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17) 미궁의 탈출구 찾기

대통령 암살작전 모의…결과는?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김 사장!”

이호룡이 오사카 시내 한 식당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다 그곳 주인인 김영자를 은근한 투로 불렀다.

“갑자기 살갑게 왜 그러세요.”

김영자가 하던 일을 잠시 멈추고 호룡이 앉아 있는 자리로 다가갔다.

“김 사장은 고향이 어디요?”


“당연히 이곳 오사카지요. 물론 부모님은 황해도 안악에서 태어나고 자라셨지만.”

“내 고향은 어디인지 아시오?”

“일전에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평안도 중강진이라고.”

“아니 틀렸어. 내 고향도 바로 이곳, 오사카요.”

말을 마침과 동시에 호룡이 잔을 비워냈다. 김영자가 호룡의 눈치를 살피며 술병을 들었다.

“한 잔 따라 드릴까요?”

“그러면 좋지요.”


안주도 먹지 않은 호룡이 선뜻 잔을 들었다.

“그런데 오늘 무슨 일이 있기에 이리도 과음하였습니까?”

김영자가 흡사 콧소리를 내듯 잔을 채우자 호룡의 게슴츠레한 눈길이 술잔으로 향했다.

“혹시 문석원이란 아이 기억합니까?”

“일전에 함께 왔었던 그 청년 이야기하는 거 아닌가요?”

“맞아요.”

“그런데요.”

“이 친구가 일을 벌이려는 모양입니다.”

“무슨 일을?”

“남조선의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겠다고 하네요.”

“네!”

김영자가 얼떨결에 소리를 높이고는 그저 눈만 동그랗게 떴다.

“윤대중 선생을 구출하려는 의도인데. 처음에는 그저 객기려니 생각하고 말았는데. 이 친구가 극구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겠다는 겁니다.”

잠시 고개를 좌우로 움직였던 김영자가 냉장고에서 맥주를 꺼내 와 스스로 잔을 채웠다.

“그 사람 정신나간 거 아닌가요. 그때 보았을 때도 이상하게 느꼈던 것 같은데.”

“나도 처음에는 나이가 어려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 상당히 과격하더라고. 그래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지만.”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으면 무슨 일을 하였답니까?”


“좌익 운동 그리고 과격단체들 주변에 기웃거리고는 했죠.”

“그런 사람이 어떻게 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겠답니까?”

“그 친구 혼자서는 절대 불가능하지요. 그러니까 막무가내로 내게 도와달라는 겁니다.”

“어떻게?”

“그야 물론 남조선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입니까. 그저 여권 만들고 비자 받아서 비행기나 배를 타고 가면 되는 일 아닌가요.”


“그게 곤란하니 내게 부탁하는 거 아닙니까?”

김영자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호룡을 빤히 주시했다.

“여권은 만들 수 있지만 비자 받기 힘들어 그래요.”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윤대중 씨 사건 터지고 나서 그 친구가 오사카 영사관을 상대로 수차례 폭파하겠다고 협박전화까지 했었는데 어느 누가 비자를 내주겠습니까.”

“그런 일까지 있었나요.”

김영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술잔을 기울였다. 그를 바라보던 호룡 역시 단번에 잔을 비워냈다.

“안주 좀 드세요.”

호룡이 안주도 먹지 않고 다시 스스로 빈 잔을 채우자 김영자가 근심스런 표정을 지었다.

“위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라는데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는구려. 그래서 이렇게 혼자 술 마시는 거 아니겠소.”

“김 사장이 무슨 일로 전화를 다 주었는가.”

한 순간의 객기로? 진짜 시도할까
“유일한 해결방법” 성공 가능성은?

밤이 늦은 시간 오사카 영사관에 근무하는 정동일이 김영자가 운영하는 음식점을 찾았다. 동일을 확인한 김영자가 주변을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가게 구석에 있는 조그마한 룸으로 안내했다.

“무슨 일이야?”

“오라버니 보고 싶어 그랬지.”

김영자가 정동일 곁에 바짝 달라붙었다. 그런 그녀를 동일이 팔로 가볍게 어깨를 휘감으면서 볼에 입술을 댔다 떼었다.

“식사는 어떻게 하겠어요.”

“음, 식사는 되었고.”

정동일이 말하다 말고 보일 듯 말 듯 살짝 드러난 김영자의 가슴을 슬며시 바라보았다.

“왜요, 젖 먹고 싶어요?”

“일단 가볍게 한 잔하고 젖을 먹든 영자를 통째로 먹든 하자고.”

정동일이 시선을 돌려 김영자의 하반신을 바라보자 김영자 역시 그 시선을 따라갔다가 슬그머니 동일의 볼에 입을 맞추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단히 가져와.”

말을 하며 밖으로 나서는 김영자의 뒤를 바라보았다. 일찌감치 남편과 사별하고 홀로 가게를 꾸려가며 30대 후반에 이른 김영자의 마음 씀씀이가 아름다워 가끔 들르고는 했고 급기야 어느 한날 저녁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말았다.

미색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오밀조밀하여 안기는 맛이 색달라 이후 서울에 있는 집이 생각날 때면 들러 함께 시간을 보내고는 했었다. 또한 그녀의 정보망이 이외로 넓었다.

특히 조총련 쪽 사정은 그녀를 통해 전해 듣는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여서 현지 애인으로 또 정보원으로 살갑게 지내던 터였다. 잠시 서울에 두고 온 가족을 회상하는 중에 김영자가 동일의 말대로 간단하게 음식을 차려 들어왔다.

“사람 팔자 참으로 희한하네.”

“느닷없이 무슨 팔자 이야기에요?”

“영자 같으면 남편에게 무지하게 사랑받고 살 터인데.”

동일이 말을 흐리자 상차리기를 마친 영자의 한쪽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그러면 오라버니가 거두어 주면 되잖아요.”

“차라리 그럴까.”

말을 마침과 동시에 동일 곁에 바짝 붙어 앉은 영자가 술병을 들었다. 동일 역시 잔을 듦과 동시 몸을 앞으로 숙여 영자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갰다가 떼었다.

“오라버니는 내가 그리도 좋아요.”

“글쎄, 그걸 좋다고 표현해야 할지는 몰라도 이상하게 자네만 만나면 아늑해지고 또 고향 생각이 나고 그러네.”

“그래요, 그거 참.”

“왜?”

“우리 집에 자주 드나드는 사람도 그런 이야기를 하고는 해서요.”

“혹시.”

이번에는 정동일의 눈썹이 치켜 올라갔다.

“왜요, 그 사람하고도 몸 섞을까 봐요?”

“아, 그게 아니라‥‥‥. 당신도 한잔 하겠어?”

순간 동일이 얼버무렸다. 영자가 슬그머니 미소를 보이며 잔을 들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보자고 한 거야?”

“오라버니가 보고 싶어 그랬다니까.”

“본 지 얼마 되었다고.”

“그동안 윤대중 사건인가 뭔가 때문에 바쁘다는 핑계로 오지 않았잖아요.”

그 소리에 동일이 절로 흠칫했다. 혹여 김영자가 자신의 실체를 알고 있는 게 아닌가하는 지레짐작에 따른 결과였다.

“왜 그렇게 놀래요?”

“놀래는 게 아니라 하도 시달려서 그 이야기만 나오면 경끼 일으킨다니까. 그러니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반응이 흘러나오지.”

동일이 가슴을 쓸어내기라도 하듯 잔을 비워냈다.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외형상으로는 해결되었지만 내면으로 살피면 아직은.”

말하다 말고 동일이 자신의 잔을 직접 채웠다.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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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