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미래에셋 성공신화 대해부

대한민국 금융 좌지우지 “적수가 없다”

[일요시사 경제팀] 양동주 기자 = 국내 금융투자시장은 미래에셋의 등장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축의 시대를 투자의 시대로 바꾼 미래에셋은 최근 대우증권마저 손에 넣으며 자본금 8조원대의 압도적인 1등 증권사로 우뚝 섰다. 설립 18년 만에 금융투자업계의 판도를 좌지우지하는 큰 손이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샐러리맨 성공신화를 써내려간 박현주 회장이 중심에 서 있다.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증권가의 맏형이자 버팀목 역할을 담당했던 대우증권의 새 주인으로 미래에셋증권이 낙점됐다. 대우증권의 풍부한 투자은행(IB) 경험과 미래에셋증권의 해외 네트워크가 맞물려 글로벌 대형 IB 탄생의 초석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잇따르고 있다. 역동성이 떨어진 금융투자시장에 신선한 충격으로 작용할지 기대가 높다.

대우증권 인수
시너지 기대

지난 12월24일 대우증권 최대주주이자 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대우증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미래에셋컨소시엄(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자산운용)을 선정했다. 산은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금융자회사 매각추진위원회는 매각가치의 극대화와 조속한 매각, 국내 자본시장 발전 기여라는 3대 기본원칙과 국가계약법상 최고가 원칙에 따라 매각을 결정했다.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는 업계 판도를 재편성하는 계기나 마찬가지다. 미래에셋증권의 2015년 3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은 업계 4위인 3조4620억원. 여기에 대우증권(4조3967억원)을 더하면 7조8587억원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초대형 증권사로 탈바꿈한다. 통합 후 총 고객수는 300만명에 육박한다. 기존 1위였던 NH투자증권(4조6044억원)은 현격한 격차가 실감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이로써 미래에셋자산운용과 미래에셋생명 등을 포함한 미래에셋그룹의 자기자본은 10조원을 넘어서게 됐다. 미래에셋은 대주주 변경과 금융위원회 출자 승인 신청에 이어 계약금 납부와 확인 실사 등 모든 인수 절차를 순차적으로 마무리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대우증권이 지닌 상징적 가치를 얻은 것만으로도 미래에셋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는 분위기다. 1970년 이래 대한민국 증권가의 산 증인으로 자리매김했던 대우증권은 그간 수많은 위기와 풍파 속에서도 증권가를 지켜왔다.

‘증권가 맏형’ 대우증권 새 주인 낙점
자기자본 8조원 초대형 증권사 탄생

대우증권은 1997년 외환위기로 촉발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와 1999년 대우그룹의 부도로 계열 분리되는 아픔을 겪었다. 자금난에 허덕이던 대우증권은 결국 1999년 워크아웃을 선언했고, 2000년 새 주인으로 나선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는 신세로 전락했다. 2013년에는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미국의 양적완화 후폭풍이 증시 침체로 이어지면서 매매수수료 수입 급감과 채권 투자 손실이 커진 탓이다.

고된 풍파 속에서도 대우증권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 자산관리·해외투자에 강한 미래에셋증권과 투자은행(IB)·리테일 부문에 강점이 있는 대우증권의 시너지를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B분야에서 대우증권은 명실공히 업계 최고로 손꼽힌다. 국내 102곳의 점포를 기반으로 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역시 대우증권의 강점이다.

IPO시장에서 대어급들의 상장을 주도하는 것은 물론 DCM(채권발행시장)에서도 수위권이다. 대우증권은 2014년 역대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였던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상장을 단독으로 대표 주관한 데 이어 호텔롯데의 대표 주관을 맡는 등 IB 분야에서 독보적인 역량을 발휘해왔다.
 

미래에셋그룹은 2003년 국내 최초의 해외 운용법인인 미래에셋자산운용 홍콩법인을 출범하는 등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에 주력해 왔다. 여기에 해외 법인 실적 1위인 대우증권의 네트워크가 융합된다면 해외 진출 계획이 한층 탄력 받을 것이라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IB 분야에서는 업무 중복이 거의 없고 서로 다른 분야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우수 인력을 활용해 해외IB영역 및 해외자본 투자를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샐러리맨 신화
박현주의 18년

미래에셋의 대우증권 인수는 평범한 샐러리맨이 일군 작은 회사가 45년 전통의 명문 증권사를 품에 안았다는 점에서 여타 M&A와 의미를 달리한다.

광주광역시 시골 마을에서 자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80년대에 동양증권에 신입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던 박 회장은 32세에 국내 증권사 최연소 지점장 기록을 갈아치우며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했다.

지점장으로 부임한 지 2년 만에 해당 지점을 전국 1등으로 만드는 등 엄청난 수익률로 단박에 시선을 휘어잡았다. 은행 적금이 서민들의 유일한 재테크 수단이었던 시기에 돈 있는 사람을 주식시장으로 끌어 모아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절정의 명성을 구가하던 1997년, 박 회장은 돌연 사표를 내고 자신의 회사를 차렸다. 오늘날 미래에셋의 시작이다. 미래에셋캐피탈 설립과 함께 밑그림을 그린 박 회장은 이듬해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만들어 국내에 간접투자라는 새로운 길을 제시했다. 펀드라는 개념이 알려진 게 이 무렵이다.

펀드라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당시에 박 회장은 지점 근무 당시 떨친 유명세를 십분 활용해 본인의 이름을 딴 국내 첫 펀드인 ‘박현주 1호’를 선보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펀드의 성공은 저축에서 투자로 자금을 이동시키는데 일조했다. 뒤이어 국내 첫 부동산펀드 및 PEF 등을 내놓으며 미래에셋은 금융투자 역사를 새로 써갔다.

그사이 샐러리맨에서 금융그룹 창업자로 성공신화를 써내려 간 박 회장은 신선한 아이디어와 돋보이는 실행력으로 국내 최고 투자전문가 자리에 올랐다. 박 회장과 함께 성장을 거듭한 미래에셋 역시 불과 18년 만에 국내 최대 금융그룹사로 발돋움했다.

“금융투자 패러다임 바꾼다”
‘미다스의 손’ 박현주 뚝심

미래에셋그룹은 이미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증권, 미래에셋생명, 미래에셋캐피탈, 부동산114 등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춘 투자금융그룹으로 성장했다. 전체 직원 4800명, 운용자산(AUM) 186조4515억원이다. 미국, 영국, 홍콩, 중국 등 글로벌 12개국에 총 20여개 법인·사무소를 운영할 만큼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탄탄대로만 있던 것은 아니다. 2007년 설정한 ‘인사이트펀드’는 박 회장의 커리어에 커다란 오점을 남겼다. 미래에셋의 인기 덕에 국민펀드로도 불리던 인사이트펀드는 국가, 주식, 채권 등 특정 지역 및 자산에 얽매이지 않는 글로벌 자산배분 펀드를 표방했지만 처참히 실패했다. 박 회장도 인사이트펀드의 실패를 굉장히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패러다임을 바꿨다고 평가받던 미래에셋의 파격적인 시도들은 “너무 앞서간다”는 비난으로 돌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향후 행보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마저 더해졌다.
그렇지만 미래에셋은 속도를 멈추지 않았다. 글로벌 빌딩, 호텔 등 대체투자로 돌파구를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결정된 대우증권 인수는 글로벌 금융투자회사를 지향하는 미래에셋의 의지를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박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는 규모의 경영을 이루고 한국경제 투자활성화의 절실함에서 출발했다”며 “투자금융을 통해 해외 진출을 선두해온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쳐진 만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 투자기회를 찾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지각변동 예고
창창한 앞날

미래에셋의 활발한 행보는 어느덧 금융투자시장 전반의 분위기마저 바꿨고 대우증권 인수는 또 다른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초대형 증권사로 발돋움한 미래에셋-대우증권 체제에 대항하기 위한 국내 증권사 간 M&A에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대형증권사들은 해외 IB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라도 몸집불리기가 필요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현재 종합금융투자사로 지정된 곳은 NH투자증권, KDB대우증권(4조2581억원), 삼성증권(3조5705억원), 한국투자증권(3조2580억원), 현대증권(3조2100억원) 등 5곳이다. 일본 노무라증권과 중국 중신증권의 자기자본이 각각 28조원, 10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차이는 더욱 극명해진다.

결국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증권사 간 인수합병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통상 자기자본을 늘리는 방법으로는 인수합병이나 증자를 선택할 수 있는데 증자로 덩치를 키우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를 증권가 빅뱅의 신호탄쯤으로 해석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올해는 리딩투자증권, LIG투자증권 등의 매각이 예정돼 있어 증권업계의 지형이 새롭게 짜일 것으로 보인다. LIG투자증권의 경우 대주주인 KB손해보험이 지난 12월22일 우선협상대상자인 케이프인베스트먼트와 지분 매각 계약을 체결해 내년 상반기 안에 매각 절차가 마무리될 전망이다. 잠재 매물도 대기 중이다. 현대증권은 지난 10월 인수를 추진하던 오릭스 프라이빗에쿼티코리아의 지분 계약 해제 통보로 현재는 매각이 무산된 상태다. 

물론 불안요소도 있다. 미래에셋이 당초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2조4500억원 가량을 써낸 사실이 알려지자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형 증권사의 인수를 반대해 온 대우증권 노조와의 협상 여부도 관심거리다. 노조측은 본 실사 원천 봉쇄 방침을 내세운 데다 최악의 경우 총파업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합병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잡음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1위 포부
박현주의 열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에셋의 앞날은 어느 때보다 창창하다. 일단 여타 회사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회사를 키우고자 하는 박 회장의 열의가 돋보인다. 이미 박 회장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 실질 자기자본을 3년 안에 10조원 수준으로 확충할 것임을 천명한 상황이다. 창립 18년만에 자산규모는 7000배, 조직규모는 1200배 커진 미래에셋의 성장세를 감안하면 결코 허황된 꿈이 아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자서전을 통해 밝혔듯이 박 회장은 미래에셋을 모건스탠리나 골드만삭스와 견줄만한 회사로 키울 생각”이라며 “미래에셋의 행보에 업계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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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조국 사면’ 군불 때는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풀어주느냐, 마느냐, 이재명 대통령이 깊은 고심에 빠졌다. 8·15 특별사면·복권 명단에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의 이름이 올라오면서다. 한때 아군이었던 조 전 대표의 정치 생명이 용산의 선택에 달렸다. 조국혁신당은 물론 문재인 전 대통령과 친문계까지 사면론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7일 이재명정부의 첫 특별사면을 준비하기 위한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렸다. 이날 특별사면 명단에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의 관심이 급상승했다. 사면심사위원회가 사면·복권 건의 대상자를 검토하면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이를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오는 12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설에 부채질 조 전 대표는 자녀 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실형을 확정받았다. 조 전 대표의 만기 출소 예정일은 내년 12월15일이다.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이 이뤄질 경우 출소 시기는 앞당겨질 수 있다.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기소 자체가 검찰의 무리한 시도였다고 보는 만큼 이번 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이뤄내고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지난 대선 정국서 “조 전 대표가 보고 싶지 않느냐”며 “(이재명 후보가) 그냥 이기는 게 아니라 크게 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이재명 후보의 당선이 곧 조 전 대표의 사면이라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전달한 것이다. 조 전 대표의 부인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또한 비슷한 시기에 ‘더1찍 다시 만날 조국’이라는 홍보물을 제작하는 등 이 후보의 당선과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동일시했다. 이렇듯 혁신당은 지난 총선과 대선 등에서 일궈낸 업적을 청구서 삼아 은근한 눈치를 보냈고, 최근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을 비롯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까지 목소리를 키우면서 이 대통령을 전방위로 둘러쌌다. 지난달 30일 친문계인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조 전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알리며 “특유의 미소가 여전하고 세상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이 많을 법도 한데 오히려 긍정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래서인지 자꾸 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고 마음의 빚을 지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적었다. 이어 “조국의 사면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이유는 검찰개혁을 요구했던 우리가 틀리지 않았음을 그의 사면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마음 아닐까”라며 “야수의 시간과 같았던 지난 겨울 우리가 함께 외쳤던 검찰개혁이 틀리지 않았음을, 서로 생각은 달라도 통합과 연대라는 깃발 아래 모두가 함께 있었음을 확인받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국민통합 일환? 이 결정만 남아 친문계에 문까지 팔 걷어붙여 친명(친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민주당 김영진 의원 역시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통합을 위한 측면에서 넓게 사면 복권에 관한 판단을 할 때가 되지 않았나란 생각이 든다”면서도 “이 문제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 대통령께서 판단할 문제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문 전 대통령이 용산 측에 조 전 대표의 사면 의견을 직접 전달한 것으로도 전해진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5일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은 우상호 정무수석을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고, 우 수석은 “뜻을 전달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원기·임채정·정세균·문희상·박병석·김진표 등 민주당 출신인 전 국회의장도 가세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지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책임을 수용한 이들에 대한 절제된 관용”이라며 “대통령께서 국민 통합의 뜻을 담아 조 전 대표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한 개인의 구제가 아니라 극한 대립과 갈등의 시기를 겪어내며 상처 입은 우리 사회 공동체에 건네는 ‘공정한 매듭과 위로’의 손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방에서 사면 요청이 쇄도하자 대통령실은 막판 고심에 빠졌다. 앞서 지난 5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며 “사회적 약자와 민생 관련 사면에 대해 일차적으로 검증 및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정치인 사면에 관해 다양한 의견들을 수렴 중”이라며“아직 최종적인 검토 내지는 결정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혁신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조 전 대표가 수감 된 지 8개월이 지났는데 혁신당은 아직도 권한대행 체제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뽑을 만도 한데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가 뭐겠느냐”며 “이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조 전 대표가 사면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가 돌아와서 혁신당이 이전 같은 명성을 되찾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혁신당 당헌·당규에 따르면 ‘당대표가 궐위된 때에는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로 선출된 최고위원이 남은 임기 동안 당대표의 권한을 대행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선민 권한대행이 내년 7월까지 조 전 대표의 임기를 대신해 자리를 지킬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당초 조 전 대표가 자신의 수감 생활을 예측하고 자리를 보전하기 위해 이러한 당헌·당규를 개정한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8개월째 대행 체제 혁신당 “확신” 믿을 구석 있었나 내년 지방 선거를 위해서라도 혁신당은 조 전 대표의 사면이 필요하다. 구심점이 없고 ‘조국’혁신당이라는 이름만 존재하는 지금으로서는 지난 보궐선거만큼의 역량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졌다. 국정 초기부터 자녀입시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등으로 법의 심판을 받고 복역 중인 인사를 사면했다가는 ‘범죄자 프레임’에 함께 걸려들 수 있다. ‘조국 사태’에 거부감을 느낀 지지자들의 이탈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다. 반면 사면 요청을 거절할 경우 오히려 조 전 장관의 정치력을 키우는 등 일종의 서사를 부여할 수 있다. 조 전 대표는 본인의 사면에 대해 큰 뜻을 밝히지 않아 오히려 지지층 결집에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민주당에 있어 조 전 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의 ‘변수’다. 지난 총선서 호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혁신당이기에 조 전 대표가 정치권에 돌아온다면 진보진영 텃밭을 둘러싼 두 정당 간의 경쟁과 그로 인한 잡음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조 전 대표의 사면을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행보를 예측하고 나섰다. ‘자유의 몸’이 될 경우 이른 시일 안에 전당대회를 치러 다시 한번 당대표직을 거머쥐고 내년 지방 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일각에서는 조 전 대표가 부산 시장 등으로 직접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도 보고 있다. 어디로 튈까 민주당은 최종 사면 명단이 공개되기 전까지 별다르 입장을 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7일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지만, 이날 조 전 대표의 사면 논의는 나오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제 공은 이 대통령에게 넘어왔다. 단 한 사람의 정치 인생이 걸린 문제지만 그의 복권은 정치 진영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여러 가지 변수와 상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