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화장품 혁명 꿈꾸는 임재영 이노팜(주) 대표

“기능성 화장품은 얼굴에 나타나야죠”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총과 칼 대신 연구와 마케팅 역량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전장이 있다. 세계시장 규모가 1000억불 이상으로 추정되는 화장품 시장이다. 작년 한 해 동안의 국내시장 규모도 17조원 상당이다. 다국적 브랜드와 토종 브랜드 할 것 없이 ‘한번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함을 광고모델의 미소 뒤에 숨기고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시장이다. 또 매번 새로운 물질을 찾고 그를 상품화하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영역이다. 광고나 홍보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결국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화장품 그 자체의 기능과 효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12년에 걸친 피토케미컬 연구를 바탕으로 화장품을 출시한 이노팜(주)이 주목을 끌고 있다. ‘피토케미컬’은 식물의 뿌리나 잎에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로 식물들이 각종 미생물이나 해충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위해 만들어 내는 일종의 천연화학물질이다. 이 화학물질이 사람에게는 항산화물질로 작용해서 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과일과 채소의 섭취를 늘릴수록 암 예방, 항산화작용,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염증 감소 등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이 피토케미컬 성분 때문이다.

12년 연구의 결과

문제는 이 피토케미컬의 종류가 너무나도 방대하다는 점이다. 카로티노이드(carotenoids), 플라보노이드(flavonoids), 페놀화합물(phenol compounds), 이소플라본(isoflavones), 알릴화합물(allyl compounds) 등 무수한 피토케미컬 계열마다 수백에서 수천 종의 식물이 존재한다. 심지어 한 식물에서 발견되는 피토케미컬 성분이 2만5000개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방대한 성분들 속에서 화장품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은 실로 엄청난 작업일 수밖에 없다. 한 개의 유용한 식물을 찾기 위해 연구 분석해야 하는 대상이 5만 종이 넘는다. 유용한 식물의 발견으로 끝이 아니다. 성분구조를 파악해서 유기합성에 필요한 아미노산 유도체까지 고안해내야 비로소 상품화의 첫 걸음으로 인식된다. ‘누구나 뛰어들 수는 있지만 아무나 성과를 낼 수 없는 분야’가 피토케미컬 연구인 것이다.

자금력이 있다고 해서 성과가 보장된 영역도 아니다. 언제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고급인력들을 십여 년 이상 투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작년에 설립된 신생회사 이노팜(주)이 피토케미컬 기반 화장품 ‘피토라이저(Phytoliser)’를 출시한 것은 향장업계에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다. 변변한 자금력이 없는 회사가 자체 연구로, 그것도 피토케미컬 기반의 제품을 출시한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기 때문이다.


기존 브랜드에 대한 ‘의미 있는 도발’ 내지 ‘혁신’으로 표현되는 이노팜(주)의 시장 진입은 연구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임재영(54) 대표의 역할이 컸다. 임 원장은 연세대 생명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유전학 석사를 마친 뒤, 다시 부산대 의대에 입학해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피부과 전문의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자연과학과 의학 분야 양쪽의 지식과 역량을 가진 학자이자, 연구와 임상을 두루 섭렵해 온 의사가 그다. 피토케미컬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전문의 면허를 딴 직후다. 창원에 있는 복지피부과 병원에 부임, 피부조직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는 나병환자를 보면서 ‘유전자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피부조직을 재생시키는 그 무언가를 찾아야겠다’는 열망을 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피토케미컬에서 찾았다.

유전공학·의학 전공한 피부과 전문의
식물성분 피토라이저로 업계에 도전장

다른 의사들이 박피며 미용성형으로 부를 쌓아나갈 때 임 원장은 개원한 피부과 진료실 옆에 연구실을 차렸다. 낮에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밤에는 연구원들과 피토케미컬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주경야경(낮에도 일하고 밤에도 일하는)의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렇게 12년이 흘러 출시한 제품이 피부색소 침착 제거에 효과가 있는 ‘피토라이저 에센스’와 ‘마스크 팩’이다. 정부의 연구비 지원이나 대기업의 후원도 없이 오로지 임 원장의 뚝심과 연구원들의 열정의 만들어낸 성과다.

당초 피토라이저는 피부의약품으로 출시할 예정이었다. 민감성 피부나 난치성 기미에 적용할 의약품으로 피부과 병원이나 약국에 보급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것이 피부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것은 만만치 않은 임상실험 비용 탓이다. 연구비 마련도 막막했던 임 원장에게 수억원이 넘는 임상비용의 조달은 그야말로 커다란 장벽이고, 절망이었던 셈이다.

‘시장에 내놓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임 원장의 고뇌를 해소해 준 것은 임 원장을 30년 동안 지켜본 지인들과 중증 질환을 호소하며 찾아왔던 환자들이다. 임상 데이터를 모을 요량으로 나눠줬던 샘플을 써 본 주위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이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의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이다. 특히 ‘기미’와 관련된 고민을 갖고 있던 사람들의 피드백이 컸다.


기미는 여성들에게 공공의 적 1순위로 지목받을 정도로 원인도 다양하고, 나타나는 형태도 천차만별인 난치질환. 각종 미백제와 레이저치료를 병행해도 일시적인 효과만 나타날 뿐 재발이 빈번하다. 있는 기미를 없애고, 치료 후 기미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이다. 결국 ‘화이트닝’이나 ‘안티 에이징’ 등으로 표현되는 기능성 화장품의 요체는 피부세포에 침착한 색소와의 전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치러내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 고달픈 전장에 이노팜(주)의 피토라이저 시리즈가 발을 들인 것이다.

“기미는 원인이 너무 다양해서 기존 미백제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습니다. 레이저 치료 역시 기미가 잘 안 빠지거나 고르게 빠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법은 색소세포가 생기는 단계별로 식물성분 방어인자인 화이트케미컬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멜라닌 색소 합성과정에 개입하면서도 부작용 없는 피토케미컬을 찾아내는 게 핵심이죠.”
 

주변 사람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으로 출시된 이노팜(주) 제품에 대한 시장반응은 나쁘지 않다. 관광객을 상대로 화장품 영업을 하는 명동 상인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고, 대리점을 내 보겠다는 문의도 나날이 늘어가는 중이다.

중국과 베트남의 큰 기업에서 판매권을 달라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받은 상태다. 화장품이지만 의약품에 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크게 어필된 까닭이다. 그러나 이러한 호응 속에도 임 원장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화장품 시장에 들어와 보니 여기도 만만치가 않네요. 더 다양한 제품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기초와 색조를 갖춘 세트구성은 해야 합니다. 일이 끝이 없네요.”

뷰티의 길을 걷다

표정은 비장하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넘치고 있다. “이노팜(주)은 모든 제품을 임상실험 절차 밟듯 소비자와 환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출시할 생각입니다. 아직 세계적으로 이런 식으로 개발되는 화장품이 없고, 또 그렇게 해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기능성 화장품 시장은 반드시 의약품에 버금가는 효과로 승부하는 시장이니까요.” 임 원장이 매일 밤 연구실의 불을 밝히고 있는 이유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가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12월 초 후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는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