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백운비의 천기누설> 병신년 국운 대예측

“숨어 있는 진짜 인재가 나타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15년 을미년(乙未年)이 저물고 2016년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아 온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시끄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치는 갈렸고, 경제는 침체되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그 여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게 각계각층의 중론. 올해 대한민국 국운은 어떨까. 그 답을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에게 구해봤다.

“다사불란(多事不亂), 요고순목(堯鼓舜木)” 2016년 국운에 대한 백운비 백운비역리 원장의 한마디다.

나라는 여전히 어지럽고 위기지만, 중국 요순시대의 요 임금과 순 임금처럼 백성들의 고충에 귀 기울이고 인재를 잘 쓰면 안정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백 원장은 “병신(丙申)이 오행(五行)상 병은 화(火)를 신은 진(辰)을 의미하는데, 서로 상극이므로 사회가 전반적으로 어지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병신년에도 큰 혼란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중심에는 대통령이 있다고 덧붙였다. 백 원장은 “대통령은 곧 국가다. 그런데 대통령이 지금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불통정치 계속
파벌싸움 정점

대체로 여론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국갤럽은 2015년 12월 둘째 주(8∼10일) 전국 성인 1009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에 대해 질문한 결과 43%는 긍정, 47%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는 ‘소신’과 ‘독단’으로 갈렸다. 이는 현재 박 대통령이 밀어붙이고 있는 국정교과서와 노동5법 개정안을 두고 최근 국민 여론이 첨예하게 갈린 탓이다.

박 대통령은 ‘불통 국정운영’의 대명사로 불린다. 백 원장도 박 대통령의 이러한 점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백 원장이 본 박 대통령의 천성은 ‘불변원칙’이다. 한번 마음먹거나 결정한 것은 바꾸지 않는 성격이라는 것. 백 원장은 “박 대통령의 천성은 바꿀 수 없다. 자기 뜻은 옳고 좋은 게 많지만, 이렇게 답답한 행보만 보인다면, 내년 국운이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백 원장은 덧붙였다. 바로 좋은 사람을 쓰는 것. 백 원장은 “내년 후반은 낭중지추(囊中之錐) 같은 인재를 대통령이 쓰면 국운을 살릴 수 있다”고 점쳤다. 이어 “아직은 숨어 있지만, 세상 사람이 다 알아주는 인재를 쓰면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백 원장이 앞서 언급한 요고순목과 일맥상통하다.

그렇다면 병신년 대한민국 정치의 핵인 국회는 어떻게 흘러갈까. 백 원장 분멸분산(分列分散)이라고 정의했다. 사상분쟁·흑백논리·이념대립이 만연하리라 전망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쪼개질 위기
경제 어렵고 성범죄로 사회 혼란

백 원장은 올해는 정치권에서 지역감정이 더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야가 총선을 앞두고 영남·호남·충청·경기 등 각 정당이 기반을 둔 지역에서 표심을 잡기를 위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유세가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흘러나오는 ‘TK패권주의’ ‘충청대망론’ ‘호남 신당’ 같은 구호가 지역감정을 부추긴다는 것.

백 원장은 병신년이 “을미년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5년 정계 역시 혼돈 그 자체였다. ▲대통령 비선 실세 국정 개입 의혹 ▲성완종 리스트 파문 ▲통합진보당 해산 ▲국정원 해킹팀 의혹 ▲교과서 국정화 등 올해 국정을 흔들었던 사건들이다. 병신년에도 이런 정치적 사건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내다 봤다.


여야를 막론하고 파벌싸움도 정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그 전초로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치연합)이었던 비주류 의원들이 연이어 탈당하고 있다. 새누리당도 친박과 비박이 공천을 둘러싸고 파벌 싸움이 극에 달하고 있는 양상이다.

남북관계
살얼음판

새정치연합은 지난 2월8일 전당대회 이후 극심한 내홍을 겪고 있다. 친노와 비노 사이 당권을 둘러싸고 갈등이 올해 극에 달했다. 안철수 의원은 문재인 대표와 결별을 선언하며 탈당했다. 뒤이어 비주류 의원들이 연이어 탈당을 시작했다. 안 의원의 탈당을 두고 ‘잘한 일’이라고 백 원장은 설명했다. 백 원장은 “안 의원은 진작 나왔어야 했다. 문 대표와 함께 있어 봤자 썩은 무 취급받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백 원장은 야당의 경우 ‘총선 필패’라며 최악의 불행이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백 원장은 “야당은 자중지란(自中之亂)으로 자멸하고 있다”며 “결국 쌓아 놓은 알처럼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문대표 경우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처지에 놓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백 원장이 제시한 해결책은 치우치지 말 것이다. 그는 “강조할 점은 무엇보다 상하관계를 분명히 하고 개인 이해를 초월해 뚜렷한 국가관으로 한데 뭉치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라며 “어느 한곳에 치우치면 함께 무너지는 비극이 일어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남북 관계 및 국가 악보 역시 답보상태다. 백 원장은 병신년에도 남북관계 개선은 어렵다고 내다봤다. 올해에는 동쪽에서 크고 작은 북한의 도발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도발 지역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백 원장은 “그동안 천안함 폭격, 연평도 도발 등 모두 서쪽에서 일어났지만, 병신년에는 동쪽에서 많이 일어날 것이다”고 말했다.
 

국가 안보 역시 장담할 수 없다. 올해 국제 사회는 IS(이슬람국가)의 테러 위협에 몸서리쳤다. 특히 IS는 올해만 프랑스에 2차례에 걸쳐 테러를 감행하며, 수백명의 무고한 시민을 무참히 살해했다. 한국 역시도 IS의 테러 대상국에 이름을 올리며, 국가 안보에 비상이 걸렸다.

백 원장은 이런 안보 문제는 “국운이 좋으면 스스로 방어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병신년 국운이 그렇게 좋지 못하기 때문에 남북관계는 물론 안보에도 을미년과 다를 게 없이 위태롭다”고 말했다.

내년 경제 역시 전망이 좋지 않다. 소덕대실의 해가 될 것으로 백 원장은 전망했다. 백 원장은 “을미년과 비슷할 것이다. 크게 떨어지지는 않지만, 들어오는 건 적고 나가는 것은 많은 해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보 ‘불안’
경제 ‘불안’

한국경제연구원(KERI)이 내년도 경제성장률을 2.6%로 전망했다. 한경연은 지난 22일 발표한 ‘2015년 4분기 경제전망과 정책과제’보고서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올해 경제성장률은 기존 2.4%에서 0.1%포인트 상승한 2.5%로 조정했다.

한경연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중국경제 불안’ ‘미국 금리 인상의 여파’ ‘엔저 후폭풍’ 등으로 대외여건 개선이 불확실한 데다 대내적 정책 여력도 제한적이어서 2016년 성장률은 2.6%에 그치며 지지부진한 경기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국민들의 역시도 월급은 오르지 않은 반면 빚만 늘었다.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표본가구 2만 가구를 조사해 지난 21일 발표한 ‘2015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올 3월 말 기준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부채는 6181만원으로 1년 전보다 130만원(2.2%)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외에도 담뱃세, 건강보험료, 교통비 등이 인상되면서 국민들 사이에서는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 답답한 행보로 혼란
곁에 좋은 사람들 두면 반전

병신년의 경기가 나아질 게 없다는 전망과 함께 불안한 사회가 될 것으로 백 원장은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각종 살인 사건 같은 범죄가 만연하고 있다. 올해는 오원춘, 조두순 같은 희대의 연쇄 살인마도 나왔다.

백 원장은 “어수선한 사회 분위기가 이어지면서 정신분열자, 우울증 환자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이 늘어나고 자살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는 비교적으로 큰 자연재해 없이 넘어갔다. 하지만 백 원장은 병신년에는 재해가 잦을 것으로 내다봤다. 백 원장은 “주역(周易)에 천뇌무방(天雷无妄) 괘와 같아 기후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 폭풍, 낙석 등 자연재해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병신년에는 여성이 남자보다 더 우세한 운을 띠고 있다. 백 원장은 “곤상(坤象)으로 여자 말 들어서 손해 볼 게 없고, 여자랑 담판 짓다가 혼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훌륭한 여성 지도자가 나올 것이며,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승승장구할 것이다”고 말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14년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대졸 취업자 32만7186명 가운데 여성 취업자가 16만5706명(50.6%)으로 남성 취업자(16만1480명)를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연재해 많아
예체능 호조

최근 ‘알파걸’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알파걸은 공부, 운동, 대인관계 등 모든 분야에서 남자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과를 보이는 엘리트 계층의 여성을 지칭한다. 알파걸들이 사회 곳곳에서 우세한 운을 띠면서 상대적으로 남성들이 그 운에 밀린다는 것이다.

이는 최근 30~40대의 ‘매 맞는 남편’ 증가와 관계가 있어 보인다. 아내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경찰에 신고된 가정폭력은 지난해 1000여건으로 지난 2013년 820여건에 비해 약 32%가 늘었다. 남성 가정폭력 상담을 전문으로 하는 ‘한국 남성의 전화’에 상담을 요청하는 건수도 지난 5년 사이 800여건에서 2200여건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암울한 전망 가운데 그나마 예체능 쪽은 호조다. 백 원장은 “사람 기분 좋게 만들고, 웃음 잃게 된 이들을 웃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망라하고 스포츠·영화·예능이 대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 독보적이다. 최근 한국 프로야구 선수들이 잇따라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고 있다. 강정호, 류현진, 추신수 등이 메이저리그에서 대체로 준수한 성적을 거두어 야구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또 축구로는 유럽에서 활약하고 있는 손흥민, 기성용, 이청용, 석현준 등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국내 팬들이 새벽잠을 설쳐가며 지켜보고 있다.

백 원장은 병신년 초반에는 국운이 쇠하지만, 후반에 갈수록 차츰 회복할 것이라고 점치기도 했다. 백 원장은 “목국(木局)은 양목(陽木)이요. 유실수(有實樹)이니 농사는 풍년이다”고 말했다. 특히 생산업 종사자는 위기를 벗어나 출고가가 늘어나는 현상을 볼 것이라고 점쳤다. 후반에 갈수록 운이 야무지게 진행되어 자생(自生)운이 확대되어 자영업자들이 성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min1330@ilyosisa.co.kr>
 

 

[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할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 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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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