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연령대 낮아진 모텔의 이유있는 변화

“모텔에서 ‘그것’만 하니? 우린 거기서 논다!”


유부남, 유부녀 등 불륜 관계의 사람들이 하룻밤 잠자리를 위해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모텔에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부티크텔, 비즈니스텔, 무인텔 등 모텔 스스로 새로운 콘셉트의 변화를 꾀하기도 했지만 ‘모텔’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것.

특히 2030세대 젊은이들의 경우 ‘모텔’을 단순한 숙박업소로 생각하지 않고 게임·공부·파티 등을 즐길 수 있는 신개념 멀티플렉스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일요시사>는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맞은 ‘모텔’의 새로운 모습에 대해 취재했다.


‘모텔=불륜의 공간’이라는 공식에 금간 지 오래, 젊은층에게는 ‘멀티존’
“기념일엔 모텔로?” 이벤트 모텔 빌려 둘만의 추억 만드는 커플 많아 

모텔의 가장 큰 변화는 주이용 계층의 다양화에 있다. 당초 모텔은 ‘러브호텔’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40대 이후 불륜관계의 사람들이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최근 모텔 이용 계층은 20~30대로 대폭 다운됐고, 이에 따라 모텔도 젊은 층에 맞는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기념일은 모텔에서
“좋지 아니한가”

‘모텔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우후죽순 모텔이 생겨나 과잉 경쟁이 시작되는 바람에 모텔 업주 스스로도 기존의 ‘모텔’이미지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 특히 모텔을 이용하는 연령대가 낮아진 이상 예전 서비스와 인테리어로는 젊은 손님들의 발걸음을 돌릴 수 없다는 모텔업계의 관측은 정확했다. 

 침침한 조명에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모텔들이 최근 지향하는 아이템은 일명 ‘부티크텔’. ‘부티크텔’이란 대형 PDP, 당구대, 수영장, 신종 게임기 등을 갖춘 신개념 멀티플렉스형 숙박업소로 웬만한 호텔 뺨치는 인테리어와 고급시설을 자랑한다. 호텔보다 저렴한 숙박료로 다양한 놀이·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학생은 물론 젊은 직장인들도 모텔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서초동에 위치한 L업소는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커플들이 많이 찾는다. 또 다른 모텔에 비해 저렴한 가격도 L업소만의 장점이다. 특히 L업소에서 준비한 이벤트 때문에 둘만의 기념일에 이곳을 찾는 커플이 많다. 모든 여성들의 로망인 헬륨풍선과 티라이트로 방을 꾸미는 데 드는 비용은 3만원. 또 추가 옵션으로 고급와인과 와인잔, 장미욕조와 예쁜 케이크를 선택할 수도 있다.

또 특실에는 2인용 월풀이 마련되어 있어 사랑하는 사람과 피로를 풀고 사랑을 속삭이기에 제격이다. 지난해 12월 여자친구와의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지역 모 모텔을 선택한 김모양(27)씨는 “여자친구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이벤트를 해주고 싶었는데 호텔을 가기에는 비용부담이 커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적당한 모텔을 골랐다”면서 “하룻밤 숙박요금은 10만원 정도였는데 객실 안에 조그만 수족관이 마련되어 있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연말 등 특별한 날에는 친구들끼리 파티 장소로 안성맞춤
DVD·컴퓨터는 기본…  당구대·와인바 수영장  갖춘  모텔도 등장 ‘인기짱’  


이어 “우리가 묵었던 모텔은 따로 이벤트를 준비해 주지 않아 일일이 풍선으로 방을 꾸미고 장미꽃잎으로 침대를 장식했지만 내가 직접 꾸며줬다는 점에서 더욱 기억에 남았다. 여자친구도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역삼동에 위치한 J업소 역시 부티크텔로 유명하다. 이 업소는 15개의 방을 각각의 테마를 가지고 색다르게 구성했다. 방별로 포켓 당구대를 설치하는가 하면 대형 스크린 시설, 거품 욕조까지 마련해 놓았다. 

그런가 하면 최근 모텔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에 엄청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에도 대부분의 모텔들이 일찌감치 예약을 마치고 손님을 기다렸다. 크리스마스나 연말 파티를 모텔에서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것. 지난해 친구들과 함께 모텔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정모양(27·여)씨는 “지금까지 모텔에 대해 선입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마음 놓고 웃고 떠들며 하루를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적은 게 사실이다”면서 “특히 크리스마스 같은 경우 1박2일 정도밖에 여유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의 여행은 힘들기 때문에 시설 좋은 모텔에서 1박을 하면서 추억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M업소의 경우 2008년 11월 파티룸을 개장한 뒤 매년 성수기가 되면 예약전화가 쏟아진다.

해당 모텔의 파티룸은 복층구조에 영화관람실, 노래방, 미니바, 미니수영장 등을 갖춰 웬만한 호텔방보다 화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고급 서비스 탓일까. M업소 이용비용은 다른 모텔에 비해 약간 비싼 5인 기준 50만~70만원 선이다. 종로에 위치한 S업소도 인기다. 총 58실을 갖춘 S업소는 각 방 한가운데 동그랗게 구멍을 내고 4명 정도가 둘러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설치해 미니바를 연상시킨다.

브라운 톤의 커튼과 앤티크식기로 꾸며진 인도 풍 룸 등 다양한 콘셉트의 룸이 마련되어 있으며 숙박료는 평일 7만5000원 정도이고, 주말에는 1만~2만원 더 비싸다. 이어 수원시 구운동에 위치한 M업소는 작은 수영장이 딸린 객실(19만원 정도)과 복층식 특실(23만원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모 방송국의 유명 오락프로그램 등 각종 TV프로그램과 영화, 화보 촬영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벤트·파티 위해
“우리 MT가자”

다른 파티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유명한 업소는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B업소. 이 모텔은 최상층인 5층에 펜트하우스 형태의 전문 파티룸을 구비해놓았다. 인원에 관계없이 특실은 주중 10만원, 주말에는 12만원을 지불하고 밤 10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이용할 수 있다.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E업소는 다른 모텔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인테리어로 젊은이들의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오토바이와 감옥, 스테이지와 사이키 조명을 갖춘 나이트방과 같은 특색 있는 객실을 마련해 놓은 것. 특이하고 이색적인 것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또 크리스마스나 연말같이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함께 모텔을 이용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대학졸업 후 취업 때문에 전국 각지로 친구들이 흩어져 일 년에 몇 차례 얼굴 보기도 힘든 친구들의 경우, 모텔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면서 밀린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 친구들끼리 모텔을 자주 이용한다는 최모(27·여)씨는 “친구들이 전국구로 활동하다 보니 얼굴을 자주 볼 수 없고, 만나게 되더라도 모인 지역에 연고를 둔 친구가 없는 경우가 많아 모텔을 이용한다”면서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찜질방에 가서 피로를 풀어도 되지만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경우 술자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찜질방 이용에는 무리가 있다.

또 찜질방과 비교해 가격부담이 적고 모두 편하게 누워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어 모텔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각종 이벤트로 무장한 로맨틱 모텔들이 성업을 이룬다면 대학가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모텔들은 대학생들의 구미에 맞는 이벤트로 손님몰이에 한창이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E업소는 자는 곳이라기보다 노는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 한창 유행하고 있는 닌텐도사의 게임기 ‘위(wii)’를 일부 객실에 비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 TV에 연결해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게임기 ‘위(wii)’는 단순 게임에서부터 골프, 야구, 요가 등 전신을 사용해야 하는 운동도 가능한 게임기로 게임에 익숙한 대학생들에게 반응이 매우 좋다. 해당 업소의 관계자는 “낮에 이곳을 찾는 젊은 고객의 경우 10명 중 7명꼴로 ‘위’를 즐기러 온다”면서 “40개 객실 중 게임기가 비치된 객실은 아직 15개뿐이라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공부를 동시에?
“모텔에선 가능해”

비용은 2인 기준 2만5000원으로 평일 오후 4시간 정도 게임을 즐기고 쉴 수 있으며 평일 오전 12시 이전에 입실하면 대실 시간이 6시간으로 늘어난다. 상대적으로 사람이 없는 낮 시간을 이용해 잠깐 성관계를 가지고 후다닥 빠져나가버리는 과거 ‘대실’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대학가 모텔들의 특징 중 또 다른 하나는 ‘공부방’으로 이용되는 모텔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객실마다 초고속 인터넷과 최신형 컴퓨터가 2대씩 구비되어있어 3~4명이 한데 모여 밤을 새워 조별 과제나 공모전을 준비하는데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를 아우르는 서대문구 일대의 모텔은 시험기간이 되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모텔을 찾는 사람들로 붐빈다. 또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위치한 한 모텔은 2인 기준 5만원 가량을 지불하면 밤 10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빔프로젝터가 설치된 객실을 사용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시험기간 친구들과 모텔을 자주 이용한다는 대학생 정모(25)씨는 “개별과제의 경우 혼자 도서관이나 집에서 밤새워 공부하면 되지만 3~4명이 함께 만들어 내야 하는 조별과제가 있는 과목은 의견충돌이 일어나기 쉽다”면서 “모텔을 이용하면 조원들끼리 모여 밤새 컴퓨터를 이용하면서 의견을 조율할 수 있고 시간을 나눠서라도 편히 누워 잠을 잘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한편 호텔이 가지고 있는 서비스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구성해 놓은 ‘비즈니스텔’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G업소는 프로젝트빔은 물론 DVD와 인터넷, 회의공간까지 모두 갖춰놓았으면서도 가격은 8만원에서 최고 12만원선으로 호텔보다 훨씬 저렴하다.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지만 특히 모텔의 콘셉트 자체를 완전한 ‘비즈니스텔’로 바꿨기 때문에 레저 이용 손님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비즈니스텔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때문에 장기투숙 고객들이 많고 외국인 고객들도 장기투숙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이다. 그런가 하면 기존의 펜션을 겨냥해 직접 취사까지 가능한 ‘콘도텔’이 등장하는가 하면 모텔에 들어설 때부터 나올 때까지 한 사람과도 마주치지 않는 ‘무인텔’도 생겨나고 있다. ‘무인텔’의 경우, 불륜 양산이나 청소년 탈선, 범죄발생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하지만 실제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을 뿐 매 시간 CCTV로 모텔 내부를 살펴보기 때문에 생각만큼 불미스러운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J업소가 무인형 모텔을 구현하고 있으며, 호텔을 찾는 사람의 목적에 따라 비즈니스 고객은 기존 방식대로 프런트를 이용하게 하고 레저 고객은 무인 시스템을 이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즈니스텔에서
무인텔까지

무인 시스템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로비에 설치된 메뉴판을 통해 직접 객실을 선택하고 칫솔, 면도기와 같은 소모품은 객실 안에 비치된 자동판매자판기에서 구입하면 된다. 또 객실 안에서 24시간 동안 원하는 영화를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고, 숙박료 또한 객실 안에 비치되어 있는 자동정산기를 통해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어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또 점주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지방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추세에 있다.

모텔이 변신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모텔을 평가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알음알음 생기기 시작한 것. 대부분 모텔 이용자들이 사용후기를 올려 모텔들을 비교하고 정보를 나누는 곳으로 이용된다. 특히 대형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시작해 2007년 독립 사이트로 전환한 한 모텔 비교 사이트의 경우 회원 수가 무려 50만 명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해당 사이트 관계자는 물론 모텔 업계 관계자들은 “모텔 문화가 점점 양지화되는 등 전망이 밝기 때문에 모텔들의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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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