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연령대 낮아진 모텔의 이유있는 변화

“모텔에서 ‘그것’만 하니? 우린 거기서 논다!”


유부남, 유부녀 등 불륜 관계의 사람들이 하룻밤 잠자리를 위해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모텔에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부티크텔, 비즈니스텔, 무인텔 등 모텔 스스로 새로운 콘셉트의 변화를 꾀하기도 했지만 ‘모텔’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것.

특히 2030세대 젊은이들의 경우 ‘모텔’을 단순한 숙박업소로 생각하지 않고 게임·공부·파티 등을 즐길 수 있는 신개념 멀티플렉스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일요시사>는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맞은 ‘모텔’의 새로운 모습에 대해 취재했다.


‘모텔=불륜의 공간’이라는 공식에 금간 지 오래, 젊은층에게는 ‘멀티존’
“기념일엔 모텔로?” 이벤트 모텔 빌려 둘만의 추억 만드는 커플 많아 

모텔의 가장 큰 변화는 주이용 계층의 다양화에 있다. 당초 모텔은 ‘러브호텔’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40대 이후 불륜관계의 사람들이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최근 모텔 이용 계층은 20~30대로 대폭 다운됐고, 이에 따라 모텔도 젊은 층에 맞는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기념일은 모텔에서
“좋지 아니한가”

‘모텔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우후죽순 모텔이 생겨나 과잉 경쟁이 시작되는 바람에 모텔 업주 스스로도 기존의 ‘모텔’이미지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 특히 모텔을 이용하는 연령대가 낮아진 이상 예전 서비스와 인테리어로는 젊은 손님들의 발걸음을 돌릴 수 없다는 모텔업계의 관측은 정확했다. 

 침침한 조명에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모텔들이 최근 지향하는 아이템은 일명 ‘부티크텔’. ‘부티크텔’이란 대형 PDP, 당구대, 수영장, 신종 게임기 등을 갖춘 신개념 멀티플렉스형 숙박업소로 웬만한 호텔 뺨치는 인테리어와 고급시설을 자랑한다. 호텔보다 저렴한 숙박료로 다양한 놀이·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학생은 물론 젊은 직장인들도 모텔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서초동에 위치한 L업소는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커플들이 많이 찾는다. 또 다른 모텔에 비해 저렴한 가격도 L업소만의 장점이다. 특히 L업소에서 준비한 이벤트 때문에 둘만의 기념일에 이곳을 찾는 커플이 많다. 모든 여성들의 로망인 헬륨풍선과 티라이트로 방을 꾸미는 데 드는 비용은 3만원. 또 추가 옵션으로 고급와인과 와인잔, 장미욕조와 예쁜 케이크를 선택할 수도 있다.

또 특실에는 2인용 월풀이 마련되어 있어 사랑하는 사람과 피로를 풀고 사랑을 속삭이기에 제격이다. 지난해 12월 여자친구와의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지역 모 모텔을 선택한 김모양(27)씨는 “여자친구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이벤트를 해주고 싶었는데 호텔을 가기에는 비용부담이 커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적당한 모텔을 골랐다”면서 “하룻밤 숙박요금은 10만원 정도였는데 객실 안에 조그만 수족관이 마련되어 있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연말 등 특별한 날에는 친구들끼리 파티 장소로 안성맞춤
DVD·컴퓨터는 기본…  당구대·와인바 수영장  갖춘  모텔도 등장 ‘인기짱’  


이어 “우리가 묵었던 모텔은 따로 이벤트를 준비해 주지 않아 일일이 풍선으로 방을 꾸미고 장미꽃잎으로 침대를 장식했지만 내가 직접 꾸며줬다는 점에서 더욱 기억에 남았다. 여자친구도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역삼동에 위치한 J업소 역시 부티크텔로 유명하다. 이 업소는 15개의 방을 각각의 테마를 가지고 색다르게 구성했다. 방별로 포켓 당구대를 설치하는가 하면 대형 스크린 시설, 거품 욕조까지 마련해 놓았다. 

그런가 하면 최근 모텔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에 엄청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에도 대부분의 모텔들이 일찌감치 예약을 마치고 손님을 기다렸다. 크리스마스나 연말 파티를 모텔에서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것. 지난해 친구들과 함께 모텔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정모양(27·여)씨는 “지금까지 모텔에 대해 선입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마음 놓고 웃고 떠들며 하루를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적은 게 사실이다”면서 “특히 크리스마스 같은 경우 1박2일 정도밖에 여유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의 여행은 힘들기 때문에 시설 좋은 모텔에서 1박을 하면서 추억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M업소의 경우 2008년 11월 파티룸을 개장한 뒤 매년 성수기가 되면 예약전화가 쏟아진다.

해당 모텔의 파티룸은 복층구조에 영화관람실, 노래방, 미니바, 미니수영장 등을 갖춰 웬만한 호텔방보다 화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고급 서비스 탓일까. M업소 이용비용은 다른 모텔에 비해 약간 비싼 5인 기준 50만~70만원 선이다. 종로에 위치한 S업소도 인기다. 총 58실을 갖춘 S업소는 각 방 한가운데 동그랗게 구멍을 내고 4명 정도가 둘러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설치해 미니바를 연상시킨다.

브라운 톤의 커튼과 앤티크식기로 꾸며진 인도 풍 룸 등 다양한 콘셉트의 룸이 마련되어 있으며 숙박료는 평일 7만5000원 정도이고, 주말에는 1만~2만원 더 비싸다. 이어 수원시 구운동에 위치한 M업소는 작은 수영장이 딸린 객실(19만원 정도)과 복층식 특실(23만원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모 방송국의 유명 오락프로그램 등 각종 TV프로그램과 영화, 화보 촬영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벤트·파티 위해
“우리 MT가자”

다른 파티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유명한 업소는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B업소. 이 모텔은 최상층인 5층에 펜트하우스 형태의 전문 파티룸을 구비해놓았다. 인원에 관계없이 특실은 주중 10만원, 주말에는 12만원을 지불하고 밤 10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이용할 수 있다.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E업소는 다른 모텔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인테리어로 젊은이들의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오토바이와 감옥, 스테이지와 사이키 조명을 갖춘 나이트방과 같은 특색 있는 객실을 마련해 놓은 것. 특이하고 이색적인 것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또 크리스마스나 연말같이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함께 모텔을 이용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대학졸업 후 취업 때문에 전국 각지로 친구들이 흩어져 일 년에 몇 차례 얼굴 보기도 힘든 친구들의 경우, 모텔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면서 밀린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 친구들끼리 모텔을 자주 이용한다는 최모(27·여)씨는 “친구들이 전국구로 활동하다 보니 얼굴을 자주 볼 수 없고, 만나게 되더라도 모인 지역에 연고를 둔 친구가 없는 경우가 많아 모텔을 이용한다”면서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찜질방에 가서 피로를 풀어도 되지만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경우 술자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찜질방 이용에는 무리가 있다.

또 찜질방과 비교해 가격부담이 적고 모두 편하게 누워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어 모텔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각종 이벤트로 무장한 로맨틱 모텔들이 성업을 이룬다면 대학가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모텔들은 대학생들의 구미에 맞는 이벤트로 손님몰이에 한창이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E업소는 자는 곳이라기보다 노는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 한창 유행하고 있는 닌텐도사의 게임기 ‘위(wii)’를 일부 객실에 비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 TV에 연결해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게임기 ‘위(wii)’는 단순 게임에서부터 골프, 야구, 요가 등 전신을 사용해야 하는 운동도 가능한 게임기로 게임에 익숙한 대학생들에게 반응이 매우 좋다. 해당 업소의 관계자는 “낮에 이곳을 찾는 젊은 고객의 경우 10명 중 7명꼴로 ‘위’를 즐기러 온다”면서 “40개 객실 중 게임기가 비치된 객실은 아직 15개뿐이라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공부를 동시에?
“모텔에선 가능해”

비용은 2인 기준 2만5000원으로 평일 오후 4시간 정도 게임을 즐기고 쉴 수 있으며 평일 오전 12시 이전에 입실하면 대실 시간이 6시간으로 늘어난다. 상대적으로 사람이 없는 낮 시간을 이용해 잠깐 성관계를 가지고 후다닥 빠져나가버리는 과거 ‘대실’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대학가 모텔들의 특징 중 또 다른 하나는 ‘공부방’으로 이용되는 모텔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객실마다 초고속 인터넷과 최신형 컴퓨터가 2대씩 구비되어있어 3~4명이 한데 모여 밤을 새워 조별 과제나 공모전을 준비하는데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를 아우르는 서대문구 일대의 모텔은 시험기간이 되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모텔을 찾는 사람들로 붐빈다. 또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위치한 한 모텔은 2인 기준 5만원 가량을 지불하면 밤 10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빔프로젝터가 설치된 객실을 사용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시험기간 친구들과 모텔을 자주 이용한다는 대학생 정모(25)씨는 “개별과제의 경우 혼자 도서관이나 집에서 밤새워 공부하면 되지만 3~4명이 함께 만들어 내야 하는 조별과제가 있는 과목은 의견충돌이 일어나기 쉽다”면서 “모텔을 이용하면 조원들끼리 모여 밤새 컴퓨터를 이용하면서 의견을 조율할 수 있고 시간을 나눠서라도 편히 누워 잠을 잘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한편 호텔이 가지고 있는 서비스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구성해 놓은 ‘비즈니스텔’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G업소는 프로젝트빔은 물론 DVD와 인터넷, 회의공간까지 모두 갖춰놓았으면서도 가격은 8만원에서 최고 12만원선으로 호텔보다 훨씬 저렴하다.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지만 특히 모텔의 콘셉트 자체를 완전한 ‘비즈니스텔’로 바꿨기 때문에 레저 이용 손님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비즈니스텔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때문에 장기투숙 고객들이 많고 외국인 고객들도 장기투숙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이다. 그런가 하면 기존의 펜션을 겨냥해 직접 취사까지 가능한 ‘콘도텔’이 등장하는가 하면 모텔에 들어설 때부터 나올 때까지 한 사람과도 마주치지 않는 ‘무인텔’도 생겨나고 있다. ‘무인텔’의 경우, 불륜 양산이나 청소년 탈선, 범죄발생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하지만 실제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을 뿐 매 시간 CCTV로 모텔 내부를 살펴보기 때문에 생각만큼 불미스러운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J업소가 무인형 모텔을 구현하고 있으며, 호텔을 찾는 사람의 목적에 따라 비즈니스 고객은 기존 방식대로 프런트를 이용하게 하고 레저 고객은 무인 시스템을 이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즈니스텔에서
무인텔까지

무인 시스템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로비에 설치된 메뉴판을 통해 직접 객실을 선택하고 칫솔, 면도기와 같은 소모품은 객실 안에 비치된 자동판매자판기에서 구입하면 된다. 또 객실 안에서 24시간 동안 원하는 영화를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고, 숙박료 또한 객실 안에 비치되어 있는 자동정산기를 통해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어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또 점주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지방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추세에 있다.

모텔이 변신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모텔을 평가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알음알음 생기기 시작한 것. 대부분 모텔 이용자들이 사용후기를 올려 모텔들을 비교하고 정보를 나누는 곳으로 이용된다. 특히 대형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시작해 2007년 독립 사이트로 전환한 한 모텔 비교 사이트의 경우 회원 수가 무려 50만 명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해당 사이트 관계자는 물론 모텔 업계 관계자들은 “모텔 문화가 점점 양지화되는 등 전망이 밝기 때문에 모텔들의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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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