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스러진 달 (15)호랑이굴 진입작전

“VIP 제거하고 선생님 모셔라!”

소설가 황천우는 지금까지 역사소설 집필에 주력해왔다. 역사의 중요성, 과거를 알아야 현재를 알고 또 미래를 올바르게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팩션’이란 장르를 만들어냈다. 팩트와 픽션, 즉 사실과 소설을 혼합하여 교육과 흥미의 일거양득을 노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오래 전부터 의심의 끈을 놓지 않은 사건을 들추어냈다. 필자는 그 사건을 현대사 최고의 미스터리라 칭함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바로 1974년 광복절 행사 중 발생했던 영부인 육영수 여사 저격사건이다.

“너는 어떻게 할래?”

“사무실도 없어질 텐데, 뭘 어떻게 하냐. 나도 이쯤에서 그만 손 접고 내 살 도리 해야지.”

“윤대중 선생은 구출하지 않고?”

“이미 남조선에 가 계신 분을 어떻게 구출하냐?”

마치 그 말의 의미라도 생각한다는 듯이 석원이 침묵을 지키며 자신의 잔과 상철의 잔을 채웠다.

“속담에 이런 말 있지 않냐.”

“뭐?”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 한다고.”

“그래서, 네가 남조선에 가서 윤대중 선생을 구출해오겠다는 말이냐?”

“바로 그 이야기다.”

상철이 물끄러미 석원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왜?”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네가 무슨 수로 구출해오겠다는 말이냐. 아마 모르긴 몰라도 경비가 엄청 삼엄할 텐데.”

“그러면 정말 그렇게 할까?”

“그게 무슨 소리냐. 좀 시원하게 이야기해봐라.”

석원이 동문서답하자 상철이 목소리를 높였다. 그를 살피며 석원이 다시 잔을 비워냈다.

“내가 일전에 고영진 그 새끼에게 했던 말 기억 안 나냐?”

“남조선의 박정희를 죽이겠다고 한 말 말이냐?”

“박정희를 죽이는 일이 오히려 더 간단할 듯도 싶다. 아무래도 윤대중 선생을 구출해서 일본으로 모셔오는 길보다는 그저 간단하게 박정희를 죽이면 굳이 일본으로 모시고 오지 않아도 되고. 그렇게 되면 남조선에서 윤대중 선생이 자연스럽게 대통령이 되니 오히려 그 편이 간단할 것 같은데.”

상철이 술잔을 비워내며 여운을 길게 남겼다.

“네 이야기 들어보니 차라리 그 편이 수월하겠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냐. 일본도 아니고 남조선인데.”

석원이 슬그머니 미소를 보였다.

“왜 그러냐?”

“조금 있으면 이호룡 부장께서 이리로 오실거야. 그 분과 한번 상의해봐야겠다.”

이호룡을 언급하자 박상철이 이외라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상철이 답에 앞서 잔을 기울였다.

“석원아, 나는 이쯤에서 물러나야겠다.”

“그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방금 이야기했듯 나는 내 살 길 모색해야겠어. 너와는 차원이 다르니‥‥‥. 그리고 나 먼저 일어날게. 괜히 두 사람 이야기하는 데 개입하고 싶지 않아.”

말을 마친 상철이 석원이 미처 말릴 겨를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멍하니 그의 뒤를 바라보며 스스로 잔을 채우고 비우는 중에 저만치서 이호룡이 모습을 드러냈다. 석원이 잔을 비우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출현을 반겼다.

“오래 기다렸지.”

“먼저 마시고 있었습니다.”

호룡이 탁자를 살피다 천천히 자리 잡았다.

“동행이 있는가?”

“저희 지부 박상철 사무국장이 지금까지 같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장님 들어오시기 전에 급한 일이 있어 먼저 일어났습니다.”

사실대로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그건 그렇고 급히 만나자고 한 사유나 들어볼까?”

호룡이 석원이 정중하게 따른 잔을 들었다. 석원도 급히 자신의 잔을 채워 들었다.

“부장님, 저희 아니 제가 곤란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일인데.”

잔을 내려놓기 바쁘게 석원이 곤혹스런 표정을 지었다.

“제가 한청에서 축출되었습니다.”

“아닌 밤중에 그 무슨 소린가? 자네처럼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축출되다니!”

석원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초지종을 말해보게.”

비밀리에 모여 대통령 암살계획 모의
결국 선택은…좌익 과격파 결단 임박


석원이 지난 캠핑 시 한청 중앙위원장인 고영진과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야기를 듣고 나자 이호룡이 병을 들어 두 개의 잔을 채웠다.

“참, 그 사람도 그렇다고 제명까지 시키다니.”

이호룡이 가볍게 혀를 찼다.

“부장님, 그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정작 중요한 실수는 본인이 해놓고.”

“그러게 말이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윤대중 선생 납치를 막을 수 있었는데. 백주에 납치당하다니.”
호룡이 말하다 말고 다시 혀를 찼다.

“그런데 자네가 한청 이름으로 영사관에 공갈 협박한 일은 잘못되었어.”

“왜요?”

“지금 일본 정부에서 한청을 바라보는 시선이 편치 않아. 일본 정부는 좌익 과격파 세력들에 대해 모종의 트집 잡을 구실을 마련하고 있거든. 그런데 한청 이름을 사용했으니 마음이 좋을 리 없지.”

석원이 그 뜻을 헤아린다는 듯이 침묵을 지켰다.

“그건 이제 지나간 일이고 향후 무슨 계획이라도 있는가?”

“그래서 생각해보았는데.”

석원이 말하다 말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호룡 역시 호기심이 일었는지 석원의 행동을 따라했다.

“윤대중 선생 구출을 실리적인 부분에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실리적이라.”

“제가 남조선으로 건너가서 윤대중 선생을 구하는 방법이지요.”

“그건 또 무슨 소린가?”

“어차피 윤대중 선생을 구출한다 해도 일본으로 모셔오기 힘든 만큼 이참에 남조선의 박정희를 암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뭐라!”

이호룡이 하도 기가 찬지 벌려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왜요, 아니 되겠습니까?”

“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너무 급작스러운 이야기라 그러네.”

흡사 그를 입증이라도 하듯 이호룡이 급하게 술을 들이켰다. 술이 넘어가다 목구멍에 걸렸는지 갑자기 기침하기 시작했다. 석원이 급히 찬물을 따라 건넸다.

“너무나 허황된 이야기인가요?”

“그런 의미가 아니라네.”

“하면요?”

“가만히 생각해보니 그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네.”

석원의 어깨가 절로 들썩였다.

“실은 그 문제로 부장님께 상의 드리려 했습니다.”

호룡이 잔을 들어 천천히 들이켰다.

“정말 각오되어 있는 건가?”

“당연합니다, 부장님. 그 일이 윤대중 선생을 위하고 결국 우리 조선을 위하는 길이라면 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기꺼이 한 목숨 던지렵니다.”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말하는 석원의 얼굴에 결연한 기운이 스치고 지나갔다.

“자네 생각이 정 그렇다면 긍정적으로 접근해보도록 하세.”

“임자, 고생했어.”

김운정 총리가 일본에서 귀국하자마자 청와대로 박정희 대통령을 방문하여 두 사람만이 자리했다.
“각하의 압박이 주요했습니다.”

“윤대중 돌려보내주겠다고 한 말 말이지.”

“그 이야기를 꺼내니까 그쪽에서도 난색을 표했습니다.”

“그야 당연한 일이지. 여하튼 오히라도 그렇지만 다나까도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야.”

“특히 오히라 그 사람 정말 고맙지요.”

“그런데 그들 생각대로 일이 이루어지겠는가?”

 

<다음호에 계속>
 

[저자는?]

▲ 서울시립대 영문학과 졸업
▲ 정당사무처 공채(13년 근무)
▲ 서울과학기술대 문예창작과 중퇴
▲ 소설가
▲주요작품
단편소설 <해빙> <파괴의 역설>
장편소설 <삼국비사> <여제 정희왕후> <수락잔조> 등 다수
희     곡 <정희왕후>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