 바 있다.

백 사장은 지난해 10월 취임해 국민과의 신뢰를 회복하겠다며 3대 경영비전을 제시 했다. 지난달에는 윤리 경영 및 사회공헌 확대와 해외사업 강화에 중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해 분위기 쇄신에 나서는 광폭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각종 의혹으로 KT&G 직원들의 비리의혹이 불거지면서 어려움을 맞이한 상황이다. 검찰은 백 사장에 대한 혐의 입증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민 전 사장 구속기소 당시 백 사장도 비리 의혹에 휘말렸지만 검찰이 관련 단서를 잡지 못하면서 소환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백 사장에 대한 소환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는 입장을 밝혔다. KT&G는 이번 사태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이번에 불거진 의혹은 백복인 사장과 전혀 연관이 없다”며 “마케팅본부 브랜드실에 있던 김모씨가 광고대행사와의 계약 체결 시 백 사장은 같은 브랜드실이 아닌 마케팅 본부 내 마케팅실에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대기업으로 확대?

검찰은 일단 J사에서 벌어진 횡령 액수와 비자금 파악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들 업체에 대한 금품 상납 가능성에 대한 수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J사에 과거 대기업 오너2세 4명이 지분을 투자한 점. 그리고 지분 처분 이후 최근까지 일부 오너 2세가 이 회사 임원으로 이름이 올라 있던 점을 이유로 다른 대기업으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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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