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화장품 혁명 꿈꾸는 임재영 이노팜(주) 대표

“기능성 화장품은 얼굴에 나타나야죠”

[일요시사 경제팀] 이창근 기자 = 총과 칼 대신 연구와 마케팅 역량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는 전장이 있다. 세계시장 규모가 1000억불 이상으로 추정되는 화장품 시장이다. 작년 한 해 동안의 국내시장 규모도 17조원 상당이다. 다국적 브랜드와 토종 브랜드 할 것 없이 ‘한번 밀리면 끝’이라는 절박함을 광고모델의 미소 뒤에 숨기고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시장이다. 또 매번 새로운 물질을 찾고 그를 상품화하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는 영역이다. 광고나 홍보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결국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화장품 그 자체의 기능과 효과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12년에 걸친 피토케미컬 연구를 바탕으로 화장품을 출시한 이노팜(주)이 주목을 끌고 있다. ‘피토케미컬’은 식물의 뿌리나 잎에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로 식물들이 각종 미생물이나 해충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위해 만들어 내는 일종의 천연화학물질이다. 이 화학물질이 사람에게는 항산화물질로 작용해서 세포 손상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과일과 채소의 섭취를 늘릴수록 암 예방, 항산화작용,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염증 감소 등의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이 피토케미컬 성분 때문이다.

12년 연구의 결과

문제는 이 피토케미컬의 종류가 너무나도 방대하다는 점이다. 카로티노이드(carotenoids), 플라보노이드(flavonoids), 페놀화합물(phenol compounds), 이소플라본(isoflavones), 알릴화합물(allyl compounds) 등 무수한 피토케미컬 계열마다 수백에서 수천 종의 식물이 존재한다. 심지어 한 식물에서 발견되는 피토케미컬 성분이 2만5000개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방대한 성분들 속에서 화장품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을 찾아내는 것은 실로 엄청난 작업일 수밖에 없다. 한 개의 유용한 식물을 찾기 위해 연구 분석해야 하는 대상이 5만 종이 넘는다. 유용한 식물의 발견으로 끝이 아니다. 성분구조를 파악해서 유기합성에 필요한 아미노산 유도체까지 고안해내야 비로소 상품화의 첫 걸음으로 인식된다. ‘누구나 뛰어들 수는 있지만 아무나 성과를 낼 수 없는 분야’가 피토케미컬 연구인 것이다.

자금력이 있다고 해서 성과가 보장된 영역도 아니다. 언제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고급인력들을 십여 년 이상 투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작년에 설립된 신생회사 이노팜(주)이 피토케미컬 기반 화장품 ‘피토라이저(Phytoliser)’를 출시한 것은 향장업계에 신선한 충격이 되고 있다. 변변한 자금력이 없는 회사가 자체 연구로, 그것도 피토케미컬 기반의 제품을 출시한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기 때문이다.


기존 브랜드에 대한 ‘의미 있는 도발’ 내지 ‘혁신’으로 표현되는 이노팜(주)의 시장 진입은 연구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임재영(54) 대표의 역할이 컸다. 임 원장은 연세대 생명공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유전학 석사를 마친 뒤, 다시 부산대 의대에 입학해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피부과 전문의가 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물이다.
 

자연과학과 의학 분야 양쪽의 지식과 역량을 가진 학자이자, 연구와 임상을 두루 섭렵해 온 의사가 그다. 피토케미컬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전문의 면허를 딴 직후다. 창원에 있는 복지피부과 병원에 부임, 피부조직이 무너지는 고통을 겪는 나병환자를 보면서 ‘유전자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피부조직을 재생시키는 그 무언가를 찾아야겠다’는 열망을 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피토케미컬에서 찾았다.

유전공학·의학 전공한 피부과 전문의
식물성분 피토라이저로 업계에 도전장

다른 의사들이 박피며 미용성형으로 부를 쌓아나갈 때 임 원장은 개원한 피부과 진료실 옆에 연구실을 차렸다. 낮에는 환자들을 진료하고 밤에는 연구원들과 피토케미컬을 연구하고 토론하는 주경야경(낮에도 일하고 밤에도 일하는)의 시간을 보낸 것이다.

그렇게 12년이 흘러 출시한 제품이 피부색소 침착 제거에 효과가 있는 ‘피토라이저 에센스’와 ‘마스크 팩’이다. 정부의 연구비 지원이나 대기업의 후원도 없이 오로지 임 원장의 뚝심과 연구원들의 열정의 만들어낸 성과다.

당초 피토라이저는 피부의약품으로 출시할 예정이었다. 민감성 피부나 난치성 기미에 적용할 의약품으로 피부과 병원이나 약국에 보급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던 것이 피부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 것은 만만치 않은 임상실험 비용 탓이다. 연구비 마련도 막막했던 임 원장에게 수억원이 넘는 임상비용의 조달은 그야말로 커다란 장벽이고, 절망이었던 셈이다.

‘시장에 내놓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임 원장의 고뇌를 해소해 준 것은 임 원장을 30년 동안 지켜본 지인들과 중증 질환을 호소하며 찾아왔던 환자들이다. 임상 데이터를 모을 요량으로 나눠줬던 샘플을 써 본 주위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이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의 가능성을 열어 준 것이다. 특히 ‘기미’와 관련된 고민을 갖고 있던 사람들의 피드백이 컸다.


기미는 여성들에게 공공의 적 1순위로 지목받을 정도로 원인도 다양하고, 나타나는 형태도 천차만별인 난치질환. 각종 미백제와 레이저치료를 병행해도 일시적인 효과만 나타날 뿐 재발이 빈번하다. 있는 기미를 없애고, 치료 후 기미가 다시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쉽지 않은 탓이다. 결국 ‘화이트닝’이나 ‘안티 에이징’ 등으로 표현되는 기능성 화장품의 요체는 피부세포에 침착한 색소와의 전쟁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치러내느냐에 달린 것이다. 그 고달픈 전장에 이노팜(주)의 피토라이저 시리즈가 발을 들인 것이다.

“기미는 원인이 너무 다양해서 기존 미백제로는 치료에 한계가 있습니다. 레이저 치료 역시 기미가 잘 안 빠지거나 고르게 빠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법은 색소세포가 생기는 단계별로 식물성분 방어인자인 화이트케미컬을 공급하는 것입니다. 멜라닌 색소 합성과정에 개입하면서도 부작용 없는 피토케미컬을 찾아내는 게 핵심이죠.”
 

주변 사람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의약품이 아닌 화장품으로 출시된 이노팜(주) 제품에 대한 시장반응은 나쁘지 않다. 관광객을 상대로 화장품 영업을 하는 명동 상인들이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고, 대리점을 내 보겠다는 문의도 나날이 늘어가는 중이다.

중국과 베트남의 큰 기업에서 판매권을 달라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받은 상태다. 화장품이지만 의약품에 준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크게 어필된 까닭이다. 그러나 이러한 호응 속에도 임 원장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화장품 시장에 들어와 보니 여기도 만만치가 않네요. 더 다양한 제품이 필요합니다. 최소한 기초와 색조를 갖춘 세트구성은 해야 합니다. 일이 끝이 없네요.”

뷰티의 길을 걷다

표정은 비장하지만 목소리에는 힘이 넘치고 있다. “이노팜(주)은 모든 제품을 임상실험 절차 밟듯 소비자와 환자들의 피드백을 받아 출시할 생각입니다. 아직 세계적으로 이런 식으로 개발되는 화장품이 없고, 또 그렇게 해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기능성 화장품 시장은 반드시 의약품에 버금가는 효과로 승부하는 시장이니까요.” 임 원장이 매일 밤 연구실의 불을 밝히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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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