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23)위험한 접선

  • 황천우 작가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6.03.09 09:54:27
  • 호수 108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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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거사일, 굳어진 결심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이제 폭력으로 해결하려고. 그래, 사회운동도 폭력이니 가정도 폭력으로 해결해 봐!”

아내가 조금도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석원이 올렸던 손을 슬그머니 내렸다. 이어 방구석에 있던 주전자에서 물을 따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래, 좋다.”

“뭐가?”

“신년을 맞이하여 그럴싸한 일 찾아 돈 벌어올 테니 조금만 기다려.”

“그럴싸한 일도 필요 없어. 그러니 그저 이제는 제발 정신 좀 차려. 그리고 가정에 눈 좀 돌려봐.”

그래도 부부사이인 모양인지라 석원이 기세를 누그러트리자 아내 역시 부드럽게 태도를 바꾸었다. 바로 그 순간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여나 어머니께서 직접 손자를 찾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호기심에 문을 열자 이호룡이 한 손에 물건을 들고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부장님이 기별도 없이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아 이 사람아, 손님이 왔으면 안으로 들여야 하는 게 아닌가.”

잠시 멈칫하던 석원이 아내의 표정을 살피다 이내 안으로 안내했다. 호룡이 아내를 바라보며 너스레를 떨며 인사를 건네자 아내가 못이기는 체 인사를 받고는 슬그머니 뒷걸음질 했다.

“차를 내올까요?”


“차는 그만 두고 잠시 앉아보겠습니까.”

아내가 잠시 멈칫하다 이내 거리를 두고 자리 잡았다. 순간 호룡이 가져온 물건을 앞으로 내밀었다. 또한 상의에서 조그마한 봉투를 꺼내어 건넸다.

“이것이 무엇인지요.”

“신덕수 의장께서 석원 군의 그동안에 노고를 치하하시면서 조그마한 선물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건.”

호룡이 말하다 말고 다시 봉투를 꺼내 석원에게 건넸다.

“이건 뭡니까?”

“꺼내보게.”

비록 말은 석원에게 했지만 시선은 석원의 아내에게 주었다. 그에 따라 동시에 두 사람이 자신의 앞에 놓인 물건과 봉투를 개봉했다. 두 사람의 얼굴에 순식간에 미소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이런 것까지.”

“이런.”

석원과 아내가 외마디 소리를 주고받고는 상대에게 전해진 물건을 서로 확인했다. 호룡이 아내에게 전한 물건은 귀한 인삼주와 돈이었고 석원에게 전한 봉투는 신덕수가 친필로 작성한 연하장이었다.
석원이 감격에 겨운 표정을 지으며 연하장을 아내에게 건넸다. 아내가 언제 그런 일 있었느냐는 듯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연하장에 시선을 주었다.

“차를 내올‥‥‥ 아니 귀한 술이 있으니 안주를 내어올까요?”

“차나 한잔 주시지요. 잠시 후 들를 곳이 있어서. 그리고 그 술은 이따 두 사람이 오붓하게 드시면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모처럼 오셨는데.”

“오늘만 날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니 차만.”

석원의 아내가 무안한 표정을 지으며 뒷걸음으로 물러났다.

“지금은 조금 힘들더라도 참고 지내게. 그리고 이후부터는 다른 모든 일에는 일절 신경 쓰지 말고 자네의 영웅적 행위에 일로 매진하도록 하게.”


“당연히 그리 해야지요.”

“그런데 집 사람에게 자네가 무엇을 할 것이라 이야기하였는가?”

“그건 이야기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역시 자네가 다르긴 다르네.”

호룡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급히 대화 내용을 바꾸어 나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석원의 아내가 차를 가져오자 서로 일상사에 대해 덕담을 주고받고는 오래지 않아 호룡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드디어 아내와의 마지막 인사
국경일 큰 행사서 암살 시도?

“의장께서 석원 군에게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지금 조금 힘이 부치더라도 너무 몰아세우지 마세요.”

호룡이 집을 나서면서 거듭 석원의 아내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러마고 건성으로 답한 아내가 호룡의 모습이 멀어지자 석원을 주시했다.

“어떻게 할 거야?”

“뭘?”

“잠시 전 어머니 뵈러 가자 했잖아.”

석원이 즉답을 피하고 호룡이 가지고 온 술을 주시했다.

“어머니께는 내일 가고 오랜만에 당신과 술 한잔 어떨까 싶은데.”

아내가 답 대신 급하게 되는대로 안주를 준비하여 돌아왔다.

“당신 도대체 무슨 일하는 거야?”

아내가 술을 따르기 무섭게 입을 열자 석원이 답하지 않고 아내의 잔을 채웠다. 이어 아내의 얼굴을 가만히 살펴보았다. 잠시 전과 비교해 너무나 변해 있었다.

“당신도 잘 알잖아. 늘 하던 일 하는 거지.”

“그래도 전에는 당신 하는 일 하면서 시간을 내어 참석하고는 했었잖아. 그런데 요즈음엔 당신 일은 제쳐두고 조총련 관련 일에만 매달리는 듯 보여서.”

“단순히 조총련 일이 아니지. 우리 조선 인민들의 단합을 위한 일이지.”

아내가 뭔가 말하려다 급히 입을 닫았다.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알겠다는 듯 석원이 어색하게 미소를 흘리며 잔들 것을 종용했다.

“좌우지간 내 말 잘 새겨들어.”

잔을 내려놓기 바쁘게 아내가 호룡이 가지고온 돈 봉투를 집어 들었다.

“뭘?”

“저 이호룡이란 사람 믿는 건 아니지?”

석원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는 듯 멍하니 아내를 바라보았다.

“저 사람 상당히 교활한 사람이야. 이 돈이 신덕수 의장으로부터 전해졌다고 한다면 아마도 반 정도는 저 사람이 꿀꺽했을 거야.”

“뭐라고?”


“왜, 무슨 말인지 몰라서 그래. 저 사람이 지금의 자리까지 오를 수 있던 게 바로 그 교활함 때문이란 걸 몰라. 다들 아는데.”

아내의 말을 들으며 이전의 일 즉 홍콩에 다녀온 일을 생각해보았다. 기껏 해외여행 보내준다고 하더니, 그것도 대사를 앞두고 그 일환으로 나갔는데 달랑 2박 3일 간으로 그쳤고 경비 역시 빠듯했었다. 또한 얼마 전에 이후의 생활경비는 전적으로 책임지겠다 했었다. 그러나 말뿐이었지 지금까지 받은 돈은 한 푼도 없었다.

“무슨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금방 한 이야기. 이호룡이란 사람의 실체가 어떤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어.”

“어때?”

“한편 생각해보니 당신 말이 일리 있어 보이는데.”

“그러니 여자 말 잘 들어. 그러면 절대 손해 보는 일 없으니.”

아내와 대화를 나누며 독한 술 몇 잔을 연거푸 들이키자 불현듯 기미코의 얼굴이 술잔에 아른거렸다. 기미코를 생각하며 석원이 느끼한 시선을 아내에게 보냈다.

“무슨 의미야.”

“몰라서 물어.”


“지금 말이‥‥‥.”

아내의 목소리가 술기운 탓인지 미세하게 떨렸다. 그 의미를 새기던 석원이 상을 옆으로 밀쳐내고 천천히 아내의 몸을 취하기 시작했다.

동일이 일본으로 돌아와 신년을 맞이하여 바쁘게 움직이는 중에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도쿄에서 세기문화사를 경영하는 차주선이라는 사람인데 한국 단체관광과 관련하여 상의할 일이 있으니 만나줄 수 있겠느냐 제안해왔다.

잠시 뜸을 들이던 동일이 마지못해 만나겠다는 듯이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물론 전화를 걸어온 당사자가 누구인지 직감하면서도 혹여나 누군가 전화를 도청할지도 모를 일이라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통화를 끝내고 그동안 문석원의 행적에 대해 회고해보았다. 홍콩을 다녀온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었고 기미코와 이호룡을 만나는 일이 고작이었다. 그를 살피며 암살 시도에 전념하고 있다는 감을 받았었다.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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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