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19)갈등의 시작

  • 황천우 작가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6.02.03 13:12:37
  • 호수 107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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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물인사 구출작전 성공 가능성은?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내가 그동안 두 사람이 너무 많은 수고를 하여 선물을 주려는데 괜찮을지 모르겠네.”

“선물이면 다 좋은 거 아닌가요?”

“물론 좋은 거지. 그런데 선물도 나름 아니겠는가.”

호룡이 뜸을 들이자 기미코가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석원을 주시했다. 그를 살피며 호룡이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냈다.

“비행기 티켓이야.”

“네, 비행기요?”

“홍콩행 왕복 티켓으로 그동안 두 사람의 수고에 대해 조그마한 마음의 정성을 전하려 오늘 이렇게 보자고 하였네.”

호룡이 봉투를 건네자 기미코가 즉시 내용물을 확인하고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우리 두 사람이, 홍콩에요!”

기미코의 입이 다물어지지 않고 있었다.

“만족하는가?”


“너무나 고맙지요. 다른 사람도 아닌 난조 상과 함께인데요.”

순간 호룡이 석원에게 눈짓을 보냈다. 신호를 받은 석원이 기미코가 보라는 듯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난조 상, 왜 그래? 나와 함께 여행가기 싫어?”

석원이 대답하지 않고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난조 상, 말해봐. 왜 그래?”

“여권과 비자 때문에 그래.”

“그게 뭐가 어렵다고.”

“우리 나이에 함께 나가려면 신혼여행 정도로 간다고 해야 비자가 나올 터인데, 지금 우리는 법적으로는 부부 사이가 아니잖아. 그러니 갑갑해서 한숨 쉬는 거지.”

석원이 진짜 갑갑하다는 듯 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혼여행? 그러면 신혼여행 가면 되잖아.”

“이 사람아, 그게 어떻게 가능해. 당신 남편은 고타로로 되어 있는데.”

기미코가 호룡을 바라보며 구원해달라는 듯 눈길을 보냈다.

“방법이 있는데 괜찮을까 모르겠네.”

“부장님, 알려주세요. 저 꼭 난조 상과 다녀오고 싶어요.”

“두 사람이 부부로 출국하면 되지, 부부로.”


“어떻게요?”

“기미코 양이 여권을 만들 때 법적 남편인 고타로의 여권을 함께 만들어야지. 그리고 그 여권을 석원 군이 들고 나가면 되는 거야.”

“그렇게 쉬운 방법이 있었네요.”

대통령 암살 시도…의견 대립
상황 반전시킬 수 있다는 확신


잠시 생각에 잠겼던 기미코가 손뼉을 치면서 함박웃음을 터트렸다.

“괜찮겠어?”

“난조 상과 함께 여행가는 데 괜찮고 말고가 무슨 일이야. 그리고 막말로 고타로와 해외여행 갈 일도 없고 또 행여나 가자고 해도 안가.”

“참으로 안타까워. 이 사람이 고집만 안 부렸어도 둘은 천생연분인데.”

호룡이 아쉽다는 듯 혀를 차며 잔을 비워냈다. 그와 동시에 기미코의 몸이 석원에게 기울기 시작했다. 정동일이 김영자로부터 난조 샤쿠겐 즉 문석원이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할 것이란 정보를 얻은 이후 고민에 휩싸였다. 그냥 철부지의 객기로 무시할 것인지 아니면 그를 이용하여 새로운 일을 이루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자신 물론 영사관에 근무하지만 실상은 중앙정보부 요원으로 위장근무 중이었다. 아울러 지난 윤대중 납치사건도 현지인으로서 본인 주도로 비밀리에 기획하고 실행했는데 작금에 들어 그 결과가 당초 의도대로 움직여주지 않았고 결국 나라 전체가 곤경에 빠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비록 김운정 총리의 진사 사절 이후 겉으로는 봉합된 듯 했지만 일본의 언론과 좌익은 연일 포문을 강화하고 있었다. 그에 밀려 아니 그를 구실로 일본 내각 역시 한국에 대한 경제 차관 등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었다.

문석원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그 일을 잘만 이용한다면 작금의 곤궁한 상황을 헤쳐 나갈 돌파구가 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하여 그 사실을 정보부장에게 정식으로 보고하여 재가를 받아보고자 했다.

그러나 본국으로부터 윤대중 납치사건과 관련하여 이병선 정보부장이 조만간 경질될 것이란 소식이 속속 전해지고 있었다. 그런 연유로 보고 여부는 차후로 미루고 문석원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문석원의 가족 관계부터 시작하여 지난 시절의 행적 등을 샅샅이 파헤치던 중에 그의 이중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또한 일본인에 그리고 인간사회에 대해 지독하게 혐오감을 지니고 있고 또 나이도 어린데다 상당히 충동적이라는 사실 역시 간파했다.

상당히 어설프지만 김영자가 전한 대로 정말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려 시도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일어났다. 아울러 그를 잘만 이용하면 정말로 현 상황을 반전시킬 수도 있겠다는 확신까지 하기에 이른다.


한날 저녁 늦은 시간 숙소에 들러 아내가 보내준 된장을 싸들고 길을 나섰다. 아무래도 김영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문석원에 접근함이 이로울 듯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김영자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아들자 막 가게를 정리하던 김영자가 반갑게 맞이했다.

“오라버니,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에요?”

“우리가 시시콜콜 연락하고 찾아보는 그런 사이밖에 안되는가.”

“그런 건 아니지만.”

김영자가 동일이 건네는 물건을 받아들면서 앙증맞은 표정을 지으며 방으로 이끌었다.

“된장 아니면 고추장?”

“맞추어봐.”

“음 지난번에는 고추장을 가져다주었으니 이번에는 된장?”

“귀신이 따로 없네.”

내실에 들기를 잠시 후 김영자가 소박하게 상을 차려 들어왔다.

“오라버니, 그런데 아까도 물어보았지만 무슨 일 있어요?”


“일은 무슨 일. 아우 잠시 볼 수 없어 얼굴 기억해두려고 찾아왔지.”

“무슨 말이래요?”

“윤대중 사건으로 장관과 대사 등 인사이동이 있는 모양이야. 그래서 한국에 들어갔다 나오려고.”

김영자의 얼굴에 어두운 그림자가 밀려들었다.

“왜, 서운해?”

동일이 가까이 다가온 영자의 볼에 가볍게 입을 대었다.

“서운한 정도가 아니지. 그런데 오라버니 참 이상해.”

“뭐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사실 말이에요. 사랑하면서도 동시에 이별을 걱정하게 되니.”

“그러면 영자는 정말로 이 오라버니를 사랑한다는 말이네.”

“그걸 몰라서 물어요.”

말과 동시에 동일의 잔을 채워주었다.

“오늘은 술은 자제하고 정말 맛있는 걸 먹어야 할까봐.”

“뭔데요.”

동일이 대답 대신 영자의 몸을 훑어보았다.

“나 품으려고.”

“왜 싫어?”

“싫기는, 좋아서 그렇지요. 그런데 오라버니는 이 쭈글쭈글한 몸이 그리도 좋아.”

“무슨 소리야 아직도 탱탱한데.”

“듣기 싫지는 않네.”

동일이 슬쩍 눈을 흘기는 영자의 볼을 슬그머니 만져주었다.

“그런데 조총련 사람들은 요즘 뜸한 모양이지?”

“그 사람들 아직도 윤대중 구출한다고 난리지 뭐. 그리고‥‥‥.”

영자가 슬그머니 뜸을 들였다.

“오라버니 내가 일전에 이야기했던 석원이란 사람 있잖아요.”

“정신 나간 친구 말이지?”

“정신이 나갔는지 들어왔는지는 모르지만 그 사람이 외국으로 여행 갔다고 하던데.”

“외국 여행!”

“어저께 출국했다 하데요.”

영자가 무심코 내뱉은 말에 동일의 마음이 급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으로 입국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사관에서 비자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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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