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21)대응팀 가동

  • 황천우 작가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6.02.22 11:02:52
  • 호수 10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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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작전, 구체적인 계획은?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이 부장, 나갈 것 없네. 이미 최고급 참치회를 주문했네.”

호룡이 다시 고개 돌려 석원 옆에 자리 잡았다.

“석원 군의 영웅적 행동에 대해서는 이 부장으로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네. 아울러 수령님과 북조선은 석원 군에 대해 상당히 기대하고 있네.”

앞에 앉은 남자의 치사에 석원이 자세를 바로하고 고개 숙였다.

“이 몸은 북조선과 김일성 수령님 것입니다. 기필코 목숨을 바쳐서라도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암 그래야지. 그래야 하고 말고.”

잠시 소소한 이야기로 대화를 나누는 중에 요리가 들어오고 술잔이 오고가기 시작했다.

“이 술 받으세요. 이 술은 북조선을 대표하여 주는 잔입니다.”

그 순간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던 여인이 술병을 들었다. 석원이 급히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술을 받았다.

“한 번에 쭉 들이키세요.”

“문 군 영광이네, 영광. 지도원 동무의 잔은 아무나 받는 게 아닌데. 허허.”

호룡의 말에 석원이 한 번에 잔을 비워냈다. 그리고는 안주도 먹지 않고 비워 낸 잔의 처리를 두고 고민하는 듯 호룡에게 시선을 주었다.

“받았으면 드려야지 뭐 하는가?”

호룡의 제안에 시선을 여인에게 주었다.

“내 석원 군의 성의를 보아 특별히 한잔 받겠어요.”

40대 초반 정도 되어 보이지만 뽀얀 피부 그리고 아담한 몸매를 살피면 정확한 나이가 가늠되지 않았다. 석원이 잔을 건네고 공손하게 술병을 들어 잔을 채우자 여인이 손에 들려 있는 잔과 모두를 바라보았다.

“우리 석원 군을 위해 함께 건배하도록 하지요.”

여인의 제안에 모두 잔을 마주치고는 단번에 비워냈다.

“그래, 구체적인 계획은 세웠는가?”

“지금 차근차근 계획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그 일은 제게 일임하여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남자의 질문에 호룡이 자신 있다는 투로 이야기하자 여인이 흡족하다는 듯 미소를 보였다.

“당연히 믿고 말고요. 그래도 혹여 도움이 될까 싶어 그러니 개략적인 계획이라도 들려 줄 수 없는가요?”

여인이 한마디 한마디 똑부러지게 이야기하자 호룡이 석원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미국 대통령 케네디 암살 사건을 알고 계십니까?”

“부장님, 저는‥‥‥.”

문석원이 말하다 말고 두 사람의 눈치를 살폈다.

“석원 군, 주저 말고 말해보세요.”


“저는 지금 영국 작가인 프레드릭 포사이스란 사람이 쓴 『재칼의 날』이란 소설을 읽으면서 그곳에서 답을 찾으려 하는 중입니다.”

“재칼!”

모두의 입에서 동시에 흘러나왔다.

“허허, 그 정도까지 진행 중에 있었던가?”

“물론 케네디 대통령 암살 사건도 생각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그러나 미국이란 사회와 남조선 사회는 다르기 때문에 굳이 재칼의 날을 모방하는 편이 이롭다 생각하였습니다.”

연이은 석원의 설명에 모두 혀를 찼다.

“지금도 계속 연구 중입니다.”

쐐기를 박듯 석원이 덧붙였다.

“석원 군 금년에 나이가 어떻게 되는가.”

“스물 둘입니다.”

“허허 그 나이에 이렇게 생각이 깊을 수가.”

남자가 여인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그러게 말이에요. 그 나이에 어쩌면 생각이 그리 깊을 수 있는가요.”

마지막 축하연…과연 살아 돌아올까?
케네디 암살사건이 프로젝트 롤모델?

“역시 이 부장의 안목이 남다르기는 남다른 모양이오.”


“중앙위원님 그리고 지도원 동무, 너무 과찬이십니다.”

이호룡이 가볍게 손사래쳤다.

“아니오, 두 사람이 마치 환상의 커플 같소. 그렇지 않소?”

“당연합니다.”

남자의 추임에 여인이 화답했다.

“우리는 그저 아무 걱정 없이 수령 동지께 사실대로 보고만 하면 되겠습니다.”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고개 숙여 답하는 석원의 어깨가 가볍게 들썩였다. 그를 살피던 여인이 몸을 일으켜 석원  곁으로 다가가 자리 잡았다. 이어 석원의 손을 가볍게 잡았다 떼고 술병을 잡았다.

“북 조선 영웅에게 다시 한 잔 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인이 미소를 보내자 석원이 급히 잔을 비워내고 공손하게 앞으로 내밀었다. 여인 역시 공손하게 술을 따랐다.

“석원 군, 결코 나를 괄시해서는 안 됩니다.”

“무슨 말씀이신지요?”

“너무나 듬직하고 또 반드시 일을 성사시키리란 예감이 들어서 그럽니다. 그런 경우 석원 군은 북조선이 아니라 조선 전체가 영웅으로 떠받들 터인데 절대 나를 모르는 척 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석원이 민망한지 아니면 고무되었는지 단번에 잔을 비워냈다. 여인이 참치 회를 곱게 싸서 석원의 입에 넣어주었다.

“허허, 지도원 동무께서 석원 군에게 완전히 빠졌습니다. 내게는 술 한잔 따르는 법도 없더니만 석원 군에게는 안주까지. 이거 이러다간…”

남자가 부러운 듯한 시선으로 석원을 바라보며 가볍게 혀를 찼다.

“지도원 동무, 석원 군이 그리도 자랑스럽습니까?”

“이 부장, 그걸 말이라 하십니까. 내가 조금만 젊었어도….”

“아직도 팽팽합니다.”

남성이 다시 혀를 차며 부러움을 표했다. 잠시 대한민국의 중앙정보부로 돌아온 동일이 신임 부장에게 독대를 청했다. 물론 지휘계통을 밝고 올라가야 하나 사안이 사안인 점을 고려한 처사였다.

아울러 부장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또 후임 간부들 인사이동 문제로 뒤숭숭했던 터라 그 기회를 이용하고자 하는 의도 역시 감추어 있었다.

“지휘계통까지 무시하면서 독대를 청한 사유가 무엇인가?”

신임 부장인 신영수로부터 동일이 염두에 두었던 말부터 흘러나왔다.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 볼 때 극비리에 보고해야 한다 판단하였습니다. 결례를 용서하여 주십시오.”

말을 마침과 동시에 노란 봉투를 건넸다.

“일단 앉게.”

부장이 곧바로 봉투를 열어 내용물을 꺼내 천천히 읽어 내려갔다. 잠시 후 읽기를 마친 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를 오가더니 책상으로 갔다. 이어 경비전화로 대통령 경호실장과 통화를 마치고 동일 곁으로 다가왔다.

“뭐하는 겐가. 어서 앞장서지 않고.”

동일이 얼떨결에 자리에서 일어나자 부장이 문을 나서면서 차를 대기시키라 지시 내렸다. 현관을 벗어나자 부장 전용 승용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수행 비서가 앞좌석에 타고 동일은 뒷좌석 안쪽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 근무한 지 얼마 되었는가?”

“만 2년이 되어가고 있습니다만 일전에도 여러 번 근무한 적 있습니다.”

“일본통이로구만. 그러면 윤대중 납치사건에도 참여했었는가?”

“일정 부분 참여하였습니다.”

“그러면 자네가.”

부장이 뭔가 말하려다 말고 다시 봉투에서 내용물을 꺼내 상세하게 살펴보았다.

“지금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알겠는가?”


“경호실장과 통화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호실장과 협의를 거치고 각하를 뵐 필요가 있다면 그리 할 걸세.”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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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