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연령대 낮아진 모텔의 이유있는 변화

“모텔에서 ‘그것’만 하니? 우린 거기서 논다!”


유부남, 유부녀 등 불륜 관계의 사람들이 하룻밤 잠자리를 위해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던 모텔에 서서히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부티크텔, 비즈니스텔, 무인텔 등 모텔 스스로 새로운 콘셉트의 변화를 꾀하기도 했지만 ‘모텔’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인식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진 것.

특히 2030세대 젊은이들의 경우 ‘모텔’을 단순한 숙박업소로 생각하지 않고 게임·공부·파티 등을 즐길 수 있는 신개념 멀티플렉스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일요시사>는 신선한 변화의 바람을 맞은 ‘모텔’의 새로운 모습에 대해 취재했다.


‘모텔=불륜의 공간’이라는 공식에 금간 지 오래, 젊은층에게는 ‘멀티존’
“기념일엔 모텔로?” 이벤트 모텔 빌려 둘만의 추억 만드는 커플 많아 

모텔의 가장 큰 변화는 주이용 계층의 다양화에 있다. 당초 모텔은 ‘러브호텔’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40대 이후 불륜관계의 사람들이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최근 모텔 이용 계층은 20~30대로 대폭 다운됐고, 이에 따라 모텔도 젊은 층에 맞는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기념일은 모텔에서
“좋지 아니한가”

‘모텔을 하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우후죽순 모텔이 생겨나 과잉 경쟁이 시작되는 바람에 모텔 업주 스스로도 기존의 ‘모텔’이미지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 특히 모텔을 이용하는 연령대가 낮아진 이상 예전 서비스와 인테리어로는 젊은 손님들의 발걸음을 돌릴 수 없다는 모텔업계의 관측은 정확했다. 

 침침한 조명에 음침한 분위기를 자아내던 모텔들이 최근 지향하는 아이템은 일명 ‘부티크텔’. ‘부티크텔’이란 대형 PDP, 당구대, 수영장, 신종 게임기 등을 갖춘 신개념 멀티플렉스형 숙박업소로 웬만한 호텔 뺨치는 인테리어와 고급시설을 자랑한다. 호텔보다 저렴한 숙박료로 다양한 놀이·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학생은 물론 젊은 직장인들도 모텔 문을 두드리고 있다.

서울시 강남구 서초동에 위치한 L업소는 은은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커플들이 많이 찾는다. 또 다른 모텔에 비해 저렴한 가격도 L업소만의 장점이다. 특히 L업소에서 준비한 이벤트 때문에 둘만의 기념일에 이곳을 찾는 커플이 많다. 모든 여성들의 로망인 헬륨풍선과 티라이트로 방을 꾸미는 데 드는 비용은 3만원. 또 추가 옵션으로 고급와인과 와인잔, 장미욕조와 예쁜 케이크를 선택할 수도 있다.

또 특실에는 2인용 월풀이 마련되어 있어 사랑하는 사람과 피로를 풀고 사랑을 속삭이기에 제격이다. 지난해 12월 여자친구와의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서울지역 모 모텔을 선택한 김모양(27)씨는 “여자친구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이벤트를 해주고 싶었는데 호텔을 가기에는 비용부담이 커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적당한 모텔을 골랐다”면서 “하룻밤 숙박요금은 10만원 정도였는데 객실 안에 조그만 수족관이 마련되어 있어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 충분했다”고 말했다.

크리스마스·연말 등 특별한 날에는 친구들끼리 파티 장소로 안성맞춤
DVD·컴퓨터는 기본…  당구대·와인바 수영장  갖춘  모텔도 등장 ‘인기짱’  


이어 “우리가 묵었던 모텔은 따로 이벤트를 준비해 주지 않아 일일이 풍선으로 방을 꾸미고 장미꽃잎으로 침대를 장식했지만 내가 직접 꾸며줬다는 점에서 더욱 기억에 남았다. 여자친구도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고 전했다. 역삼동에 위치한 J업소 역시 부티크텔로 유명하다. 이 업소는 15개의 방을 각각의 테마를 가지고 색다르게 구성했다. 방별로 포켓 당구대를 설치하는가 하면 대형 스크린 시설, 거품 욕조까지 마련해 놓았다. 

그런가 하면 최근 모텔은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에 엄청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지난해에도 대부분의 모텔들이 일찌감치 예약을 마치고 손님을 기다렸다. 크리스마스나 연말 파티를 모텔에서 즐기는 젊은이들이 많아진 것. 지난해 친구들과 함께 모텔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 정모양(27·여)씨는 “지금까지 모텔에 대해 선입견을 가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친구들과 함께 마음 놓고 웃고 떠들며 하루를 지낼 수 있는 공간이 적은 게 사실이다”면서 “특히 크리스마스 같은 경우 1박2일 정도밖에 여유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의 여행은 힘들기 때문에 시설 좋은 모텔에서 1박을 하면서 추억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위치한 M업소의 경우 2008년 11월 파티룸을 개장한 뒤 매년 성수기가 되면 예약전화가 쏟아진다.

해당 모텔의 파티룸은 복층구조에 영화관람실, 노래방, 미니바, 미니수영장 등을 갖춰 웬만한 호텔방보다 화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런 고급 서비스 탓일까. M업소 이용비용은 다른 모텔에 비해 약간 비싼 5인 기준 50만~70만원 선이다. 종로에 위치한 S업소도 인기다. 총 58실을 갖춘 S업소는 각 방 한가운데 동그랗게 구멍을 내고 4명 정도가 둘러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설치해 미니바를 연상시킨다.

브라운 톤의 커튼과 앤티크식기로 꾸며진 인도 풍 룸 등 다양한 콘셉트의 룸이 마련되어 있으며 숙박료는 평일 7만5000원 정도이고, 주말에는 1만~2만원 더 비싸다. 이어 수원시 구운동에 위치한 M업소는 작은 수영장이 딸린 객실(19만원 정도)과 복층식 특실(23만원 정도)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모 방송국의 유명 오락프로그램 등 각종 TV프로그램과 영화, 화보 촬영 장소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벤트·파티 위해
“우리 MT가자”

다른 파티룸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곳으로 유명한 업소는 인천 부평구에 위치한 B업소. 이 모텔은 최상층인 5층에 펜트하우스 형태의 전문 파티룸을 구비해놓았다. 인원에 관계없이 특실은 주중 10만원, 주말에는 12만원을 지불하고 밤 10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이용할 수 있다. 경기도 의정부에 위치한 E업소는 다른 모텔에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인테리어로 젊은이들의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오토바이와 감옥, 스테이지와 사이키 조명을 갖춘 나이트방과 같은 특색 있는 객실을 마련해 놓은 것. 특이하고 이색적인 것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또 크리스마스나 연말같이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친구들과 함께 모텔을 이용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특히 대학졸업 후 취업 때문에 전국 각지로 친구들이 흩어져 일 년에 몇 차례 얼굴 보기도 힘든 친구들의 경우, 모텔에서 친구들과 함께 하룻밤을 보내면서 밀린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여자 친구들끼리 모텔을 자주 이용한다는 최모(27·여)씨는 “친구들이 전국구로 활동하다 보니 얼굴을 자주 볼 수 없고, 만나게 되더라도 모인 지역에 연고를 둔 친구가 없는 경우가 많아 모텔을 이용한다”면서 “같은 여자이기 때문에 찜질방에 가서 피로를 풀어도 되지만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날 경우 술자리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찜질방 이용에는 무리가 있다.

또 찜질방과 비교해 가격부담이 적고 모두 편하게 누워 밤새도록 이야기할 수 있어 모텔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각종 이벤트로 무장한 로맨틱 모텔들이 성업을 이룬다면 대학가를 중심으로 자리 잡은 모텔들은 대학생들의 구미에 맞는 이벤트로 손님몰이에 한창이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E업소는 자는 곳이라기보다 노는 곳으로 유명하다.

최근 한창 유행하고 있는 닌텐도사의 게임기 ‘위(wii)’를 일부 객실에 비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 TV에 연결해 리모컨으로 조작하는 게임기 ‘위(wii)’는 단순 게임에서부터 골프, 야구, 요가 등 전신을 사용해야 하는 운동도 가능한 게임기로 게임에 익숙한 대학생들에게 반응이 매우 좋다. 해당 업소의 관계자는 “낮에 이곳을 찾는 젊은 고객의 경우 10명 중 7명꼴로 ‘위’를 즐기러 온다”면서 “40개 객실 중 게임기가 비치된 객실은 아직 15개뿐이라서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미리 예약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임·공부를 동시에?
“모텔에선 가능해”

비용은 2인 기준 2만5000원으로 평일 오후 4시간 정도 게임을 즐기고 쉴 수 있으며 평일 오전 12시 이전에 입실하면 대실 시간이 6시간으로 늘어난다. 상대적으로 사람이 없는 낮 시간을 이용해 잠깐 성관계를 가지고 후다닥 빠져나가버리는 과거 ‘대실’과는 확연히 차이가 있는 대목이다. 대학가 모텔들의 특징 중 또 다른 하나는 ‘공부방’으로 이용되는 모텔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객실마다 초고속 인터넷과 최신형 컴퓨터가 2대씩 구비되어있어 3~4명이 한데 모여 밤을 새워 조별 과제나 공모전을 준비하는데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다. 연세대와 이화여대, 서강대를 아우르는 서대문구 일대의 모텔은 시험기간이 되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모텔을 찾는 사람들로 붐빈다. 또 서울 종로구 관수동에 위치한 한 모텔은 2인 기준 5만원 가량을 지불하면 밤 10시부터 다음날 정오까지 빔프로젝터가 설치된 객실을 사용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

시험기간 친구들과 모텔을 자주 이용한다는 대학생 정모(25)씨는 “개별과제의 경우 혼자 도서관이나 집에서 밤새워 공부하면 되지만 3~4명이 함께 만들어 내야 하는 조별과제가 있는 과목은 의견충돌이 일어나기 쉽다”면서 “모텔을 이용하면 조원들끼리 모여 밤새 컴퓨터를 이용하면서 의견을 조율할 수 있고 시간을 나눠서라도 편히 누워 잠을 잘 수 있어 편하다”고 말했다.

한편 호텔이 가지고 있는 서비스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많이 받을 수 있도록 구성해 놓은 ‘비즈니스텔’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G업소는 프로젝트빔은 물론 DVD와 인터넷, 회의공간까지 모두 갖춰놓았으면서도 가격은 8만원에서 최고 12만원선으로 호텔보다 훨씬 저렴하다.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지만 특히 모텔의 콘셉트 자체를 완전한 ‘비즈니스텔’로 바꿨기 때문에 레저 이용 손님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비즈니스텔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때문에 장기투숙 고객들이 많고 외국인 고객들도 장기투숙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후문이다. 그런가 하면 기존의 펜션을 겨냥해 직접 취사까지 가능한 ‘콘도텔’이 등장하는가 하면 모텔에 들어설 때부터 나올 때까지 한 사람과도 마주치지 않는 ‘무인텔’도 생겨나고 있다. ‘무인텔’의 경우, 불륜 양산이나 청소년 탈선, 범죄발생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기도 하지만 실제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을 뿐 매 시간 CCTV로 모텔 내부를 살펴보기 때문에 생각만큼 불미스러운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J업소가 무인형 모텔을 구현하고 있으며, 호텔을 찾는 사람의 목적에 따라 비즈니스 고객은 기존 방식대로 프런트를 이용하게 하고 레저 고객은 무인 시스템을 이용하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즈니스텔에서
무인텔까지

무인 시스템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로비에 설치된 메뉴판을 통해 직접 객실을 선택하고 칫솔, 면도기와 같은 소모품은 객실 안에 비치된 자동판매자판기에서 구입하면 된다. 또 객실 안에서 24시간 동안 원하는 영화를 마음대로 골라 볼 수 있고, 숙박료 또한 객실 안에 비치되어 있는 자동정산기를 통해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어 찾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 또 점주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지방대도시를 중심으로 확산추세에 있다.

모텔이 변신을 거듭하면서 새로운 문화가 등장하기도 했다. 모텔을 평가하는 인터넷 사이트들이 알음알음 생기기 시작한 것. 대부분 모텔 이용자들이 사용후기를 올려 모텔들을 비교하고 정보를 나누는 곳으로 이용된다. 특히 대형 포털사이트 카페에서 시작해 2007년 독립 사이트로 전환한 한 모텔 비교 사이트의 경우 회원 수가 무려 50만 명에 이른다.

이런 이유로 해당 사이트 관계자는 물론 모텔 업계 관계자들은 “모텔 문화가 점점 양지화되는 등 전망이 밝기 때문에 모텔들의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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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단독] ‘1조4000억’ 세운5구역 재개발 이사 없는 이사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1조4000억원 규모 초대형 사업에 ‘변수’가 등장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불거진 절차적 정당성에 시비가 붙었다. 법정 공방으로 비화됐던 문제는 이제 결론만 남은 상태다. ‘모로 가도 수익만 내면 된다’는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5-1구역, 5-3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하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현재 확인된 소송만 ▲손해배상 청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등 3건에 이른다. 겉으로는 순탄하게 진행 중인 듯한 사업의 이면에 ‘복마전’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일요시사> 1539호 ‘<단독> 1조4000억원 세운5구역 재개발 복마전’(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0331) 기사 참조). 꼬리에 꼬리 사법 리스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중구 산림동 190-3번지 일원 7672㎡ 부지에 지상 37층 규모의 업무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이지스자산운용이 주주로 참여 중인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PFV)가 시행을, GS건설이 시공을 맡고 있다. 태영건설이 시공권과 지분을 갖고 있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GS건설이 인수했다. 대신자산운용이 업무시설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선매입 가격은 3.3㎡당 3500만원가량으로 계약금으로만 700억원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스자산운용에 따르면, 현재 사업은 철거 단계로 예정대로 2030년에 개발이 끝나면 연면적 13만㎡가 넘는 최상급 오피스 건물이 들어서게 된다. 문제는 몇 년째 꼬리표처럼 따라붙고 있는 ‘사법 리스크’다. 검찰, 경찰에 고발된 몇몇 사건은 종결됐지만 일부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눈여겨볼 대목은 송사에 휘말린 이들이 현재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아무런 지분이 없는 ‘외부인’이라는 사실이다. 사업 초창기 기틀을 닦은 이른바 ‘개국공신’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지금은 연결고리가 없는 상태다. 그런데도 이들의 송사에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끊임없이 언급되는 이유는 시행을 맡은 이지스자산운용이 연루돼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자금 조달 역할로 합류했다. 부동산 매매, 분양 등을 하는 업체 대표 염모씨와 부동산 개발 관리 등을 하는 업체 공동대표 오모씨, 권모씨 등이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토지 매입 자금이 부족해지자 이지스자산운용을 끌어들였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사업에 합류할 무렵 인허가 문제 등이) 어느 정도 진행돼있었고 저희가 투자하기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돈을 투자해 진행하면 안정권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염씨가 대표로 있는 연합와이앤제이(이하 연합)와 이지스자산운용은 2019년 1월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은 50대 50으로 맞췄다. 여기에 연합은 오씨, 권씨, 최씨, 박 전 이사 등과 따로 공동사업 약정을 맺었다. 지분 구조는 연합 50%, 오씨 30%, 권씨 10%, 최씨 7%, 박 전 이사 3% 등으로 구성됐다. 2030년 13만㎡ 업무복합시설 법정 공방 최소 3건 진행 중 2019년 6월 연합, 이지스자산운용, 국민은행(이지스펀드의 신탁사), 생보부동산신탁(현 교보자산신탁) 등은 주주협약서를 작성하고 ㈜세운5구역 PFV를 설립했다.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을 위한 시행사가 정식으로 구성된 것이다. 당시 지분 구조는 연합 47.1%, 이지스자산운용(17.2%)+이지스펀드(29.9%) 47.1%, 생보부동산신탁 5.8% 등이다. 대표이사는 염씨가 맡기로 했고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각 2명씩 이사를 추천해 총 4명으로 이사회가 구성됐다. 연합 측에서는 염 대표와 박 전 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이 구성은 박 전 이사가 2020년 8월14일 이사직을 사임할 때까지 유지됐다. 이후 염 대표가 이지스자산운용에 지분을 넘기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빠져나왔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은 염 대표가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서 손을 떼는 과정에서 오간 돈, 이지스자산운용이 오씨와 권씨, 최씨 등에게 준 돈을 두고 불거졌다. 염 대표가 받은 378억원, 오씨 등 3명 등이 받은 94억원 등 약 480억원을 둘러싸고 소유권 논쟁이 진행 중이다. 세운5구역 PFV, 이지스자산운용은 돈을 지급한 주체라 송사에 연루돼있다. 이 소송은 당시 사업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시작됐기에 어떤 결론이 나오든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 하지만 최근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소송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동안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에 ‘절차적 정당성’을 부여했던 이사회 관련 소송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것. 세운5구역 PFV 4명의 이사 가운데 1명이었던 박 전 이사는 2023년 9월 ‘이사회 결의 부존재 또는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2019년 6월20일부터 2020년 8월14일까지 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내용이 골자다. 이 기간 세운5구역 PFV가 진행했다고 알려진 이사회는 16번이다. 480억원 두고 초기 멤버 갈등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는 상근 직원이 없고 등기임원의 보수도 없는 특수목적법인으로, 이사회는 업무 집행의 법률적 효력과 정당성을 보장해 주는 가장 중요한 기구이자 어쩌면 회사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 이사회가 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진행됐으니 그 결의 내용은 무효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세운5구역 PFV는 명목상 구성된 페이퍼컴퍼니였던 만큼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실질적인 경영 주체(이지스자산운용), 총괄 관계자가 책임져야 한다. 리모컨을 누른 사람(이지스자산운용)이 문제지, 리모컨(세운5구역 PFV)이 잘못이 아닌 것과 같다”며 “14개월 동안 이사로 재직하다가 정기총회도 거치지 않고 중도 사퇴한 건 더 가다간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휘말릴 것 같아서였다”고 털어놨다. 박 전 이사는 이사회가 실제로 진행되지 않고 서류 작업을 통해 조작됐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는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의 방식으로 진행하게 돼있다. 어디에도 서면으로 진행해도 된다는 문구는 없다. 대표이사였던 염씨가 이사회를 소집 통지하는 과정에서 보낸 공문에도 정확하게 기재돼있다”고 주장했다.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에 따르면 이사회 결의는 이사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해야 한다. 다만 정관으로 그 비율을 높게 정할 수 있다. 그러면서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이사회는 이사의 전부 또는 일부가 직접 회의에 출석하지 않고 모든 이사가 음성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원격통신 수단에 의해 결의에 참가하는 것을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입수한 ‘세운5구역 피에프브이 주식회사 이사회 소집통지’ 공문에 따르면 2020년 3월27일 오전 11시 이지스자산운용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진행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방법’ 부분에 ‘직접 참석 or 컨퍼런스 콜’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방어 근거 무너지나 박 전 이사는 해당 이사회에 참석한 적 없지만, 자신의 막도장을 이용해 의결이 이뤄진 것처럼 꾸몄다고 주장했다. 이사회 당일 다른 곳에 있던 적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박 전 이사는 “2019년 3차 이사회 이사록을 보면 그해 10월31일 재적 이사 전원 출석으로 이사회가 개최된 것으로 기재돼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지인들과 서울 강남구 수서동에서 스크린 골프를 치고 있었다. 물리적으로 1시간가량 차이 나는 곳에 있던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사회 결의는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박 전 이사는 이 내용을 가지고 서울영등포경찰서에 염 대표 등을 ‘배임’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박 전 이사가 재직 당시 이사회 소집이나 의사록 작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불송치 처분했다. 박 전 이사는 “사후에 통보식으로 이사회 의결 내용을 알았다고 해서 이사회 자체의 절차적 하자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검찰은 물론 염 대표, 이지스자산운용 모두 물리적 행위 자체가 없었던, 그래서 의결 자체가 무효인 이사회를 무기로 각종 고소·고발건을 방어해 왔다”며 “이사회에서 특별 결의사항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본인들이 체결한 공동사업약정서 등에 기재돼있는데도 그조차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이사는 세운5구역 PFV가 토지를 매입하는 내용을 안건으로 다룬 이사회가 가장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합과 이지스자산운용이 맺은 공동사업약정서에 따르면 ‘승인된 사업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자본적 지출’은 이사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분류하고 있다. 또 특별 결의사항은 재적 이사 전원의 동의로 의결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법원 절차적 하자 인정하면 사업 자체 흔들릴 가능성도 연합 등이 토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됐다. 염 대표와 오씨 등이 재개발 구역의 땅을 사는 과정에서 특수관계인을 이용해 비싼 값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시행사가 직접 원주민에게 토지를 사는 방식이 아니라 그사이에 특수관계인을 끼워 넣어 차익을 봤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은 불기소의 근거 중 하나로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언급한 바 있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도 <일요시사>와의 만남에서 “땅값은 사실 정해져 있는 게 아니지 않나. 재개발사업에서는 토지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에 협의에 따라 하는 것이지, 정확한 시세가 있는 것도 아니다. 만약 너무 비싸게 샀다면 의사결정 과정을 통과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사회 결의는 무조건 다 있었고 더 큰 의사결정은 주주총회를 통해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의 주장대로 이사회의 절차적 하자가 인정돼 그 존재 자체가 무효가 된다면 결의 내용 역시 ‘없던 일’이 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사회 관련 소송에 증인으로 참석한 당시 세운5구역 PFV 이사의 발언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4명의 이사 가운데 한 명이었던 그가 같은 이사였던 박 전 이사를 ‘전혀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한 것이다. 대면 혹은 컨퍼런스 콜 등 온·오프라인 이사회가 열리지 않았다는 박 전 이사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박 전 이사는 “내가 증인으로 신청했다. 그런데 서로 얼굴 한번 본 적 없다. 만나기는커녕 전화 한 통 한 적 없다. 세운5구역 PFV 측은 그제야 대면 결의는 없었다고 인정하면서 서면 결의도 인정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에 서면으로 이사회 결의를 한다고 말하면 조합장이 당장 쫓겨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지스자산운영 측은 “해당 건은 소송이 진행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답변드리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리며 향후 법적 과정에서 투명하게 밝혀질 수 있도록 성실히 소명할 계획”이라고 입장을 전해왔다. 1심 판결 곧 나온다 일각에서는 세운5구역 재개발사업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위반될 소지도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경험이 풍부한 한 관계자는 “SPC가 설립되고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사회 문제가 불거진 만큼 소송 결과에 따라 주무 관청의 인허가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